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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즌 3은 안 됩니다.’ 라고 단호박 꼭지처럼 굴었던 적이 있습니다. 과연 어떤 자신감이었을까요. 어느덧 피날레를 장식하고 후기를 쓰는 제 모습이 어색하긴 합니다만 그토록 기다린 완결을 볼 수 있게 되어 기쁘게 생각합니다.
O.M.R 리턴즈를 끝내고 새 장편을 준비하고 있던 시기에 우연히 유튜브 알고리즘으로 나타난 어떤 분이 단호하게 말씀하시더라고요.
장편을 새드로 끝낼 거면 그동안 독자는 왜 끝까지 달렸는가?
순문학 할 거 아니면 해피로 끝내는 게 맞다.
전 그날로 피날레를 쓰기 시작했습니다. 간혹 차라리 혼자 쓰고 혼자 보고 혼자 웃는 게 낫지 않을까 라는 의기소침한 갈등도 들었으나 O.M.R은 저의 첫 작이자 특별한 상징과도 같아서 이왕 할 거 잘 좀 갈겨서 세상에 내놓자고 스스로를 협박했던 기억이 납니다. 흐름 상 바뀐 에피소드나 삭제된 장면이 아쉽긴 하지만 그래도 현재가 가장 마음에 듭니다. 쏘옥.
O.M.R 더 피날레는 〈우리 다시 사랑할 수 있을까?> 라는 부제로 나름 각성하고 돌아온 여주가 지훈이를 만나 사랑을 이어가는 재회 이야기이자 리턴즈의 외전이기도 합니다. 우리 독자님의 마음은 어떠셨나요. 시즌 4 결혼 이후 에피소드 연재를 3.7초 정도 고민했으나 이러다가 평생 안 끝날 것 같아서 〈16. 그리고 또다시 우리는> 게시글을 통해 마무리하기로 했습니다. 미래의 이야기는 지훈이와 여주에게 맡기려고요.
참고로 둘 사이의 자녀는 지훈이를 빼닮은 아들 한 명이라고 합니다. 누굴 닮았는지 노래를 기똥차게 잘해서 지역 노래자랑을 나갔는데 5세 미만 아동 최초로 ⭐입상⭐. 평소에 이성과 자중을 추구하던 지훈이마저 내 아들 좀 보라며 카톡이고 인별이고 동네방네 자랑하고 다님. 첫 손주의 재능이 감명 깊었던 지훈의 아버지는 다음날 집 앞에 현수막 걸려다가 여주한테 들켜서 아쉽게도 못함 (아버지한테 현수막 받아온 지훈이가 애기 방에 몰래 걸어둠. 물론 여주한테 또 들킴). 질 수 없는 승관이는 카스테라 라디오 전화 연결로 쪼꾸미 노래 한 소절 전국적으로 전파함. 석민이는 아예 공연장에 데리고 다님. 데세랄 장만한 정한이는 이미 1열에서 대기 중. 서로 내 아들이라고 난리 난리 난 와중에도 지훈이는 평온함. ‘등본 떼면 너희들 다 아웃’ 이라는 법적 효력을 잘 알고 있기 때문에. 여주와 달아오르려고 할 때마다 재워 달라고 찾아오는 아들 때문에 심기가 불편할 때도 있지만 자신과 닮은 얼굴과 똑같은 위치에 패인 보조개로 ㅇ ㅏㅂ ㅏ! 하고 달려오는 게 지훈의 커다란 행복 중 하나가 돼버림.
Q. 매일 밤 자신과 아내 사이에서 잠든 아이를 보면 정말 좋으시겠어요?
어쨌든 계속 심기가 불편하긴 함 ⌒ ‿ ⌒
더 피날레 초반에는 여주의 후회와 지훈이의 진심을, 중반에서는 지훈이의 아픔을 보듬는 여주의 성장을, 후반에서는 진정한 자유와 이별에 대처하는 지훈이의 성숙한 자세를 표현하고 싶었는데 제가 의도한 포인트가 독자님께 제대로 전달이 되었을지 궁금하네요. 독자님은 어떤 에피소드를 좋아했을지 궁금하기도 하고요. 저는 개인적으로 4화 ‘본심’과 5화 ‘조금 더 가까이’가 마음에 듭니다. 미워하려 해도 미워할 수 없고 여전히 여주를 사랑하고 있다는 지훈이의 마음이 대놓고 터지는 장면이라서 글을 썼던 저도 업로드 전에 스물여섯 번 정도 심호흡을 했지 뭡니까. 지훈이가 여주에게 달려오는 장면을 보면서 카타르시스를 느꼈다는 댓글을 봤는데 그거 고정 댓글 하면 때리실 겁니까? 제 옆 통수가 맷집이 좋습니다.
승관이의 대사를 빌려 ‘사람 일은 참 모른다’ 라는 말을 쓰고 싶어요. 2016년의 제가 고등학교 - 대학교 - 직장인의 모습까지 같은 인물과 하나의 주제로 2021년에도 글을 쓰고 있을 줄 감히 예상이나 했을까요. 어떤 독자님은 더 피날레를 보면 예전에 제 글을 읽던 자신의 모습과 그날의 분위기가 떠오른다고 하시더라고요. 저도 같은 기분이었어요. 노트북 앞에 앉아 있으면 시즌 1과 시즌 2를 연재했던 당시의 제가 주마등처럼 스쳐 지나가는데 기분이 정말 묘하더라고요.
메모장에 두서없이 적었던 에피소드, 첫 업로드와 첫 댓글, 아침이 될 때까지 댓글을 곱씹었던 밤, 글에 어울리는 배경 음악을 찾다가 밤을 샜던 날, 전혀 그럴 기분이 아닌데 버스에서 지훈이와 승관이 대사 드립 속으로 날리다가 혼자 강제 웃참한 순간, 글이 막혀서 어쩌지도 못하고 온종일 앉아 있던 딱딱한 의자, 리턴즈 마지막 화를 올린 뒤 조용히 덮었던 노트북, 그리고 다시 그 계절을 맞이한 오늘. 가끔 지난 시즌에서 종종 봤던 독자님의 댓글을 보면 꼭 예전으로 돌아간 것만 같은 느낌이 듭니다. 인터넷 상에서 오랜 시간 동안 꾸준히 같은 글을 보러 오는 건 절대 쉬운 일이 아닌 걸 알기에 그 애정이 저한테는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값진 자산이자 보물이에요. 또한 일상을 살아가는 낙이기도 하고요.
Oh My Rainbow의 스펠링을 축약하면 OMR. 우리가 잘 알고 있는 OMR 카드라는 의미도 되는데요. 시즌 1을 완결 짓고 나서 한 독자님이 제 답안지 모양은 어떤지 물어보시더라고요. 그때 당시에 너무 피폐하고 삐뚤어진 의식 속에서 살고 있어서 ‘제대로 된 답은 하나도 찍혀있지 않고 오답투성이에 군데군데 찢겨서 웬만하면 바꾸고 싶다’ 라고 답했던 기억이 납니다. 하지만 만약 같은 질문이 다시 돌아온다면 지금의 전 이렇게 답하고 싶어요.
‘여전히 제대로 된 답은 없지만 그래도 바꾸고 싶진 않다’ 라고요. 과거의 그 못난 답안지가 없었다면 지금의 저도, Oh My Rainbow란 글도, 제 글을 읽는 독자님도 인생에서 만나지 못했을 테니까요. 때론 실패와 좌절이 새로운 기회를 가져다주기도 합니다. 5년째 글을 쓰고 있는 저처럼요.
이번엔 제가 물어보고 싶어요.
독자님의 답안지는 어떤 모양인가요?
로맨스물과 성장물을 둘 다 잡고 싶은 글이었고 가끔은 욕심이 흘러넘쳐서 엎어 버린 페이지만 허다했던 기억이 납니다. 이젠 그마저도 추억이 된 지금은 예쁜 세계에서 잘 살아가고 있을 아이들과 독자님의 행복만을 바랄 뿐입니다.
자주 놀러 오세요.
대출금 완납만 생각하면 신나는 지훈이를 만나실 수 있습니다.
016326님의 소재는 따로 다듬어서 16화에 넣어두겠습니다. 야금야금 고치고 넣는 게 제 특기라 그런 귀여운 소재 환영합니다(?)
더 피날레 텍스트 파일을 원하시는 독자님이 계신다면 암호닉을 가지고 계신 분 내에서 이메일을 알려주세요. 참고로 추가 외전은 따로 없습니ㄷ ㅏ.
그동안 〈Oh My Rainbow; The finale>를 사랑해주셔서 감사합니다.
또 만나요, 우리.
2021 가을
하프스윗 드림.
야, 글쓴이 갔냐?
엉, 편지 우체통에 넣고 간 것 같어.
말 뒤지게 많네. 박찬호냐?
승관, 그동안 우리 얘기 길게 써줬는데 너무 욕하진 말어.
내 라디오국 활약상은 하나도 안 보여주고 죄다 이지훈 김여주 얘기만 하니까 빡이 쳐 안 쳐.
다음엔 해주지 않을까?
언제? 어? 지구 종말이 더 빠르겠다 시팔.
왜 또 자리에 없는 사람 욕을 해.
예능 연기 라디오 종횡무진 일취월장 나날이 발전하는 내 성공 스토리는 왜 써주질 않는 거냐고! 남은 페이지가 이렇게 많은데!
잡아서 얘기를 해보든가. 아직 버스 안 탔더라.
조만간 협상의 식탁에서 끝을 본다 내가.
식탁이 아니라 탁자. 테이블. 협상의 테이블.
그래 똑똑해서 오지게 잘났다. 축하한다야.
바빠. 왜 불렀어.
너도 차암 인정머리가 없다. 그래도 마지막인데 인사는 하고 가야 될 거 아녀.
맞어, 나도 승관의 말에 동의해.
들었지? 이쥰 빨리 해라.
조금 있으면 공연 있는데 나부터 해도 되지?
오케, 고유명사 서쿠부터 들이밀자.
이석민 / 역대 최다 1위 싱어송라이터 (+공연 한 시간 전)
제가 맨날 스케줄 뛰느라 얼굴도 제대로 못 보여준 것 같아서 아쉬워요. 그래도 마지막 인사는 같이 할 수 있으니 정말 다행이죠? 세상에 좋은 사람들은 많지만 내 친구를 얻기에는 힘들다고 생각했었는데 저한테 무슨 행운인지 승관이, 지훈이, 여주 같은 좋은 친구를 만날 수 있게 돼서 정말 기쁘고 행복해요. 가수라는 제 꿈을 좇아가면서 힘든 일도 많았지만 옆에 있는 든든한 친구들 덕분에 지금도 즐겁게 노래하고 있습니다. 여러분도 소중하게 간직한 꿈이 있다면 절대 잃지 말고 꼭 이뤄냈으면 좋겠어요. 만나서 반가웠습니다! 화이팅! 아 맞다, 오늘 여섯 시 체조 경기장 잊지 않으셨죠? 이따 봬요!
부승관 / 종횡무진 일취월장 라디오 디제이 최초 공중파 3사 예능 석권
야, 석민아 가냐? 어, 끝나면 연락해. 엉. 아무튼 네. 이런 마지막 인사는 하고 가야 나중에 후회가 없잖아요. 몇 년을 본 사인데 어떻게 갑자기 사라집니까. 그건 너무 정 없지. 교복 입고 처음 봤을 때가 엊그제 같은데 벌써 세월이 흘러서 저도 나이를 대차게 먹었네요. 물론 나만 먹은 건 아니잖아. 같이 늙어가는 처지에 나만 불쌍하다고 하지 맙시다. 다들 무슨 생각하는지 다 알아. 이지훈이 날 향한 마음도 당연히 알아. 누가 옆에서 욕하고 있는데 무슨 말인지 따로 적지 않아도 되죠? 어, 일단은 오랜 시간 동안 같이 있어 줘서 정말 고마웠고 가끔씩 살다가 힘든 날 있을 때 술 한잔해요. 가족끼리 그러는 거지 뭐. 속으로 참지만 말고 나랑 시원하게 말도 트고 그러면 좋잖아요. 학교 다니는 거 얼마나 힘들어. 직장은 또 어떻고. 제대로 알려주지도 않았으면서 일머리 없다고 구박하는 놈들은 도대체 왜 사는 거지? 이런 마음 전 이해합니다. 라디오 처음 할 때 제 윗다리가 그랬거든요. 사람 사는 거 다 똑같고 행복만큼 슬픔도 공유할 수 있는 사이가 되자- 뭐 이런 느낌으로다가. 누가 보면 눈물의 청혼인 줄. 청혼한 김에 진심으로 사랑합니다. 다음엔 왕사탕 반지 끼워 dream.
이지훈 / 늦잠 자다 끌려 나온 건축가
지훈이는 거기서 살아. 엄마는 갈 거야.
……잠옷 차림은 좀 그런 것 같아서 옷도 갈아입고 자리도 옮겨봤는데 어떨지 모르겠네요. 사실 이런 영상 편지는 처음 접해봐서 지금도 되게 어색한데 아무튼 서로 오래 봐온 사이고 그만큼 정도 많이 들어서 너무 아쉬운 마음이 남습니다. 승관이 말처럼 저희가 교복 입었을 때가 엊그제 같은데 벌써 어엿한 사회인으로서 돈도 벌고 가정도 꾸리게 됐네요. 저희 중에서는 그나마 제가 많이 벌긴 하는데 시간의 배분과 일의 강도를 따졌을 때는 아무래도 승관이가 날로 먹는 게 아닌가…… 부승관 너 왜 안 가. 네 욕 안 했어. 칭찬했어. 네가 돈 제일 잘 번다고. 응, 가. 어. …… 네. 저런 식으로 주의를 주기도 하는데 가끔 친군지 선생님인지 모를 때가 많죠. 근데 왜 이런 이야기를 하게 됐죠? 아, 승관이 날로 먹는다고. 네, 그렇습니다. 혹시 여러분 주변에 승관이 같은 직장 동료나 친구가 있다면 따로 불러서 따끔하게 경고를 주는 것도 괜찮지 않을까 생각이 드는데요. 농담입니다. 헤어지기 아쉬워서 그래요. 말하다 보니까 괜히 더 시간 끌고 싶고 보내기 싫고 그렇네요. 뭐, 또 언젠가 만날 일이 있겠죠. 그땐 지금보다 더 편하게 만날 수 있었으면 좋겠어요. 여러분이 준비하시는 시험, 일, 다른 희망 사항도 모두 잘 풀어내서 언젠가 다시 만났을 때 하나쯤은 저한테 자랑해주세요. 기다리고 있을게요. 그때까지 저도 열심히 살아보겠습니다. 아, 제가 너무 시간을 끌었나요? 아무쪼록 봄-여름-가을-겨울 사계절 내내 건강하세요. 감사했습니다. 안녀엉.
지훈아.
응, 너 나올 차례 아니야.
너 제일 잘하는 거 있잖아.
없어.
마지막인데 한 번만 더 보여줘.
마지막 아니래. 얼른 유치원 가서 애 데리고 와야 돼. 늦었어.
빨리.
Good Bye,
Oh My Rainbow