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재생 부탁드려요 ~
" 어? 헐. 기현이? "
알바생 하나 새로 온대. 출근과 동시에 통보받았던 매니저 형의 이야기가 스쳐 지나갔다. 사실 먼저 알아봤음에도 무관심했던 게 방금이 맞나 싶을 만큼, 예상치 못한 장소에서 만난 저를 한껏 반가워하는 여주에 덩달아 그런 기분이 들었었나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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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으악 너무 귀여워, 어쩜 이렇게 똑똑하지?! "
기현에게 제가 가장 좋아하는 강아지라며 견종 리트리버의 영상을 재생하고 앓다시피하는 여주를 구경하며 그게 꼭 여주 같다는 생각을 했다. 그러니까 영상 속 초롱초롱한 눈으로 위협적으로 꼬리를 흔들어대는 개 한 마리가, 마치 첫 출근에 자신을 반기던 여주와 매우 흡사했다.
너도 여기서 일해!? 격양된 목소리로 기현에게 마구 아는 척을 해대다 사장님의 부름에 다녀올게! 하고 등을 돌렸다. 그때까지만 해도 기현과 여주는 딱히 초면도 구면도 아닌 같은 수업을 고작 하나 듣는 학교 동기에 불과했다.
물론 여주는 어딜 가도 복작거려 눈에 띄는 사람이니 기현이 여주를 알고 있는 것쯤은 이상할 게 없대도, 기현은 워낙 주변에 무신경해 사람들과 얼마 어울리지도 않고 여주와는 반대로 차분한 걸 좋아해 눈에 띌만한 일은 하지 않아서 당시 내 이름을 아네. 하고 생각했었다.
아마도 낯선 장소에 낯익은 얼굴이 저밖에 없었어서 그랬나. 과하게 반가워하는 여주가 잠깐은 부담스럽다가, 기분이 옮기라도 하는지 두 사람은 금방 가까워졌다. 물론 거기에 여주가 8할은 다 했겠지만.
" 왜 그렇게 봐? 나 뭐 묻었어? 표정이 좀 변태같나? "
단지 사람들과 어울리는데 딱히 흥미가 없을 뿐이던 기현은 이때만 기다렸나 싶을 정도로 여주에게 속소무책으로 빠져들었다. 여주가 아르바이트를 시작하고 두 사람의 근무가 두 번 정도 겹쳤었던가. 후부터는 학교에서 대놓고 먼저 여주를 찾아가고, 여주와 관련된 일이라면 빠짐없이 동참하는 기현에 꽤나 많은 주변인들의 놀라움을 샀다.
회상해보면 전부, 제가 미친놈이었나 싶은 것들 투성이다. 딴 생각에 빠져있던 제게 의아하게 묻는 여주에 정신이 들어 웃음이 터졌다. 이거 봐 미친 거 맞다니까. 더욱 그렇다고 느끼는 건, 뒤늦게 겨우 닿은 여주에 조급함이 멈추질 않을 때. 티도 나지 않는 것 같은 저와 여주의 관계가 불만족스러워 여유를 찾기가 어려울 때 특히.
제 성격까지 변하게 만들었을 지도 모르는 여주가 궁금해 하루빨리 더 알고 싶고, 네 주변에 모두를 제쳐두고 내게만 집중해 주길 바라는 마음이 속절없이 커져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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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관 카페에 에어팟을 두고 와 잃어버렸다며 속상해하던 여주는 불과 어제 일이다. 최신형으로 구매한지 얼마 되지도 않았다며 종일 울적한 얼굴을 할 때엔 별 내색하지 않던 기현의 손에 같은 기계에 케이스까지 똑같이 씌워져있는 것이 들려있다. 함께 먹기로 한 점심 약속으로 기현과 여주가 만났을 때, 제가 찾아냈다며 웃으며 건네어진 에어팟에 여주는 감동을 그치지 못했다.
고마워 죽겠다며 과하게 좋아하는 여주에 기현은 흡족해 전날 여주가 쓰던 똑같은 케이스를 찾아내고 배송을 기다릴 틈이 없어 모든 걸 직접 픽업하러 다니며 수고로웠던 것들은 생각도 나지 않았다. 평소 꼼꼼할 리 없는 여주는 다 똑같이 생긴 에어팟 기계가 마치 완전 새것처럼 깔끔했으나, 한참 고민해 고른 케이스와 키링까지 같은 매장 같은 제품으로 완벽하니 알 턱이 없었다. 그건 정말 저가 잃어버렸던 걸 찾아온 것이 아니라 기현이 감쪽같이 새로 장만한 거란 걸.
"나 요즘 진짜 너 없으면 어떡하나 싶다니까. 밥은 내가 산다! "
" 아냐, 나 상품권 얼른 써야 할 게 있어서. 그걸로 먹자. "
" 흠 그럼.. 오늘 저녁에 약속 있어? 없으면 맥주 마실래? "
" 그럼 그럴까? 좋다. "
수업 시간 중간에 짬 내서 먹는 점심 치고는 조금 과하게 훌륭한 식당에 가기로 한 것도. 그렇게 말하는 기현에 요즘은 식당에서도 상품권을 사용하나? 잠깐 생각했지만 의심은 커녕 단순하게 다음 약속을 기약하는 여주로 인해 기현이 만족스럽게 웃는 것도. 나쁜 뜻은 없다지만 완벽히 사심으로만 이뤄진 기현을 여주가 눈치챌 요량이 과연 있을까 싶다.
아마도 가장 잔잔해보였을 캐릭터에게 계략공 순한맛 한스푼,, 마쉿다 쩝쩝 혹시 그동안 기현 톡은 별 임팩트가 없게끔 느껴지진 않으셨나요?! 후후 그렇다면 이제 달라보이실 걸요!? 인물 정리편에서 약간의 힌트가 있었지만 이런 내막(?)을 저만 알 것 같아 입이 근질근거렷다는 주절주절 ~,,,
+ 배경 음악에 진심인 글쓴이.. 브금 선정에 나름 신경쓴답니다 꼬옥 들어주시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