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부터 다시
새로 시작하고 싶다.
마지막을 맛 본 당신은 나를 만류하려 들지 모르겠다. 결말을 실제로 마주하였을 때의 허탈감과 싱거움이란.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가 추구하는 헬레니즘은 별게 아니다. 새로운 혁명, 시작되는 인류의 발전. 그 어떤 것도 충족 시켜주지 못한 인간의 욕심. 나는 반문한다. 그게 뭐 어때서? 어쨌든,
내가 지금 힘들다구.
에덴을 향해 쏴라!
b y . d a l ' e n
지금 경수의 상태는 매우 메롱이였다.
경수는 사람들을 만날 때 항상 두 분류로 나누었다. 똑같은 행동을 해도 사랑을 받는 사람들과, 별 것 아닌 거에도 미움 받는 사람들. 물론 경수는 전자에 속했다. 왜소한 골격에 조금 소심한 성격에도 불구하고 그게 오히려 장점으로 작용했는지 경수는 어딜 가던지 많은 관심사가 되기 일쑤였다.
메이저리그와 마이너리그.
굳이 따지자면 경수는 메이저리그였다. 하지만 그 것의 실효성은 미처 몇 년이 되지 않아 눈 녹듯이 사라져버렸다. 경수가 잊었던 게 하나 있었다. 메이저 리그 안에서도 선수들끼리의 치졸한 경합은 유효했다. 그 안에서 생긴 서열은 금방 또 하나의 마이너리그를 만들어 버렸다.
경수가 중학교 3학년 때 처음 등록한 영어학원에서 엄마에게 전화가 걸려왔다. 경수가 도통 적응을 못해요. 그 말에 엄마는 대수롭게 여기지 않았다. 지금께 까지 별 문제를 일으킨 적도 없었고. 하지만 아이들이 먼저 다가오지 않거나 괜한 텃세를 부리는 것은 또 아니였다. 나름대로 호감을 샀던 경수에게 먼저 말을 붙인 건 아이들이였다. 경수는 그 관심을 쳐냈구. 아아, 엄마는 그저 웃어넘겼다. 우리 경수는 큰일이야. 이렇게 소심해서야, 나중에 사회생활을 잘하겠어?
메이저리그는 또 하나의 마이너리그를 만들어 내고 일류와 삼류의 갭은 그 안에서 마치 헬리콥터처럼 돌고 돌았다.
진보하지도, 퇴보하지도 못하였다.
“도경수입니다. 잘 부탁드려요.“
딱 봐도 감정 없이 툭 내뱉은 인사말에 담임선생님의 미간이 잔뜩 찌푸려졌다. 뭔가 말을 하려다가 그만 둔 선생님이 경수를 뒷자리로 안내해주었다. 어차피 고등학교 3학년이면 졸업하는 것도 금방일 텐데 도대체 얼마나 근사한 인사말을 원한건지. 경수는 가방을 대충 고리에 걸쳐놓았다. 자리는 대충 마음에 들었다. 창문너머로 선선한 바람이 경수를 향해 불어오고 있었다. 한껏 멋을 낸 단풍나무로 미루어 보아 알 수 있었다. 가을이 오고 있었다.
몰랐나보다. 이렇게 여기기에는 경수를 뚫어져라 바라보는 그 눈빛이 너무 노골적이였다. 안녕. 경수의 인사에도 그냥 바라만 보고 있던 그 아이가 고개를 휙돌렸다. 무안하다는 듯 올린 손을 걷은 경수가 그 아이의 가슴팍으로 시선을 던졌다. 박찬열. 정갈한 궁서체로 휘갈겨진 명찰이 그 아이의 이름을 말해주고 있었다. 박 찬 열. 두 어번 속으로 되 씹어본 경수가 대뜸 찬열처럼 드러누었다.
아직 손님을 맞을 준비가 안된 늦 여름의 햇살이 참 밝게도 내리쬐었다.
시간이 어떻게 흘렀는지도 모르겠다. 나른한 기운이 온 몸을 지배하고 있었다. 일어나보니 모두들 바쁘게 나갈 준비를 하는 듯 했다. 옆을 보니 찬열도 주섬주섬 일어나려고 했다. 경수가 찬열의 팔뚝을 붙잡아 세우자 찬열의 느긋한 눈빛이 경수를 향했다.
“점심시간“
“아아,“
찬열과 반 아이들이 계단을 내려가는 소리가 들렸다. 왠지 밥맛이 없었다. 오늘 같은 날 억지로 밥을 밀어 넣었다가는 제 속이 멀쩡하지가 않을 것 같았다. 하나 둘씩 나가고 남은 사람은 고작 해봐야 두 세명 밖에 되지 않았다. 주번으로 보이는 아이가 선풍기를 끄고 교실의 창문을 닫기 시작했다. 문을 닫을까 하고 망설이던 아이가 경수와 눈을 맞추며 물었다.
“급식 안 먹을 사람?“
“나.“
“나..“
들려오는 대답의 소리는 두 개로 갈라졌다. 소리의 원천은 또 다른 아이였다. 흡족한 듯이 미소 지은 주번이 열쇠를 교탁에 올려두고 바쁘게 교실을 빠져 나왔다. 쾅하고 문이 닫히는 소리가 나고 경수의 눈동자가 데굴데굴 굴러갔다. 교실 안에는 단 두 사람 뿐 이였다. 경수만큼 작은 키를 가진 그 아이의 명찰엔 변백현이라는 이름이 적혀있었다. 어지간히도 제 만큼 소심한 성격이다. 얼마가지 않아 백현에게서 관심을 거둔 경수가 다시 엎드리고 눈을 감아보았다. 전학과 함께 다가온 낯선 환경보다 싫은 것은, 새로운 것에 대한 두려움이 아닐까 싶었다.
여담 |
맛보기..쪼오끔.. 이번 꺼는 또 얼마나 갈란고.. 퓨.. 자 독자님들!!! 작가가 시위합니다!!! 빨ㄹ1 응원 댓글을..! 으억 달렌 듀금.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