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현성] 개밥바라기별 w.B.Ch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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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피니트/현성] 개밥바리기별
w. B.Chi
* "뭐, 요양하기엔 좋긴 하겠네."
조그마한 언덕 위에 앉아 점점 발갛게 물들어가는 저녁놀을 멍하게 바라보던 우현이 바지를 툭툭 털며 일어났다. 말은 쉽게 내뱉었지만 찡그려진 표정은 여전히 풀어지지 않았다. 툭 튀어나와 붕어를 연상시키는 우현의 입술은 연신 불만을 털어낸다.
"아니, 이 나이에 요양은 무슨 요양? 조금만 쉬면 된다며. 그 의사, 생긴 것도 겉만 번지르르- 해가지고 믿음이 안가요, 믿음이."
며칠 전, 병원에서 건강검진을 받은 우현은 의사로부터 한 달간 요양을 다녀오라는 진단을 받았다. 나름 대기업에서 부장직을 맡고있는 우현인지라, 집에서 병원을 다니겠다고 고집을 부렸지만 안된다며 단호히 말하는 의사에 하는 수 없이 요양을 결정한 것이었다. 젊은 나이에 부장이 되려 하루라도 제대로 쉬지 않은 탓이었다. 회사에 병가를 내고 집으로 돌아와 짐을 하나, 둘 챙기던 우현은 내가 어쩌다 이렇게 된걸까- 하는 고민을하다 몰려오는 두통에 인상을 찡그렸다. 투덜거리며 도착한 이 곳. 매년 평생 요양하고 싶은 지역 1위를 차지한 명소이다. 긴 시간을 걸려 한 달 동안 묵을 숙소에 짐을 내려놓고 숙소 앞부터 나있는 산책로를 따라 걷는 우현이었다.
* 구불구불한 길을따라 내려가던 우현은 왠지모를 묘한 이끌림에 불빛이 새어나오는 집을 힐끗 쳐다보았다. 자신도 모르게 발의 방향이 그 집으로 향해있다는 것은 그 누구도 모르는 사실이었다. 고개를 빼꼼 내민 우현은 기대와는 다르게 아무도 없는 마당에 입맛을 쩝쩝 다셨다.
"뭐야, 아무도 없잖아. 영화같은거 보면 꼭 이렇게 잘생긴 남주가 문이 열려있는 집 안을 딱! 들여다보면 쭉쭉빵빵한 여주가 있던데. 영화는 영화야? 괜히 시간만 버렸-"
덜컹-
'응? 뭐지?'
라고 생각하기도 전에 몸을 숨기는 자신의 모습을 본 우현은 또 다시 오, 나 민첩한 것좀 봐. 스파이 해도 되겠는데? 라며 자기자랑을 하는 중이었다. 그건 둘째치고, 다시 고개를 내미려다 대문 안의 현관문이 완전히 열리는 것을 본 우현은 그 자리에 아무도 없었다는 듯이 자신의 자취를 감추었다.
'기왕 이렇게까지 숨은거, 얼굴이나 좀 보고갈까? 근데 남자면.. 오, 갓뎀.'
계단을 밟으며 내려오는 소리를 들으려 귀를 쫑긋- 세운 우현은 자신을 조용히 바라보던 한 강아지와 눈을 마주했다. 우현의 표정이 경악으로 물드는 순간, 우려했던 일이 벌어지고 말았다.
컹컹- 컹컹-
'시발.. 망했네.. 아니지? 남의 집 대문앞에 서있는게 무슨 잘못인가?'
라고 생각하던 우현은 지난 날, 자신의 집 앞에 서서 들고양이를 만지며 놀고있던 어린아이를 도둑이라며 내쫓은 기억을 되살려냈다. 자신이 그렇게까지했는데, 이 사람도 별 수 있으랴. 자신의 쪽으로 다가오는 발소리를 듣던 우현은 도망을 갈까, 죄송하다고 지나가던 길이었다고 이야기할까, 하며 짧은 시간에 많은 생각을 하기 시작했다. 이제는 자신의 눈 앞에까지 그 사람의 그림자가 비치니, 이젠 끝이다. 라는 생각과 눈을 꼭- 감던 우현은 이제 소리를 지르겠,
"현아, 무슨일이야?"
..응? 현? 그건 내 별명인데.. 날 아는 사람인가? 이상한 기분에 숨겼던 몸을 쑥- 빼 그 사람과 마주한 우현은, 그 사람은, 서로
"..어?"
"..어?"
동시에 같은 소리를 내며 얼어붙었다. 그게, 그 둘의 첫 만남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