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짝남은 조폭!?
w.1억
얘기 나누라는 듯 먼저 사장님과 가영이가 멀리 사라졌다. 물론 다들 안심하는 표정보다는.. 의심하는 표정으로 나를 보았다.
마침.. 내가 이 아저씨한테 잡혀있는 느낌..? 그렇게 보였을 거야.
근데...
"죄송해요.. 혹시라도 이상한 말 하실까봐.."
"……."
"…하하."
"……."
마치 표정이.. 말 다 했냐? 그럼 왜 나 무시했는지 말해봐- 이 표정이었다. 괜히 머쓱해서 한발자국 뒤로 물러서서는 바닥을 보고 있다가 뒤늦게 고갤 들고 아저씨를 보았다.
"…그게에..무시가..아니라..그..."
"……."
"진짜 무시가 아니라요.."
"……."
"혹시.. 화나셨어요...?"
"너같으면."
"……."
"화가 안 나니. 사람을 대놓고 무시하는데."
바짝 다가와서 묻는데. 말문이 막혀버렸다. 무섭기도 하지만, 날 다치게할 사람이 아니란 걸 알기에 안심을 했다만..
여기서 말문이 막혀버린 이유는.. 너무 가깝고..그리고.. 핑계댈 거리가 없어서..
"그..저..기.. 무시..한 건... 진짜..아닌데... 죄송해요."
"그리고."
"그리고... 무시를..한 건..아니! 무시한 건 아닌데.."
"……."
"네... 아저씨랑 어제 있었던 일.. 때문에.. 좀 보기가 민망해서 그랬어요. 애인 말고 다른 사람이랑 그런 것도 처음이고.. 그래놓고 아무렇지도 않은 척 하기도 힘들고.."
"너 원나잇 안 해봤냐."
"…네! 절대요!! 그런 건 절대! 절대! 안 해봤구요.. 안 해요."
"허.."
"…죄송해요. 저도 같이 그래놓고.. 무시해서.. 화나실만 했어요."
"그 전에 만나던 새끼는."
"아, 걔는.. 연락 안 왔어요!..그냥 제가 헤어지자고 보내놓기는 했는데..."
"안 따라다녀?"
"…아마도 ㅎㅎ.. 그리고.. 막 그렇게 못된애는 아니기는..한데.."
"못된 새끼가 때리려고 하겠냐."
"…그건 그런데."
"타."
"네?"
"데려다준다고."
저 말을 끝으로 차라도 타려는지 뒤돌아 운전석으로 향하기에 나는 급히 달려가 아저씨의 손목을 잡았다. 헉.. 잡았다고...?
"…근데 아저씨.."
"……."
"술 마셨잖아요.."
내 말에 아저씨가 나를 또 무심하게 내려보았다. 표정은 마치.. '근데 어쩌라고' 였다. 너무 당당해서 나도 모르게 주눅이 들 뻔했다.
"아저씨집에 갔던 날에도 술 마시고 운전하셨구.."
"그래서."
"…음주운전 안 좋아요! 그리고 위험해요.. 지금은 괜찮을지도 몰라도 운전 하다보면 사고나고 그런다니까요 ㅎㅎ.. 저는 안 데려다주셔도 되니까! 대리 불러서 가시는 게 어때요?"
"사고 안 나. 그리고."
"……."
"아무도 뭐라 안 해."
"…에?"
아무도 뭐라 안 한다는 저 말에 허..하고 나도 모르게 기가찬 듯한 숨소리를 내었다가 바로 입을 꾹 닫았다.
"문이라도 열어주리?"
저 말을 하면서 저 맞은편에서 나에게 말하는데 나는 고갤 저었다.
"아무래도 그냥 택시타고.."
"좀 잔말 말고 타지."
"…네."
내 발로 직접 술마신 사람의 차를 탔다. 적어도 양주 반병은 마신 사람이 운전하는데.. 그 옆에 탔단말이다.
타자마자 허겁지겁 안전벨트를 맸더니, 아저씨가 날 보고 콧방귀를 뀌었다. 하하.. 어색하게 웃으며 창밖을 보았다. 어떡하지..
어제 섹스해서 좋았는데.. 그 사람을 마주치자니 부끄럽고.. 근데 그 사람이 술을 마셨고.. 날 태워준대. 다리가 저절로 막 떨리는 것 같았다.
아저씨 옆에 있으니 떨리는 것과 내 다리가 떨리는 건 전혀 다른 증상이었다. 너무 긴장돼서.. 한참 말없이 우리집으로 향하고 있을까.
아니 무우우우우슨 음주단속이냐고요 ㅜㅅㅂ ㅠㅠㅠㅠㅠㅠㅠ좆됐다 좆됐다... 아니야.. 아저씨가 알아서 하겠지. 아니야ㅠㅠㅠ아저씨도 조폭이기 전에 사람인데?ㅠㅠㅠ국민인데?ㅜㅜㅜ
"음주측정 하겠습니다."
열렸다ㅠㅠㅠㅠ문 열렸다ㅠㅠㅠㅠㅠㅠㅠㅠ
아저씨가 지갑을 꺼내 무언가 꺼내더니 경찰에게 보여주니, 경찰은 곧 '죄송합니다'하고선 뒤로 물러났고, 나는 그런 아저씨를 한참 바라보았다.
"뭐예요....?"
"뭐."
"…아니 왜 경찰이 그냥.."
"……."
"헐!! 설마..경찰이 돈 받고 막..!!"
"……."
"아니면 한패!?!?!?!??!"
너무 놀랐다. 나도 모르게 입을 틀어막고 아저씨를 경멸하듯이 바라봤더니, 아저씨가 어이없다는 듯이 나를 바라보며 말한다.
"우리가 쟤네한테 준 게 아니라."
"……."
"쟤네가 우리한테 먹인 거야. 대충 비슷은 했네."
"…진짜요?? 왜요?? 원래.. 원래 경찰이 조폭들 잡고 그런 거 아니에요?"
"누가 그래."
"네? 영화...가 아니네요.. 영화에서도 경찰이 조폭들 못 건드렸던 것 같기도.."
"……."
내 말이 기분이 나빴던 걸까. 말을 해줄 수 없는 것 같았다. 사실 너무 너무 이유가 듣고싶었지만.. 내가 잘못 건드렸나 싶을 정도로 표정이 막 좋지가 않았다.
"죄송해요.. 제가 너무.."
"경찰들이 하는 게 없잖아. 약해빠졌고. 그래서 조폭중에 아는 사람 하나라도 있으면 도움을 청하는 거지. 그래서 서로 딜."
"모든 경찰들이 그러는 건 아닐 거 아니에요..."
아저씨가 나를 한 번 보았다.
"뭐 가족중에 경찰 있냐."
"…아뇨? 친구 남친의 아버지가.."
"…참나."
"……."
"학교에서 모범생들 비리 있는 친구 있듯이 여기도 똑같아."
마침 나를 안심 시키려는 것 같았다. '아, 네에..'하며 고개를 천천히 끄덕였다. 조금.. 아니? 많이 충격인 건 아니었다. 영화에서도 몇 번 본적이 있으니까.
내가 너무 놀라면 아저씨도 좀 그럴까봐 최대한 안 놀란 척 하고선 아저씨를 힐끔 보았다. 아, 뭐야 벌써 집에 도착했네.
"그.. 아저씨."
손잡이를 잡고선 한참 있다가 꺼낸 말이 그..아저씨..다... 이 멍청아.
"그래도.. 음주운전은 웬만해서 하지 마요..! 정말 사고날까봐 걱정돼서 그래요. 다음에 운전해주시는 분 안 오셨으면 제가 직접 대리 부를 거예요."
"……."
"데려다주셔서 감사합니다아.. 가볼게요!..."
평화가 내리고나서 지훈은 멀어져가는 평화를 한참 바라보다 어이가 없는 듯 콧방귀를 뀐다.
"누가 누구를 걱정한다는 건지."
그러다가 이웃사람과 밝게, 장난치며 인사하는 평화를 본 지훈이 픽- 웃는다. 참나..
가게보다 카페 가는 게 더 좋았는데.. 오늘은 왜 아쉬운 걸까.
아저씨는 뭐할까.. 이 아저씨는 왜 카톡도 없을까. 우리 아빠도 카톡이 있는데.. 이 아저씨는 왜 없냐구.
하긴..조폭 형님이 카톡 있어도 뭔가 웃길 것 같지 왜..? 아니야! 형님 치고는 엄청 젊잖아.
"어우.. 오늘 하루종일 정신을 못차리겠네."
"그러게 술을 왜 그렇게 마셨어요...ㅎㅎ..어제 불금이라서!?"
"넌 멀쩡한 거 보니까 집에 바로 갔나보네? 난 오늘 완전 꼬질꼬질.."
"그쵸? 사장님은 꼬질꼬질해도 잘생기셨는데요... 저는 늘 꼬질꼬질해요.. 화장을 해도~ 안 해도~ 다 똑같아요."
"아닌데."
"넵?"
"이게 뭐가 꼬질해.. 엄청 예쁘구만."
"사장님이라도 그렇게 말씀해주시니.... 흑흑 감사합니다."
"진심인데. 그러니까 믿어."
사장님이 웃으며 내게 말해주었고, 나는 사장님이 괜히 하는 소리인 것 같아서 믿을 수는 없었다.
그냥.. 사장님은 누구한테나 저렇게 말할 것 같아.. 그냥.. 뭔가 남들한테 칭찬을 안 아낄 것 같고..? 그런..
"근데 사장님."
"응."
손님이 없을 타이밍에 설거지를 하면서 계산대에 기대있는 사장님에게 말했더니, 사장님이 바로 뒤돌아 나를 바라본다.
"어른들중에서도요.. 술김에 그냥 막 자는 사람도 있고.. 술김에 그냥 자기만 해보라는 사람도 있어요?"
"……."
"물론... 제 얘기는 아니고.. 친구 얘기."
"그건 어른들 아니더라도 젊은 친구들도 그러는 경우 많이 봤는데."
"……."
"나도 내 얘기 하니고, 친구 얘기."
"…하핳ㅎ.."
"그냥 자는 것만 좋아하는 사람일 수도 있지않나."
뜬금없는 이상한 말에도 사장님은 묻지않고 대답을 해주었다. 괜히 말했나.. 싶었는데.
"네가 좋아하는 사람 얘기?"
"아유! 아니요..그냥..! 그냥저냥.. 아는 사람인데.. 친구가 그 사람 때문에 맘고생 좀 하길래요.."
"그래. 그럼 다행이고."
"네?"
"네 일 아니면 됐다고. 네 일이면 큰일나지."
다행이라는 말에 나도 모르게 엇? 했다가도 뒷말에 바로 고갤 끄덕였다. 야.. 무슨 사장님이 날 좋아하겠냐고..^^.. 어휴.. 오해는 금물이지 이자슥아.
"근데 사장님은 연애 왜 안 해요?"
"안 한다고 해주니까 고맙네."
"못하는 거예요.....?!"
"그렇게 놀랄 일이야...? 놀라줘서 고맙다.."
"…아니 왜요?"
"글쎄. 자꾸 임자있는 사람을 좋아해서?"
"…아니..세상에.."
"세상에?"
"사장님 좋아하는 사람을 만나요 그럼!"
"난 내가 좋아하는 사람 만나는 게 좋은데? 너는?"
"저두...ㅎㅎㅎ."
"그럼 우리 둘이 만나면 되나?"
"…네?"
"
사장님은 그 말을 왜 이렇게 내 눈을 똑바로 보면서 말하는지.. 금방 손님이 들어와, 사장님이 인사를 했고.. 나는 조금 신경이 쓰이지만.. 오해라고 생각하며 신경을 끄기로 했다.
주말은 어찌저찌 잘 보냈는데..
"아니 왜????????????????????????????"
"왜 저래. 이번주 내~내 계속 저러네. 아주 듣기싫어 죽겠어.. 어휴."
"아니 왜일까??"
"아니 그러니까 뭘! 뭐어어얼!! 말을 해줘야 알려주던지 하지!"
어떻게 말하냐고. 조폭 아저씨가 지금 월화수목을 안 왔단 말이야.. 오늘도 안 오면 금이야 금..
이렇게 오랫동안 안 오다니.. 무슨일 있나? 아니면 헐.. 막 조폭싸움?????????? 혼자 영화본 거 떠올리며 입을 틀어막고 있다가도 고갤 저었다.
"아가씨 여기."
술에 취한 30대 정도 되어보이는 남자 무리들이 정확히 나를 보며 아가씨 여기- 라고 했다.
그냥 저기요- 하면 안 되나..왜 저래.. 집에나 가버려라.. 퉷..
"아가씨 여기 맥주 달라고 했는데 왜 안 주지?"
"네? 맥주가 아니라 음료수 달라고 하셔서.. 드렸는데..."
"무슨 소리야 ~~ ㅎㅎ 우리가 맥주 달라고 했지? 그치?"
"…죄송합니다. 갖다드릴게요."
"괜찮아. 원래 아가씨들이 자주 실수하잖어."
"…ㅎ..ㅎ;;"
시발.. 왜 저래..
"아가씨~"
이젠 가영이도 부른다. 가영이도 표정이 썩어서 나에게 온다.
"저 미친새끼들 안주 시킨적도 없으면서 시켰다고 지랄해. 미친놈들이 취했으면 곱게 집에 갈 것이지."
"그래도 꾹 참아.. 괜히 여기서 시비 붙으면 한마디로 좆 된다잖아.. 박박 우겨댈 거 뻔한데 뭐. 어휴..."
"그러게 말이다. 우리가 뭐라한다고 들을 양반들도 아님."
"…어휴. 재수도 없네."
저런 손님 만나기 드문데.. 하필 어떻게 딱!! 오늘이냐고.
"맥주 나왔습니다.."
"근데 원래 여자들은 치마입고 일하잖아요."
"네?"
"이 가게는 다들 편하게 입고 일하네. 그치."
자기들끼리 웃고 난리났다. 저 십자식들..
"잠깐 잠깐 아가씨 가지말아봐."
"에?"
"표정이 왜 그래. 본인이 실수해놓고 맥주 다시 갖다준 게 그렇게 짜증났어?"
"네? 아니요...? 절대 아니에요."
"표정이 그렇구만. 사장님 불러와봐요."
"네??"
"아니면 치마 입고 오던가."
지들끼리 또 웃는다. 아니 왜 저러는 건데. 그냥 내가 사과하고 말자.. 싶어서 '죄송합..'까지 말했을까.
갑자기 누군가가 내 앞에 나타나 나에게 희롱했던 사람의 머리채를 잡아 테이블에 있는 안주그릇에 머리를 박아버린다.
너무 요란한 소리에 사람들도 놀랐고, 나도 놀라 그쪽을 보았다. 안주 그릇이 깨진 것이었다. 테이블에는 그렇게 많지않은 피가 묻었고.. 나는 입을 틀어막은 채로 뒷걸음질을 쳤다.
"개새끼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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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