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선희 - 여우비 (내 여자친구는 구미호 OST)
내 사랑 바보 |
by.팊 “ 나왔어요, 태환. ” 달동네 옥상에 위치한 조그만한 옥탑방, 내가 이 곳을 떠날 수 없는 이유는 당신의 기억 모든 것이 이 안에 있으니까. 조금이라도 바뀌면 정말 모두 잊어버리게 될까봐, 우리가 함께 시작한 이곳에서 모든게 끝나버릴까봐. “ 태환? ” 평소처럼 밝게 웃으며 달려나오던 네 모습이 보이지않아, 머리가 또 아파오기 시작한다. 설마 또 밖에 나간건가? 하지만 이내 집안에서 들려오는 물소리에 시선을 굴려 굳게 닫힌 화장실 문으로 다가갔다. 둘러보니 온 방바닥이 물난리가 나있었다. 아, 저 전기장판 고장났겠다. 버려야겠네‥. “ 태환, 이 안에 있어요? ” 안에서 첨벙 거리는 소리가 난거 같았다. 문고리를 잡아서 문을 열었더니 바닥에 쪼그려앉아서 뭔가 열심히 하고 있는 네가 보인다. 고개를 기우리고 가만히 내려다보니 머리부터 발끝까지 입고 있는 옷까지 모두 젖어있었다. “ 태환, 감기 걸려요. 뭐해요. ” 내 목소리에 아랑곳않고 계속 북북 거리는 소리만 내며 손을 바삐 움직이던 그는 어깨를 살짝 감싸쥐자 소스라치게 놀래며 나를 돌아봤다. 울었던건지 눈이 빨갛게 충혈 되있었다. “ 형? ” “ ‥울었어요? ” “ 아니야, 아무것도 안했어. ” “ 일어나봐요. ” “ 내가 안했어. ” 우선 그를 일으켜 세웠다. 이 차가운 얼음장 같은 물에 얼마나 손을 담그고 있었던건지 손가락 끝이 빨갛게 변했다. 손을 꼭 감싸쥐었다. 계속 울상이 돼서 안절부절 못하는 그를 보고있다가 뺨을 쓸어주었다. 온 몸이 차갑다. “ 무슨 일이에요. ” “ 형, 그게 아니라. ” “ 형이 아니라니까. ” “ 그치만‥ ” 문득 눈에 띈 그의 하얀 티셔츠가 얼룩저있었다. 고개를 기우리고 이게 뭐냐고 묻자 더 놀래며 우물쭈물 거린다. 괜찮으니 말해보라고 부드럽게 타일렀다. 계속 망설이기에 우선 물을 끄고 나니, 손가락을 꼼지락 거리다가 겨우 입을 열었다. “ 머리가 자꾸만, 자꾸만‥ ” “ 아팠어요? ” “ 응‥ ” 머리가 깨질 듯 올라오는 두통에 아무래도 아침으로 먹여주었던 밥들을 토했던 모양이다. 이미 토사물이 다 씻겨진 이불은 물에 흥건히 젖어서 묵직했다. 이불을 들어올려서 물을 꾹 짜내었다. 잠깐 닿았는데도 이리 손이 시린데, 대체 얼마나 이러고 있었던 걸까. “ 미안해‥ 내가 더럽혔어. ” “ 괜찮아요. 아파서 그러니까. 얼른 옷 벗어요. 감기 걸려. ” 이불을 들고 나가서 털어 빨랫줄에 널었다. 입김이 뽀얗게 새어나와 물에 젖은 손가락 끝이 따끔거렸다. 이대로 널어놓으면 얼지않을까‥. 지그시 이불만 보고 있다가 고개를 절레이며 다시 집안으로 들어오니 발가벗은채 전기장판에 위에 올라가서 버튼을 만지작 거리고 있는 그가 보였다. 다가가서 손을 떼어놓았더니 눈을 동그랗게 뜨고 올려다봤다. “ 지금 만지면 감전돼. ” “ 감전이 뭐야? ” “ ‥아프다구요. ” 아프다는 말에 그는 소스라치게 놀래며 내 팔을 꼬옥 잡고 매달렸다. 그리고 전기장판을 무서운 괴물이라도 되는냥 흘겨보며 바들거렸다. 아픈걸 지독히도 싫어하는 이 새하얀 사람은 내가 세상에서 가장 사랑하는 남자였다. 아니, 나는 여전히 그를 사랑한다. 다만, 그는 나를 잊었다. 우리의 추억을 잊었다. 자신을 잊었다. “ 따뜻한 물에 씻어요. 몸이 꽁꽁 얼었어. ” “ 같이 씻어, 형! ” “ 형이 아니래도‥ ” “ 그치만 나보다 큰걸. ” “ 나이는 태환이 더 많아. ” “ 몇 살인데? ” “ ‥… ” 매일매일 같은 질문의 반복이였다. 그는 자신이 몇 살인지도 모른다. 내가 몇 살인지도 모른다. 말을 해주어도 기억하지 못했다. 병원에서는 기억회로에 이상이 생겨서 그런거라 했다. 차츰차츰 기억을 잃어가던 그는 결국에는 하루가 지나면 그 전날의 일을 모두 잊었다. 정확히는 드문드문 기억을 하면서도 정확하게 기억해내지 못했다. “ 27살. ” “ 내가? ” “ 응, 그래요. ” “ 그러면 형은? ” “ 형이 아니라, 쑨양. ” “ 쑨양은? ” “ 25살. ” “ 우와, 나이 많다! ” “ …태환이 더 많은거에요. ” “ 어? 음‥ 27빼기 25는~ 음음. ” 그런 고민을 하는 발가벗은 그를 데리고 화장실로 데려가 따뜻한 물을 틀어주었다. 차갑게 식은 몸에 따뜻한 물이 닿자 뜨겁다며 난리를 치는 통에 입고있던 내 옷까지 모두 젖어버렸다. 한숨을 쉬며 겨우 달래서 진정시키고 그냥 젖은 그대로 그를 먼저 씻겨주었다. 샴푸칠 중에 거울을 보더니 내 손을 떼어내고 머리모양을 이리저리 매만지며 웃었다. 손을 늘어뜨린채 그런 그를 보다가 문득 옛생각에 잠겼다. “ 쑨양! 이거봐! ” “ 그게 뭐야. ” “ 아톰! ” “ 형, 어린애 같아. ” “ 야, 원래 삼푸하면서 이런거는 꼭 한번씩 해줘야되는거야! ” “ 다른거 없어요? ” “ 기다려봐, 너도 해줄게. ” 태환은 내 머리를 만지작 거리다가 내 머리를 2:8 가르마로 만들었다. 그러고는 혼자서 좋다며 배를 잡고 웃었고, 나는 이게 뭐냐며 투덜댔다. 그는 귀엽다며 나를 토닥였고, 여전히 나는 투덜거렸다. 머리를 씻어내려는데 그가 기다리라며 물에 젖은 상태로 뛰어나갔다. “ 바닥이 다 젖잖아, 형! ” “ 닦으면 돼! ” “ 감기 걸려요, 얼른 들어와요. ” “ 아유, 진짜 엄마도 아니고 잔소리하고는. ” “ 누구때문인데요. ” “ 한국어 잘못하던 때로 돌아가면 안될까? ” “ 메롱이거든요. ” 다시 들어온 그는 손에 휴대폰을 쥐고 있었다. 그걸 왜 들고 들어왔냐고 했더니 잠시 기다려보라며 뾱뾱 거리다가 카메라를 켰다. 지금 이걸 찍자는거냐고 싫다고 했더니 빼지말라며 등을 찰싹 때렸다. 물에 젖은 등에 손바닥 자국이 남을 만큼 쎄게 때렸다. 아파죽겠다고 징징 거렸더니 미안하다고 하면서도 카메라를 들이댔다. “ 이건 누굴 위한 사진인데요. ” “ 추억이야, 추억. ” “ 맨날 이러면서 추억은 무슨‥ ” “ 남는건 사진 밖에 없는거야. ” 카메라를 향해 환하게 웃는 그의 뒤에서 나는 조금 뾰루퉁한 얼굴로 섰다. 찰칵- 소리를 내며 우리의 모습이 작은 핸드폰 안에 담겼다. 태환은 내 표정을 보고 삐진 어린애 같다며 또 까르르 웃었다. 웃지말라고 또 투덜거렸더니 그는 내게 넌 역시 어려! 라며 놀려댔다. 겨우 두 살 차이가지고 그는 항상 형 생색 내기 바빴다. “ 쑨양, 쑨양! ” “ 아‥ 어? ” “ 나 다 씻었어! ” 내가 멍하게 있는 사이에 태환은 혼자서 물을 뭍혀 몸을 다 헹궈냈다. 고개를 가로 저으며 쭈그려앉아있던 다리를 펴서 찬장에 있던 수건을 꺼내 머리를 닦아주었다. 내 손길에 으히히, 웃는 웃음소리가 들렸다. 수건을 목에 걸치고 목이 마르다며 그대로 뛰어나가버렸다. 나는 그런 그를 보다가 젖은 바짓단을 접어 올리고 먼저 방바닥에 흩뿌려진 물기를 닦았다. “ 쑨양, 쑨양. 팬티가 없어! ” “ 거기 말고 밑에. ” “ 어, 여기있다! ” “ 그건 내꺼. ” “ 그럼 이거? ” “ 아니 그거도 내꺼. ” “ 이건가? ” “ 응, 그래요 그거. ” 팬티를 하나 걸친 그는 춥다며 방방 뛰었다. 젖은 걸레를 내려놓고 보일러를 확인해보니 꺼져있었다. 분명 켜놓고 나간거 같은데, 또 태환이 손을 댄 모양이였다. 보일러를 다시 켜고 옷을 꺼내어주며 내가 씻고 나올 동안 전기장판 손대지말고 얌전히 있으라고 했더니 알았다며 고개를 끄덕였다. 갈아입을 옷을 들고 화장실에 들어가 젖은 옷을 하나씩 벗다가 휴대폰이 떨어졌다. 휴대폰의 화면이 켜졌다. 머리에 샴푸를 잔뜩 묻힌채 장난스럽게 웃고있는 태환과 뾰루퉁해 있는 내 모습이 보였다. “ 태환은 알고있었어요? 이렇게 될거라는걸‥? ” 어쩌면 그는 그때쯤부터 알고 있었을지도 모른다. 유독 사진을 좋아했었지만 그쯤부터 이상하게 사진에 집착을 했었으니까. 한숨을 쉬며 폰을 내려놨다. 따뜻한 물에 씻고나서 수건으로 머리를 털면서 화장실을 나오다가 문득 방구석에서 웅크리고 있는 태환을 발견했다. “ 태환? ” “ 형! ” “ 아니라니까. ” “ 나 머리아파. ” “ 어, 많이 아파요? ” “ 몰라‥, 또 배도 막 아파. ” 아프다고 칭얼거리는 그를 토닥여 달래주었다. 수건을 목에 걸치고 부엌으로 가서 찬장을 열었다. 수많은 약통이 눈에 띄었다. 미간을 찌푸려졌다. 약통 하나를 집어서 물과 함께 태환에게 약을 건네주었다. 당연한 반응이였지만 그는 먹기 싫다고 버텼다. “ 이거 먹어야 안아파. ” “ 그치만 맛없어. ” “ 약은 원래 맛없어요. ” “ 안먹으면 안돼? ” “ 안돼. ” 입술을 삐죽거리던 태환은 결국 약을 받아들고 미간을 찌푸린채 물과 함께 삼켰다. 그러다 목에 걸렸는지 써죽겠다며 울상을 지었고, 빨려고 내눴던 젖은 옷 주머니를 뒤적이다가 작은 봉지사탕이 보여서 까서 입에 넣어주니 금새 또 헤실거리며 웃었다. 내 사랑하는 연인은, 나보다 한참 어른 같았던 내 연인은, 이젠 내 도움이 없으면 혼자서는 힘이든 어린아이가 되버렸다. “ 태환. ” “ 응? ” “ 나 곧있으면 중국에 갔다 와야할지도 몰라요. ” “ 중국이 어디야? ” “ 먼곳이요. ” “ 병원보다 멀어? ” “ 응. ” “ 음‥ ” “ 혼자 있을 수 있어요? ” “ 혼자? ” “ 밥도 챙겨먹고, 머리가 아프면 약도 먹고, 그렇게 할 수 있어요? ” “ 응? ‥으음, 응! 할 수 있어! ” “ ‥정말? ” “ 나 혼자서도 잘해! ” 웃으며 사탕을 오물거리는 그는 말과는 달리 전혀 혼자서 할 수 있는게 없었다. 매일 밥을 챙겨주지 않으면 차려먹을줄도 몰랐고, 설거지도 하다가 그릇을 깨먹기 일 수 였다. 나는 비자 문제로 중국에 들어가지 않으면 안된다. 하지만 태환까지 데려가기는 힘들었다. 태환, 태환. 형이 나라면 어떻게 했을까, 나보다 더 좋은 방법을 내었겠지? 나는 도무지 방법이 생각나질않아. “ 쑨양, 추워. ” 물에 젖은 전기장판 덕에 따뜻한 보금자리를 잃은 태환은 어깨를 문지르며 울상을 지었다. 시선을 굴려서 보다가 팔을 벌려 품안에 안아주니 금새 또 따뜻하다며 웃어보였다. 젖은 머리카락이 손 끝에 닿았다. 데려가야하나‥. 낯설은 환경에 공황장애가 오면 어쩌지. “ 태환, 태환? ” 불러도 대답이 없었다. 고개를 숙여서 봤더니 그새 품에 얼굴을 뭍고 새근거리고 있었다. 사실상 그냥 버리고 가도 될텐데, 나는 그를 버릴 수 없었다. 나를 잊었지만 그건 자의가 아니였다. 나를 잊어가던 그는 누구보다 괴로워했었다. 지켜보는 내가 다 아플정도로 힘들어했다. 나를 떠나려고도 했었다. 내 품안에 있는 누구보다 밝고 강했던, 또 지금은 너무나 약해진 그를 좀 더 꽉 끌어안았다. 머리맡에 고개를 뭍었다. 익숙하고 그리운 샴푸향이 난다. “ 사랑해, 사랑해. 내가 지켜줄게요. 죽는 한이 있어도, 내가 꼭 같이 있을게요. ‥약속했으니까. ” |
팊.
단편겸 반응글? 이에요~ 짧게 써두었던 글들
여러개 계속 올리면서 제일 나은거를 쭉 연재할건데
사실상ㅋㅋ 이걸 연재할 생각으로 쓴거라서....
선생님x2을 좀 빠르게 끝낸 이유도 중간에 이걸 써버렸더니
그쪽 스토리가 생각이 나질 않아서 좀...ㅠㅜ 빠르게 질러버렸어요
그냥 가볍게 한번 읽어주시고 감상평 부탁드려요! .....☞☜..
예전부터 이런류의 스토리를 항상 써보고 싶었거든요 ㅠㅜ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