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처럼 주말이겠다. 친구들이랑 잡아논 약속가려고 예쁘게 꾸미려던 내 방문을 연건 엄마였다.
"미안해서 어쩌지? 오늘 어제 엄마랑 아빠랑 새벽에온거 알지? 너무 스트레스 쌓여서 우리 데이트 좀 하고와야겠는데~"
"그게 왜 미안해? 잘 다녀왕! 나도 오늘 약속있어~~"
"그래서 우리 딸한테 미안해......"
"응?"
"백현씨.. 못나가잖아. 밥차려주고 해야하는데... 그 한 두끼도 아니고 하루종일 혼자 집에계시면 심심하기도 하실거고.."
블라블라. 결국은 변백현때문에 나도 꼼짝말고 집에 박혀있으란 얘기였다.
저놈의 변백현, 무슨 비글두고 집 떠나는 부모님처럼 불안해하면서 절대 혼자는 못 두고 가겠다는데 그 희생양이 나라니. 나라니!!!!
으악!! ? 아니지, 이건 좋은 기회가 될 수도 있겠어.
"어쩔 수 없지.. 그래도 나는 울 엄마아빠 사랑하니까~ 잘 다녀와요 !"
하고 생글생글 웃어주니 엄마아빠는 좋다고 변백현이랑 둘이 집에서 잘 놀고있으라며 용돈까지 주시고 나갔다.
그런다고 내가 집에 꼼짝말고 박혀있을 여자인가. 쿵쿵 걸어 2층으로 올라갔다.
"이봐요."
"으아?"
근데 이건 또 무슨 상황 ? 2층 쇼파에 잘만 앉아있던 사람이 날 무슨 처음보는 생물체 처럼 놀라며 쳐다보지 뭔가. 쟤 왜 저래, 뭐 잘못먹었나.
"제가 오늘 약속이 있어서, 나가야겠는데.. 부모님도 집 하루종일 비운다거든요. 애도 아니고, 혼자 있을 수 있죠? 나 없으면 더 편하겠네 뭐."
"아..그.. 그래. 다녀와요."
미치겠다. 뜸 들인건 그렇다쳐, 왜 갑자기 존댓말이야 무섭게?
"왠 존댓? 어색하니까 걍 원래대로 해요."
"아..어.. 어! 잘 놀다와!"
? 아무리 봐도 분위기가 급변했다. 어제까지 내가 알던 변백현은 어디에? 혹시 내가 잠든사이 외계인이 잡아갔나? 저건 복제품?
그렇지 않고서야 저럴수가 있나? 그 웬수 변백현이?! 무슨 깨갱 거리는 강아지같았다.
내가 나간대서 기죽었나?..아니 뭐.. 흠.
"여기 전화번호 적어두고 갈게요. 뭐 급한일 생기거나, 그러면 연락해요 바로올게요."
"그래!!"
다시봐도 저 경직된 태도. 어디 아픈거 아니야 진짜? "이봐요. 괜찮은거에요?" 나는 아무 생각 없이 가까이 가서 물은건데,
아주 빛의 속도로 뒤로 날뛰어 도망간다. 뛰는거 보니 아픈건 아닌거 같은데.. 머리에 뭐 맞았나?
"네!! 아니 괜찮다니까 !!"
이젠 말도 아주 섞어서한다. 큰일인데..상태가 많이 이상한데, 좀 걱정은 되지만 일단 난 약속이 우선이니.
또 무슨 일 있으면 연락하라고 번호도 줬겠다. 난 쿨하게 나와서 친구들과 만났다.
씬나게 얘기하고 있는데, 한 두시간 쯤 흘렀나. 핸드폰이 조용한걸 보니 슬슬 마음이 쓰이는게 , 아까 부모님의 마음을 이해할 거 같기도 하고..
혼자서 밥차려 먹을 성격도 아닌거 같던데, 밥 시간 한 참 지났는데 왜 아직도 연락이 없지?
아이돌이라 배달음식도 못시킬텐데.. 못해도 재료 뭐가 어딨나 질문이라도 할 타이밍이 지났지 않나?
"야! 내말 듣고 있냐고~"
"어?? 어 뭐랬지?"
"얘 오늘 상태 이상한데.. 너 뭔일 있어?"
"그러게 어제도 아프다고 못왔잖아, 아직 아픈거아니야?"
"아니야 아니야~"
내가 미쳤나. 웬수 변백현 신경쓰느라 애들이랑 잘 놀지도 못하고있다니 !! 그래도 혹시나 하는 마음에 핸드폰은 손으로 만지작 만지작 거리고 있던 중에.
"아까부터 폰만지더니 왜 썸남오빠 연락 기다려?"
카톡!
"어 야 잠깐만"
"어란다 어. 염장 쩌네 타이밍도 쩔고 아주."
내가 기다린건 변백현 연락이였는데, [나 지금 어디게~?]
아.김빠진 콜라같은 느낌이였다. 어젠 끝까지 연락 안하더니 미안하긴 했나보네 오빠가.
아 근데 왜 변백현은 연락이안와 연락이. 설마 무슨 일 생긴건 아니겠지? 집에 혼자있는데 사생들이 찾아왔다던가....
순간 오만가지 불안감에 벌떡 일어났다.
근데 정말 타이밍 좋게 우리가 앉아있던 카페 문이 열리더니 왠 꽃다발을 한아름 든 익숙한 남자의 얼굴. 어? 설마. 저거.. 썸남오빠?
"안녕!!"
친구들은 깜짝 놀라 어떻게 알고 왔냐는둥 , 정말 부럽다는둥. 난리였는데 정작 난 자꾸 엄습하는 불안감에 찝찝해서 버틸 수가 있어야지.
"오빠 미안!! 얘들아 담에보자. 나 급한일이 있었는데 갑자기 생각나서!"
"헐? 야 너 지금.헐? 어디감 쟤 미쳤음?"
"어??????????야!! 너 썸남오빠왔는데.."
ㅡ
누구라도 들리도록 쾅! 소리나게 문닫고 들어서서 "변백현!!" 하고 부르며 2층으로 올라갔다.
"그 순간부터 너의 맘을 얻고 나눈 키스까지 - "
난 이렇게 다급하게 뛰어왔는데 피아노에 기대 앉아 헤드셋을 낀채 노래를 부르는 변백현. 두 눈도 꼭 감겨있어 날 볼수도 들을수도 없었나보다.
"가사도 꼭 저런걸 부르고 있냐 . 능글맞게,"
그렇게 말하면서도 , 창문사이로 들어온 석양빛이 비춰지는 그 장면은 마치 영화 속 장면 같았다.
연예인은 연예인이라는걸 또 한 번 느꼈다. 저렇게 보니 , 정말 반짝반짝하게 빛나보이네 마치 다른세계 사람처럼.
무슨 영화 감상하듯이 빤히 빠져 보고있었는데, 무슨 노래들을 저렇게 부르는지 하나같이 가사들이 마음을 흔드는 살랑바람같다.
"그런 한 사람 될 수 있다면 어디든 천국일테니 , "
부를만큼 불렀다 싶은지 살며시 눈을 뜨다 날 보고 깜짝놀라 헤드셋을 뺀 변백현.
"왜 자꾸 나만 보면 놀라요? 연락도 안하고, 밥은 먹고 노래 연습한거에요? 근데 그렇게 노래하는거만 보면 팬들이 그쪽 좋아하는 이유를 조금은 이해가 되기도하네요. 아 물론 그 성격을 모를때라면 말이죠."
사실 노래하는 변백현에 취해있었던 내가 더 놀라서 뭐라고 주절주절 길게 떠든지도 모르겠다.
" 그러게 2층 그렇게 막 예고없이 올라오지 말라니까. 배는 고픈데 , 밥 ..너한테 차려달라고 해도 돼?"
아침부터 저 순둥순둥한 변백현. 컨셉타령하더니 지가 바꾼거야 뭐야? 자꾸 딴 사람같아서 헷갈리잖아.
하면서 밥차리는데 자꾸 내 등 뒤에서 안절부절 못하고 도와줄껀 없냐고 왔다갔다 거리는 변백현. 어휴 내가 진짜 거슬려서!!
"그래 내가 이거.."
"아 쫌 가만히..이?!"
꽝 !! 부딪혀 중심 못잡고 둘다 넘어간 와중에도, 가스불이나 물이 안켜져 있길 다행이지. 큰일 날 뻔했다고 생각했다.
근데 더 큰 일은 그 뒤였나보다.
영화속 오글거리는 장면을 최소 하루에 한 번은 취해오던 우리 같은데, 눈뜨니 변백현이 아주 어쩔 줄 모르고 얼굴이 빨개져있지 뭔가.
근데 그런 변백현을 마주 보고있자니 괜히 나까지 묘한 기분. 저게 일어나야 나도 일어나는데 일어날 생각을 안하고 굳어있네.
"이게뭐야~배고프다면서, 왜 그렇게 날뛰었어요~!!"
아무렇지 않은척 퉁명하게 내뱉은 말에도 변백현은 얼음. 뭐 이래 정말?
"얼음처럼 굳어 있을거에요? 어떻게 해주면 땡 되요?"
"땡?"
"그래요 얼음 ㄸ."
쪽 소리는 내 귀가 미쳐서 들린건가 뭔가 지금 뭔 일이 일어난건가.
?
????????
????????????????방금뭐였음이뭐??????뭔가 가까이 왔는데 무슨 썸남이랑도 안한 그거 맞음? 지금 내 입에 뭐가 닿았다가 떨어진거임????
저 노래하던 변백현 저거 지금 나한테 그 입 뭐?????????????????어?????????????
근데 더 어이없는건 , 지는 아주 귀까지 빨개져서 자기입을 두 손으로 틀어막더니 이러고 2층으로 도망갔다.
왜 지가 더 당황하고 난리야 지금 나야 말로 얼음. 되야할 타이밍 아니야?
ㅡ
"이봐요!! 밥 안먹을거에요?!"
침착하자. 그래 그냥 실수였어. 그렇게 되뇌여도 멍해지는 머리를 힘들게 부여잡고 나는 밥까지 해놨는데!!
저건 아주 대답도없고. 2층까지 올라가면 또 무슨 사단이 날거같아 쉽게 가지도 못하겠다.
카톡!
[땡.]
[미안. 근데 나 하루종일 굶어서 힘들다ㅜㅜ진짜 밥 먹으러 내려가도 돼?]
가지가지하네 아주.
변백현이 날 처음 만났을 때 이런 기분이였나. 그런 말을 한 거 보면.
[당장 뛰어 내려와요. 2층까지 가져가서 밥 상 엎어버리기전에]
나는 몰랐다. 그때까지 내가 썸남오빠의 존재를 지우고 있었단 사실을.
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
믕밍.뭥.믕ㅁ임.. 글쓰는 작가 정신 멘붕.
독자들도 멘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