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화를 모티프로 창작한 소설입니다.)
(♪ Angel - 8mm)
[방탄소년단] 오늘 밤, 어떤 꿈을 꾸고 싶으세요?
: 어른이 되어버린 앨리스는 모든 걸 잊어 버렸다.
W. 띠셔
"나 이상한 꿈을 꿨어."
우악스럽게 아이스크림을 퍼 먹던 친구의 눈이 반짝 한다. 뭔데, 뭐, 야한거야-?
아-, 혹시 이 아이는 입에 무언가를 담는 법을 모르는 건 아닐까-?
본인의 자리를 지키지 못 하고, 입 주변에 덕지덕지 묻은 초코맛 아이스크림이 너무 안쓰럽다.
아무도 물어보지 않았는데, 친구의 두 눈 밑에 자리한 다크써클은 '나 고3이예요-'를 티내고 있었고,
아직 아무 말도 안 했는데, 무슨 상상을 하는지 친구의 콧구멍은 벌써 부터 '기'를 건너 뛴 채, '전'을 맞이 하는 것 같았다.
"그런거 아니야-"
"뭐야, 그럼 말 하지마. 에너지 낭비야."
혹시 저 말은 때려달라는 말을 차마 하지 못 하고, 돌려서 내민 저 아이의 수줍고 작은 고백이 아닐까?
잠깐 고민 했지만, 그 말을 순수하게 받아드리기로 결론 짓고, 다시 아이스크림을 퍼먹기 시작했다.
오늘은 보충수업이 잡혀 있지 않아, 방과 후 모든 시간은 자습시간으로 지정되었다.
덕분에 아침 7시 부터, 얄미운 해가 집으로 돌아가는 이 시간 까지 우리는 계속 똑같은 자리에 앉아 똑같이 공부만 했다.
그러다 미쳐버린 이 아이가 내 손을 잡아 끈 채, 어디론가 달리기 시작했다.
시작은 미약했으나, 끝은 창대하리다. 맥*날드 작은 콘 아이스크림으로 시작했던 우리의 일탈은,
가게의 아이스크림 을 다 털어버릴 기세로 자꾸만 그릇에 뭔가를 담아 내고 있었다.
아이스크림을 위해 내일의 안위는 잠시 둘째 쳤던 우리는, 정말 아이스크림만 먹고 있다.
가게에 들어서고, 처음 나눈 대화가 바로 방금 전의 꿈 얘기 였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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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자- 진짜 석식시간 늦을라-"
반쯤 눈이 풀린 상태로 먹고, 채우고, 먹고, 채우고 만을 반복하던 친구의 입에서 다른 말이 나왔다.
일찍이 불러버린 배를 끌어 안고, 큰 창으로 지나가는 사람들을 구경 하던 나는 기다렸다는 듯이 테이블을 치웠다.
"근데, 뭔 꿈. 들어나 보자- 한 번 짓껄여봐-"
"그냥 개꿈인가, 근데 너무 생생했거든?"
가게를 나온 친구가 와이셔츠를 뚫고, 벗어나려는 배를 만족스럽게 쓰다듬은 뒤, 내게 말을 걸었다.
저 미운 말들이 신경이 쓰이지 않았던 건 아니지만, 나쁜 의도는 없는, 그대로 애정만 가득 섞인 말들이니 가볍게 무시 한 채,
오늘 밤 꿨던 꿈의 한 부분을 친구에게 다 털어 놓기 시작했다.
내내 아무 말 없이 듣기만 하던 친구는 이야기가 끝나자 마자 깊은 트름을 꺼내곤, 조금 굳은 얼굴로 내게 말했다.
"응, 개 꿈이야-.
야, 정신차려 우리 여중 여고야 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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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 밤, 나는 이상한 꿈을 꾼다.
그 어떤 생각도 머릿 속에 담지 못 한채, 나는 삐걱거리는 복도를 초점 없이 걷는다.
불을 다 꺼져있고, 저 복도 끝에는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다.
창 밖은 무지 어둡다. 하지만 내 주위는 무지 환하다.
밤도 낮도 아닌 이상한 시간 속에서 나는 자꾸만 복도를 걷는다.
걸어도 걸어도 나는 저 끝까지 가지 못 한다. 다만, 그건 알 수 있다.
내가 향하는 저 너머에 무언가 있을 거라는 걸- 보이지 않을 뿐 나를 기다리고 있을 거라는 걸-
'어린 남자 아이. 흐릿한 기억 속의 어린 남자 아이.'
이상하다-. 사실 나는, 어렸을 적의 기억이 없다.
고로 내 기억 속엔 어린 아이란 없다.
Alice
'아무런 기억이 나지 않아요.'
"기억 하려 하지 말아요."
clock
'아무것도 묻지 마세요.'
"많이 보고싶었습니다."
cheshire
'날 기억 하지 마세요.'
"당신은 내 전부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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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을 아무리 줄여도 미리보기에서 줄여지지가 않아요..(울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