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벽지의시선으로 전체글ll조회 721l 1

2.


 '주인니임... 주인니임...'

 "아씨, 뭐야..왜...주인님?!"

새벽 2~3시쯤 됐을까. 침대 위에서 잠을 자던 성규의 눈이 번쩍 떠졌다. 평소엔 절대 깨지 않을 시간었지만, 뭔가가 성규의 단잠을 방해했다. 성규가 눈을 뜨자마자 몸에 착 달라붙어 집적대던 느낌이 사라졌다. 오늘도 였다. 요즘들어 성규는 잠이 들기만 하면 하루도 빠짐 없이 가위에 눌렸다.

 "뭐야..또 가위야?"

 정확한 날 수를 세어보진 않았지만 아마 한달 째인 것 같았다. 그전까진 멀쩡하게 잘만 잤었는데..
요즘은 가위 눌려서 자다가 한두번씩 깨는 건 이제 놀랄일도 아니었다.

  "시발, 진짜 내 방 밑에 수맥 흐르는 거 야냐?"

 한 3주 전만해도 가위에 눌렸다 깨면 무서워서 방에 불을 켜놓고 다시 잠들었었다. 다음날 엄마께 전기세가 어쩌고하는 잔소리를 듣는 한이 있어도 무서움에 꿋꿋하게 불을 켜고 다시 자던 성규였다. 하지만 가위도 자주 눌리면 익숙해 진다고, 이제는 짜증만 조금 날뿐 바로 잠들 수 있는 경지에 이르게 되었다. 잠시 멍하게 눈만 뜨고있던 성규는 곧 다시 자기로 마음 먹었다.
두번은 안눌리겠지 하는 생각도 있었고 소중한 잘 시간을 낭비하기도 싫어서였다. 성규는 꿈틀꿈틀 자세를 고쳐잡고 고개만 돌려서 방안을 둘러보았다.
  
 사실 성규는 가위에 눌리기 시작한 뒤로 다시 자기전에 방안을 둘러보는 버릇이 생겼다. 가위를 안 눌리게 하는데 별 효과는 없었지만 일종의 자기 암시 같은 것이었다.(귀신은 없다는) 처음엔 꼬박꼬박 핸드폰 후레쉬를 켰지만 이젠 불 켜기도 귀찮아져서 어둠에 익숙해진 눈으로 방안의 실루엣만 더듬었다.
 
 '책상, 컴퓨터, 옷장, 서랍, 침대 옆에 나무....아무도 없네. 음? 침대 옆에 나무..?'

 분명 나무가 심긴 화분은 동우에게 받은 날부터 쭉 옷장 옆 창가 밑에 팽개쳐 놓았었다.

 '내가 침대 옆에 화분을 뒀었나..?'

 갑자기 성규의 등에서 식은땀이 흐르기 시작했고 이불속에 있던 몸은 뻣뻣하게 굳어졌다.

 "어..잠깐만."

 성규는 떨리는 손으로 침대 옆 책상을 더듬었다. 핸드폰을 찾기까지의 그 짧은 시간이 10년처럼 느껴졌다. 덜덜 떨리는 손은 계속 미끄러져 성규를 더 조급하게 만들었다. 몇 번의 시도끝에 핸드폰 후레쉬를 켠 성규는 방안을 찬찬히 비춰보았다. 밝은 조명에 비친 방안은 조용하고 평화로웠다. 모든 물건들은 제자리에 있었다. 하지만 침대 옆, 성규의 발치쪽에 놓인 화분 주변에만 왠지 모를 위화감이 있었다.  

 '엄마가 청소하면서 옮겼나?'

 성규는 최대한 이성적으로 사고하려고 애썼다. 자신은 분명 물 줄 때 외에는 나무에 관심을 두지 않았고, 규나는 성규의 방에 들어올 일은 없을 뿐더러 어제부터 친구들과 놀러간 상태였다. 이 시점에 성규의 화분을 옮겨놨을 사람은 그의 엄마 밖에 없었다.

 '엄마가 그랬나 보다.'

 나름 이성적으로 차분하게 결론을 내렸다고 생각한 성규는 안심하고 마저 자기 위해 자리에 누웠다.

 '어. 그런데 엄마 지금 집에 없는데.'

 엄마가 4일동안 외할머니 댁에 갔다온다며 신나서 놀러나간 규나의 모습이 머릿속을 스쳐지나갔다. 가라앉았던 손 떨림이 즉시 되살아났다. 손 떨림을 따라 흔들리는 핸드폰 조명이 침대 옆의 화분을 비췄다. 조명을 받은 나무는 한 달 전과 별 다른게 없는 모습이었다. 벌벌 떠는 성규만 제외하고는 눈 앞의 모든것이 평화로워보여 혼자 호들갑을 떠는 것 같아 조금 뻘쭘해졌다.

 '나 지금 혼자 영화찍니...'

그러나 성규가 조명을 끄고 다시 누우려는 순간 바닥에 떨어진 흙가루들이 성규의 눈을 잡아끌었다. 자잘한 흙가루들이 화분 옆 부터서 화분이 원래 있던 창가 밑 자리까지 선명하게 이어져있었다.  순간 성규의 머리속에서 근 한 달간의 기억들이 주마등처럼 지나갔다.

흙 바닥에서 노는 어린애도 아닌데 요즘 왜 이렇게 방바닥에 흙이 떨어져있나고 잔소리하던 엄마...
가끔 하교하고 집에 돌아오면 성규의 방에 옷가지들이 흗어져 있다거나, 분명 잘 개고 나간 이불은 꼭 누가 덮고 있던 것처럼 구겨져 있다던가
책상 위 물건들의 위치가 미묘하게 바뀌어있거나 아무도 없는 방안에서 컴퓨터가 혼자 켜져 있기도 하고..

 그냥 컴퓨터 꺼놓는 걸 깜박했나보다, 옷이나 이불, 물건들 역시 아침에 급히 나가면서 흩어놓은 거라고 생각했었는데...
 
  '설마 그럼 지금 방에 나 말고 또 누가 있는.....'

  "으아아아아아악-!!"

 성규는 이 비명을 마지막으로 정신을 잃었다.


"야, 야, 깅성규! 일어나, 빨리! 이 새끼는 뭔 잠을 하루종일 쳐자고 있어."

 기절한지 얼마나 지났을까..누군가 침대 구석에서 이상한 자세로 기절해있는 성규를 발로 차서 깨웠다.
 
"아씨..어떤 새ㄲ...누나? 누가가 왜 여기 있어?"

기절했다가 잠이 든 건지 아니면 너무 오래 기절해서 그런건지 정신이 몽롱한 채로 의식이 돌아왔다. 눈을 떠보니 분명 이틀 전에 신나서 친구네로 간 규나가 서있었다.

 "왜냐니, 엄마 쫌 있으면 온다고 했어. 헛소리하지 말고 빨리 일어나"

 규나는 여차하면 한 번 더 찰 기세로 오른발을 들어올렸다.

 "아니 잠시만, 그게 아니라. 누나 내일 오는 거 아니였어?"

 '엄마 분명 내일 온다고 했었는데..'

 집보다 친구 집에 있는 걸 더 좋하하는 규나가 하루나 빨리 올리는 없었다. 성규는 왜 여기있어하는 표정으로 규나을 올려다봤고 규나 역시 얘가 왜이럴까하는 표정으로 성규를 내려다봤다.  

 "개소리하네. 빨리 일어나서 엄마 오기전에 밀린 설거지나 해놔."

 그 말을 끝으로 규나는 방에서 남자 냄새가 난다며 코를 막고 나가버렸다.

 "왜 나한테 잔소리야. 지가 일찍 와놓고.."

 닫힌 방문을 향해 투덜거리던 성규는 핸드폰을 찾았다. 성규의 핸드폰은 성규가 기절해있던 자리 옆에서 찾을 수 있었다. 기절하면서 방바닥으로 던져지지 않은게 다행이었다. 핸드폰을 소중하게 그러쥐었다. 자리에 앉아 생각에 잠긴 성규의 미간이 찌푸려졌다. 곧 온다는 엄마는 또 뭐고 누나는 왜 이렇게 일찍왔을까?

 '설마..'

 성규는 예상이 틀리길 바라며 핸드폰으로 시간을 확인했다.

 [2:00 pm. 5월 30일 일요일.]

 "엥??"

 '토요일이여야 되는데?'

 성규는 자신이 이틀동안 기절해 있었다는 게 믿기지 않아 몇 번이고 시간을 다시 확인했다. 딸깍. 딸깍. 시간 확인을 위해 홈 버튼을 반복해서 누르던 성규의 손이 점점 느려졌다. 몇 번을 확인 해봐도 오늘이 일요일이라는 건 변하지 않았다.
 
'그럼 이틀동안 난 강도랑 단 둘이 집에 있었던...?'

 이틀 전 날 밤의 일이 다시 떠오르면서 성규의 손 떨림이 다시 시작되었다.

 '아직 방에 있는건 아니겠지?'

 여차하면 거실로 뛰어나갈 준비를 한 성규는 천천히 고개를 돌려 침대 옆 화분있던 자리부터 살펴보았다.

 "어?"

 누군가의 흔적이 있길 바란건 아니었지만 어이없을 정도로 성규의 방안은 깨끗했다. 화분은 늘 있던 창가 밑 자리로 돌아가있었고 바닥에는 단 한 톨의 흙가루도 남아있지 않았다. 한밤중이었고 비몽사몽한 상태였지만 성규는 분명 바닥의 흙가루와 옮겨진 화분을 똑똑히 봤었다.  

 "꿈이라도 꿨나..?"

 이틀 전의 그 난리가 모두 꿈에서 비롯된 거였다면 자신은 약 이틀 동안 정신을 잃었단 건데....
잠시 눈을 굴리며 생각하던 성규는 이 어이없는 상황에 분노하며 폰을 이불위로 던져놓고 애꿎은 베개를 마구 팼다.

 '시발, 하루나 날렸어 롤이 몇시간이야 진짜!!'
 엄마와 누나가 없는 황금 같은 하루를 고작 꿈 때문에 날리다니 새가슴인 자신이 한심하기만 했다.

꼬르륵-
 
한참 절규하고 있는데 성규의 위가 요동치기 시작했다. 야식, 간식을 제외한 끼닛수만 따져도 다섯 끼를 굶었으니... 뱃가죽이 등과 붙은 것 같았다. 성규는 베개를 패던 손을 멈추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화는 이따내고 엄마도 곧 온다는데 일단 뭐라도 먹으면서 생각하기로 했다.
 배가 고파 제대로 힘도 안들어가는 몸을 이끌고 터덜터덜 나가던 성규는 나가기 직전 방안을 돌아보았다. 바닥은 여전히 깨끗했고 나무는 창으로 들어오는 햇살을 받으며 서있었다. 그냥 나가자니 꼭 화장실에 갔다가 뒤를 안 닦고 나온 것 같이 찝찝했지만 지금은 배고픈게 한참 우선순위에 있었다.

 

다음날.

 삐삐삐삐삐삐- 띠로롱, 철컥.

 "나 왔어."

 성규는 거실에 있는 엄마께 건성으로 인사했다. 이 시간대면 월화 드라마를 시청하시느라 제대로 된 대답을 들을리 없겠지만.

 "응, 왔니. 저 나쁜 년!! 저 여우년!"
 
역시나 드라마를 보시느라 정신이 없었다. 아들보다 드라마가 더 좋은가.. 성규는 고개를 절래절래 저었다.

 '잠깐만 롤하다 잘까.'

고삼인 덕에 공식적으로는 자율화된 야자도 반강제로 10시까지하는 바람에 피곤하긴 했지만 하루를 마무리하는 즐거움을 포기할 순 없었다.

 딸깍- 딸깍-

 '무슨 소리지?'

 막 방문을 열던 성규의 손이 멈췄다. 성규는 문고리를 놓고 방안의 소리에 귀를 기울였다. 엄마가 보시는 드라마의 대사 소리 외에는 아무 소리도 들리지않았다.

 '잘못 들었나?'

 성규의 미간이 살짝 찌푸려지고 이상함에 고개를 갸우뚱 했다.

 '딸깍, 딸깍, 헤헤헤...'

잘못들었나 하고 다시 문을 열기위해 문고리를 잡았을 때였다. 조용해야할 성규의 방안에서는 분명 이상한 소리와 웃음소리가 들렸다. 성규의 마른 손에 땀이 찼다.

 '확인해 볼까..말까?'

 성규는 도저히 혼자는 못열것 같아 엄마나 누나를 불러 같이 열어볼까 하는 생각을 했다. 하지만 알바를 하는 규나는 30분은 더 있다 돌아올 예정이었고 엄만..

 "이런 멍청한 놈이!! 지 마누라가 얼마나 영악한지도 모르고!!"

 엄만 드라마에 푹 빠져 성규의 부름은 뒷전일 것 같았다. 잠시 고민하던 성규는 결국 혼자 힘으로 해결하기로 했다. 자신도 이제 건장한 고삼이니 설마 제 몸 하나 못 지킬까 싶었다. 그래도 맨 몸으로 들어가려니 안전상의 문제도 있고 여러모로 무서웠다. 성규는 자신을 지킬 무기를 찾다가 초등 학교 때 잠시 배웠던 검도를 생각해냈다. 가방과 교복 마이를 벗어 문 옆에 내려 놓은 성규는 베란다에서 죽도를 찾아왔다. 죽도는 맘만 먹으면 강도쯤은 제압 할 수 있을 정도로 단단했다. 딱 하나 호구가 없는게 아쉬었다.(있어도 작았겠지만..) 죽도를 양 손에 꼭 쥔 성규는 방문 앞에서 한참을 망설였다. 오금이 저리고 아랫배가 시려왔다.

 '아 진짜 강도면 어쩌지? 아니야 난 죽도도 있고 엄마도 거실에 있으니깐..'

 성규는 심호흡을 하며 마음을 다잡았다. 문 하나를 사이에 두고 강도와 마주하고 있다는 걸 생각하니 죽도 손잡이가 축축해질 정도로 땀이 났다. 등줄기에도 식은땀이 주르륵 흘렀다.

 꿀꺽-  

 얼마간의 격렬한 내적갈등 끝낸 성규는 비장한 표정으로 문고리를 잡았다. 긴장으로 인해 손바닥에서는 닦아도 닦아도 땀이 났다. 땀 때문에 몇 번을 미끄러지고 나서야 방 문을 열 수 었었다. 슬며시 문을 열자 어두운 방안과 사람의 실루엣이 성규의 시야에 들어왔다.
 
 '누가 있다!!'
 
진심으로 아무 일도 아니길 빌었는데... 가뜩이나 긴장 때문에  죽을 것 같은 데 눈앞에 사람의 실루엣이 보이자 다리에 힘이 풀리려고 했다.
정말 다행스럽게도 강도로 추정되는 사람이 문을 등지고 성규의 책상 앞에 앉아 있었고 아직 성규에게 발각된 것을 눈치 채지 못한 것 같았다. 성규는 조용하고 조심스럽게 강도의 등 뒤로 다가갔다. 그리고 강도의 정수리를 향해 죽도를 조준했다. 성규는 신중하게 자세를 잡았다.
 
 '이 한 방에 내 목숨이 달렸다.'
 
 죽도를 세게 내리치려는 순간, 인기척을 느낀건지 강도가 고개를 돌려 성규를 바라보았다.

 'ㅈ됏다.'

 강도는 죽도를 내리치려는 자세 그대로 굳은 성규를 보고는 씨익 웃었다. 성규의 머릿속에 앞으로 성규에게 벌어질 것 같은 100가지 정도의 끔찍한 상황들이 나열됐다.

 삐걱..

 자신도 모르게 눈을 질끈 감은 성규의 귀에 의자가 삐걱이는 소리가 들렸다. 강도가 자리에서 일어난 것 같았다. 성균는 이미 정신이 반쯤 나가 소리를 지를수도 뒤로 물러날 수도 없었다. 강도는 웃는 얼굴로 성규에게 한걸음 다가왔다.

 

-------

등장인물 중에 규나는 성규네 누나에요ㅋ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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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1
아이고 성규 넘 귀여워요 ㅋㅋㅋㅋ
8년 전
독자2
성규얔ㅋ귀여워ㅠㅠ
8년 전
비회원도 댓글을 달 수 있어요 (You can write a commen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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