뱀파이어쫑X치훈쌤 잠이 오지 않아 이리 저리 뒤척이다가, 괜한 생각만 들어 바람이라도 쐴 겸 옥상으로 향했다. 오늘만 벌써 3명. 내가 맡은 환자들이 죽었다. 이제는 안타까움보다는 죄책감만이 느껴진다. 내가 여기에 오지 않았다면, 그저 허황된 선의로 이곳에 오지 않았더라면. 그들은 나보다 좋은 의사를 만나서 무사할것이고, 나의 약혼녀와 함께 결혼식도 올렸겠지. 처음 이곳에 왔을때도, 보름달이 떴었는데- 낯선 하늘에 뜬 보름달을 보다가, 괜히 눈물이 날것만 같아서 고개를 푹 숙였다. 내가 의사이긴 한걸까. 나의 실수 때문에 그들이 죽었는데. 내가 의사라고 불릴수 있을까. 머릿속이 복잡하다. 난, 그저- 그들이 다시 행복해지기를 바랐을 뿐이였는데. 어째서 이렇게 된걸까, 지진과 전쟁으로 사람들이 죽고, 다쳐가고 있는데. 내가 할수 있는 것이라고는, 고작 환자들의 마지막을 지켜보는것 뿐인걸까. 실력보다 앞선 의욕이, 이렇게 나를 무너지게 만든걸까. 옥상에서 내려와 하염없이 걷다보니, 어느덧 영안실 앞에 발이 멈추었다. 영안실의 문을 열자, 싸늘한 기운이 괜히 기분을 으스스하게 했다. "...미안해요...살리지 못해서." 어차피 듣지도 못할텐데, 죄책감과 자괴감에 사로잡혀 중얼거렸다. 아직도, 기력을 잃은 시체에서는 환자들의 괴로움과 아픔이 느껴지는 듯 해서 더더욱 가슴이 아팠다. "미안해요...정말...나만...나만 아니였다면... 내가 조금 더 실력있는 의사였다면... 지금쯤 건강해져서 행복해 할텐데..." 의사가 된 이후로 내가 울면 환자들도, 환자의 가족들도 약해질테니까. 무슨 일이 있어도 절대 울지 않겠다고 다짐했는데. 뜨거운 눈물이 차가운 두 뺨을 적시고 하염없이 흘러내리고, 또 흘러내렸다. 안돼. 이치훈, 울면 안돼. 넌 의사고, 사람들을 살려야 하잖아. 원망스럽게도 멈추지 않는 눈물을 억지로라도 멈추려 입술을 깨물었다. 아- 비린맛이 느껴진다. 피가 나는걸까. "...피..." "........?" "피...피를...줘..." 순간 누군가의 팔이 목과 허리를 감쌌다. 당황해서 애써 저항하려고 해도, 도저히 빠져나갈수가 없었다. "다, 당신 누구야-?!" 방금전까진 내 뒤에 있었는데, 어느새 내 앞에 나타난 사내는, 금발에 푸르게 빛나는 눈동자를 가진, 어쩐지 이 세상 사람이 아닌것만 같은 남자였다. "피...피......." "이게- 뭐하는 짓...으읍-!!" 남자는 내 입술에 묻은 피를 보더니, 마치 달콤한 막대사탕이라도 되는 양 쪽쪽 빨아댔다. 하지만 그것으로는 영 만족하지 못했는지, 내 입에 혀를 쑤셔넣고, 입안 구석구석을 돌아다녔다. "당신- 대체-" 아아- 왠지 나른하고 무기력하다. 마약 중독자처럼 황홀하다는 듯한 표정으로 나를 보던 남자는, 뭔가 아쉽기라도 했던 건지, 내 목에 그의 송곳니를 박아넣었다. "크헉..." 고통스러움도 잠시, 알수없는 쾌감과 무기력함이 내 몸을 물처럼 잠식해왔다. 점점 남자의 얼굴이 잔상처럼 조각조각 흩어져갔다. 온몸에 힘이 풀려, 쓰러지고 말았다. * "치훈쌤! 치훈쌤! 일어나봐요!!" "으으응-" 눈을 떠보니, 얼마 전 흉부외과에 새로 왔던- 이름이, 아마...김성우였던가, 아, 역시 아까 그건 꿈이였구나. 그리고 옆의 남자는- "히이이익!!" 분명히, 아까 보았던 남자와 똑같이 생겼는데, 애쉬색 머리에 갈색 눈동자의 남자였다. "왜 그러세요, 혹시 어디 아프세요-?" "이- 이 사람이, 아까-" 눈동자는 갈색이지만, 여전히 뭔가 이상하다. 살짝, 살기가 느껴진다고 해야하나- "아아- 이분이 치훈쌤을 살린거에요. 잠이 안와서 병원 주변을 산책하고 있었는데 갑자기 저를 끌고 오시더니- 치훈쌤이 영안실 안에서 쓰러져 있었다고- 이 분 아니였으면, 치훈쌤 감기 걸릴뻔했어요." 그러면서 멋쩍게 웃어보이던 성우씨는, 손을 뻗어 나를 일으켜 줬다. "그럼- 푹 자시고, 내일 봬요!" 그러고서는 성우씨는 긴 다리로 느릿느릿 복도 끝으로 걸어갔다. 어, 설마 그럼- 이 미친 남자와 함께 있어야한단 말인가. "아- 자, 잠시만요-!!" 내가 성우씨를 부르자마자, 남자가 내 팔을 붙잡았다. "에, 뭐- 하실 말씀이라도...?" "아- 아니에요- 감사합니다. 내일 봬요!" "네, 치훈쌤도 안녕히 주무세요-!" 그리고 다시 성우씨는 발걸음을 돌려 계단으로 올라가 버렸다. 대체, 이 남자는 뭐하는 사람일까- 혹시, 인신매매라던가, 싸이코라던가 그런걸까- "...아무한테도 말하지마." "...예?" 왠지 쇳소리가 날것 같았는데, 의외로 부드러운 목소리의 남자는 잠시 망설이더니, 다시 말을 이어갔다. "아무한테도, 내가 뱀파이어인거 말하지 말라고." 히익- 아무래도 진짜 미친게 틀림 없다. 트와일라잇같은 영화를 감명깊게 보고 자신이 뱀파이어라고 믿는 사람이 범죄를 저질렀다는 것을 어느 신문에서 읽은적이 있는데. 설마, 이 사람도 그런걸까- "...안 믿기겠지만, 진짜 뱀파이어 맞아." 저런- 아무래도 정신과에 가봐야 할 필요가 있겠는데... "아하하, 그러시군요-" "...뭐- 믿고싶지 않으면 믿지 말던가. ...하지만, 절대 말하면 안돼." 미친 남자라고 하기에는 남자의 표정이 진지해서 살짝 믿어야하나- 고민도 했지만. 말도 안된다. 21세기 과학과 의학의 시대에 뱀파이어라니- "...이치훈." "...네?" "이름이랑 얼굴 다 기억하고 있어. 혹시라도 내가 뱀파이어란거 말했다간-" 잠시 입을 앙다물더니, 아까의 그 소름돋게 차가운 푸른 눈에 금발로 변한 그가 다시 말을 이어갔다. "죽여버릴거야." 그래, 이것은 거짓말도, 저 남자가 미친것도 아니다. 다리가 후들후들 떨린다. "...지금 안 죽이는걸 감사히 여겨." 남자는 그 말만을 남긴 채 떠나 버렸다. 뭐야, 대체... 설마- 진짜 뱀파이어였던걸까. * 오늘은 보름달이 떴네- 중얼거리며 병원 밖으로 나왔다. 괜시리 기분이 찝찝하다. 아까 그 인간 때문인가? 뭐, 이 정도로 경고했는데- 설마 뱀파이어가 있다고 소문내고 다니지는 않겠지만... 역시나, 내 자신에게 살짝 화가 난다. 그때 이후로- 다시는, 피를 먹지 않겠다고 다짐했는데. 뭐- 그래도 오늘은 죽은 사람을 먹고, 산사람은 죽이지 않았으니까. 괜찮겠지. 어느새 집 앞까지 다 왔다. 여기도 겨울은 겨울인가- 살짝 싸늘한 공기에 입김을 하- 하고 내뿜었다. 에이 씨, 왜 이렇게 춥담- 차가운 문고리를 돌리고, 신경질적으로 문을 쾅 닫았다. "야, 채식주의자. 어디 갔다온거야- 토마토를 밭에서 만들어오는줄 알았..." "어- 사고치고 왔어." 나의 그 말에 김기범은 잠시 멈칫하더니, 바로 미주알고주알 캐묻기 시작했다. "또 뭔짓을 했는데?! 설마, 이번엔 토마토가 너무 불쌍해서 토마토도 안먹는단건 아니지?" "아니...그런건 아니고. 너무 배고파서, 사람 둘 정도 깨물었어." 그 말을 듣더니 눈을 동그랗게 뜨고는, 잔뜩 흥분된 어조로 이런저런 쓸데없는 훈계를 시작했다. "하이고- 역시 그럴줄 알았어- 송충이는 솔잎을 먹고 살듯이. 뱀파이어로 태어났으면 피를 먹어야-" "그건 그냥...실수였던거야...이젠 더는 안 먹을거야." "하, 진짜. 그러지 말고- 어차피 너나, 나나- 피 먹고 살게 태어난 뱀파이어잖아? 인간들도 가축이나 그런것들 다 잡아 먹잖아. 그런데 우리는 피 빨아먹으면 뭐 어때서-" 라고 말하면서도, 토마토도 떨어지고 마트도 지진으로 문을 닫았는데, 어디서 구해온것인지 토마토 주스가 담긴 유리잔을 내게 건넸다. "...뭐어- 인간들도 다 고기만 먹는건 아니잖아. 그 중에서도 채식주의자는 있잖아? 난 그런거라구." "너도 알고 있잖아. 몸이 점점 약해지는걸-" ...사실, 맞는 말이기는 했다. 20년 전까지만 해도 내가 기범이보다 훨씬 더 빠르고, 훨씬 강하고 위협적이였는데. 이제는 뱀파이어 헌터들조차도 나를 노리지 않으니- "우리, 그땐 좋았었잖아. 날이면 날마다 사냥 나가고, 피를 빨아먹고-" 아무 말도 없이, 손에 들린 토마토 주스 잔을 벌컥 들이켰다. "지금이라도 늦지 않았어. 몇명만 깨물어도 감은 원래대로-..." "...있잖아." "분명히..." "피를 먹는다는것, 정말 혐오스럽고 끔찍해." "...김종현." 살짝 미간을 찌푸리더니, 김기범은 나를 벽쪽으로 밀쳤다. "...넌 뱀파이어야. 인간이 아니라구. 아무리 토마토 주스만 마신다고 해도, 무의식적으로 넌 피를 갈망하고 있다고." "...아니야." "...하아아-" "...나는, 적어도- 너처럼 잔혹하게 인간을 살해하고 먹지는 않을거라구." "너 진짜- 답없다." 땅이 꺼져라 푸욱 한숨을 내쉬더니, 김기범은 다시 부엌으로 향했다. "너- 인간처럼 산답시고 아무리 발버둥 쳐봐도- 넌 인간이 될수 없어. 넌, 아무리 노력해도 뱀파이어라구." "...그렇지 않아." "하아아- 우리가 아무리 신분 위조를 하던 뭘 하던 해서 살아간다고 해도, 우리는 몇백년 넘게 사니까 결국에는, 인간 친구를 사귀지도 못할 뿐더러-" "...아니야." "인간으로 산다는거는, 들어본적도 없고. 본적도 없어. 만약 그렇게 산다고 해도, 동족들이 널 똑같이 받아들일거라고 생각해? 분명 1초도 안돼서 물어 뜯길거야. 그럼 인간은? 인간이, 자신들을 살해하고 피를 먹는 우리와 친구를 해줄까? 전혀 아니라구. 그러니까 이제 그만-" "...있다고." "...뭐?" "인간 친구, 있어." 안녕하세요! 픨쏘! 입니다! 소설을 잘 못쓰지만(...) 그래도 뱀쫑치훈 영업용 소설을 쓰게 되었습니다! 독방이던 글잡이던 뱀쫑치훈 써주세요...뱀쫑치훈... 간단히 인물 설명을 하자면, 낯선땅 우르크로 약혼녀(임신 안한상태)를 두고 봉사를 온 치훈쌤과 몇십년전 '인간 사냥꾼'으로 불리울 정도였던 종현이 (오그리토그리), 종현이와 같은 뱀파이어 기범이, 우르크로 봉사를 오신 성우쌤과 뱀파이어 헌터 태민이입니다! 다각이기는 한데 커플링은 현유 중심이에요! 전개가 허접하고 미숙하겠지만 봐주시면 당신은 천샤월...♡ 아 그리고 제목 공모받습니다ㅠㅠㅠ 일단 제가 생각한건 달의 후예밖에...ㅠㅠ 참신하고 예쁜 이름 추천받아요 ㅎㅅ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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