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or seven days(7일 동안) # Friday7
"영화 봐요. 무슨 영화 볼까요?"
"재밌는 영화. 제가 알아보고 예매할게요."
"쑨양 바쁘잖아요. 제가 예매할게요. 인터넷으로 예매하면 금방인데."
"아니요. 그냥 제가 할게요. 하고 싶어요."
"알았어요."
태환과 첫 데이트였다. 그를 깜짝 놀래켜주고 싶었고 사장실에서 비서실장의 조언으로 데이트 플랜을 짜둔 상태였다.
예매할 영화도 미리 봐두었는데 태환에게 비밀로 하고 싶었다.
정확히 말하자면 로맨틱한 분위기를 위해 멜로로 정해두었는데 혹시 태환의 취향과 달라서 싫다고 할까봐 말하지 않았다.
아직까지 태환의 마음을 알지 못하는 상태였다. 그저 나를 편안한 상대로 생각하는 그가 로맨틱한 상황에서 조금이라도 두근거리기를 바랐다.
가능하면 오늘 태환과 첫키스까지 성공한다면 좋겠지만, 아직까지 내 희망사항이다.
비서실장의 말대로 분위기를 보고 결정하는 것이 좋겠지. 혹시라도 태환이 싫어하는 눈치라면 키스했다가는 오히려 나에게 멀어질테니까.
태환이 건네주는 가방까지 챙기고 집을 나섰다.
엘리베이터 앞까지 나와서 문이 닫힐 때까지 배웅해주는 태환이 좋았다.
그가 이런 모습은 형도 날 좋아하는 게 아닐까?라는 달콤한 상상을 하도록 만들었다.
감정을 깨닫고 난 후 더욱 더 그런 느낌이 들어 매일 입가에 웃음이 마를 날이 없을 정도였다.
회사로 출근해서도 싱글벙글 웃었다. 안면근육이 제멋대로 움직이는 통에 민성형은 매번 나에게 핀잔 주기 바빴다.
그런 핀잔조차 아름답게 들리는 것은 태환에게 씌인 콩깍지의 위력이려나?
출근해서 가장 먼저 한 일은 인터넷으로 영화 예매하는 것이었다. 물론 사람들의 눈을 피해서 몰래 하는 게 중요했다.
직장인으로서 대놓고 농땡이 치는 것은 안되지만 몰래하는 것은 되는 점이 불문율이랄까.
요즘 평점이 좋은 멜로물로 예매를 마치고 무사히 임무수행을 했다는 마음에 얼굴에 마구 웃음을 표출했다.
"뭐가 그렇게 좋으세요?"
"아. 그냥..."
"무슨 기분 좋은 일이 있으세요?"
"사실은 오늘 애인과 데이트가 있어서요."
"네? 팀장님 애인 있으세요?!"
같이 일하는 동료 직원의 물음에 정직하게 대답했다. 숨길까 했지만 이정도는 괜찮지 않을까 싶어서 그랬다.
내가 현재 파견나와 있는 이곳의 사장, 형이 부탁하기를 남자와 사귄다고 절대 말하지 말라는 것이었다.
게이로 소문나면 피차 서로 피곤해지는데다 잘못하면 태환에게도 피해가 갈 수도 있다고 충고했다.
그 말을 하는 형의 어조는 부탁보다 명령쪽에 가까웠다.
난 남자를 좋아하는 것이 아닌 태환이라는 사람을 사랑하는 것이다.
남자라는 성별은 부가적인 사항일 뿐이었다. 그래서 숨김없이 밝혀도 상관없었다.
그것이 나에게 좋은 결과를 가져다 주지 않을지라도 말이다. 하지만 이런 것으로 태환이 잘못되는 것을 바라지 않았기때문에 알겠노라고 대답했다.
허나 형의 말대로 말을 못하더라도 애인은 있다고 말하고 싶었다.
모든 사실을 밝힐 수 없다는 점이 안타까웠지만 내게 사랑스러운 애인이 있다고 말하고 싶었다.
민성형은 아직 애인은 아니지 않냐고 걸고 넘어지겠지만.
나도 솔직히 그점이 아쉬웠다.
하지만 이내 힘을 냈다. 꼭 그렇게 만들 것이라고 다짐하며 힘을 냈다.
그러려면 이번 데이트의 성공여부가 중요했다.
"네. 있어요. 없는 것처럼 보여요?"
"아, 아뇨. 있을 것 같은데...직접 들으니까 이상하네요."
"어머. 팀장님 애인 있으시다고요?"
"정말?"
나의 대답에 주위에 있던 회사직원들, 정확히 꼬집자면 여직원들이 모두 자리에서 일어나 놀라움을 담아 외치기 시작했다.
한쪽에서는 아쉬운 한숨을 내쉬고 있었고 다른 한쪽은 경악어린 눈빛으로 바라본다.
말없이 그녀들을 쳐다보았다. 너무 놀란 나머지 말을 잇지 못하는 여직원들 대신에 남자 직원들쪽에서 웅성이기 시작했다.
내가 애인이 있다는 것이 그렇게 놀랄만한 정보인건가 생각이 들만큼 꽤난 격한 반응이었다.
난 애인이 있으면 큰일이라도 난다는 것 같아서 어쩐지 기분이 슬쩍 나빠졌다.
"오호...애인 있으셨구나~"
"예뻐요?"
"에이~예쁘겠지. 팀장님 인물이 워낙 훤칠하신데. 기본 아니겠어요?"
"키도 많이 클듯...팀장님이 키가 왠만큼 커야말이지. 190cm은 넘으시죠?"
"2m 아녀? 팀장님 2m정도 되시죠?"
"그러면 여친은 170cm 넘어야겠다. 힐 신고 그러면...와~ 예술이겠는데요?"
여직원들과 달리 남자 직원들의 반응은 사뭇 달랐다.
이곳으로 파견 나왔을 때부터 대부분 경계심이 다분한 눈초리로 보던 사람들이었다.
그런데 오늘따라 곰살맞은 행동과 말투에 놀랐지만 그 이유가 대강 짐작은 되어서 살며시 턱을 주억거렸다.
노리고 있던 이를 누군가 채어갈까 싶은 그런 심리 작용이랄까.
중국에서도 이런 일이 있었지만 그다지 신경쓰지 않는 편이었다. 하지만 이제는 이해가 되었다.
나도 그 입장에 놓여서 그런 것 같다.
만약 태환이 내가 아닌 엉뚱한 사람이 채어가기라도 한다면 큰일이었다. 그것은 상상만 해도 싫었다.
태환의 성별만 숨기고 되도록 진실만 대답해주었다.
"네. 예뻐요."
"오~~"
"특히 웃을 때."
"그럼 키는요? 몸매 죽여요?"
"이대리. 그건 너무 상스럽다. 팀장님 몸매 좋습니까?"
"네. 좋아요. 키도 크죠."
"오올~~"
나의 대답 내용에 따라 점차 이야기의 열기가 치솟았다. 그리고 그들에게 말하는 내용은 모두 맞다. 진실이었다.
단지 교묘하게 숨기고 일부만 드러냈을 뿐. 한치의 거짓말도 포함되지 않았다.
태환은 예뻤다. 특히 웃을 때 휘어지는 눈이 너무도 에뻤다.
몸매도 나쁘지 않았다. 허리가 유독 가늘어서 한 팔로도 쉽게 감길 정도였다.
"만난지는 얼마 되셨어요?"
아무런 말도 없던 여직원들 쪽에서 질문이 쇄도하기 시작했다.
그녀들의 물음에 대답했다.
"얼마 되지는 않았어요. 한국에 와서 만났거든요."
"그러면 한달도 채 되지 않았다는...?"
"네."
"어머 왠일이니."
"...아깝다. 조금 빨리..."
다시 울상되는 여직원들의 모습을 쳐다보다가 다른 여직원 한 사람이 물어보는 말에 눈을 크게 떴다.
"많이 사랑하세요?"
그 물음에 답했다. 아주 행복하다는 표정으로 또박또박 대답했다.
"네. 아주 많이."
-
어제 말한대로 거래선 미팅에 나갔고 최대한 빨리 미팅을 완료했다.
그리고 바로 휴대폰으로 태환에게 문자를 보냈다.
《미팅 완료. 정리하고 퇴근하면 되요. 영화 예매했으니까 시간 맞춰서 갈게요. 4시까지 준비해요^^ - 쑨양》
문자를 보내고 나서 빙긋 웃는 나에게 거래처 직원이 다가와서 말을 걸었다.
그 주변에 다른 사람들도 함께 서 있었다.
어디론가 가려는 것인지 겉옷까지 챙겨 입고 있었다.
"이제 밥 먹으러 가려고 하는데 같이 가실거죠? 이거 한잔해야죠."
손가락을 살짝 움켜쥐고 술을 한잔 마시는 시늉을 하는 그에게 최대한 미안하다는 표정을 지으며 대답했다.
이런 술자리로 서로 가까워져서 일할 때 수월하다는 것은 알고 있지만 이번에는 참석을 할 수 없었다.
"아, 죄송해요. 선약이 있어서."
"네?"
"정말 죄송합니다. 저 빼고 재밌게 노세요."
"아쉽네요. 쑨팀장님과 함께 자리하고 싶어 하는 사람이 많은데..."
은근슬쩍 말끝을 흐리며 그냥 같이 가자는 뜻을 담아 어깨에 손을 올렸다. 그의 말에 저편에 서 있는 사람들을 바라봤다.
그들은 웃으며 어서 가자고 기대찬 눈빛으로 나와 거래처 직원을 쳐다보고 있었다.
그러나 그들과의 친분다짐보다 태환이 중요했고 내 인생에 가장 중요한 순간이었다.
아무렴 이십년간 그리워하면 좋아했던 형을 이성적으로 사랑한 후에 처음 하는 데이트였다. 어느 것보다 중요했다.
그래서 거래처 직원의 요청에도 다시 거절의 말을 건넸다.
"죄송합니다. 중요한 선약이라서."
"...어쩔 수 없네요. 우리끼리 가야지. 팀장님 안가신대요. 우리끼리 갑시다."
"에에~ 정말요?"
"팀장님과 술마시고 싶었는데~ 정말 안가세요?"
"네. 저 빼고 신나게 노세요."
모두 다 만류하는 통에 진땀이 났지만 꿋꿋하게 거절 의사를 표하며 그 자리에서 빠져나왔다.
혹시 이 건으로 말들이 나오더라도 형이 알아서 처리해주겠지라는 믿음도 있었다.
다름 아닌 형이 이곳에 나를 보냈고 내가 이 자리를 하겠다고 한 이유도 알고 있으니까.
든든한 후원자를 믿고 아쉬워하는 그들을 뒤로하고 서둘러 차를 출발시켰다.
오후시간이라 덜 복잡한 도로를 주행하다 빨간 신호에 걸려 멈춰섰을 때 태환에게 전화를 걸었다.
뚜르르르- 통화음 뒤에 태환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여보세요.]
"태환. 나에요."
[네. 알아요.]
"조금 후면 도착할거에요. 준비하고 있어요?"
[네. 준비 다 되어 가요.]
"그럼 10분 후면 도착하니까 제가 다시 연락하면 그 때 내려와요."
[알았어요.]
신호가 다시 파란불로 바뀌려고 했다.
"운전 중이니까 이만 끊을게요. 나중에 봐요."
[네. 조심해서 와요.]
멈춰섰던 자동차가 매끄럽게 앞으로 나아갔다. 어서 태환의 얼굴이 보고 싶다.
전화로 목소리만 들었을 뿐인데 애가 탈만큼 보고 싶어졌다.
빨리 운전해서 가고 싶지만 조심해서 오라는 태환의 말을 얌전히 들었다.
그래서 천천히 운전했다. 물론 내 기준으로 속력을 별로 내지 않은 것이었다.
아파트 단지에 도착해서 아파트 현관입구 근처에 주차를 한 후 태환에게 문자를 보냈다.
《도착했어요. 천천히 나와요^^ - 쑨양》
《저도 준비 다됐어요. 지금 내려갈게요. - 태환》
곧바로 날라드는 태환의 답장에 웃음이 났다. 어서 그가 보고 싶다.
얼마 후 아파트 현관 입구에서 태환이 걸어 나왔다.
그를 보자마자 나의 얼굴에는 웃음꼿이 피어났고 그 역시 나를 마주보고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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으악...죄송합니다.
이번편에 영화관 모습을 넣으려고 헀는데...
그 전 이야기가 길어졌네요ㅜㅜ
다음편으로 미뤄야 되겠습니다...기대해주신 독자님들 죄송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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