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 망했다. 네임이라니. 22년 평생을 노 네임으로 살아온 내가 네임이 되다니. 이게 말이 돼? 아니 보통 20살 이전에만 발현하는 거 아니었나? 하- 뭔 이름이 작게 적혔냐 이름은 또 이제노가 뭐야. 아 짜증나게 이름 하나는 이쁘네. 이상으로 자고 일어나니 떡하니 왼손 약지 안쪽에 네임이 생겨난 사람의 소감이었다. 이채리는 어제 자는데 손가락이 간지럽길래 모기인가? 하고 손가락을 긁으면서 잤다. 근데 이게 웬걸 모기가 아니라 네임이었던 것이었다. 혹시나 지워질 수 있는 건 아닐까 하고 손으로 긁어도 보고 침도 묻혀봤다. 속으로 욕이란 욕은 다 긁어서 하면서. 하- 역시나 다 헛된 짓이었다. 망했다. 진짜 망했다. 이채리 머릿속에 1순위로 가득한 생각이다. 왜 이렇게까지 좌절을 하냐.라고 물어본다면 이유는 간단하다. 이채리는 애인이 있기 때문이다. 그것도 무려 고등학교 때부터 5년을 사귄 애인. 같은 학교를 나와 알만한 사람들은 다 아는 유명한 커플이었다. 노네임과 노네임이 만나 운명적인 사랑을 이루었다고. 어쨌든 애인을 만나러 갈 준비를 하던 중이던 채리는 평소에는 끼지 않던 두꺼운 반지을 껴 어찌저찌 네임을 가리고는 핸드폰을 챙겨 집을 나왔다. 띵- 재민이에게 톡이 왔다. 톡 방에 들어가서 메시지를 확인함과 동시에 전화가 걸려왔다. ‘어-’ ‘봐놓고 답장이 왜 이렇게 늦어-’ ‘미친. 답장하려고 하는데 채팅방 1 사라지자마자 전화한 사람이 누군데.’ ‘흐흫 보고 싶으니까 그러지- 어디야?’ ‘약속 30분 남았고, 나 이제 출발했어.’ ‘난 어디게~?’ ‘뭐 어딘가에 있겠지. 뭐.. 어딘데?’ ‘왼쪽 보세용~’ 아 평소 같으면 이미 달려가서 안겼을 텐데 선뜻 달려갈 수가 없었다. 하루아침에 생겨난 이 망할 네임 때문에. 일단 질러봅니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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