1. "아..어..고맙긴 한데..나더러 나무를 키우라고..?" 황담함을 억지로 감추자니 어색한 표정이 되었다. 성규의 표정이 이상한걸 보고도 동우는 눈치채지 못한 것같았다. 응! 이라고 대답하며 특유의 헤맑은 표정을 짓는 걸 보고 알아챘다. "우리 할아버지가 진짜 귀한 나무라고 하셨어! 잘키워야 돼 성규형." '아, 그래. 그런데 귀한 나문가 뭔가는 네가 잘 키우고 나한테는 지갑이나 시계나 하다 못해 문상같은 실용성 있는걸 주면 안되겠냐?' 라는 말이 목구멍을 타고 넘어와 입술 바로 뒤어서 당장 나가게 해달라고 농성을 했다. 다른 사람이었으면 벌써 하고도 남을 말이었다. 그러나 동우의 웃는 얼굴에 밀리고 말았다. '이 새끼는 내가 몇 주 전부터 지갑 타령하는 건 귓등으로 들은건가...' 안 그래도 규나나 친구들은 박스에다가 과자만 잔득 담아줘서 실망하던 차에 동우의 선물 만큼은 기대했는데.. 이런식으로 빅 엿을 선물 받을 줄은 꿈에도 몰랐다. 누가 요즘 남자 생일선물로 화분을 주냐고요.. 잠시 머뭇거리던 성규는 결국 억지로 기쁜 표정을 지으며 묘목이 심긴 화분을 받아들었다. 화분에는 커다랗게 하트가 그려져있었고(취향참..) 흙 무게 때문인지 꽤나 무거웠다. "어.. 근데 이거 무슨 나무야?" "몰라." "몰라?" "응 몰라. 헤헤헤" 대충 생긴 걸로 봐선 비싸다는 소나무 같은 건 아닐 테고, 귀에 익은 행운목이나 폴리셔스 라고 할줄 알아시는데. '아..그렇구나 모르는 구나...하하 이 새ㄲ..' "우리 할아버지도 모른다고 하셨어. 그리고 나무 종류에 연연하지 말고 키우는 사람이 예뻐하고 키워줘야 잘 자라지 않을까?" 묘목이 심긴 화분 보며 뿌듯해 하던 동우는 자뭇 진지한 표정으로 말했다. 남이 들으면 좋은말 이었지만 성규에게는 꼭 엿먹어라 라고 들리는 것 같았다. '그래서 나더러 지금 이 풀때기에다 이름지어주고 어이구 내새끼하면서 애지중지 키우라고?' 성규는 이 나무에게 이름을 지어주고 싶은 마음도 생각도 없었다. 그리고 성규가 전에 키우던 고양이와 강이지의 이름도 야옹이와 멍멍이 였을 정도로 작명센스 역시 별로 였다. 성규는 착잡한 표정으로 품에 안긴 나무를 노려보았다. '아파트 화단에 몰래 심어놔도 되려나' "형, 나 먼저 갈게! 늦으면 할아버지 한테 혼나. 맞다, 얘는 꼭 실내에서 키우고 물은 이삼일에 한번만 주면 된대!" "어, 어? 야 잠깐만!" 대도시의 공기와 미세먼지가 함유된 비로 키우려던 성규의 계획 실패를 알리는 소리였다. 그렇게 동우는 할아버지의 과수원에 일손을 거들러 가버렸다. 집 앞 놀이터에는 성규와 나무만 덩그러니 남겨졌다. 삐삐삐삐삐삐-띠로롱 성규는 뭐 씹은 표정으로 도어락을 풀고 집으로 들어왔다. 엄마는 어디 나가셨는지 보이지 않고, 아무도 없는 집안은 조용했다. 덜그럭- "장동우, 내가 니 생일날 뭐주나 봐라.." 성규는 소심하게 훗날을 기약하면서 방한구석에 나무가 심긴 화분을 팽게쳐놓았다.(물로 깨지지 않을 정도로.) 지이잉- 막 컴퓨터를 켜고 롤에 접속하려는데, 옆에 놔뒀던 폰에서 진동이 울렸다. 확인해 보니 동우에게 문자가 와있었다. '형! 내가 아까 깜박한게 있었는데 그 나무 키우면 외로울 날이 없대ㅋㅋㅋ 할아버지가 그러심ㅋㅋ' 성규는 답장할 의지를 상실하고 조용히 홈버튼을 눌러 문자 창을 껐다. "외로움은 무슨." 성규는 생일 선물로 받은 과자를 한봉지 뜯어 오물거리면서 엄마가 올 때까지 신나게 롤을 했다. 뭐..이때까지는 아무 일도 없었다. ***************** 잘부탁 드려요. 모바일이여서 오타가 있을 수 있어요ㅠ 첫화가 프롤로그 부분이라 분랑이 짧아요..ㅎ
이런 글은 어떠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