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짝남은 조폭!?
w.1억
어제 아저씨를 안은 채로 그냥 잠들었던 것 같은데.. 눈을 떠보니 커튼이 쳐져있었고, 아저씨는 없었다.
역시는 역시지.. 아저씨가 원래 그런 사람이니까.. 일어났을 때 내 옆에 없을 거라는 건 예상은 했다.
어제 나에게 다정했던 건 그냥 미안해서 잠깐 그랬던 걸까.. 괜히 일어나자마자 한숨을 쉬었다.
아저씨랑 연애하는 건 맞지만.. 전이랑 다를 건 없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에 마음이 조금 그랬기 때문이다.
힘 없이 일어나서 문을 열고 나왔는데..
"아저씨...!"
아저씨가 집에 있었다. 그것도..
"……."
"전 또.. 아저씨가 저 두고 갔을 줄 알았는데..."
"앉아."
"뭐예요오...! 샌드위치 직접 하신 거예요!? 대박!!"
"아니."
"…네?"
"사왔는데."
"아저씨가 직접 사오신 거예요!? 대박!"
"철용이 시켰지."
"…a...ㅏ.."
"학교 간다며. 빨리 먹어."
"…네에!"
그래! 아저씨가 나 생각해서 사왔으니까! 만족해! 우유 한모금 마시고선 샌드위치를 한입 먹었을까..
내 맞은편에 앉아서 나를 내려다보는 아저씨와 눈이 마주쳤고.. 괜히 뻘쭘해서 웃으며 묻는다.
"왜요...?"
"어제 뭘 한 것도 아닌데 지쳐서 잘도 자더라."
"…네에? 아니..뭘..하긴 뭘 해요오... 진짜...핳.."
"철용이가 학교에 데려다줄 거야."
"괜찮아요! 학교는 저 혼자 갈 수 있어요! 누가 데려다주고 그런 건 좀.. 부담이 되는데...."
"당분간은 그래라."
"네?"
"부탁이니까."
"……."
아저씨가 턱을 괸 채로 나를 보며 부탁을 했다. 거절을 하려고 했지만.. 어제 밤에 아저씨가 했던 말이 떠올랐다. 자신을 노리는 사람이 많다는 말.
"그때처럼.. 저한테도 나쁜짓 하는 사람들 있을까봐 그런 거죠?"
"……."
"전 또~ 누가 저 꼬시면 곤란하니까~ 질투나니까 감시 하려고 그런 줄 ㅎㅎ."
"말은."
"ㅎㅎㅎㅎ."
"당분간은 불편해도 참아."
"…네에."
"철용이가 수시로 너 확인할 거야."
"네에 전 다 괜찮아요 ^ㅁ^!!"
"얼른 먹어."
"넹."
"……."
"아주우우 어제 머리 내렸을 때는 순딩이였는데! 오늘은 또 섹시해졌네요. 생각해보니까 이 머리도 너무 좋아요. 가끔 내리는 게 더 막 두근거리고 그렇고! 아니다! 자주 봐도 매일 다른 느낌이려나!"
"……."
"아저씨는 일하면서 핸드폰 잘 못 봐요??"
"글쎄. 안 바쁘면 보겠지."
"아아.. 그래요? 근데 원래 핸드폰 잘 안 볼 것 같은데..."
"뭐.. 그런가."
"치."
"뭘 치야."
치- 하고 샌드위치 한입 베어 물면, 아저씨가 턱을 괸 채로 나를 보며 픽- 웃는다. 난 아저씨의 저런 모습이 참 좋다.
막 나를 엄청 귀엽게 보지 않아도, 어이없다는 듯 웃는 것도 마음에 든다.
"근데요 아저씨! 저는 그 철용이라는 사람을 뭐라고 불러요?"
"부를 일이 있나."
"…있을 수도 있잖아요오."
"그냥 저기 라고 불러."
"에??????? 그건 좀 그런데에.."
"뭐가 그런데."
"좀....어.. 그럼 삼촌!? 철용 삼촌 어때요?!"
"삼촌?"
"네! 삼촌! 딱이죠!? 그쵸!"
"……."
"오빠라고 할 수는 없잖아요."
"…허."
"…삼촌 괜찮죠!?"
"그래라."
"넵!ㅎㅎ."
"크흠..."
철용 삼촌과 차 안에서 너무 어색했다. 사실은 그때가 떠올라서 웃긴 게 컸다.
창밖을 보면서 웃음을 참으려고 노력을 꽤나 하기는 했다만...
"저어기..."
"예."
"철용 삼촌이라고 부를게요.. 아저씨도 그러라고 했거든요..!"
"…예."
삼촌도 내 눈치를 보는 것 같았다. 그래서 더 웃음이 나올 것 같았고, 겨우 참으며 또 창밖을 보았다.
무서운 얼굴을 한 사람이, 조폭이.. 인생네컷 안에 숨어있는 게 흔한 일은 아니잖아.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강의가 시작하기 전까지 가영이랑 어제 썰들을 풀었고, 교수님이 들어오자마자
괜히 아저씨가 뭐하는지 궁금해서 아저씨에게 카톡을 보냈다.
아저씨랑 대화한 건 하나도 없기에.. 평범한 연인들 처럼 카톡으로 대화가 해보고싶었다.
[아저씨 뭐해요!? (이모티콘)]
보내고선 답장이 빨리 올 거라고 생각했던 나는.. 답장이 너무 안 오자 풀이 죽었다가도..
"그래. 답장이 느릴 것 같은 스타일이기는 해."
개뿔. 3시간이 지나도 카톡이 오지 않는다.
"하.."
"왜이래?"
"아니. 어떻게 카톡을 3시간 동안 안 읽지???"
"바쁜가보지. 그쪽 사람들은 뭘 하는지 모르지만.. 대충 바쁠 거라는 건 알 수 있잖아."
"그래도 3시간은 좀 그렇지! 내가 많은 걸 바라는 것도 아닌데!"
"야 너 그 아저씨랑 사귄지 아직 하루도 안 됐어."
"…그건 그런데!"
서운한 건 서운한 거다... 하루밖에 안 됐는데.. 카톡 답장 빨리 해주는 게 그렇게 힘든가.
"이거 1 안 사라진 거 맞지? 내 눈에만 1 보이는 거 아니지?"
"야.. 근데 좀 심하긴 했다.. 무슨 카톡을 6시간 동안 안 읽냐..."
"…허."
아저씨가 내 카톡을 6시간 동안 읽지 않는다. 너무 기가 차서 한참 동안이나 카톡방에서 나가지 않고 화를 진정시켰다.
아저씨도 나 좋다며! 좋다고 해놓고! 왜 나만 이렇게 애타는데!!!
그리고 또! 이거 생각하니까 다른 거 생각났어! 나 좋아한다면서! 아침에 왜 철용이 삼촌 시켜서 데려다주라고 그래? 본인이 데려다주면 되잖아.
학교 끝나고도 마찬가지야! 뭐 데려다주는데 한시간이 걸려, 두시간이 걸려? 본인이 잠깐 데려다주면 되잖아!
괜히 카톡 한 번 안 읽었다고 왜 다른 거에 서운한 건지.. 책상에 엎드려서 한숨만 푸욱- 쉬는데 가영이도 옆에서 같이 한숨을 쉰다.
"…안녕하세요."
철용이 삼촌은 내 인사에 목례를 해주었다. 우울했다..
아저씨는 아침 10시부터 학교 끝난 시간인 5시가 되어도 연락이 없는데.. 참나.. 진짜..
내가 어디로 가는지도 모른 채로 차에 탄 게 더 웃겼다. 나 어디 가? 집에 가는 건가.. 아니면 아저씨 집? 몰라.. 아저씨한테 너무 서운해.
"저기 삼촌.."
"예."
"지금 어디 가는 거예요...?"
"형님 자택으로 갑니다."
"아저씨가 그러라고 했어요?"
"아니요. 그럼 집으로 갈까요."
"…아뇨."
아저씨가 그러라고 한 것도 아닌데.. 철용이 삼촌은 그냥 내가 아저씨 집으로 갈 것 같아서 자연스럽게 가려고 했던 거였구나..
더 서운했다. 괜히 아저씨 집에서 기다리는데 아저씨가 나 보고 '왜 왔어?' 이 표정으로 쳐다보면 어떡하지.
집에서 또 한 3시간을 기다렸다. 8시가 됐고.. 남들 다 집에 불키고 저녁 먹는데.
나는 애인이나 기다리고 있다. 그래! 아저씨는 바쁘니까 그럴 수 있지.. 근데.. 아무리 바빠도 연락 한통을 안 하냐 어떻게!
곧 아저씨가 들어오는 것 같았고, 나는 소파에 앉아서 아저씨를 바라보다가 서운한 걸 표현하려다가 그래도 아저씨가 바빴을 거란 생각에 웃으며 말한다.
"왔어요?"
다행히도 '왜 왔냐'라는 표정은 아니었다.
"밥은."
"안 먹었어요.. 아저씨는요?"
"먹어야지. 나가서 먹자."
"나가서요..?"
"어."
"…그냥 집에서 먹어요."
아저씨는 아무렇지도 않다. 내가 오늘 하루종일 뭘 했는지 궁금하지도 않은가.
"……."
"야."
"…에?"
"왜 그러는데."
"…네? 뭐가요.."
"내가 바닥이냐. 자꾸 바닥 보고 말하게."
"……."
"뭔데."
"…아저씨."
"……."
"제가 오늘 아침에 카톡 보냈는데 왜 답장 안 해요..? 아무리 바쁘셔도 그렇죠 카톡은 확인할 수 있는 거 아니에요?"
"카톡?"
"네! 카톡이요.. 어떻게 10시에 보낸 거를 지금까지 안 읽어요! 아무리 사람이 무심해도 그렇죠! 애인이 뭐 하는지 궁금하지도 않으세요?"
"그거 안 깔려있어."
"에?"
"안 깔려있다고."
"…아.. 아, 아니! 그럼! 카톡이 아니더라도! 전화를 할 수도 있는 거잖아요! 저는 또 아저씨가 마음이 변한 줄 알고! 얼마나 쫄렸는지 아세요!?"
"연락 안 하면 마음 변한 거냐."
"…그냥 오해할 뻔.. 했다구요..."
"그래. 미안하다. 전화라도 해봤어야 됐는데. 생각을 못 했다."
"요즘은요! 서로 뭐하는지 막 보고도 하고요! 연락은 엄청 자주해요!!! 남들처럼 평범한 연애요! 그런 연애! 하고싶다구요.. 아저씨랑!"
"연락 말고 또 뭐."
"…어차피 제가 말해도 안 해주실 거잖아요."
"말해봐."
"안 해주실 거면서..."
"말을."
"……."
"하라고."
"지금 이 악물으셨죠! 그쵸!!!"
"그러니까 안 들어줄 것 같다고 칭얼 거리지 말고, 말을 해."
"연락은요! 아저씨가 바쁘시니까 이해를 할게요! 근데 그래도 자주 연락해서 뭐하는지 알려주고, 뭐하는지 물어봐주고!"
"그리고."
"남들처럼 데이트해요!"
"뭐가 하고싶은데."
"…영화 보고싶어요."
"……."
"…거봐요! 아저씨가 싫어할 것 같았어요. 그러면서.. 칭얼 거리지 말라고 하고.. 너무하신 거 아닌가요.."
"봐."
"네..?"
"보러 가자고."
"진짜요!?!?!?"
너무 좋았다.
아저씨가 매일 입는 섹시한 정장 말고...! 평범한 옷을 입고 이렇게 같이 영화관에 앉아있는 게 너무 꿈같아서 계속 웃음이 나왔다.
영화가 시작하려면 한참인데 먼저 들어와 앉아서는 계속 아저씨를 보고 헤헤 웃었다.
아저씨는 턱을 괸 채로 광고나 보고있다가 자꾸만 내 웃음 소리가 들리니 거슬렸는지 고갤 돌려 나를 본다.
"미쳤구나."
"당연하죠! 아저씨랑 같이 영화 보러 올 거라고 생각 전~~혀 못 했으니까요!!"
"참나.."
아저씨랑 사귄다고 해서 서로 무슨 스킨쉽을 한 건 없다. 사귀기 전에 잔 거 빼고... 아, 어제 자면서 서로 끌어안고 잔 것도 빼고!!
같이 손잡고 그런 것도 하고 싶어도.. 아저씨가 불편해할까봐 안 하고 있기는 한다만.. 근데 뭔가 오늘은 꼭 하고싶어졌다.
"아저씨이."
"?"
"손 잡아도 돼요?"
솔직히 저 말에 '뭐라는 거야'하는 표정으로 날 볼 것 같아서 쫄렸었는데. 턱을 괸 채로 손을 뻗어 내게 건네주기에 나는 웃으며 그 손을 잡았다.
"아저씨! 아저씨! 그럼..."
뭔가 다 들어줄 것만 같아서.
"아저씨랑 같이 사진 찍고싶은데..."
"……."
"안 되겠죠.. 이건...?"
"……."
"ㅠㅠ.."
"찍어."
"네!?!?!?!?!?!"
"찍자고."
사진을 몇장 찍고선 바로 무심하게 화면을 보는 아저씨에 계속 웃음이 나왔다.
옆에 있는 아저씨를 두고도 같이 찍은 사진이나 보고 있는 나도 참...
ㅎ.히힣...히..잘생겼어......히히히히힣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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빵빠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