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짝남은 조폭!?
w.1억
"여긴 왜 오신 거예요?"
아저씨를 보고 흔들리지 않았다. 이 정도면 난 진짜 마음 정리 한 걸까.
아저씨가 왜 나를 직접 찾아왔는지 궁금은 했다. 학교까지 찾아왔다면 무슨 할 말이 있어서 온 거겠지.
"내가 멋대로 찾아와서 싫은가."
"당연하죠."
"……."
"이제 아저씨랑 저랑 아무 사이도 아니잖아요. 제가 정리하겠다고도 했는데 제 마음 따위는 다 무시하고 멋대로 찾아온 걸 저는 어떻게 받아들여야 되죠?"
"할 말이 있어서 찾아왔는데."
"철용이라는 사람한테 또 시키면 되잖아요. 계속 미행도 시키시고."
"야."
"왜요."
"자꾸 그렇게 틱틱 거릴래."
순간 정신이 살짝 돌아왔다. 아저씨가 조폭 형님이라는 걸... 잊고 있었다. 나도 모르게 너무 짜증을 냈고, 아저씨가 표정으로는 티를 안 내지만 내 말투에 신경을 쓰고 있다는 걸 눈치를 채버렸다.
"……."
"대화를 하려 했더니 자꾸 짜증을 내버리시니."
"…짜증이 아니라."
"……."
"솔직히 아저씨가 너무한 거 맞잖아요. 저도 사람인지라 화 난다고요..! 참을만큼 참았어요. 아저씨 다 잊고..! 저 좋아해주는 사람이랑 막 잘 되어가던 참인데 자꾸 이렇게 신경 거슬리게 하시면..!"
"미안하다."
"…네???"
"너도 알았겠지. 너한테 마음이 있어서 내 옆에 항상 너를 뒀다는 거쯤은. 그래서 나를 이렇게 미워하는 거고."
"……."
"너랑 연애라는 걸 한다는 게 말도 안 되는 일이라서, 네가 생각하는 것처럼 그냥 옆에만 둘 생각도 했었어. 근데 생각보다 네가 밖에서 발발거리고 돌아다니는 게 존나 신경쓰이더라고."
"……."
"네가 오해하고 가버려서 우리가 영영 못 본다면, 내 마음도 좀 그럴 것 같아서 직접 말하려고 왔어. 네가 만만해서, 마음도 없는데 갖고 놀고싶어서 옆에 둔 건 절대 아니야."
"……."
"잘 되어가는 사람 생겼다니 다행이네."
"……."
"앞으로 어떤 식으로든 네 앞에 나타날 일 없을 거다. 그럴 일은 없겠지만, 만에 하나 나 때문에 위험한 일이 생긴 것 같다 싶으면 연락해. 내가 불편하면 철용이 통해서 연락해도 되고. 철용이 번호는 따로 남겨줄게."
아저씨의 말을 다 듣고나서 나는 멈춰서서는 아저씨를 계속 바라보았다.
지금.. 아저씨가 나.. 좋아한다고 한 거지.. 그치?
"그거.. 하나만 말해줘요."
"……."
"그냥 아저씨 마음이 그랬다는 걸 알려주고 싶었던 건지."
"……."
"저랑 연애가 하고싶어서 찾아 온 건지.."
"난 애매한 대화는 안 해."
"……."
"간다."
아저씨가 나와 연애할 생각으로 고백을 하러 왔다.
근데 난...
"……."
아저씨를 잡지도 못 하고 그냥 보내버렸다.
이미 마음 정리 다 했다고 해놓고 저 말에 흔들리면 나만 이상한 거니까. 그리고.. 내 옆에 사장님도 있는데. 내가 어찌할 수가 있겠어.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그냥 자리에 서서 아저씨 뒷모습만 보면서 눈물을 흘리는 일 밖에 없다.
"오 뭐야.. 술 마시는 모습 보니까 다른 사람 같은데. 근데 너무 무리하는 거 아니야?"
"무리는요!!"
"힘들면 힘들다고 말하시지? 말 없이 술만 마시는 게 더 걱정인데."
"아니거든요..."
사장님은 늘 나만 보면 걱정을 해준다. 내가 기분 안 좋으면 금방 알아채기도 한다. 그런 사장님한테는 늘 고맙기만 할 뿐이다.
"사장님."
"응."
"애초에 영화처럼요.. 조폭이랑 평범한 여자가 연애할 수는 없는 거겠죠."
"영화?"
"네."
"그렇겠지.. 그 조폭이 정신차리고 살지 않는 이상..?"
"…아무래도 그렇죠?"
"왜."
"네?"
"그 사람이 아직도 너무 좋아? 그래서 많이 힘든가."
"네? 제 얘기 아니고.. 그냥...!"
"나한테는 숨기지 말지. 표정에서 티가 팍팍 나버려서 자기 얘기인 거 너무 티나는데.."
"……."
"이야.. 뭔가 되게 포스가 무섭기는 했는데. 조폭일줄은 몰랐지? 그 사람 어디가 그렇게 좋은데?"
"…치."
"내 눈치 보지 마. 내가 너 혼자 좋아하는 건데 네가 날 배려할 필요는 없어."
"사장님 얘기를 듣자마자 눈물이 나버렸다.
아, 사장님 앞에서는 더 울면 안 되는데.. 나 너무 쓰레기같은데.
"아저씨가요.. 오늘 학교 앞에 찾아왔었는데요. 내가 좋대요. 근데.. 자기도 나랑 이어질 수 없는 걸 아니까 그래서 그냥 옆에 두고싶었대요. 제가 아저씨 오해했거든요."
"……."
"그 말을 하고 그냥 가버리는데.. 어떻게 제가 또 잊겠냐구요오.. 아저씨는 끝까지 이기적이에요. 본인 할 말만 하고 가면 다냐구요 진짜아... 잊을만하면 찾아와서 방해나 하고! 그것도 재주예요 진짜아..!"
"서로 마음 확인했으면 연애할 일만 남은 거잖아. 뭐가 그렇게 슬픈데."
"……."
"나 때문이라고 하지 마라. 나 너한테 사귀자고 한 적 없다?"
"……."
"네가 만나고 싶은 사람이랑 만나야지 그게 진짜 연애지. 좋아하는 사람 있으면 부딪혀보고, 서로 좋아하면 연애하는 거지."
"…그래도."
"그 조폭 양반이 진짜 아니다 싶고, 좋은 사람 없으면 그때 와."
"……."
"난 언제는 오픈이다. 뭐 나중에 내가 애인 있으면 네가 날 짝사랑해도 좋고."
"…사장님 ㅠㅠㅠㅠ..진짜아..."
"이거만 다 마시고 그 사람한테 가봐."
"……."
"와 조폭은 너무 신선한데."
사장님은 오히려 내 기분에 맞춰주었고, 그래서 더 눈물이 났다. 내가 너무 쓰레기 같아서. 그리고 너무 고마워서.
"저 그럼 가볼게요."
"응."
"……."
"……."
"아저씨는 안 그럴지도 모르지만, 저는 그래요. 내가 좋아하는 사람이 나 좋다고 하면 싫다가도 좋아지고 그런다구요."
"……."
"아저씨도 저랑 잘해보려고 학교에 찾아왔던 거죠?"
"뭐 양다리라도 걸치려고 온 건가."
"네? 양다리라뇨! 제가 무슨... 절대 안 그래요! 그런 생각으로 온 거 아니에요!... 저 진심으로 아저씨 좋아하는 거 알잖아요! 다 해결하고 왔죠...! 아저씨랑 연애할 수만 있다면 뭔들 못 하겠어요..!"
"양다리라도 상관 없어."
"…네?"
"네가 뭘 하든 상관없다고."
"그 정도로 제가 좋은 거예요..?"
"뭐 대충."
"근데 아저씨는.. 좋아하는 걸 티를 안 내잖아요..!"
"여기서 뭐 어떻게 더 티를 내."
"…그쵸. 사실.. 안 내도 돼요! 저 좋아한다고 인정 해주신 것만으로도 저는 만족해요..!"
아저씨를 안고선 한참을 있었다. 아무리 생각해도 너무 안 믿기잖아. 아저씨도 날 좋아한다니.
"그럼요."
"……."
"그럼요!"
"말해."
"오늘부터 사귀는 거잖아요."
"……."
"그쵸?"
아저씨는 내 말에 대답을 하지 않았고, 네? 하고 아저씨를 올려다보니.. 아저씨가 기가 차다는 듯 웃는다.
아저씨가 대답을 하지 않아도 알 수 있었다. 대충 저건 맞다는 뜻이지.
"응 엄마!... 나 오늘 친구 집에서 자고갈게. 응응..! 내일 저녁에 갈게~~"
"누가 재워준댔나."
"네? 설마 안 재워주실 건 아니잖아요...ㅎㅎ....."
"너무 뻔뻔해서."
"…아저씨랑 같이 자고 싶단 말이에요.."
"……."
"아니 그 자는 거 말고.. 그냥 코...자는 거...ㅎㅎㅎ..."
"시간 늦었으니까 씻고 눕자."
"네!"
"방에 있는 욕실에서 씻어."
"네!"
"참나."
"네?"
아저씨가 픽- 웃고선 뒤돌아 방에서 나갔고, 나는 아저씨 방 침대에 우두커니 앉아서 한참을 앉아있다가 뒤늦게 욕실로 향한다.
씻고 나왔을 때는.. 아저씨가 거실에서 누군가와 통화를 하는 듯 들어오지 않았고, 침대에 앉아서 자꾸 아까 아저씨를 떠올렸다.
나한테 고백하던 아저씨.. 양다리도 좋다고 하던 아저씨... 끼양 ㅠㅠㅠㅠㅠ
"…흫.."
"…뭐해?"
아저씨 목소리에 놀라서 고갤 들어보면, 항상 깐머리를 했던 아저씨가 앞머리를 내린 채로 나를 바라보며 웃고있다.
내가 혼자 흐으으응 하고 웃고있으니 그게 웃겼던 모양이다.
머리 내린 게 너무 섹시해서 입을 틀어막고 얼어있자, 아저씨가 내 앞에 있는 의자에 앉아서 나를 바라본다.
"아저씨 머리 내리니까 너무 섹시해요 진짜.. 완전 다른 사람 같고.. 살짝 순둥이 같기도 하고... 저랑 있을 때는 항상 내려주면 안 돼요? 아, 아니야! 올린 것도 잘생겼는데....!"
"그럼 넌 뭐해줄 건데."
"네?"
"넌 옷 벗고 있을 때가 섹시한데. 벗고 있을래?"
"네에!?????!??!?!? 진짜 뭐예요오오오!!"
"농담 아닌데."
"네?"
"벗어봐."
"…네에??"
너무 놀랐다. 너무 저돌적인 아저씨에 순간 헉- 하고 멈춰있다가도 진짜 벗어야되는 걸까.. 하고 가만히 아저씨를 바라보자, 아저씨가 일어서서 내 머리를 쓰다듬더니 내 옆에 눕는다.
"자자."
"…네!"
아저씨랑 큰 침대에 누워있는데 뭐가 이렇게 어색한지..
"몇시부터 기다렸어."
"…한 9시..? 별로 안 기다렸는데 ㅎㅎ.."
"다음부턴 할 말이 있으면 연락 하고 와. 무작정 기다리지 말고."
"네에....."
"혼내는 거 아니고 걱정하는 거야. 추우니까 미련한 짓 하지 마."
"…네!!ㅎㅎ"
정적이 흘렀다. 서로의 숨소리만 들리는 정도였다. 너무 어색해서 무슨 말이라도 꺼낼까.. 싶어서 조용히 입술을 열면..
"많이 힘들 수 있어."
"…네?"
"일하면서 나 하나 잡겠다고 나 노리는 인간들이 많아졌거든."
"……."
"너한테는 피해 안 가게 할 거니까 걱정은 말고. 미안하지만 네가 원하는 것처럼 남들같은 평범한 연애는 힘들 거야."
아저씨의 마음도 이해가 안 가는 건 아니었다. 위험한 상황이 나한테 오는 게 당연하다고 생각을 할 테니까.
하지만.. 무섭다는 생각보다는 아저씨가 너무 안쓰럽게 느껴졌다. 언제 누가 어떻게 자신을 공격할지도 모르는데. 언제 죽을지도 모르는데.. 얼마나 무서울까 싶었다.
그래서 그냥 아저씨를 꼭 안아주었다. 사실상.. 아저씨를 안아준다기 보다는 안기는 것과 같았지만..ㅎㅎ..
"그러니까요.. 저랑 있을 때는 그런 생각들 안 하면 좋겠어요."
아저씨의 픽- 하고 작게 웃는 소리가 들렸다. 아저씨를 다시금 끌어안다가 나도 모르게 아저씨 밑으로 손이 닿아버렸고..
"어! 일부러 그런 거 아니에요! 진짜.. 진짜예요!! 죄송해요...!"
"…허."
아저씨가 더 어이없다는 듯 콧방귀를 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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쨘
사시른 원래 20화가 마지막인데
조금 더 쓸 수도 이써요!!
곧 마지막이라는 것만 알아주시라요 !! !! ! !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