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층 _ 덤블론 늘 11층을 향한 내 시선이 불안하게 처리된다. 짜증날만큼 내 생각들을 문지르는 높이에 당장이라도 추락할것만 같다. 아니 맘같아선 그러고 싶었다. 저 밑으로 빠져드는 속도와 바람들이 날 집어 삼킬테니. 차라리 죽어버리면 마음이 편하지는 않을까? 좆같은 생각들이 괜히 둥둥 떠다니는게 기분은 썩 좋진않다. 이 어정쩡한 높이가 꼭 나같아서 애잔했다. 맨 처음도, 맨 끝도, 정중앙도 아니고 어정쩡하게 높은 위치. 하지만 사람이 제일 겁 내는 높이인 11층. 뛰어나게 똑똑하지도, 엄청나게 힘이 쎄지도, 돈이 많지도 않은 평범함의 끝인 그저 별볼일 없는 인간. 하지만 나 역시 사람들이 겁을 낼만큼 미친놈이니 그거면 꽤나 좋은 성적 아닌가? 기분 더럽게 너한테 잡혀진 뒷덜미에 떨어질듯한 아슬한 위치에서 다시 내 자리로 돌아와 버렸다. 이 새끼는 내가 숨 쉴 틈도 안준다. 위험해요 형. 근데? 어쩌라고 내가 위험한게 뭐? 참 등신같이 남생각 하는게 꼴 뵈기 싫다. 넌 그렇게 사회가 낳은 인물이니깐 볼것도 없는 나랑 섞일수 없다. 네가 물을 할테면 난 기름을 자처하겠다. 탁한 향과 둥둥 뜨기만하는 내가 그렇게 고귀한 네 앞에서 양심없이 물을 하겠다고 찡찡거릴순 없잖아. 그렇게 난 늘 내 자신을 낮추고 봤다. 그게 이 개같은 세상에서의 유일무이하게 내 자신을 보호하는 방법이니깐. 내 자신을 굽혀서 그들을 치켜세우리. 그렇게 좆같은 세상을 탓하라. 찌질해 보이지만 괜찮다. 난 이것보다도 더 찌질한 놈이니깐. 형 또 이상한 생각하죠? 네 동생님 눈치만 더럽게 빠르시네요. 모든걸 세상 탓으로 돌리려는 생각이 내 주파수와 접하는 순간 넌 산통을 깨고야 말았다. 아씨 흐름타서 욕해야 속이 시원한데, 이미 산산조각 난 주파수들이 내 심장을 콕콕 찔러댄다. 깨졌으면 좀 사라질것이지 날 끝까지 괴롭히는 저들이 싫어진다. 대꾸도 안하는 내가 뭐라고 넌 졸졸 쫓아다닐까. 내가 날 봐도 한숨뿐인데 넌 왜 미소로 날 바라볼까. 아 이게 배운 집 자식의 예의일려나. 아 짜증나게끔 부러움이란 감정이 되살아난다. 애써 울먹이며 재워둔 감정들이 슬슬 깨어나는게 좀 두렵다. 부러움,시기,질투,짠함 제일 좆같은건 사무치도록 슬픈 내 유년시절. 또 한번 찌질함의 극을 달하는 생각들이 내 몸을 휘감고선 소름이 돋는다. 괜히 한번 움찔거리는 손가락이 미워진다. 단지 너가 이 움직임을 읽지않았길 바라며 최대한 나답게, 퉁명스럽게 답을 이었다. 내가 뭔 이상한 생각을 해. 아 흔들리는 초점에 하는수없이 시선을 내리깔았다. 제발 몰라봐라. 제발 눈치채지마. 아 됐어 그냥 눈치채도 입밖에 꺼내지나 마라. 형은 나쁜 생각해도 돼요. 형이라면 그래도 될 것 같아요. 팽팽하게 당겨지던 줄을 네가 먼저 놓아버리니 꽉 잡고있던 내가 뒤로 넘어져버렸다. 아픔과 수치심이 다시 한번 너의 높이를 이해시켰고 아등바등 발악하던 내게 현실을 던졌다. 또한 나는 알고있다. 이게 네 의도가 아니란것쯤은 나도 알고있다고. 씨발 그래서 더 부끄러운거야. 난 지금 널 의식하고 있는거니깐. 아닌척 내숭을 떨어대도, 너보다 더 흐름을 읽으려드는게 나고 주도권 잡으려는게 나야. 하지만 그럴수록 너와 내 높이가 뼈저리게 느껴지는데. 그럴수록 한없이 작아지는게 느껴져서 기분이 더러운데! 뭐? 난 그냥 형이면 돼요. 내 앞에선 형이 하고싶은건 다 해도 돼요. 저 설득력 없는 말로 위안이 된다면 내가 드디어 미친걸까. 묘하게 찌릿하게 저려오는 손 끝과 마음의 끝이 영 불안해졌다. 난 오히려 형이 멋대로 하는게 더 좋아. 근데 제일 사랑하는 사람을 잃는건 싫어요. 난 너같은 인간들덕에 모든걸 잃었는데 넌 날 잃을수 없단다. 11층은 여전히 어정쩡하다. Fi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