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구와 애인 그 사이
; 왜 내 맘을 흔드는 건데
1.
우리학교는 자사고다. 일명 지옥학교라고도 한다. 내가 왜 이 학교에 들어왔는지는 모르겠지만 죽을맛이다. 우리는 문과, 이과로 반을 나누는데, 내 반이 제일 끝반이라서 여자애들 17명, 남자애 10명 이렇게 남는 애들을 한 반에 넣었다. 그래서 다른 반들은 다 남녀분반인데 우리 반만 합반이다. 처음에는 마음에 안들었다. 공부를 하려면 이성은 정말로 방해되는 요소였다. 1학년때는 여자반이라서 괜찮았지만, 중요한 2학년때 이렇게 합반이라니. 최악이었다. 근데 더 최악인 일이 지금 일어나고있는 중이다.
"여주야. 나랑 같이 앉자."
"아니야 여주 나랑 앉을꺼야. 그치?"
바로 이 남자애때문이다. 이름이 뭐지, 박지민이라고 했나? 내 친구가 나랑 같이 앉자고 했는데 처음보는 남자애가 갑자기 내 이름을 부르더니 나랑 같이 앉을거라고 했다. 나는 당황해서 살려달라고 말하듯이 내 친구를 계속 쳐다봤다. 야, 박지민. 너는 니 친구랑 앉아. 나는 여주랑 앉을거니까. 박지민은 입술을 삐죽삐죽거리더니 내 옆자리에서 일어났다. 힝, 여주랑 앉고싶었는데.
"너 쟤 누군지 알아?"
"아니..처음보는데? 너는 아냐?"
"그냥 이름만 들어봤는데. 쟤 왜 너한테 저러는지 모르겠다."
"나도 모르겠어..."
내 친구랑 앉고, 책상에 머리박고 공부만 하면서 하루가 지나갔다. 몸이 찌뿌둥해서 기지개를 펴자 내 책상위에 탁 하고는 초코우유가 올려졌다. 손을 따라 위를 쳐다보자 환하게 웃으며 안녕-하고 손을 흔드는 박지민이 보였다. 나는 저절로 미간이 찌푸려졌고, 박지민은 초코우유를 뜯어 빨대를 꼽고는 내 입에 물려주었다. 먹어, 피곤하잖아. 아. 고마워. 나는 고맙다는 말을 하고 가방을 챙기고는 집으로 향하는 셔틀버스에 탔다.
"야, 너 왜이렇게 늦게와. 너 하도 안와서 우리 먼저 갈 뻔했어."
"아, 미안해. 이렇게 왔으니 됬지 뭐."
"하긴..근데 그 초코우유 뭐냐? 어디서 났어, 내 꺼는 왜 없어."
"이거 박지민이 줬어."
"헐..걔 진짜 너한테 관심있는거 아니야?"
"아니야."
관심은 개뿔. 그냥 여자라는 생물체가 궁금해서 그런거라고 자기합리화를 한다. 근데, 걔 웃는 거 엄청 이뻤던 거 같애.
2.
"여주야, 같이 가자."
"어..나 수연이랑 같이 가기로했는데."
"그냥 같이가자."
화학 이동수업이있어 화장실 간 수연이(내 친구라고 말했던 아이)와 같이 가려고 기다리고있는데 갑자기 내 앞에 나타나더니 뜬금없이 나와 같이가자고 하는 박지민이었다. 내가 수연이랑 같이 가기로 했다고 말하자 그냥 같이가자며 내 옷 끝자락을 잡고는 실험실로 향했다. 내 옷을 꼭 붙잡은 박지민의 손가락을 보자 나도 모르게 풉-하고 웃음이 나았다. 왜, 뭐가 그렇게 웃겨? 아니야, 아니야. 박지민은 뭐가 그리 좋은지 헤실헤실 웃었다. 야, 너야말로 뭐가 그렇게 좋냐.
"너랑 같이 가잖아. 뭔가 몽글몽글해."
"그게 뭐야ㅋㅋㅋ"
"아, 그런게 있어. 몽글몽글."
계단을 내려가자 내 친구들이 나와 박지민을 보고는 이상한 비지엠을 깔아줬다. 우오오 합반되자마자 연애질이냐? 이 신성한 학교에서? 나는 애들한테 꿀밤 먹이는 시늉을 하면서 그런거 아니라고 말했다. 친구들은 뭔가 음흉한 눈빛으로 나를 바라보았고, 나는 그냥 무시하고 가던 길을 갔다. 옆을 쳐다보자 바보처럼 또 헤헤 거리며 웃고있는 박지민에 옆구리를 콕 찔렀다. 뭐가 그렇게 좋아. 애들이 우리 사귀냐고 묻잖아, 그게 너무 좋아. 얘 좀 이상한 것 같다.
"여주야, 오늘 뭐할거야?"
"오늘 뭐 할게 있나. 그냥 닭장에 쳐박혀서 공부나 해야지."
"아..그렇구나...우리 학교는 닭장이 남녀로 나눠져서 너무 싫어. 몰래 너 보러 갈까?"
"ㅋㅋㅋㅋ할 수 있으면 그러든가."
"헐. 너가 오라고 했어, 맞지?"
"몰라."
실험실에 도착해 문을 열자 아이들의 시선이 전부 우리에게로 쏠렸다. 왜, 뭐 잘못했어? 나는 내 친구들이 모여있는 곳으로 갔고, 애들은 내가 가자 웃음을 터뜨렸다. 야, 너 남자 엄청 싫어하더니 왠 썸남? 나는 손을 저으며 그런거 아니라고 말했다. 뭐가 아니야, 딱 봐도 그렇구만. 박지민 얼굴에 다 쓰여져있더라. '나 여주 좋아해요."라고. 나는 애들의 말에 박지민이 있는 곳으로 고개를 돌리니 나를 보며 환하게 웃는 박지민이 보였다. 그에 나도 웃어주었고, 어딘가에서 박지민이 말한 그 몽글몽글한 게 느껴졌다. 에이, 설마.
실험은 역시 재미있는 것 같다. 우리는 실험할 때 흰색 가운을 입고 하는데, 뭔가 진짜 연구원이 된 느낌이 들어서 나는 실험시간을 정말 좋아한다. 가운을 옷걸이에 걸어놓고, 책을 챙겨 반으로 가려는데 애들이 나를 부른다. 야야,여주여주. 왜. 야, 너 박지민 어때, 진짜 남자로 어때. 너네는 갑자기 그걸 왜 묻냐.
"내가 박지민이랑 같은 조였단 말이야."
"근데."
"박지민이 뭐라 그랬는지 알아?"
"말해줘야 알지."
"나 이여주 마음에 들어. 이렇게 말했다고!! 이건 대박사건이야."
"...."
"너는 박지민이 누군지 잘 모르지. 나 작년에 합반이어서 걔랑 같은 반이었는데, 걔 여자애들한테 인기 겁나많아."
"...그렇구나.."
"걔 작년에 고백 10번은 넘게 받았을걸? 근데 걔 공부한다고 다 찼잖아. 자기가 먼저 들이대는 여자 너밖에 없어."
박지민이 그런 아이였구나. 또 몽글몽글한 감정이 피어오른다. 이 가슴아, 제발 그만해라. 나는 남자를 사귈 생각 1도 없다고. 여주야, 오늘 실험 어땠어? 애들이랑 얘기를 하고있는데 옆에서 들리는 박지민 목소리에 옆을 쳐다보자 박지민은 특유의 미소로 나에게 실험 어땠냐며 물었다. 애들은 잘해보라며 먼저 갔고, 복도에는 나와 박지민만 남아있었다. 어, 재밌었어. 아..그랬구나.
3.
동아리 비를 거둔다고 온 반을 돌아다녔다. 어떻게 14반을 다 돌아다니라고 하는지 모르겠다. 힘들어 헥헥 거리며 내 반으로 가는데 앞에 박지민이 보였다. 왠지 모를 반가움에 발걸음을 빨리하자 여주야! 같이 가자. 응? 쟤 입에서 나온 이름 나 맞지? 옆에있는 내 친구에게 묻자 그런거 같다며 빨리 가라고 했다. 나는 아무렇지 않은 척 박지민 앞에가서 섰고, 박지민은 또 환하게 웃는다. 여주야, 우리 다음 교시 도서관 가야돼. 같이 가자. 나는 고개를 끄덕이고는 중앙계단으로 가려고 오른쪽으로 몸을 틀었다. 그러자 박지민이 내 어깨를 잡고는 왼쪽으로 몸을 돌렸다. 우리 옆 계단으로 가자. 거기 애들 많이 안다녀. 내가 자기와 같이 가면 내가 되게 곤란해할 걸 알았는지 옆 계단으로 가자고 했다. 여주야, 책 줘. 내가 들어줄게.
"여주야, 오늘은 뭐할거야?"
"그냥 똑같지. 근데 그거 왜 계속 물어?"
"궁금하잖아. 나는 이렇게 지내는데 너는 어떻게 지내는지."
"아..."
도서관에 거기 다오자 반대쪽에서 내 친구들이 걸어오고있었다. 어!!수연아!정인아! 내가 애들한테 말을 걸자 박지민은 내 어깨를 잡고 도서관 문을 열어 나를 도서관 안으로 밀어넣었다. 이 말도 빼놓지 않고.
"쟤네랑 얘기하지마. 나랑만 해."
이런 적이 여러번 있었다. 민윤기라고 농구를 엄청 잘하는 애가 있는데, 나랑 조금(아주 약간) 친하다. 민윤기는 하이파이브 하는 거를 좋아하는 애인것 같다. 나와 눈이 마주치면 제 손을 내밀고는 하이파이브! 한다. 그러면 나는 마지못해 손을 올리는데, 그걸 박지민이 봤다. 보자마자 나랑 민윤기가 있는 곳으로 달려와서,
"여주야, 내가 다른 남자랑 이런거 하랬어, 하지 말랬어."
"어...."
"하지마, 알았지? 나랑 만 해."
그래서 박지민은 요새 매 쉬는시간만 되면 나한테 와서 하이파이브를 하자고 한다. 너무 귀엽다.
너무 헷갈린다. 얘가 나를 좋아하는 건가, 아니면 어장인지. 정말 모르겠다. 여러분들은 어떤 것 같아요? 걔가 나를 좋아하는건가요...흐엉....
안녕하세요. 공삼공구에요.
보면서 느끼셨겠지만 이거 실화입니다. 진짜 쟤 마음을 모르겠어서 이렇게 글로 쓰네여...흐엉....
진짜 100%실화입니다. 허구없어여...
독자분들은 어떠신거같아요?? 너무 혼란스러워서.. 공부에 집중이 안되는데..미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