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P2] "중전, 우리가 혼인하던 날 기억나느냐." "기억합니다." 뜬금없이 물어 본 것이었다. 그저 저녁식사를 하는 도중 갑자기 저렇게 물은 것이다. 미영은 태연에게 그것을 갑자기 왜 묻냐 되물었고 태연은 갑자기 떠올라서 그렇다고 대답했다. 미영은 자신과 혼인하던 날을 생각 하고있는 태연에 내심 기분이 좋아져 살풋 웃었다. "그 날 내가 엄청 울었었지." "..." "얼마나 하기 싫던지 유리 붙잡고 정말 싫다고 엉엉 울었었지, 아마." "..." "새삼 놀랍지 않느냐, 저랬던 짐이 그대와 저녁도 함께 하다니." 웃음기가 돌고있던 미영의 표정은 온대간대 없고 무표정이 되었다. 뭐라 대답 할 말이 없었다. 태연은 항상 저런다. 설레게 먼저 말을 꺼내다 끝은 상처를 주고 마무리한다. 미영은 그저 아무 말 없이 그 상처를 그대로 받을 수 밖에 없다. 예전에도, 지금도. "우는것이냐." 참으려고 애를 써도 미영은 흘러나오는 눈물을 막기에는 역부족이었다. 태연은 우는것이냐는 한마디를 던지고 계속해서 식사를 하기 시작했다. 잠시 나갔다 오겠다 말 한 미영이 처소를 나간다. 미영을 뒤따라가는 유리를 보고는 태연은 창으로 둘을 지켜보았다. 궁녀를 부른 태연은 다 먹었다며 치우라 명하고 혼자 산책을 하겠다며 처소를 나갔다. 시간이 얼마 지나지 않은 것 같은데 어두컴컴하다. 별들이 너무 예쁘게 빛나는 밤이다. 유난히도 별을 좋아하는 태연은 무수히 많은 별들이 있는 하늘을 보며 앞으로 걸어갔다. 목이 뻐근해져 태연이 정면을 바라봤을 때 호수 앞에 쪼그려 앉아있는 둘이 눈에 들어왔다. "어찌 나오셨습니까?" "유리야 너무 힘들어.." "어찌 그러십니까." "그래도 여기서 계속 기다리면 한번쯤은 날 돌아봐 주시겠지?...." "폐하 말입니까?" "응...." 미영은 조심스레 유리의 어깨에 머리를 기대었다. 유리는 미영이 혹시라도 넘어질까 어깨를 꼭 잡아주었다. 태연은 둘을 보다 날숨을 내뱉으며 하늘을 바라보았다. 별을 볼때면 항상 기분이 좋은데 지금은 심기가 불편한 듯 보인다. 중전. 태연은 날숨을 푹 내쉬고 정면으로 시선을 옮기며 꽤 큰 목소리로 중전을 불렀다. 미영은 갑자기 들리는 태연의 목소리에 깜짝 놀라 뒤로 넘어질 뻔 했지만 어깨를 잡아주고 있던 유리덕에 다행히 넘어지지 않았다. 그 모습을 보고 미간을 찌푸리는 태연에 유리와 미영은 재빨리 일어서 태연에게로 갔다. "어찌 둘이 같이 있는 것이냐." "아, 중전께서 혼자 나가시기에 제가 따라왔습니다." "중전 아무리 궐 안이라도 시간이 늦어 위험하다. 먼저 들어가보거라." "예, 폐하." 미영이 먼저 둘을 지나치고 가자 태연은 다시 하늘의 별을 바라보았다. 폐하께서는 어찌 나오신 겁니까. 유리가 그런 태연을 바라보며 물었다. 여전히 시선은 하늘인채 태연은 피식 웃었다. 아직 미영이를 좋아하느냐. 갑자기 훅 들어온 태연에 유리는 대답을 하지 못했다. 좋아하는건 맞으나 왕의 여인이기에 좋아하는걸 말하면 안되는 것이다. 아니 좋아하면 안되는 것이다. "어릴 적에 좋아했지 않느냐." "언제적 얘기입니까. 그런 마음 남아있지 않습니다." "다행이구나. 들어가자." 마지막 말에 의문이 생긴 유리가 물어보기도 전에 태연은 처소로 들어갔다. 태연이 보던 하늘을 보며 태연이 한 말을 곱씹었다. 다행이구나.., 다행이구나..., 다행이구나...., 유리는 두 눈을 꼭 감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