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괴물과 싸우는 자는 스스로 괴물이 되는 것을 경계하지 않으면 안 된다. 왜냐하면
그대가 심연을 들여다 볼 때 심연도 그대를 들여다 보기 때문이다.'
"아가씨는 신고 못해. 저 새끼는 이미 괴물이거든."
*
괴물이란 의미. 이해하고 싶지는 않았는데, 알 것 같았다.
내가 경찰에 신고를 하면은 상혁이는 잡혀갈 것이다. 온 세상 사람들이 살인자로 혁이를 기억하겠지.
그리곤 언제나 그랬듯이 아무도 이유는 알려하지 않을 것이다.
너가 이렇게 된 이유를.
"아가씨, 아가씨가 발버둥 쳐 봤자"
사실은 바뀌지 않아.
이 사람이 말하는건 전부 사실이다. 너무 분했다.
다음엔 다리로는 끝나지 않을꺼야, 라면서 마지막 말을 남기고 회장님을 앞세워 그들은 계단을 내려갔다.
결국 나는 마지막 말을 되받아치지 못했다. 내 입 안에는 무거운 신음만이 맴돌고, 그럴때 마다 마른 침이 목구멍으로
넘어갔다. 주먹을 너무 꽉 쥐어서 손바닥에는 손톱자국이 선명하게 남았고, 코는 담배연기 때문에 시큰거렸다.
그리고 너는 방안에서 길어버린 앞머리때문에 가려진 내 눈을 바라보고 있었다.
"괜찮아요? 다리..걸을 수 있어요?"
그들이 시동거는 소리를 듣고, 나는 긴장됬던 다리를 풀어 넘어져있는 상혁이에게 갔다. 그는 내 얼굴을 마주하려 하지 않았다.
분한건지, 슬픈건지 바닥을 짚은 두 팔이 조금 떨고 있었다. 대답이 없자 나는 다리를 살펴 보았는데 빨갛게 된게 무언가로 맞은거 같았다. 다행히 부러진거 같지는 않았다.
하지만 지금 막 일어서기에는 무리가 있는거 같아, 자 여기 기대서 일어나봐요, 하면서 한 쪽 어께를 내어보였다.
내 어께에 팔을 올리지 않자 뒤를 봤더니 상혁이는 계속 그 자세로 흐느끼고 있었다.
"정택운씨 곧 온다고 했으니까,"
"얼른 여기서 나가"
"..네?"
"저 새끼들이 그랬어, 계속 그렇게 우리 쪽 사람에게 손대면 너도 똑같이 그럴꺼라고"
"..."
"지금 도망가면, 적어도 너에게 문제가 가지는 않을꺼야. 그동안 붙잡아 둬서 미안했다."
"한상혁"
나를 이곳에 데려온 걸 후회하니?
그가 처음은 아니지만 나약한 모습을 보이고 있었다.
단판을 짓겠다고 손에 피를 묻히고 칼을 들고 전쟁터에 나간 사람이 동료가 위험에 빠지자 흰 깃발을 들려하고있다.
한상혁은 일어나지도 못하면서 내게 기대지 않았다. 맨 정신으로는 말도 못해서 술의 힘을 빌려 짐을 덜으려 했다.
자꾸 모든걸 혼자 짊어지려 했다.
"내가 네 옆에 있는걸 후회하니?"
내 삶을 송두리 채 바꿔놓고서는 떠나라고 한다.
가족처럼 지내 놓고서는 남이 되라 한다.
"난 여기가 좋아. 계속 있고 싶어.
마지막까지 여기에 남고 싶어."
그니까 기대도 되.
악마는 몰랐다. 아기가 먼저 죽고 살아있던 그 짧은 시간동안 엄마는
아기를 품에 안으며 조금이라도, 조금이라도 더
다시는 보지 못할 아기를 눈에 담고 있었다는 것을. 물 속이라 악마는 엄마의 눈물을 보지 못했다.
고통스럽게 죽어갈 아이를 위한 엄마의 최후 결정이였다.
그리곤 언제나 그랬듯이 그 이유는 알려하지 않을 것이다.
*
그 뒤로 상혁이는 내게 아무말도 하지 않았다. 낯간지러운 말을 하고 나니 딱히 할 말이 없어 고민하고 있던 찰나에
정택운씨가 허겁지겁 문을 열고 들어왔다. 집 안을 대충 둘러보고는 한숨을 쉬며 매고있던 넥타이를 풀고 단추를 클렀다. 그리고는 바로 상혁이의 다리를 봤다.
다행인건지 불행인건지는 모르겠지만 빨갛게 부은 다리는 인대가 늘어난 것이었고 몇일 약 먹고 붕대하면 나아질 거라 했다.
정택운씨의 도움을 받아 상혁이는 방에 들어갔고, 나는 내 방에 들어갔다.
긴장이 풀리는지 몸이 나른해지고, 기운이 빠져 쇼파에 누웠다.
똑똑, 별빛씨 들어가도 될까요?
"네"
"오늘..일 좀 자세히 말해줄래요?"
택운씨는 내 옆에 앉아 내가 하는 얘기를 들었다. 혹시나 중요한 걸 빠뜨릴까 곱씹으며 말을 꺼냈다.
내가 기다리지 못하고 그 사람과 대면한 것을 듣자
"내가 위험하다고 가지 말라고 했잖아요. 왜 말을 안들었어요? 무슨 일 생기면 어쩌려고!"
"후회..할거 같았어요"
"...별빛씨"
"비록 처음은 아니었지만, 지금은 상혁이도, 택운씨도 내게 가족...같거든요. 당신들은 아닐지 모르지만 나하ㄴ,"
내가 말을 하는 도중, 정택운은 내 말을 끊고 나를 안았다.
나는 얼굴을 보지 않고 얘기하고 있었기 때문에 무슨 표정으로, 무슨 생각으로 나를 껴안았는지 알 수 없었다.
내가 당황스러워서 어쩔 줄 몰라하고 있었는데
그가 말해줬다.
"똑같아요. 우리도."
그니까 위험한 짓 하지 마요. 걱정되잖아.
자기도 같은 마음이라고 말해줬다.
*
안녕하세요 장미빛 고래 에요.
오늘은 좀 짧은데 분위기를 위해서는 저기서 마무리지어야할 것 같았어요.
다음엔 좀 길게 데려올께요.
드디어 모두들 같은 마음인 걸 확인했죠? 서로에게 소중하다는 걸 ㅜㅜ
항상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