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or seven days(7일 동안) # Friday1
Worse on Friday,
금요일에 위독하고
- 마더구스 <솔로몬 그란디> 5절
자동문이 매끄럽게 열렸다. 그 사이로 사람들이 하나둘씩 밖으로 나간다.
간단한 서류가방부터 짐이 가득한 슈트케이스까지 각자의 짐을 들고 입국장을 벗어났다.
나 또한 중형 슈트케이스와 서류가방을 들고 입국장 밖으로 나왔다.
입국자들을 기다리는 사람들이 많이 있었다. 그들의 웅성거리는 소리에 귀가 따가웠다.
그들 중에서 나를 쳐다보는 시선을 느껴졌지만 항상 있어왔던 일이라 개의치 않았다.
어서 그 자리를 벗어나 공항 바깥까지 걸어나갔다.
익숙하다고 해서 좋아하는 것은 아니었으니까.
"날씨 좋은데."
하늘은 푸르고 구름은 하얀 솜사탕 뭉치 같았다. 조금 추웠지만 이 정도 봄날씨는 중국보다 따뜻한 편에 속해서 나름 좋았다.
로밍을 마친 휴대폰을 꺼내 익숙한 번호를 입력하고 통화버튼을 눌렀다.
로밍 안내멘트와 함께 얼마간의 통화음이 들리고 상대방의 목소리가 스피커에서 흘러나왔다.
[Hey~ Sun yang. Do you arrived Korea?(어이~ 쑨양, 한국에 도착했어?)]
"Yes, I do. I walk away from the airport now.(네. 도착했어요. 방금 공항에서 빠져나왔어요.)"
[OK! Then go to gate 3 exit. Someone wait for you.(그래! 그럼 3번 게이트로 가. 누군가 널 기다리고 있을거야.)]
"Ok.(알았어요.)"
[See you later, Sun yang.(나중에 봐. 쑨.)]
전화 상대자는 꽤나 경박한 목소리로 말하지만 실제 성격은 조용하고 다정했다.
친한 사람에게만 이렇게 말한다는 것을 아는 나는 웃으며 통화를 끝냈다.
통화를 끝내고 공항 3번 게이트로 향했다. 나처럼 이미 공항밖으로 나온 사람들 사이로 헤쳐나갔다.
그러나 지나가기가 쉽지 않았다.
아, 게이트를 나오기 전에 전화할 걸 그랬다.
공항 안에서 해당 출구로 가는 것이 수월할 것 같아서 좀 후회가 되었다.
공항리무진을 타려고 몰려드는 사람들때문에 지나가는 것이 참 까다로웠다. 덕분에 몇번이나 Sorry!를 외쳤다.
3번 게이트쪽으로 가니 한쪽에 검은 차량이 서 있었고 그 앞에 한 남자가 서 있었다.
영어와 한자로 쓰여진 내이름이 적힌 종이를 들고 있었다.
그 남자에게 다가갔다. 나를 알고 있는 것인지 시선을 마주치자 마자 고개를 숙이며 걸어와 악수를 청해왔다.
나 또한 그 악수에 응하며 그의 인사를 받았다.
"Mr.Sun. Nice to meet you.(쑨양씨. 만나서 반갑습니다.)"
"Ah...Yes. Nice to meet you, too.(아, 네. 저도 반갑습니다.)"
"I'm Jeong Jae-min. And...에...그러니까...(저는 정재민이라고 합니다. 그리고...에...그러니까...)"
"아, 한국어로 하셔도 됩니다."
남자는 영어가 익숙하지 않은지 자기소개까지 마치고 쉽게 말을 잇지 못했다.
한국어를 배워서 말할 줄 알았기 때문에 한국어도 괜찮다는 말을 건넸다.
그랬더니 눈이 휘둥그레진다. 그 모습이 좀 웃겨서 웃음이 튀어나올 뻔했다.
동그랗게 뜬 눈과 퉁퉁한 얼굴이 복어와 닮았다. 외모가 재밌다고 웃는 것은 예의에 어긋나는 실례라서 겨우 웃음을 참아냈다.
"와...한국어 잘하시네요?"
"네. 좋아해서...배웠어요."
"아, 그래서 사장님께서 절 보내셨구나. 의사소통에 문제 없을거라고 말하셨거든요. 제가 좀 영어가 안되서..."
남자는 좀 난처한 표정을 지으면서 뺨을 긁적였다.
난 말없이 웃었다. 그리고 트렁크에 짐을 실고 조수석에 탔다.
곧 차가 움직였고 공항에서 빠져나왔다.
달리는 자동차 창밖 너머로 푸른 하늘을 올려다 보았다. 그리고 눈부신 태양빛을 바라보았다.
세상을 모두 밝히는 태양. 중국에서도 하늘에 떠오른 태양을 볼 때마다 그리움에 젖어 들었다.
익숙하면서도 낯선 한국땅에서 바라보는 태양은 중국에서 보던 것과 다름없었지만 달랐다. 느낌이 달랐다.
「햇님아!」
환하게 웃는 소년이 머릿속에 떠오른다. 웃는 모습이 무척 예쁜 소년이었다.
추억 속에서 자신과 함께 뛰어다니는 귀여운 소년. 지금은 어떤 모습일까.
사는 게 바쁘고 사는 곳이 너무도 멀어 한동안 보지 못했더랬다. 그만큼 그리움만 커졌다.
"보고 싶다."
나조차 들리지 않는 몹시 작은 목소리로 추억의 소년의 이름을 불렀다.
"태환형."
-
"Hey! Sun yang! Long time no see!(정말 오랜만이다!)"
"Hi. Min-seong. How's everything?(잘 지냈어요?)"
"Sure do! How about you?(물론이지! 넌 어때?)"
"Me, too.(저도 역시.)"
몇년 전부터 알고 지내던 형으로 한국에서 제법 잘 나가는 벤처기업 사장이었다.
많은 나이는 아니지만 새로운 기술로 만들어 사업을 시작했고 천재적인 수완으로 기존 시장에 입성하는 것을 성공했다.
아주 대단한 성공이었다. 떠오르는 블루칩이었던 1인 기업에서 이제는 다수의 직원을 아우르는 중소 기업이 되었다.
거기다 독보적인 기술로 여러 기업과 커넥션을 만들었고 내가 다니는 기업과도 계약을 체결했다.
이번에 우리쪽과 협력해서 진행하는 프로젝트로 한국에 장기간 파견할 사람을 모집했고 공지가 뜨자마자 신청서를 제출했다.
다섯명의 파견자가 결정되었고 그들 중에서 나도 포함되었다.
한국에 파견되는 것은 일주일 후였지만, 난 회사에 진정서 제출하고 미리 출국하여 한국에 먼저 왔다.
장기간 한국에 머물 수 있는 찬스를 버릴 수 없던 나는 이번 기회에 사람을 찾고 싶어 미리 온 것이었다.
호텔에서 머물 수도 있었지만 형을 통해 미리 한국에 거주지를 만들었다.
고마움도 전할 겸 인사를 하러 한국에 오자마자 형과 만나기로 했고 형은 사람을 보내주었다.
"Now that you're in Korea and speak Korean. Don't like?(이제 한국에 왔으니까 한국어로 말해라. 싫으냐?)"
"I don't care.(난 상관없어요.)"
"하하. 그래. 아무래도 그게 의사소통에 좋아. 대부분 영어를 할 줄 알지만 익숙하지 않거든. 영어 울렁증이랄까."
"후후. 한국에 왔으니까 한국어 써야죠. 안그러면 한국어 배운 보람이 없잖아요."
"짜슥~"
귀엽다는 듯한 표정을 지으면 내 머리를 쓰다듬으려고 했다.
하지만 평균 키를 간신히 도달하는 형에게는 버거웠다. 허리를 숙여 머리를 내밀었고 형은 고개를 끄덕끄덕 흔들며 머리를 쓰다듬는다.
"밥 먹으러 갈까? 배고프지?"
"아, 그럴까요."
"아 그리고 여기 열쇠."
근처 식당으로 걸어가면서 형이 건네는 쪽지를 받았다. 열쇠라면서 종이를?
의아한 마음에 쪽지를 펼쳤고 순간 감탄사를 내뱉었다.
도어락 비밀번호가 적힌 쪽지였다.
"요즘은 열쇠 잘 안써. 그게 열쇠다. 대부분 건물에는 도어락을 달아놓거든."
"알았어요."
"네가 원하는 곳에 선정하느라 힘들었다."
"고마워요. 형."
"고마우면 밥사라."
"얼마든지."
"밥 먹고 데려다 줄게. 오늘 널 위해 시간을 내주마."
"사장이 그래도 돼요? 직원들은 일 시켜놓고..."
"원래 안그래. 너니까 특별히 그래주는거야."
"고마워요."
"밥 두번 사라. 아니 네번 사. 이것도 봐주는거야."
밥을 먹고 앞으로 지낼 거주지로 갔다.
주택단지에 조성된 아파트단지라서 시끄럽지도 않고 입주자들만 주차할 수 있게 되어 있어서 주차공간이 복잡하지도 않았다.
내친 김에 집안도 둘러보고 도어락 비밀번호도 변경했다.
집은 이미 바로 들어가서 살아도 무리없게 준비되어 있었다.
세심하고 다정한 형은 나를 위해 준비해놓은 것이었다.
너무 고마웠다.
"너 사람 찾는다고 했지?"
"네."
"어떻게 알아보려고? 흥신소?"
"글쎄요. 방법까지는 알아보지 않았는데..."
"잘해봐라. 난 안 도와줄거야."
"네. 혼자서 잘 해볼게요."
안 도와준다고 으름장 놓아도 도와줄 사람이었다.
형을 바라보며 빙긋 웃음을 지었다. 그러한 사실을 자신도 알고 있는 형은 얼굴을 잔뜩 찌푸리며 뺨을 붉힌다.
실컷 구경하고 나중에 연락하라고 말하며 집을 나서는 형을 배웅했다.
고맙다고 몇번이나 말하며 감사의 인사를 전했다.
형을 보내고 집에 들어온 나는 찬찬히 집안을 둘러보다가 거실에 놓인 소파에 앉았다.
집까지 마련되자 이제 한국에 왔구나 라는 실감이 났다.
"어떻게 찾을까."
한국에 오게 된 계기 '태환'을 생각하며 그를 어떻게 찾을까 고민했다.
어릴 적 모습 밖에 모르지만 한눈에 알아볼 자신이 있었다.
소파에 앉아 있으니 피로가 몰려오는 느낌이다. 중국에서부터 여러 교통수단을 거치다보니 피곤이 누적된 모양이다.
자세를 편안하게 늘어뜨리고 눈을 감았다.
웃는 모습이 예쁜 태환이 눈앞에 아른거렸다.
"보고 싶다."
그리움이 담긴 나의 목소리는 허공에 떠돌다 이내 사라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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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요일 챕터 시작입니다!
금요일부터 쑨양 시점으로 진행됩니다...^^
태환 시점으로 쓰다가 쑨양 시점으로 쓰려니...참 어색하네요.
잘 쓰고 있는 것인지 잘 모르겠어요☞_☜
그리고 부족한 영어실력으로 영작하려니 죽겠네요ㅋㅋ
문법을 맞게 썼는지도 모르겠고...@_@
몇몇 독자님들이 말씀 하셨던대로 태환과 쑨양은 어릴 적 아는 사이에요.
목요일 챕터 마지막에 나왔던 두 꼬맹이들이 그들이었어요~^_^
힌트를 드리니 잘 맞추시더라구요ㅎㅎ
독자님들 사랑합니다~♥
암호닉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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