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볍게 읽어주세요:)
[쑨환/ 쑨양태환] 삐쟁이
“Ah. There’s Sun. Say hello to him.”
코치님의 말에 조금 옆을 보니 시무룩한 얼굴로 아침밥을 깨작깨작 먹고있는 쑨양이 보인다. 평소와는 다르게 왜 저렇게 쳐져있냐. 원래는 항상 쑨양이 먼저 인사를 했지만, 어제의 일도 있고-사실 왜 내가 어제의 그 일을 생각해야 되는지 모르겠다. 별것도 아닌데-오늘은 내가 먼저 인사를 하기로 마음먹었다.
“쑨양.”
“?”
자신을 부르는 목소리에 내쪽을 쳐다보길래 손을 흔들며 hi-하고 웃으며 인사를 했다. 그러자 갑자기 입이 댓발 나오더니 작게 hi 하곤 고개를 휙 돌려 포크로 베이컨을 마구 입에 쑤셔 넣는다. 뭐야, 설마 어제일 때문에 그러는거야?
“What’s he up to?” (쟤 왜저래?)
“하하. I don’t know.”
이상한 녀석이라며 끌끌 혀를 차는 코치님을 이끌고 발걸음을 옮겼다. 아 뭔가 매우 찝찝한데. 어제 ‘쑨양 너가 더 좋아’ 라고 직설적으로 말했어야 하나. 머리를 긁적이면서 뒤로 힐끔 쑨양을 쳐다보니 다시 시무룩해져서는 포크로 애꿎은 베이컨을 헤집고 있다. …설마 저거 나때문이야?
“Park! Good morning~.”
“?”
뭔가 듣기 싫은 가벼운 목소리가 들리길래 앞을봤더니, 어제 날 그렇게나 힘들게 한 아넬이 접시를 들고 내게 인사를 하고 있다.
“Good morning, Anel.”
머쩍게 웃으며 인사하니 싱글싱글 웃더니 자신의 접시를 들어보인다.
“Join us?”
“Am…me?”
“Yes. I want to talk more with you.”
“Ah…h…h…a.”
싫어싫어싫어싫어. 난 너의 그 시끄러운 입방정을 아침부터 듣고 싶지 않단 말이다. 구원의 눈빛으로 코치를 쳐다보니 내표정을 보더니 아-하고 고개를 끄덕인다.
“Then I’ll have a dish with coaches.”
ㅍ…파더!? 마치 내 마음을 다 아는 마냥 허허-웃으며 내 어께를 툭툭 쳐주곤 자리를 뜬다. …아나진짜. 걸음을 옮기는 코치를 말없이 째려보고있자 아넬이 내 어께를 툭툭친다. 그리고 다시 자신의 접시를 들어보이며 히-웃는다. …웃지마 새끼야. 음식을 갖고 오겠다며 뷔페가 있는 곳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아넬이 같이 가겠다는 것을 극구 만류하고. 하아-한숨을 쉬고 고개를 드니 삐쟁이 쑨양이 콧구멍을 씰룩이며 날 이글거리는 눈빛으로 쳐다보고 있다. 나랑 눈이 마주치니 휙 고개를 돌려 다시 아까 지가 헤집어 놓은 베이컨을 마구 흡입한다. 아 나 쟤는 또 왜저래.
-
“으으-”
수영복을 갈아입고 기지개를 폈다. 그리고 한숨을 푹. 어제 조금 늦게 잤더니 오늘 정신이 비몽사몽이다. 이게 다 아넬 때문이다. 걔가 날 끌고가서 밤 늦게까지 힘들게 하고, 걔 때문에 쑨양이 나한테 퉁퉁대는거다. 아우, 골이야. 깍지를 껴 뒷머리에 얹고 고개를 숙여 잠시 목을 마사지 했다. 지그시 뒷목을 누르며 눈을 감고 잠시 생각에 잠겼다.
옆에서 끼익-하고 락커문 여는 소리가 들린다. 힐끗 옆을 보니 삐쟁이 쑨양이다. 원래는 항상 먼저 살갑게 인사를 걸어오던 쑨양인데, 오늘은 아주 날 못 본 척 지 할 일만 한다. 얼씨구. 몸을 쑨양쪽으로 기울이고 고개를 내밀어 보아도 내게 눈길 한번 안준다. 나 참, 내가 왜 얘 삐진걸 달리야 하는지.
“쑨양.”
“…….”
“쑨양?”
“…….”
이젠 내말에 대답도 안한다. 허-하고 뒷머리를 헤집다가, 그냥 귀찮고 신경만 쓰이는데 이대로 그냥 둘까-하는 생각이 든다. 어짜피 그리 자주 볼 사이도 아니고, 서로 인사만 살갑게 하던 사이였을 뿐, 그리 가까운 사이도 아니였으니 별 지장은 없는데. 허나 인내심을 갖고 좀 더 달래보기로 했다. 2살 많은 내가 참아야지.
“나랑 말 안할 거야?”
“…….”
끝까지 말 안한다 이거지. 흐음-하며 팔짱을 끼고 쑨양을 노골적으로 바라보았다. 수영모를 쓰면서 내 시선이 의식 됐는지 힐끗힐끗 날 쳐다본다. 눈치 볼꺼면서 왜 튕기냐 튕기긴. 안하는 척 내 눈치보는게 은근 귀여운 구석이 있어서 살짝 웃었다. 그러자 다시 삐진척 돌입이다.
“진짜 말 안할 거지?”
“…….”
“영원히? Forever?”
“…….”
Forever?하는 내 말에 잠시 ㅇ‸ㅇ 하는 표정으로 날 쳐다보더니 다시 고개를 돌려 아무렇지 않은 척 수경을 착용한다. 그럼 뭐하나, 이미 입이 발끝까지 내려와 있으면서. 아, 거참 사내자식이 그냥 쫌 깨끗하게 잊지.
“알았어. 연습 열심히 해.”
체념한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인 뒤 몸을 반쯤 돌리자, 갑자기 두꺼비손이 내 팔을 턱 하고 잡는다. 뭐냐는 표정으로 쑨양을 바라보니 또 똥싼 강아지다. 뭐 또. 어,…어. 거리더니 머리를 쥐어뜯을 심신이였는지 머리를 마구 만지다가 수영모를 벗어버린다.
“아,…그거 아니다.”
“?”
뭐가? 쑨양쪽으로 몸을 완전히 돌려 눈을 똑바로 맞추니 내 시선을 피해버린다. 시선을 사선에 두고서는 힐끔 날 쳐다본다.
“태환이랑 말…할꺼다..”
“…….”
"Forever…아니야."
"……."
"……."
"……푸훕."
더듬거리면서도 끝까지 한국말로 말하는 쑨양이 웃기고도 귀여워서 아하하-하고 크게 웃어 재끼니 귀부터 얼굴까지 시뻘게진다. 아 짜식, 귀엽네? 삐진 척은 해야겠는데, 나랑 영원히 단절하기는 싫으니 급히 잡는거 봐. 내가 허리를 굽어가면서 웃으니 지도 쪽팔렸는지 팔로 내 다리를 툭툭친다.
“웃지마, 태환.”
“푸핳하. 아, 알았어. 풉…풓하하.”
아니 웃긴걸 어떻게. 참으려 해도 터져나오는 웃음에 그냥 아하하 하며 허리까지 접어가며 크게 웃었더니, 곧 따라서 피실피실 웃는다. 잠시, 우리는 그렇게 서로 마주보고 한참을 웃었던 것 같다.
-
웃음이 쫌 멎어갈 쯤, 쑨양은 왜 웃는거지? 하는 생각이 들었다. 자신이 한 일이 웃기면 원래 조금 웃고 민망해 하지 않나. 헌데 나보다 더했음 더하게 웃었다.
“하하, 후으. 쑨양 너가 생각해도 웃겨?”
“NO.”
“그럼 너는 왜 웃어?”
“태환이 웃으니까.”
“푸하하. 내가 왜 웃는지는 알고 웃는거야?”
“NO.”
“그런데?”
내말에 날 힐끔보더니 갑자기 새색시 표정을 짓는다. …뭐야 저 부끄부끄함은? 아직 적응안된 버라이어티한 쑨양의 안면근육에 당황해 살짝 미간을 찌푸리니, 뒷목에 손을 얹고 날 다시 쳐다본다. 입이 꿍냥꿍냥 움직이더니 곧 조심스레 열린다.
“…태환 웃는거 귀엽다.”
“…”
“…귀여워.”
"…ㅇ…."
"그래서 웃는다."
……………ㅁㅣ…ㅊ……ㅅ………ㄲㅣ……. 쑨양의 말같지도 않은 발언을 듣고 나는 제자리에 정말 딱 돌처럼 굳어버렸다. 진짜 순간 멍-한게 머릿속에 텅 비어버린다. 쟤…미친거야? 얼이 빠진 표정으로 쑨양을 쳐다보니 갑자기 내 볼을 쿡, 찌른다.
“…>_<”
그러고는 정말 인터넷 채팅에서나 쓸법한 표정을 짓는데…와 나 소름. 귀엽다 발언에 한번 소름, 진화한 안면근육에 두 번 소름. 쑨양의 발언과 만행에 어떻게 대처해야 할지몰라 그저 말없이 가만히, 그냥 지금 내가 당한게 뭔가-하고 멍하니 있는데 누가 내 바로 뒤 케비넷을 통통 두들긴다.
“?”
“Hi-”
얼 빠진 채로 뒤를 돌아보니 펠프스다. 아, hi-하고 정신없는 상태로 맞인사 해주니 um…하고 날 쳐다본다. …응? 하고 물어보니 또 um…하곤 뭔가 곤란한 표정으로 날 바라본다.
“What?”
“…I have something to tell you.”
“Say.”
말하라니까 Am,하면서 눈으로 쑨양을 쳐다본다. 아, 쑨양이 들으면 안되는건가. 쑨양…아 저거 진짜 어떻게 처리하지. 쑨양의 ‘귀엽다’ 가 음성 지원되는 효과를 느끼며 잠시 갈등을 하다가 일단 펠프스 일부터 처리하는게 낫다고 판단했다.
“저…쑨양.”
천천히 뒤를 돌아 쑨양을 쳐다보니…뭐야, 또 입이 댓발 나와있다. 왜 또! 아니, 니가 왜.
“…Okay.”
내가 말 꺼내기도 전에 알았다면서 출구로 나간다. 눈치는 빠르네. 쑨양의 뒷모습을 보다가 다시 ‘귀여워’ 가 음성지원되는 것 같아 몸에 소름을 느끼고 정신을 차렸다. 정신차려라 박태환. 자 이제 말하세요 펠프스.
“So…, what?”
“Um, Pup….”
“?”
“May I borrow your ear?”
귀 좀 빌리자는 펠프스에 흔쾌히 다가가 귀를 기울이니, 피실거림을 멈추고 입을 연다.
아니 그러고 보니까 왜 펠프스는 계속 피식피식 웃는건지…설마 얘도 조울증이야? 설마.
“Your swimming suit.”
“?”
“…phup,…reverse….”
…?
……?
………?
리…리버스?
시야를 내려 내 수영복을 확인했다. ………시발.
어쩐지 오늘따라 궁디가 쫙 쪼인다 했어.
“…ah.”
“P…H…Good luck.”
“T, Thanks.”
굿럭이 뭐야 시발. 일단 고맙다는 인사를 한 뒤 급하게 화장실로 향했다. 아…진짜 정신을 어따 팔아먹고 다니냐 박태환.
-
“Okay, great. very good Tae Hwan. Let’s take a break.”
코치의 말에 헉헉대며 고개를 끄덕였다. 아 역시 1500m는 너무 힘들다. 이건 진짜 물에 빠져 죽으라는 거라고. 숨을 고르게 한 후 물속에서 나왔다. 다른 선수들, 모두 열심히구나. 한선수 한선수를 쭉 보다가 무한 질주를 하고 있는 쑨양을 발견했다. …매우 빠르구나, 너. 솔직히 1500m를 엄청난 스피드로 질주하는 쑨양을 보면 부럽다는 생각이 든다. 나보다 겨우 2살 어린게 속도는 엄청나다. 지구력이 특히 어마어마하고. 하여튼 박태환 너도 늙었구나 늙었어. 멍하니 쑨양의 질주를 바라보고 있는데, 어느덧 목표량을 다 채웠는지 숨을 몰아쉬며 멈춰선다. 코치가 스탑워치를 보고 함박웃음을 짓는걸 보니 기록이 꽤나 좋은 모양이다. 부럽네. 씁쓸히 미소를 짓고 있다가, 고개를 돌리는 쑨양과 눈이 마주쳤다.
“…아. great.”
아까의 귀엽다 발언이 매우 심기에 걸리긴 하지만, 일단 눈이 마주쳤으니 애매하게 웃으며 엄지손가락을 치켜세워줬다. 그러자 날 엄청나게 째려보다가 물 안으로 잠수해버린다. …뭐야 쟤. 아까 다 풀린 거 아니였어?
“…나도 모르겠다.”
노력을 해봐도, 뭘 어떻게 말해줘도 퉁퉁대니 조금 짜증이 나려한다. 엉아 피곤하다. 쯥-하고 이맛을 다신 뒤 숨을 훅 들이마시고 다시 물 안으로 들어갔다.
양양이 비둘기 유스포프 태쁘니 마린페어리 아와레 광대승천 햇반보이 너구리 허니레인 또윤 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