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볍게 읽어주세요:)
[쑨환/쑨양태환] 삐쟁이 上
“후으”
힘들어 죽겠다-.200m에서 은메달을 따고, 컨디션 조절을 위해 숙소로 왔다. 은메달 두 개…잘한거야 박태환. 마지막으로 남은 1500m. 사실 주종목이 아닐뿐더러, 다른선수들 보다 지구력이 약한 나로써는 기대하기 힘들다. 예선을 통과 할 수 있다는 보장도 없고…. 또 1500m에서는 쑨양이 있지 않나.
“…자신 없는데.”
침대에 누워 천장을 바라보다가 몸을 뒤척였다. 뭐, 최선을 다하면 되겠지. 기지개를 피니 어께에서 우두둑 소리가 들린다.
“나도 늙었지, 늙었어.”
칭송받던 4년전 박태환이 어느새 떠오르던 신예들에 조금씩 묻히고 있음을 느낀건 언제부터였을까. 물론 당연한 거라 생각하긴 하지만, 씁쓸한 건 어쩔 수 없나보다. 게다가 벌써 마지막 올림픽. 억지로 씩 웃어본 뒤 기지개를 쭈욱-폈다. 시원하다.
-똑똑똑
?
문 두드리는 소리. 누구지 이 늦은 시간에. 무거운 몸뚱이를 억지로 이끌고 문으로 다가갔다.
코치님?
“Hi”
“…어, Hi.”
아넬? 이 시간에 웬일이지, 서로 편한 사이도 아닌데. 머쓱하게 인사를 하고 나보다 19cm나 더 큰 아넬을 올려다 보았다. why? 내 표정을 보더니 씩 웃고 엄지로 뒤를 두어번 가리킨다. 나가자고?
“Now?”
“I want to talk with you.”
평화로운 런던의 밤에, 나는 지금 아넬과 나란히 걸으며 얘기중이다. 아니지, 이건 대화가 아니라 경청이다. 대화의 80%는 아넬이 열심히 떠들고, 나머지는 내가 그냥 웃으며 맞장구 쳐주고 있다. …사실 빨리 들어가서 자고싶은데, 이새끼 말이 얼마나 많은지. 그저 아넬이 자신의 어린시절, 힘들었을 때, 첫 경기, 나를 처음 봤을 때 느낌 등을 말하는걸 한 귀로 듣고 반대쪽 귀로 열심히 흘리고 있었다.
“So, How about you?”
“?”
“Feeling, about me.”
“Feeling?”
느낌? 나에대한 첫 느낌을 말했으니, 이제 나보고 말하라는 건가. 힐끗 아넬을 올려다 보니…코밖에 안보이는 구나.
“으음, First feeling?”
“Yes.”
아넬을 처음 봤을 때 느낌이라…. 사실 아넬에 별 관심이 없었어서 뭐라 대답할지 난감하다. 그냥 뻔하게 좋았다-하고 말해야하나.
“Ah, very surprised.”
“Oh, really?”
“Yes.”
그래 너의 그 널따란 콧구멍에 놀랬단다.
“Why?”
Because of your nose whole scale.
“Because…You’re young but very fast.”
“Oh, Really? Thanks.”
…칭찬을 못듣고 자랐나, 내 한마디에 싼타 할베처럼 웃더니 큰 콧구녕을 벌렁대며 좋아한다. 하하…난 애매하게 웃을 뿐이고. 아넬이 다시 떠들기 시작하길래, 그의 이야기에 고개를 끄덕여주며 천천히 발걸음을 옮겼다. 아…매우 자고 싶다. 고개를 살짝 돌려 몰래 하품을 하는데
-부스럭부스럭
?
방금 뭔가 거대한게…풀숲 안으로 들어간 것 같은데. 멍하니 풀숲을 바라보고 있자, 내가 자신의 이야기에 반응 하지 않음을 느꼈는지 아넬이 내 앞에 손을 두어번 흔들어 보인다. 아, sorry. 미안한 듯 웃어보이니 어디 아프냐며 날 겁나 불쌍하게 내려다본다.
“Oh, Park….”
겁나 아련돋게 내 이름을 부르더니 내 이마에 손을 척하니 올리곤 little hot…. …이새끼 조울증이야? 징그럽게 남의 이마에 손은 왜올려. 억지로 안면근육을 움직여 미소를 유지하고 괜찮다고 손을 저어보이는데도 무슨 죽을병 걸린 사람 취급하듯 날 쳐다본다. 손이나 때 새꺄.
“Anel!!!”
아넬 손을 치워버리고 싶음을 꾹 참고 있는데, 아넬을 부르는 코치의 목소리가 들린다. 쯥-하고 입을 다물더니 내 이마에서 손을 떼고 아쉬운 표정을 짓는다.
“Ah ah… sorry, Park.”
“That’s okay.”
즐거웠다며 내 머리를 마구 헝클더니 코치에게로 뛰어간다. …아 저새끼 진짜. 끝까지 손을 흔들어보이는 콧구멍새끼에게 감정 듬뿍담긴 웃음을 지어보이고 몸을 돌렸다.
“아우, 소름돋아.”
아넬이 헤집었던 머리를 다시 원상태로 돌리고, 주변을 둘러보다 작은 벤치를 발견해 일단 가서 앉았다.
“아아-피곤해.”
내가 왜 그 양놈 비위를 맞춰주고 있었지. 얼굴을 한번 쓸어내고 하늘을 보았다. 별이 참…별로 없구나. 그래도 깨끗해 보이는 하늘에 짜증났던 기분이 조금은 나아지는 것 같아 옅은 미소를 지어보았다.
?
또다. 아까 그 풀숲에서 뭔가 또 움직인다. 그 풀숲만 움직이는 걸 봐서 바람 때문은 아닌데.
“동물?”
사나운 짐승은 아니겠지, 하는 마음으로 조심스레 풀숲으로 다가갔다. 계속 바스락 거리면서 움직이는 걸 봐서는 뭔가 있는건 확실한데. ㅈ, 졸라 런던의 유령 뭐 이런건 아니겠…
“악!!!!”
“왁!!!!!”
ㅅ…시발! 풀숲에 가까이 다가가자, 갑자기 엄청 커다란 무언가가 쑥 하고 튀어나오길래 너무 놀란 나머지 뒤로 자빠져 버렸다. 뭐야저거. 정신을 차리고 보니 내 앞에는 지도 놀랐는지 씩씩대는 …쑨양?
“…쑨양?”
“Ah, ah…”
아직 마음 진정이 안되는지 중국어로 뭐라 솰라솰라 하더니 심호흡을 한다. 후하후하. 정신이 들었는지, 곧 나를 미안한 듯 쳐다보며 손을 내민다. 잠시 하얗고 큰 손을 바라보다가 마주잡고 몸을 일으켰다.
“What are you doing?”
엉덩이를 탈탈 털고 나보다 15cm나 큰 그를 올려다보았다. 내 질문에 조금 당황해 한다.
“Ah, um…I, I actually….”
뭐냐 이 똥마려운 강아지 같은 태도는. 뭔가를 말하고 싶어 낑낑대더니 머쓱하게 웃음을 지어 보인다.
“Sorry, 미안합니다.”
“…음?”
“태환 surprised, because of me…미안.”
오.
한국말도 할 줄 아네. 한국어 배운다는 기사를 봤긴 봤는데, 실제 섞어 말하는 걸 보니 기분이 묘하다. 괜한 뿌듯함에 괜찮다며 웃음을 지어주자 갑자기 내 시선을 피한다. 뭐야, 인심써서 웃어줬더만. 민망해서 목을 가다듬고 쑨양을 쳐다봤다.
“Am, so…what are you doing at…there?”
“아, um…ㅇ, 운동. exercise.”
어께 돌리기를 하면서 운동, 이런다. 운동? 저 풀숲에서? 지금 이 시간에?
쑨양을 미심쩍게 쳐다보자, 당황했는지 가뜩이나 쳐진 입꼬리가 으, 어…거리며 더 쳐지더니 내 시선을 피한다.
“Lie. 거짓말.”
“진짜! ㅇ…운동!”
다 티나는데 내게 꼿꼿하게 거짓말을 한다. 알았어 믿어주마. 이해한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이니 후-하고 숨을 내뱉는다.
“……”
근데 되게 뻘쭘하다. 할 말도 없고. 이제 드디어 들어가서 눈 좀 붙일 심신으로 인사를 하려 입을 여니, 쑨양이 먼저 말을 한다.
“태환.”
“어, Yes.”
“…….”
“?”
뭐야. 말을 시작했으면 끝맺음도 해야지. 입을 꾹 다물고 바닥을 보다가 중국어로 혼잣말을 하는데…내가 무슨말인지 알겠나.
“Am…I……태환…아넬….”
“?”
“I mean, 태환…아우!!!”
중얼중얼 말하다가, 지도 답답한지 지 가슴팍을 툭툭 치더니 숨을 내뱉고 나를 본다. 3초간 가만히 날 보더니 하는말이.
“아넬, 싫다.”
“…?”
“태환이랑 아넬 같이 있는거 싫다.”
아-
나랑 아넬이랑 같이 있는게 싫구나.
-가 아니잖아.
니가 왜?
쑨양의 어처구니 없는 발언에 뭐라 대답해야해-하고 머리를 굴리다가 그를 쳐다봤다. 입을 꾹 다물고 내게 시선을 고정하고 있다.
“…태환.”
“어, 어?”
아주 비장한 표정으로 날 보더니 침을 꿀꺽 삼킨다. 갑자기 내 어께에 그 두꺼비 같은 두 손을 척 얹는다. 고놈 손하나 겁나 크네. 날 뚫어져라 바라보는데,…민망해 죽겠다.
“태환.”
“ㅇ…어. why?”
“…물어볼꺼 있다. Question.”
“Asking.”
다시 꿀꺽. 뭔 말을 하려는지 잔뜩 긴장한 표정으로 날 바라본다. …말을 해 새끼야.
“…쑨양, 아넬.”
“?”
“누구…더 좋다?”
“…엉?”
“나, 아넬. 누가 더 좋…습니까?”
자연스레 미간이 찌푸려진 채 오소소 팔둑에 소름돋는걸 온몸으로 느끼며 쑨양을 바라보았다. 뭔가 되게 기대하는 표정으로 날 보고 있다. …아니 그런걸 왜물어봐.
“Am, Why?”
”Just answer me.”
닥치고 대답하라 이건가.
"Um..."
"응."
“음….”
“응응.”
엄청 격양된 강아지 마냥. 눈을 반짝이며 날 보고 있다.
“아…그게.”
끄덕끄덕끄덕. 아주 내 대답이 나오길 목빠지게 기다리고 있다.
“나는 둘다 좋게 생각해.하하.”
“No, just one.”
한명만 꼽으라는 완강한 표정에 살짝 뒤로 몸을 뺐다. 아니 뭐 이런걸 물어봐.
“Why?”
“빨리, Answer me.”
완강하게 어서 대답하라며 아주 대놓고 선택해달라는 눈빛이다. 아…이거 ‘당연히 쑨양 네가 더 좋아.’ 이렇게 말해줘야해?…뭔가 매우 호모스러운데.
“음…그게말이지.”
“Yes.”
“그게, 하하. …사실.”
“Yes, Yes.”
“아넬 보ㄷ….”
“아넬!?”
“으응?”
“Really!?”
꾸욱. 쑨양이 내 어께를 꽉 쥔다. 아야야, 아파 임마. 자연스레 인상이 찌푸려진다.
“아니, 쑨양 나는…”
“하….”
“쑨양, 그러니까. 아넬보ㄷ…,”
“…아넬!!!!!!!!”
아니 멍충아 아넬보다는 너가 더 났다고!
“No no no no. 쑨양. 그러니까-”
“Oh my God!!!!!!!!!!!!!!!!!!!!”
갑자기 발악하는 쑨양. 뭐야 얘….어라. 얘 울게 생겼다. 지금껏 본 입꼬리 중 제일 쳐진 입꼬리를 해서는 눈이 촉촉하다. 입 씰룩씰룩 대는거 봐라. 진짜 울게 생겼다. 날 촉촉하게 바라보더니 중국어로 또 중얼중얼. 다시 날 울것같은 표정으로 날 휙 보더니 또 중얼중얼.…아니 바보야. 말을 끝까지 들어봐.
“쑨양, 그게 아니고…아넬보다는 쑨….”
“나는!!!!!”
갑자기 소리치는 쑨양에 놀래 퍼뜩 쳐다보니 눈에 눈물이 아주 대롱대롱 매달려 있다. …아니 왜우는데.
“나는, 나는 태환이 더 좋다!!!”
“…응?”
“실망이다. 태환 실망이다!!!”
…뭐야 쟤. 엄청 상쳐받은 표정으로 내게 영화에서 나올법한 대사를 읊더니 정말 비련의 여주인공같은 표정으로 흡-하더니 휙 돌아서 뛰쳐가버린다.…ㅇ, 이봐 쑨양?
“쑨양!?Hey, 쑨양!!”
“싫다!!!태환 이제 밉다!!!”
“아니 쑨양! 내 말은 끝까지….”
“아아아아아아아악!!!!!!!!!!”
…저 미친새끼 뛰어가면서 소리지는거 보소. 내 말은 안듣겠다는 건지 머리를 막 흔들더니 어느덧 내 시야에서 사라졌다.
“…삐진건가.”
아니 내가 아넬이 더 좋다고 한 것도 아닌데 지가 마음데로 해석하고 저리 뛰어가면 나는 어쩌라고. 뭔가 방에가서 펑펑 울것같은 표정이였긴 한데…. 뭐 아무 일 없겠거니-하고 숙소로 돌아가려 발걸음을 옮겼다. …근데 뭔가 매우 찜찜하네.
+작가사담
안녕하세요. 양갱입니다.
역시나 이번에도 쑨환 침체현상을 조금이나마 완화시키기 위해.......비루하기 짝이 없는 새벽감성용 글을 싸지릅니다.
(저번에도 말했지만 제 개인 블로그에 올렸던 글이라 보신 분들도 계실 꺼예요ㅎㅎ)
근데 진짜............... 읽어보니까 너무 오글기륵구글ㅎ
망했어요.
일단 저번에 댓글 달아주신 분들 너무 감사해요ㅠㅠ아무도 없을 줄 알았는데ㅠㅋㅋㅋㅋ
읽다보면 아시다시피 제 글에는 고데기와 스팀다리미가 꼭 필요합니다.(제 모든글들은 새벽감성 터질때 쓴 글들이라^^;)
다음부턴 옆에 항시 대기 해놓고 읽으세요. 독자님들의 손발은 소중하니까.......☆
암호닉이랑 신알신 해주신 분들 너무 감사드리며, 곧 다음편도 쏴드리겠습니다.
커밍쑤운-:)
p.s. 브금은 그냥 제가 씐나고 싶어서 올린ㄱ......글이랑 안어울 리는거 저도 알아요....흡....
+암호닉 해주신 고마운 분들
양양이 비둘기 유스포프 태쁘니 마린페어리 아와레 광대승천 햇반보이 너구리 허니레인
사랑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