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뜨앚!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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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 그루잠.
스페이스,
"A."
정국에게 판을 완성시킬 카드가 있었나. 흩어져 쌓인 카드 위로 나무 한 그루같은 그림의 카드가 턱 던져졌다.
승패를 결정지은 카드가 드러나자 돈폭탄을 맞은 태형편은 서로 하이파이브를 한다. -돈보단 승부에서 이기느냐에 초점이 있겠지만-
전정국, 네가 무슨 바람이 불어서 게임에 참여를 하지. 사실 내게 판을 이르게 거둘 패가 있었지만 정국이 어떻게 나올까 궁금했다.
그래서 풀지 않고 카드만 계속 먹었다. 이겨서 이목이 쏠리는 건 별로라 상대편쪽에서 분노를 사기도 싫었고 승리를 사기도 싫었다.
써니는 입술을 삐쭉이며 카드를 던졌다. 티파니는 토라진 써니를 다독이며 애교를 부렸다. 다음에 잘하면 되지! 이번만 있는게 아니잖아.
그리고 김태형과 다른 팀으로 나눠진 건 익숙하지 않아 머뭇거렸다. 혹시나 싫어할까봐. 김태형이 조금 무섭다. 그 애 반응이 두려워 주저하다 마지막 게임을 망쳤다.
계속 뒤척였던 흑백 조커를 반쯤 상온에 내밀어 봤다가 소매에 조심히 숨겼다. 감이 안 좋았다. 돈 앞에서 쌈판이라도 날 것 같아서. 노래가사처럼, 부모 제삿상 앞에 쌈판질을 하고 칼질 하는 세상인데 그 만큼 돈은 내게 무서운 존재였다. 꼭 필요하면서.
돈은 싫다. 사람이든, 사람의 관계를 한 번에 무너지게 하니. 내가 조금씩 꽁쳐왔던 종잣돈은 누구집 개 이름 같은 오천 만원 판돈 앞에서 작아지기만 했다. 삭막한 집안에 홀로 무게를 감당하고 있을 동생에게 선물을 주고 싶었는데 역시 난 큰 물에서 놀기엔 마땅치 않은가보다. 모아뒀던 지폐 몇 장이란 노력이 우스워지는 순간이구나. 어두운 얼굴로 잦은 손길에 낡은 흰 봉투를 몰래 구겼다.
여기에선 내가 할 수 있는게 없었다. 지민아, 너라면 어떻게 했을까. 차라리 노비인게 더 나았으려나. 숨막히는 이 곳에서 슬기롭게 벗어나고 싶다. 김태형이 내 편이 아니기에 더 답답했다. 점점 멀어져 가는 걸 너는 알고 있을까.
내 속을 아는지 모르는지 홧홧 웃던 김태형은 전정국 어깨에 팔을 걸었다.
"이 자식, 소질이 있네. 관심없는 척 하더니!"
"……."
"이번 판은 전정국이 다 했으니까 반은 줄게."
"……."
"그래서, 딴 돈은 어디에 쓸건데?"
"…김탄소."
써니가 과일을 집어 먹다 동그란 눈으로 나를 본다.
"김탄소?"
적팀이었던 상대편부터 내 편까지 조용히 있던 나로 쏠린 관심에 어리둥절해 카드를 판에 놓았다.
당황해하다 발견한 전정국. 내 반응을 주시하는 눈빛에 손가락을 버벅거렸다.
전정국의 낯선 웃음. 다들 숨을 멈췄는지 고요한 정적이 흘렀다.
나또한 돌발 발언에 놀랐다.
사고가 제대로 돌아가지 않는다. 면세점 앞에 겉돌던 나를 알아챘던 정국을 모른 채 했던 게 문제였나. 쟤가 나서서 기부를 할 줄은 몰랐다. 나에게 관심 있었던 것까지.
말도 안 되는 상황이었다. 오천 만원이 그들 말로는 쉽지만 손에 쥐면 크게 불릴 수도 있는 고귀한 것인데. 그걸 더 가만히 있다간 벽에 스며들 기세였던 내게 넘겨주는 정국이 이상했다.
"……."
순간 굳었던 김태형의 얼굴. 내가 잘못 본건가. 눈을 한 번 깜빡이자 원래의 김태형. 쾌활하고 호탕한 김태형. 그 특유의 능글맞은 말투도 빠질 수 없다.
나도 모르게 김태형 눈치를 봤다.
"문관한테 양도하시겠다?"
"……."
"모두? 오천 만원 모조리?"
나와 눈이 마주치자 말없이 웃기만 하는 전정국. 네 표정이 낯설다. 전정국은 지금 무슨 생각으로 나를 끌여들인거지.
한껏 축제 분위기였는데 전정국 행동 하나로 어수선해졌다. 김태형은 여유롭게 행동하지만 내면에선 촛불이 흔들리는듯한 불안함이 느껴졌다. 친구를 뺏기는 것만 같아서? 아니면 다 알거라고 생각했던 '나'였는데 네가 모르는 일이라서?
"김탄소. 넌 어떡할래?"
"……."
"질질 끄는 거 싫은데. 너답지 않아! 화끈하게 결정해."
"그건…."
"난 너네가 그렇게 깊은 사인줄 몰랐네."
"……."
"둘이 눈 맞았냐?"
"그런거 아니야."
한껏 기분이 상했는지 말을 막 뱉는 김태형도 이상하다. 정상을 아주 교묘하게 벗어나는 김태형의 애매한 태도에 식은 땀이 날 것 같았다. 이때까지 한 속앓이는 배앓이로 옮아갈 것 같았다. 내 앞으로 게임을 참가한 아이들의 이름이 적힌 수표가 내밀어졌다. 전정국. 투박한 손에서 얼떨결에 받아들었다. 닿인 전정국의 손에게서 은은한 스킨 향이 배여왔다.
"오버하지마."
"네가 직접 멍석 깔아주면 거절은 안 해."
"어차피 문관한테 할 말 있었거든."
"좀 나갔다오려고."
낯선 기류가 흘렀다. 여전히 페이스를 유지하는 두 사람. 오로지 김태형만이 내게 부르던 호칭이었던 문관을 전정국이 쓰는 것도 별난 일이다.
더 굳어가는 얼굴의 김태형은 내가 받아든 수표를 내려다봤다. 눈빛에 힘얻어 이 종이 한 장이 철근보다 더 무겁게 느껴졌다.
아, 쥐구멍에 숨고 싶다.
날카로운 말들이 나온 시간이 무색해 질 정도로 쉽게 꼬리를 내린건 김태형 쪽이었다.
"좋아."
"……."
"나가. 나가도 좋아."
"그럼 오늘은 여기까지."
자리에서 일어난 정국이 내 손을 잡고 당당히 나섰다. 뭐야 이 손! 주춤거리며 일어나 뜨거운 손에 이끌려 어정쩡하게 움직였다.
"아, 정국아. 인간적으로 (필터링) 치는 소린 안 들리게 해라."
"선. 넘지 마라. 인수하기 전에."
"에헤이, 무슨 그런 소릴하시나 섭섭하게. 농담이야."
전정국이라면 현실성있는 발언에 어깨가 굳었다. 그럼에도 전정국의 기에 지지 않고 웃는 김태형.
너무 예쁘게 웃어서 정국은 입을 꾹 다물었다. 웃는 얼굴엔 침 뱉을 수 없다더니, 김태형. 둘 다 말에 칼이 있다. 원래 혀가 칼인 뱀처럼 굴었던 전정국과는 반대로 김태형은 무딘 척하는 칼을.
내가 아는 김태형은 무딘 척을 하는 사람이 아닌데? 할 말은 적당히 하고 넘어가고 쿨하면서 간단 명료한 뜨거운 성격. 전정국은 김태형에게 건드리면 안 되는 부분을 찌른 적도 없었다. 도를 넘은 적도 없었던 김태형이라.
사이가 뛰어나게 좋은 것도 아니었지만 둘이 틀어진 걸 본 적 없다. 나야말로 무슨 일이 있었는지 이해하기 힘들다.
우리를 보내는 걸로 시간이 흘러가고 다시 업된 분위기. 여자애들은 옷을 풀어헤치고 둥글게 둘러 앉아 응원을 한다.
시끄러운 이 방, 문을 열고 전정국이 나갈 때 쯤
돌아봤다.
항상 게임에 잘 나서지 않고 아이들을 지켜보던 김태형이 게임에 나왔다. 양주 유리잔을 한 손가락 위에서 뱅뱅 돌렸다.
게임에서 네 모습을 직접적으로 드러내지 않던 너인데.
방 안에 뜨거운 열기가 감돌았고 환호성이 멈추지 않았다.
나에게 한 말인지 큰 응원 소리에서 네 목소리만 두드러져 들린다.
"문관, 오붓한 시간 보내라."
줄다리기를 하는 것만 같아 싫었다. 이 시간, 이 방을 나간다면 나를 안 보겠다는 저런 말투는 너라도 별로다.
"더이상 친구 안 할거야?"
"설마? 신경쓰지 말고 잘 다녀와. 숙소에서 보자."
너는 내가 올 때까지 전혀 기다려줄 것 같아 보이지 않는다. 이상하게 머리완 다르게 마음은 실망을 하고 돌아섰다. 시끄러운 방에서 문을 열고 밖을 나갔다. 물 냄새와 풀 냄새가 진동하는 가로등 아래에 앉은 전정국 옆에 갔다. 털썩 앉고 입술을 더듬었다. 뭐가, 뭐가 잘못된거지. 평소완 다르다. 둘의 낌새에 견제의 전율이 튀었다. 권위? 아니야. 돈? 그것도 아닐테고.
항상 단정히 묶고 있던 머리끈을 신경질적으로 풀었다. 자국이 남은 머리카락. 얼굴을 감싸고 계속 생각. 생각을 했다.
항상 무거웠던 전정국의 입에서 내 이름이 나올 줄 몰랐다. 전정국이 날 지목할 지 전혀 예상치 못했다. 전정국이… 그럴 줄은 몰랐다. 김태형에게 제대로 찍혔다.
"머리 풀었네."
"어."
"넌 머리 푼 게 더 예뻐."
전정국? 왜 이래. 말총 머리를 좋아하던 태형이가 보면 기겁하면서 머리를 묶어줬을텐데.
둘은 비슷한 부류면서 다른 성향이다. 성격 차가 심하지만 태형은 정국을 꽤 좋아했다. 나는, 나는 그냥 조금 그들 사이에 끼고 싶지 않아서.
그러면서 태형이 근처에 없으면 섭섭했다. 나를 아끼는게 익숙해져서 그런가 하여튼, 섭섭하게 느꼈다.
억지스럽게 자리에 있어도 김태형이 날 챙겨줘서 있을 수 있었다. 그래도 놀자판은 싫다. 그건 정국도 마찬가지.
어지러운 술자리가 싫어서 나를 병정 말로 앞에 세우고 뒤로 움직이는 걸까.
내 머리카락을 만지는 손을 뿌리쳤다.
"하지마."
"넌 이런 분위기 별로 안 좋아하잖아. 그래서 데리고 나왔는데, 싫어?"
"너도 싫어하는 거 알아. 거기서 나올려고 나 이용하는 거지?"
"아니. 그냥 이번 건 좋은 뜻으로."
"못 믿어."
"믿어. 이건 날 믿어도 되는 거다."
"됐다. 그건 됐고, 왜 거기서 그랬어."
"둘이서만 있고 싶어서."
멀뚱멀뚱 쳐다보는 전정국. 뭐야 도대체 무슨 생각! 왜 그렇게 쳐다보는거야. 민감하다. 굉장히 신경이 돋았다. 김태형도 신경쓰이고 전정국도 신경쓰인다.
내가 이래서 좋을 게 없다. 한숨을 뱉으며 마른 세수를 했다.
"미안. 갑자기 민감해져서…. 그냥 네가 좀… 달라서 그래. 이해 부탁해."
내 손에 든 수표에 어떤 뜻이 담겼을까. 보기에도 머리가 시큰해 주머니에 넣었다.
"그리고 나 돈 욕심 없어."
"알아."
"…알면서 왜 이래."
"필요한데에다 써. 강아지처럼 낑낑거리면서 있지말고."
"내 생각해서 줬다면 필요없어."
"자존심 상해?"
"아니."
꼴에 나 사실 자존심 상한 건 맞는데 그냥, 말하기 싫었다.
그럼 다행이고. 고개를 작게 끄덕이는 전정국. 영악했고 영악해야만 했던 뱀이 아이처럼 구는 모습에 어색함의 끝을 도달했다.
"김태형 좋아하지?"
"…아니."
"아니긴. 한 시라도 떨어져 있으면 불안한 거 알아."
"안 좋아해. 그냥… 조금 신경쓰일 뿐이야."
김태형은 약방의 감초처럼 찾게 됐다. 나를 챙기고 붙던 태형과 멀어지면 약물 중독으로 잠깐 불안했던걸까.
하지만 내가 김태형을 좋아한다고? 나 스스로에게 미안하지만 아직 확신이 서지 않았다.
고개숙여 바람빠진 웃음 소릴 내는 전정국.
"네가 그렇다면 그런거겠지."
한참 찌르르 찌르르- 귀뚜라미 소리가 들린다. 야광등으로 은은히 밝혀진 어둠 아래 생각 가득한 나와 전정국은 눈을 맞추지 못했다.
정국은 폐를 채우던 열기에서 바뀐 바깥 공기에 기침을 한 뒤, 나와 대화를 시도한다. 그는 낮게 목소리를 깔아 무게를 잡았다.
우아한 고양이같은 눈을 어둠 아래서 빛냈다. 검은 비단 옷으로 감싼 하얀 몸이 귀하게 자랐는지 부드러워 보였다. 의자 등받이에 걸쳐 까닥이는 흰 손에 푸른 핏줄이 서 꿈틀거렸다.
도도한 먹구름같은 전정국 본연의 모습으로 돌아왔구나.
"김태형이 아무도 접근 못 하게 감싸 도는 거 싫어. 남 주기 싫어서 저러는 거 뻔 해."
"놈보다 네가 무슨 생각을 하는지 알고 싶다."
"너, 좀체 파악하기 힘들어."
"아, 파악보단 네 입으로 직접 듣고 싶어. 네 생각, 네 마음. 그리고 네 사고 방식까지 모조리 다."
"지금 너무 빠르나?"
피 끓는 눈에서 소유욕이 느껴졌다. 자신도 모르게 천천히 거리를 좁혀 코 앞까지 왔다. 못같이 차가웠던 전정국아, 김태형처럼 모호하게 하면 헷갈려서 몰라.
원래 너 직설적으로 말 잘하잖아. 너 똑똑하잖아. 했던대로 해.
"눈치빠른 것 같아도 이런건 못 알아채."
"그래."
빙 둘러서 얘기하지 말고,
"하고 싶은 말이 뭔데."
전부터 아른거렸던 희미한 피사체들이 겹쳐 한 사진을 만들어내듯 너의 얼굴에서 감정은 확연하게 피어난다.
"좋아해."
네 감정이 어색해서, 어설프게 웃는 전정국.
오늘부로 네가 참을 수 없이 계속 보이는 부끄러운 미소가 나쁘지는 않았다.
마음에 몽글몽글한 구름을 떠다니게 하는 네 표정이 싫지만은 않았다.
주저하다가 꺼내준 귀한 진심에 긴장을 놓았다. 전정국은 대답없는 내 머리를 쓰담다 뒷목을 잡고 미끄럽게 접근했다.
이유는 몰라.
먼저 말하고 싶었다.
그냥, 그래. 말해야 될 것 같았다.
김태형도, 그 누구도 아닌 나한테 기댔으면 좋겠어.
내가 가진 것만으로도 널 충분히 지켜줄 수 있거든.
깜빡거리던 가로등이 통금 시간에 맞춰 빛을 터뜨리고 죽었다.
룰은 뒤로, 입술과 입술 사이는 제로 센티미터.
나뭇잎이 발에 치여 사부작 거리는 소릴 냈지만 멈출 수 없었다.
검은 비단뱀은 거슬리던 경계선을 자르고 순수의 영역에 들어왔다.
-조각 끝.-
-암호닉을 워.더.한.다.- 암호닉 받지 않습니다. 기한 끝!
하앙쿼카/군주님/망개야/윈트/쿠키전/그뉵쿠키/수액/슈팅가드/로슈/돌하르방/꾸기가준꾸기/막꾹수/Blossom/뷔몽사몽/댐므/ㅈㅈㄱ/코난/토마토마/루이비/빙봉/태권브이/버블버블/김데일리/다영/두부/비비빅/하울/하람/오아시스/지안/꿍따리샤바라/짐빈/1031/코카/민트/엘리뇨/쿠마몬/모찌모찌해/슈룹/치명Y/뽀아/피짜/설탕맛/목단/호올스/0221/즴늬/꿀/텅텅/818/방탄이즈뭔들/오하요곰방와/0207/핑콩이/0809침침/태정태세/여름겨울/퀚/꾸기꾸기/상처/카모마일/원형/셀럽/리자몽/증원/핑슙/삐용/너를위해/눈부신/태태한 침침이/달빛/태꾹/헐랭방구/꾹/0418/깨알친구/깨알/트리케라슙쓰/빅키트박뿡/빠숑/퐁당/날봐태태/심장이융기해/오레오/미니미니/♥/골드빈/크리스피도넛/설화/넌봄/청량/97꾸/멜랑꼴리/첼리/달똥달/꾸꾸파워/호석이두마리치킨/미융/정꾸기냥/새벽별/치카초코/닭키우는 순영/찐슙홉몬침태꾹/메뉴/낭자/꾸꾸야/계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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