홀리듯이 지민이 집에 들어간 정국이는 저기 앉아있으라는 지민이의 말에 탁자 아래로 깔린 붉은 러그 위에 조심히 앉았으면 좋겠다.
지민이는 라면 끓이는 동안 이거라도 먹고 있으라며 장난스레 아까 정국이가 건넨 귤 바구니를 탁자 위로 놔두고 라면 끓이러 갔으면 좋겠다.
그러면 정국이는 살짝 웃으면서 자기가 들고 온 귤을 까며 라면 끓이는 지민이를 바라보겠지.
대단한 요리도 아닌데 (이미 밝게 염색된 머리와 수도 계량기를 척척 녹여주는 등 사소한 것에 심쿵한 전적이 있는) 정국이는 라면 끓이는 지민이를 보며 '요리하는 남자...와..'하며 지민이가 움직이는 동선대로 이쪽저쪽 눈을 옮겨가며 쳐다봤으면 좋겠다.
지민이는 라면이 보기좋게 끓여진 것에 흐뭇해 하며 입에 냄비깔개를 문채로 탁자쪽으로 갔으면 좋겠다.지민이를 보던 정국이는 다가오는 지민이를 그대로 보다가 지민이가 눈짓으로 귤을 가르키면 귤 껍질을 멍하니 보다가 탁자 아래로 바구니와 껍질을 내려놨으면.
귤을 내려 놓고 자기가 수저라도 가져와야 하나 싶어 일어나는데 다급한 소리가 들려 지민이를 내려다 보면
지민이는 양손으로 냄비를 들고와서 입에 문 깔개를 내려 놓을 손이 없어서 일어서는 정국이를 "이어이어!이어해흐어(이거이거!이거빼줘요)" 라며 불렀으면.
그러면 정국이는 웃으면서 깔개를 입에서 빼주고는 "이거 그냥 입 벌려서 내려 놓으면 되잖아요"라고 말하겠지
그럼 지민이는 "아 그러네"하고는 그제서야 제 멍청한 행동을 깨닫고 민망하다는 웃음을 흘리고는 도망치다시피 부억으로 수저와 그릇을 가지러 갔으면 좋겠다.
그럼 정국이는 러그에 앉아 조금은 물이 많은 것 같은 라면을 바라보며 속으로 '먹어보면 맛있겠지 라면을 누가 못 끓여'라고 생각하겠지만 잠시 후 지민이가 가져온 그릇에 덜어 먹고나서는 '아 라면 못 끓이는 사람도 있구나.그럴수 있지 뭐'라며 대수롭지 않게 생각했으면.
비록 라면은 맛이 없지만 한창 먹어도 배가고플 나이인 정국이는(더불어 지민이가 끓여준 라면이므로) 정말 배가 고프지 않던 사람까지 배고파질 정도로 맛있게 라면을 먹어줬으면.
항상 누구에게든 요리만 해주면 '그냥 시켜먹을까?어?아니 맛이 없는건 아닌데...'라는 말과 함께 숨길 수 없던 표정을 짓는 걸 보았던 지민이는 그걸 보면서 감격스러우면서도 흐뭇하게 바라봤으면.
속으로는 '아 내가 드디어.노력하면 안 되는게 없다더니 드디어 요리까지 내가 마스터 했구나'하며 엄청난 노력파인 자신을 스스로 칭찬했으면.
그러면서 잘 먹고있는 정국이 그릇에 계속 더 먹으라며 많이 먹으라며 라면을 떠주겠지.
라면을 계속 떠주던 지민이에게 차마 괜찮다는 말을 못하고 주는대로 족족 받아 먹어 혼자 거의 라면 1.4개를 먹은 정국이는 설거지는 자기가 하겠다며 아니라고 말리는 지민이를 러그위에 앉혀놓고 설거지 하겠지.
그럼 지민이는 바닥에 앉아 정국이가 가져온 귤을 야금야금 까먹으며 속으로 우와 싹싹한 청년이네 하며 정국이보다 2 살 먹으면서 반백년은 산 사람처럼 생각하겠지.
그리고 정국이가 설거지 할 동안 앉아서 사과를 예쁘게 깎고는 설거지를 마치고 오는 정국이에게 먹으라며 포크에 찍은 사과를 건냈으면.
사과를 받으며 앉은 정국이에게 지민이가 "그나저나 이름이 뭐에요?우리 라면도 같이 먹은 사이인데 이름도 모르네요"라며 물었으면
그러면 정국이가 이름을 말하고 또 지민이가 다른 걸 물어보고 정국이는 답하고 그러면서 서로에 대해 조금씩 알아갔으면
그렇게 대화를 이어가던 중 정국이가 동파 되었을 때 능숙하게 대처하던 지민이가 떠올라 지민이에게 "아까 동파됐을 때 완전 잘 알던데 형 자취한지 오래됐어요?"라고 물었으면 (서로 나이까고 벌써 형,정국이 됐음 자식들 빠르긴)
그러면 지민이는 "오래된건 아닌데 뭐 많은 일이 있었어서 히히"하며 웃었으면 좋겠다.
사실 지민이는 이제 막 자취 2년차에 접어드는데 안 겪어본 일이 없었으면.정국이처럼 상경할 때 걱정하는 부모님께 쿨하게 괜찮다고 내가 애냐고 박차고 나왔는데 (실제로 박차지는 않았어여 지민이는 다정한 애니까 다정하게 걱정하는 엄마를 달래며 전화 자주 할게 이러고 나왔겠지) 동파는 물론이고 보일러는 수시로 고장내고,더 나아가 요리하다 행주에 불이 붙어 부엌 타일도 태워봤으면.
그래서 웬만한 것에 대처할 수 있고 항상 조심하지만 늘 무슨일이든 벌이는 손을 가지고 있었으면 좋겠다.(벗 남준이 처럼 부시지는 않아여)
그렇게 여러 일을 겪는 와중에도 내 집 꾸미기에 대한 오랫동안 품었던 자취 로망때문에 러그, 냄비깔개, 슬리퍼 등등 보통의 이십대 남자애들이 그냥 무심코 넘길만한 것들에 신경쓰고 좋아했으면 좋겠다.
이렇게 이 집에서 있던 자취 스토리를 거의 모두 나열할 듯 정국이에게 얘기해주는 지민이를 보며 정국이는 전혀 귀찮아 하지 않고 다 들어주며 반응 해줄 듯
요리하다 행주에 불 붙었다는 얘기를 할때에는 진지하게 요리는 안 하는 게 어떠냐며 물어봐주기도 하고
그럼 지민이는 "왜 요리 재밌단 말이야ㅠㅠㅠ"라며 벌써 많이 친해진 정국이에게 찡얼대고 정국이는 또 알겠다고 하라고 달래는 모습 보고싶다...
그렇게 수도관도 고쳐주고 라면도 나눠 먹으며 친해진 둘은 툭하면 한쪽 집에 놀러가서 같이 얘기도 하고 밥도 먹고 했으면 좋겠다.
동파 사건 이후에 두번째로 같이 밥을 먹는 건 정국이 집에서 였으면 좋겠다.
정국이가 입학하고 한창 바빴는데 주말에는 시간이 많이 남아서 세수하는 것도 잊은 채로 그냥 침대에 뒹굴거리고 있으면 문을 두드리는 소리가 들렸으면.
문을 열어보면 지민이가 치킨과 캔맥주를 들고서는 "정국아 형 혼자먹기 싫은데 같이 먹자!"라며 해맑게 웃고 있었으면 좋겠다.
그럼 정국이는 지민이를 한번 치킨을 한 번 보다가 옆으로 비켜서며 들어오라고 하는데 현관 옆 거울에 비친 자신의 안씻은 모습을 보고는 "형 저 좀 씻고 올게요!"라고 말하고 화장실로 달려가겠지.
그럼 지민이는 웃으며 "괜찮아~괜찮아~ 안 씻어도 잘생겼어"라고 말하며 치킨 상자를 열고 정국이 방을 구경하겠지.
씻고 나온 말끔한 정국이는 맛있게 치킨을 먹으며 속으로 "우와 이형 치킨을 사주다니 역시 좋은 형이야..."라며 다시 한번 지민이에게 심쿵했으면
그리고 같은 상황 속으로 "와 정국이 진짜 잘먹네 다음엔 두마리 사와야겠다"생각하며 무슨 치킨을 좋아하는지 어떤 음식을 좋아하는지 물어보는 벌써부터 정국맘 기질이 보이는 그런 지민이였으면 좋겠다.
안녕하세여... |
2편을 짜왔는데 전 아닌가봐여...혼자 상상할때는 여러 생각이 떠오르는데 글로 적으려니 쉽지 않네여ㅠㅠ너무 급하게 마무리 된 감이 없지않아 있지만 뭐 치킨으로 끝냈으니까 괜찮겠죠..?엄청난 글을 기대하셨다면 죄송해요; 다음편은 더 잘 써오겠습니당 그럼 읽어줘서 고마워요:3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