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계절의 우리
w.1억
"주혁아 너 카톡 엄청 울려대던데?"
성경은 주혁이 욕실에서 씻고선 나오자, tv를 보다가 급히 주혁에게 말했다. 주혁이 '그래?'하고선 관심 없다는 듯 소파에 앉아 핸드폰을 본다. 동창회..
"뭔데? 완전 테러 수준이던데?"
"동창회 올 거냐고."
"언제? 재밌겠다.."
"내일모레. 엄청 오랜만에 모이는 거야. 거의 5년만인가?"
"와.. 나도 애들 보고싶다.. 너도 애들 보고싶겠다."
"애들?"
"응."
"그냥 뭐.."
제 7화_
새로운 사람을 찾아
선호씨의 집은 깨끗했고,정리가 잘 되어있었다. 그냥 딱 선호씨의 집 느낌이 강했다.
"근데 선호씨는 왜 애인 없어요? 키도 크지.. 잘생겼지.. 백화점 대표지."
"사돈남말 하시네요. 열린씨는 왜 없는데요? 난 그게 더 신기해."
"저야 뭐.. 흔한 얼굴인데.."
"와 진짜 이거 지나가는 사람들이 들었으면 다 콧방귀 뀌었을 거예요."
"참나.."
그가 치킨 말고 더 맛있는 걸 해주겠다며 파스타와 스테이크를 구워주었고, 우리는 와인을 많이 마시게 되었다.
"저.. 와인이 안 맞나봐요.. 저 원래 주량이 꽤 세거든요??"
"그래요?"
"근데 오늘은 좀 그르네. 맛도 없고.."
"그럼 열린씨는 맥주파인가보다."
"근데 선호씨는 와인파잖아요.."
"제가 열린씨한테 맞추면 되죠. 뭐가 걱정이에요."
"와.."
박수를 치며 웃는 열린이 귀여운지 선호가 살풋 웃었고, 열린이 왜 웃냐며 괜히 정색을 하자, 선호가 고개를 저으며 말한다.
"귀여워서 그래요. 정색하니까 완전 무섭네."
"뭐요.."
"귀여워서 그래요. 귀여워서."
"뻥치네.. 내가 우스워서 웃는 거면서."
"진짠데. 열린씨가 속고만 살았나보다."
"근데.. 선호씨는.. 왜 이렇게 저한테 늘 다정하게 해줘요..?"
"왜요. 부담스럽나?"
"아뇨..!"
선호는 힘 없이 축 늘어져서 말하는 열린이 그저 귀엽기만한지 웃으며 열린을 바라보았다.
"제가 말해줘서 싫어요? 금방 질리나.."
"아니요! 선호씨가 너무 잘해주시고.... 그리고.. 선호씨 덕분에 심장이 막 다시 뛰고 그래요."
"나도 그래요. 나도 열린씨 덕분에 요즘 행복을 느끼고있어요."
"참나.. 취중진담이라고 믿어도 되죠?"
"열린씨 너무 취했다."
"……"
"너무 귀여운데요?"
"…집에 가야겠어요."
"집이요? 데려다줄게요."
"네에."
열린이 비틀거리며 일어서자, 선호가 급히 열린을 부축했고, 열린이 선호에게 안기며 장난스런 말투로 말했다.
"아.. 실수로 안겼다.."
"맨날 이런 실수했으면 좋겠다."
"그래요?"
"조금 쉬었다 가요. 헤롱헤롱하네."
'네에' 죽어가는 목소리로 대답한 열린이 발꿈치를 들고선 선호에게 입을 맞췄다. 선호가 놀라서 눈이 커져서는 열린을 내려다보니, 열린이 베시시 웃는다. 그리고 열린이는 아무일도 없다는 듯 선호의 방에 들어가 침대에 누워서 눈을 감았다. 그리고 여전히 벙찐 선호는 저 멀리 자신의 침대위에 누워있는 열린을 보고 얼굴이 붉어져서는 웃는다.
"……."
동연과 혜선도 맥주 몇캔씩 마시고선 취해서는 노래를 틀고 춤을 추기 바빴다. 그러다 초인종 소리에 혜선이 인터폰을 확인하고선 급히 노래를 끈다. 동연은 왜 그러냐며 같이 인터폰을 보았고.. 그 다음엔... 동연과 혜선이 대문을 열고선 대문 앞에있는 열린과 선호를 보고있다.
"안녕하세요. 그.. 열린씨가 좀.. 취해서요."
"그..러네요.. 근데.. 술만.. 마신 거예요?"
"네?"
열린을 부축하던 선호가 네? 하고선 혜선을 보았다. 놀란 건 선호뿐이 아니었다. 동연도 같이 혜선을 보았다. 혜선은 대놓고 선호를 위아래로 훑어보았고, 마음에 드는지 고갤 천천히 끄덕인다.
"고마워요. 열린이 챙겨줘서."
열린을 부축한 혜선은 선호에게 웃어주었다. 선호가 가고나서야 혜선이 열린을 동연에게 맡기고선 집으로 들어가는 동연과 열린을 보며 혼잣말을 한다.
"아직 안 죽었고만 길열린이."
"술 절대 안 마신다."
"와인 마시고 뻗는 년이 다 있네. 너 어제 김선호가 집에 데려다줬어."
"진짜 안 마신다. 선호씨랑은 더."
어제 내가 선호씨한테 키스를 갈긴 게 떠오르기 전까지는 나른했었다. 근데.. 왜 굳이 그 장면이 바로 생각이 나냐고...!
"너 연애하냐? 어제 그 존잘남은 누구냐? 어?"
"뭐... 제발.. 나 좀 건드리지 말아줘."
"아주 쌍으로 난리구만."
"쌍?.."
"엉?"
"쌍..??"
"아 배고프다!!"
뭐야 저건.. 괜히 거슬리게 말하고 가네.. 지금 동연이가 뭘 얘기하든 말든 신경도 안 쓰였다. 그냥.. 어제 일만 떠오를 뿐이다.
"남자?"
"어! 뭔가 백퍼 연애하는 것 같았어. 완전 완전! 대박사건이지."
"그래?"
"결국 너희들은 진짜 끝이구나."
"야 곽동연 너 동창회 가냐?"
"가지! 당연히 가야지! 너 안 가게? 설마 열린이 때문에?"
"아니."
"열린이 안 갈 것 같은데. 그냥 가지?"
"걔 때문에 그런 거 아니라고! 내가 걔 간다고 안 가는 걸로 보이냐!??!"
결국 동연은 주혁에게 먹던 빵으로 맞고나서야 정신을 차릴 수 있었다.
아빠를 보고선 집에 가는 길에 고속버스를 탔다. 노래나 들으면서 가려고 했는데. 또 어제가 떠올랐다. 취해서 키스나 갈겨버리다니.. 나도 참.. 이제 선호씨 얼굴 어떻게 보지? 한숨을 내쉬었을까, 거짓말처럼 그에게서 오는 전화에 잠시 벙쪄있다가 천천히 전화를 받았다.
"여보세요..?"
- 일어났네요?
"…지금이 몇신데. 아직도 자겠어요?"
- 주말이기도 하고, 술도 마셨으니까. 늦잠 잘 줄 알았는데. 열린씨 되게 부지런하네.
"치.."
- 잠깐 볼래요?
"저.. 지금 부천인데."
- 아, 그래요?
"1시간 정도 걸리거든요.."
- 고속버스 탄 거예요?
"네!.."
- 그럼 내리면 전화해요.
"아, 넵..!"
뭘까.. 정말 아무렇지도 않은 것 같은 그에 내가 다 당황스러웠다. 설마 그거 기억난 게 아니라 꿈인가... 아닌데? 분명... 맞는데.
"아메리카노."
"마시고 가?"
"그럼 짐이 이렇게나 많은데 걸어가면서 마시겠니."
"그럴 수도 있지."
"생각하는 거 하곤.."
"누난 참 여전하네. 뭐 하면 짜증내는 거."
"지랄."
얼마나 잘 사는지 보러 온 것도 모르냐? 혜선은 혀를 쯧- 하며 자리에 앉았다. 그럼 주혁은 커피를 내어주며 말한다.
"길열린이는 누나집에서 지내나."
"곽동연이 그래?"
"직접적으로 말하지는 않았고."
"하여간.. 그 새끼는.."
혜선은 너무 잘 살고있는 주혁이 얄미우면서도 다행이란 생각이 들었다. 그래도 너넨 내 친구이기도 하니까. 혜선이 아메리카노를 벌컥 벌컥- 원샷하고선 일어섰고, 주혁이 놀란 듯 혜선을 내려다본다.
"난 간다. 커피 잘 팔아라."
"뭐야. 그냥 가는 거야?"
"그럼 내가 너랑 담소 나누려고 왔겠니."
열린이는 버스에서 내리자마자 선호에게 내렸다고 전화하려고 핸드폰을 켰고, 곧 뒤에서 누군가 '열린씨'하고 속삭이자, 놀란 듯 뒤를 돌아본다. 그럼 선호가 아닌 꽃이 눈앞에 있다.
"짠."
"뭐예요...!진짜...깜짝 놀랐..잖아요..꽃은 또 뭐고...."
"열린씨 올 때까지 여기서 계속 기다린 보람이 있네요. 놀라는 거 너무 귀여운 거 아닌가?"
"…진짜 뭐예요.."
"어.. 이건 장미꽃."
"…누가 몰라요. 장미꽃인거.."
처음 받아보는 꽃이었다. 여태 살면서 누군가에게 꽃을 받아본 건 처음이어서.. 그래서 괜히 눈물이 날 것 같다. 꽃을 좋아하는 것도 아닌데 왜 이렇게 감동이지.
"앞에서 팔더라구요. 열린씨 생각나서 바로 사버렸네."
"예뻐요 진짜.."
"어째... 제가 마중 나온 것..보다...? 꽃에 감동을 더 받은 느낌인데요? 꽃 압수해릴까."
"…됐거든요! 안 돼요."
"이상하게 어제 봤던 모습이랑 너무 다르네."
"네?"
"술주정이 뽀뽀는 아닐 거고."
"……."
"홧김도 아니었죠?"
"…당연하죠."
"그럼."
"……."
"열린씨도 나랑 같은 마음인 거죠?"
"…같은 마음이요?"
"네."
"…선호씨 마음이 어떤데요?"
알면서도 확인하려고 물어봤다. 나는 참 뻔뻔하다.
"그..."
"……."
"열린씨를 사모한다는 거?"
"사모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ㅋㅋㅋㅋㅋㅋ."
"ㅋㅋㅋ아, 진짜... 눈물이 쏙 들어가려고 하는데요?"
"진짜 많이 좋아합니다."
"……."
"열린씨."
"……."
"제가 열린씨를 보고 첫눈에 반했어요. 진심으로요."
-
-
-
오늘도 또한.. 졸면서 쓴.. 1억이라고 합니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