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GM랩몬스터-Monterlude
"일 구한다는 건 어떻게 됐어?" 석진 선배는 속 없이 내게 그리 물었다.다행히도 중간에서 내 눈치를 보고 있던 동기에 의해 석진선배는 뭐라 말을 잇기전에 입을 다물었지만 일단 엎질러진 물이었다.동아리방의 분위기가 석진선배의,잘생기고 집안좋고 성격좋은 석진선배의,눈치가 더럽게 없어서 관상용으로 취급되는 석진선배의 말 한마디로 꽝꽝 얼어버렸다. 나도 딱히 그 분위기를 억지로 풀어내고 싶지도 않았고 일단 석진선배는 자기 스스로 말을 멈추었으니 그걸로 되었다.그래도 석진 선배는 잘생겼으니까 대꾸해줘야겠지? “계약직 같은건데,숙박이랑 식사도 제공해줘요.근데 정신소모가 심해요.” “안녕하세요 고객님 같은거야?” “그게 나을수도.” 석진선배는 이해가 간다는 식으로 고개를 끄덕였다.분명 저 선배는 내가 무슨 일을 하고 있는지 절대 모르고 있다.일단 정신소모를 한다라는 말을 정상인을 상대하는것이라는 정상적이 사고로는 절대 내가 그 정신병동에서 살아남고 있는지를 이해할 수 없을 것이다 *** 누구는 대학에 딱 들어가면 그 뒤의 길은 내 앞에서 저절로 펼쳐질거라 생각안했나? 학창시절 남들이 청춘 드라마 찍을 때 그 옆에서 병풍이 되길 자처하고 남들이 그런 아이들을 남몰래 좋아할 때 혼자 꿋꿋이‘내 스타일 아니야’라며 산통깨는 말을 해댔는데,물론 집에가선 그아이를 앓곤 했지만.다 남들이 말하는 성공가도에 오르기 위해 그리 내 10대시절의 색을 죽여가며 공부했는데 현실은 더 넓은 세상아래 더 높은곳으로 혼자 내달려야 했다 “인턴경험은 없으시고,학벌은 좋으신데 경험이 없는사람 거두어 줄 정도로 저희 회사가 널널하지 않습니다.안타깝지만 탈락입니다.” 그놈의 인턴경험,맨몸으로 태어난 사람들에게 천쪼가리 하나 갖지 못한 걸 원망하면 어떡해.그렇게 태어나고 자랐는데.흙수저니 금수저니 남들이 그렇게 불평하고 부심부려대도 나는 우리 집안에서 건강하게 태어난 것만으로 해도 자랑스럽다며 혼자 지식인인척 개념있는척은 다하고 다녔는데 결국 내가 하던 말은 페이스북 좋아요감 밖에 되지 못한거다.흙수저들의 좋아요를 받은 흙수저는의기양양해 진채 결국 나락으로 떨어진다.그리고 좋아요를 누르겠지?아마 글의 제목은 ‘나는 자기계발서가 싫어’뭐 이런 것 일 테다. “이모,소주한잔만 더요.” 빌어먹을 세상,거지같은 세상.내가 확 죽어버려서 뉴스에 대문짝만하게 삼포세대를 비관한 20대 여학생 결국 생명도 포기,모든걸 포기해야하는 요즘 젊은세대-뭐 이런 제목으로 나가면 무언가 달라질까? “젊은 학생이 말이야,요즘 흉흉해가지고 혼자 술마시고 그러면 금방 장기 털리고 그래.” 아니,세상은 심하면 심했지 절대 변하지는 않을 것이다.쓰디쓴 세상 앞에서 날이갈수록 달아지는 술뿐인것만 같다.내가 바랬던 20대는 이게 아니였는데,괜시리 감성적이게 차오르는 눈물에 짜증이 났다. 내가 병풍을 해주던 그 아이들은 공사판에서 노가다를 뛸까-그 가운데 아빠가 대기업 이사라는 여자애도 있었는데 걔는 좋은 집안 소개받아서 시집이나 가겠지?결과는 내 생각처럼 달지도 않았고 그렇다고 해서 달아질 희망조차 보이지 않았다. 포장마차 저 뒤편에서 앉아 혼자 술을 마시던 나를 뚫어져라 쳐다보는 남자와 눈이 마주쳤다.그남자는 나와 눈이 마주치기가 무섭게 바로 눈을 피했고 괜히 내가 병균이라도 되는것 같은 심정에 술기운이 확 올라왔다. “야!넌 취업되냐?엉?넌 취업이되냐?난 취업이안되는데. 취업이 되서 인턴되니까 나같은 취준생은 인간으로 안보이냐?!!!” “...저요?” “그래요,너요!!! 너이새끼야.너도 아빠가 회사운영하시니?” “...?” 비틀거리는 발걸음으로 힘겹게 그 남자 앞으로 다가갔다.성인인 것 같은데 테이블에는 오뎅과 떡볶이 그리고 콜라 한캔이 반쯤 따여진채 놓여있었다.남자는 엉겹결에 자신의 테이블위에 걸터앉은 나를 한손으로 지탱한채 또다른 한손으로 기울어지는 테이블 끝을 부여잡았다. “야!넌 취업됬냐?일자리가 있어?” “네에-일은 하고 있다만..” “뭐야?일을해?돈을 벌고 있다고?나도 알려줘.” 나는 급하게 그의 앞에서 무릎을 꿇고선 그의 다리를 온몸으로 붙잡은채 엉엉 울며 빌었다.따가워지는 주위의 시선에 남자는 몸을 쭈그린채 앉아 자신에게 기생하는 나를 떼어내기 시작했다.남자는 놓아줄 생각이 없는 나에게 "알았어요,일자리....일자리 줄테니까 제발 내려놔요.”라며 내 두손을 떼어냈다. “징짜지?징짜?우와 너는 복받을거야~내가 빌어줄게,너의 앞길에 치얼스-유얼 마이 갓 블레싱유!” *** 미친년아,갓 블레싱 유가 뭐야,블레싱은 뭐야.블레이즈냐?술이 깨고 눈을 뜬곳은 바로 내가 지금 서식하는 정신병동 소파 위였다.눈 앞이 또렷해지는 것과 정확히 비례할 정도로 또렷하고 떠오르는 어젯밤 기억에 나는 떴던 눈을 다시 감아야했다. [발신자~~표시~~~제~한~?안 받을 꺼야,근데 받을꼬다?놀랐찌?] [일 하나 할래요?] [여부세여?블레이즈니?맞찌?나 옛날에 너 살려고 푸마에 가서 포토팩 5장달라 빌었는데.블레이즈 너어~일자리를 주다니...징짜 약속을 지키는구나?] [연 1억,그대신 중간계약 해제시 2배로 갚아야 돼요.] [레이즈야...난 감덩이다?쪼아쪼아 나 할꼬야!] 미친...앞으로 내가 술을 마시면 석진선배랑 눈치게임을 한다
“방금 눈 뜬거 다 봤다!빨리 일어나!” “어떡할 생각인거야?남는 방은 있어도 적응이 가능한곳이 아니야.”
“그럼 밖에서 일하러왔다는 사람을 안사요-이러면서 내쫓아요?” 한결같은 남자의 목소리였다.남자라면 초등학교때 전학 가기전 급히 손을 잡아본 짝사랑한 남자아이 ,아빠 그리고 관상용 석진 선배밖에 없는 내게.이런 시련을 주시다니-신은 나를 자신의 턱에 붙이고 다니게 분명하다.그렇지 않으면 이렇게 나를 굽어 살피지 못할 리가 없지 않는가.머리속에서는 어떻게하면 자연스럽게 이곳에서 벗어나 자취방에서 콩나물을 끓여서 해장을 할지 고민중이었다.그나마 다행인건 오늘은 공강이라는 점이였다.
“일단 일어나봐,니가 갖고온 짐은 니가 처리해야 될 꺼 아니야?” “...?제가 제 짐을 들고왔다고요?!!” 누워있는 내 옆에서 손을 흔들던 김태형씨는 놀라서 벌떡 일어난 나에 의해 나동그라졌다. “남준아 나 완전 용수철인줄 알았다?”
“알겠으니까 떨어져요.” 짜증스레 말하는 민윤기씨의 말에 놀라 주위를 둘러보니 그곳에는 내 대학 전공서적과 같은 잡동사니들과 장롱안 옷들을 다 꺼내왔는지 해외여행캐리어에 가득 어지러져있는 내 옷가지들이 거실 온곳에 늘어져 있었다. “여러분이 옮기신거...?”
“아닙니다만,당신이 다 가지고 오셨습니다..” "어디서 거짓말이예요?무슨 제가 움직이는 성도아니고 ...”
“완전 그 로봇고양이 같았어 계속 꺼내서 옷자랑하고 하다가 막 토도 했어.” “...?” “토한거 정국이가 치웠어,남준이가 중간에 너가 토하는거 보고 기절해버려서...” 내 얼굴이 김태형씨가 어젯밤 썰들을 풀수록 점점 파리해져감이 느껴졌다.머리속에서는 상황들이 영화처럼 상영되었고 옷뿐만 아니라 속옷들을 자랑해가며 착용해보지 않겠냐며 권유하던 내 모습에 점점 절망적인 상황에 치닫았다.
[그게 뭐야?] [찌찌가리개야-가릴 것도 없는 주인을 위해 막 스펀지 같은걸 먹는다?] [우와~신기하다.] [짜잔~스펀지 하나로는 커버가 안돼서 얘는 과식을 한다?완전 대단하지?] “...사실?”
“응!사실이야,그래도 나는 너가 와서 참 좋아.너는 나랑 놀아줄 수도 있고.무엇보다 전정희의 연애담을 잘들어주고 맞장구쳐줄 수 있잖아,” “전정희요?” “응,전정희라고 시끄러운 여자애있어,다리에 털많고.” 저는 블레이즈에게 일자리를 받았습니다.내 학창시절을 책임지던 보단쇼넨단의 산물인 블레이즈가 저에게 엿을 먹였는데 어느쪽으로 욕을 하면 되는거죠?
“그러니까,우리랑 같이 살자!” 암호닉은 계속 받고있습니다!! 저와 같이달리는 암호닉분들~~ [몬잘][비비빅][얼음땡][0103] 이제는 진짜 방탄이들과 개망나니 해피하우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