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재생 부탁드려요 ~
" 여주 선배? 은근 유명하지, 귀엽잖아. 착하고. "
" 특히 후배들한테 인기 많다던데. "
학생 식당 저 편에 앉아 일행들과 웃고 떠드는 여주를 구경하던 주헌이 그런 저를 눈치채고 여주에 관해 떠들기 시작한 동기들의 이야기를 가만히 듣고 있다. 다들 이미 잘 알고 있다는 듯이 떠드는 걸 듣다 보니 저도 더 알고 싶다는 생각이 들기도 하고. 뭐가 그렇게 즐거운지, 그 해맑은 얼굴에서 한참이나 시선이 떨어지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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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안녕하세요. "
" 어 안녕! 주헌이 맞지? "
반갑게 인사를 받아주는 여주에 어쩐지 뻣뻣해 보이는 주헌이 고개를 끄덕였다. 여주와 친한 주헌의 동기가 부탁한 일로 이렇게 면전에서 마주하는 건 처음이다. 주헌이 여주에게 관심을 가지게 된 지 벌써 3개월째, 워낙 친화력이 좋아 여기저기 주헌의 주변에서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는 여주였지만 딱히 이렇다 할 접점까지는 없었던 터라 나누는 인사가 더 어색하게 느껴졌다. 지금껏 혼자서 지켜보기만 하던 여주라 실감이 안 나는 것도 같은 게, 유난이 따로 없달까.
" 얘기 많이 들었는데, 이제야 보네! "
주헌도 크게 낯을 가리는 성격은 아닌데. 방긋방긋 웃는 얼굴에 시선을 빼앗겨서, 대답할 타이밍을 놓치니 여주가 멋쩍어도 꿋꿋이 말을 이어간다. 갈까? 묻는 여주에 정신 차리고 이번엔 대답해 주는데 성공한 주헌이 조심스럽게 앞장서 걷기 시작했다.
" 선뜻 도와줘서 고마워, 이 수업 같이 듣는 친구가 없어서 진짜 힘들었거든. 앞으로 수업 같이 들으면 좋겠다! "
종알종알 말이 많은데 시끄럽다고는 느껴지지 않는다. 어쩌면 듣기 좋을지도 모르는 목소리에 애써 덤덤하게 그래요 하고 대답했지만 주헌의 귓바퀴가 붉어졌다. 주변 동기들이 여주에 관해 이야기할 때마다 선배임에도 불구하고 하나같이 귀여워하길래 궁금했었는데, 어렵지 않게 이해를 마쳤다. 그렇게 별거 없을법한 첫 만남이 주헌에게는 오래도록 여운으로 남았었다. 1년이 지난 지금도 그때의 떨림이 생생할 만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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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이라고 그때만큼의 설렘이 없을까. 단지 맘 놓고 설레여할 수 있는 타이밍도 놓쳐버린 게 문제지. 여주의 앞에선 답지 않게 얼을 타다 타이밍을 놓친 적이 한두 번이 아니었다.
" 이건 인생의 위기야.. "
" 애초에 누나가 건강을 위협할 만큼 먹은 것 같은데. "
" 허니, 팩트 폭력도 폭력이래. "
졸업반이 된 지금, 몸이 새내기 때와 같지 않다며 칭얼대는 여주를 받아주고 있는 주헌이 피식 웃고 말았다. 술만 마시면 없던 숙취까지 생겨 죽겠다며 죽상을 하는데, 그만큼 체력을 쓰고 돌아다니니 당연한 소리를 하는 게 어이없기도 전에 사랑스러움이 이겼다. 콩깍지도 이런 콩깍지가 없겠다.
" 암튼 그래서, 운동을 해봐야겠어! "
그러나 지금껏 많은 타이밍을 놓쳐 이제는 여주의 아끼는 동생 중 하나가 되어버린 입장이라. 특히 여주가 아낀다며 제게 치대올 때마다 고장 나버리는 탓에 아무렇지 않은 척하다 보니 되려 밀어내는 입장이 되어버려서. 지금도 그렇게 애써 무관심한 척, 이야기를 들어주다 근질거리는 입을 꾹 다문다.
" 같이 할 사람 없으면 나랑 하던가. 근처에 아는 형이 하는 헬스장 있어. "
" 헐 진짜? "
기꺼이 어디든 같이 가고 싶다고. 뭐든 나와 함께 하자고 말하고 싶은데. 그렇게 말해준다면 더없이 좋아해 줄 여주겠지만 스스로 자신이 없어서. 방심했다간 힘겹게 눌러둔 마음들이 손쓸 새도 없이 터져 나올지도 몰라서. 이렇게 무심하게 말하면 그 안에 버거운 마음이 얼마나 되는지 몰라줘서 다행이기도, 알아줬으면 싶기도 할 때마다.
나는 네가 차라리 내게 선을 그어줬으면 좋겠기도 하다.
그러니까 주헌이 여주와 알게된 건 1년전쯤! 츤츤 다정 허니 넘 조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