섹파는 처음인데요Ⅱ
w.1억
"뭐야? 이분이랑 알아..?"
주임님에 말에 나는 안보현을 바라보다가 내 앞에 서있는 영대를 보았다.
아, 그게... 네.. 고갤 끄덕이고선 안보현을 바라보자, 안보현도 나와 같은 표정이다.
"……."
무슨 상황인지 파악하는 듯 나를 보던 안보현이 작게 나와 주임님에게 말했다.
"일주일 동안 이 팀에 합류하게 된 안보현 팀장입니다."
"……."
뒤늦게 정신을 차리고서 나는 '잘부탁드립니다.'하고선 고갤 숙였다.
내가 아무리 바보라도 이 상황쯤은 안다.
살짝 좆됐다는 거.
"……."
내 자리에서 안보현은 잘보였다. 일을 하면서도 계속 안보현이 신경쓰였다.
고개만 들면 보이는데.. 어떻게 신경이 안 쓰이냐구..
눈 마주쳤음 좋겠다. 아.. 아니지.. 나는 이미 차였잖아. 뭘 바라고 이러는 거야..
하지만 안보현은 항상 나에게 바라는 걸 해주지 않았다.
내가 아무리 쳐다봐도 안보현은 나를 한 번도 바라봐주지 않는다.
아니 어떻게.. 딱 안보현이 우리 회사에.. 그것도 내가 있는 부서에 올 수가 있지?? 진짜 대박이라니까....
진짜 잘생겼네.. 일하고 있는 모습이 저렇게 섹시한가.. 갑자기 어제 밤이 떠오르고 지랄이지..
"누나 여기 다니는 줄 몰랐네요."
"…그러니까. 나 너 있어서 깜짝 놀랐잖아.."
"일주일 동안 지겹게 보겠네요."
"ㅎㅎㅎ..지겹긴.."
곧 대리가 내 옆을 지나가며 '미친놈'했고, 영대가 대리를 이상하다는 듯 바라보았다.
대리는 괜히 대놓고 욕은 못하고 저러는 게 어이가 없었다.
"무시해 그냥.. 원래 저런 분이셔.."
내 말에 영대가 고갤 끄덕였다. 그리고..
"밥 먹으러 가자."
안보현의 말에 영대는 내게 '점심 맛있게 먹어요'하고선 사무실에서 나가는 안보현을 따라 나갔다.
그래도 나름.. 점심시간 되면 아는 척이라도 해줄 줄 알았는데.
절대 그럴리가 없었다.. 내가 너무 기대를 한 거지.. 바보처럼. 그럴리가 없는데.
나에게 눈길 조차 주지 않는다. 눈이 마주쳤던 건.. 아침이 처음이자 마지막이다.
그리고 또 하필이면 영대랑 안보현이랑 엮인다니.. 느낌 진짜 이상하네..
"뭐야..? 영대씨랑은 어떻게 아는 사이야?"〈- 주임님
"아, 고등학교 후배예요..!"
"친해!?"
"아니요오 ㅎㅎ.. 그냥 고등학생 때 얼굴이랑 얼굴만 아는 정도였는데.."
"그래? 어유.. 갑자기 우리 사무실에서 좋은 냄새 나지 않아?? 잘생긴 사람들 들어오니까 공기부터 다르네."
"하하하.. 그런가요오.."
"응. 팀장님 몸 봤어? 근육이.. 이야.. 엄청 섹시하신 것 같아. 영대씨는 연예인인 줄 알았어 진짜.."
"…팀장님이요?"
"응. 팀장님 못 봤구나? 좀이따 한 번 봐봐. 몸이 대박이야."
난 이미 많이 봤다. 심지어 어제도 봤지요.. 어색하게 고개만 끄덕이는 나에게 주임님은 말한다.
"은재씨는 참 남자에 관심이 없다니까."
무슨 소릴...!
안보현한테 완전 미친 사람한테 저런 소리를 하다니..
밥 먹고 회사로 가는 길에 지나가는 사람들을 보았다.
나도 안보현이랑 저렇게 손잡고 걸어갈 일이 있을까.
절대 그럴 일은 없겠지..
회사에 들어서고 엘레베이터를 타려는데.. 안보현과 김영대도 왔다.
주임님과 고개를 숙여 인사를 하고선 멍하니 엘레베이터가 열리기만을 기다리고 있다.
이렇게 서로 모른척 하는 것도 못하겠어. 당장이라도 아는척 하고 싶다..
"팀장님 점심 맛있는 거 드셨어요~~ ^^?"〈- 주임님
와.. 나도 저런 거 못물어보는데.. 주임님은 물어봤어. 어떻게 저러지.. 나도 모르게 힐끔 안보현을 보았다.
안보현은 조금 당황한 듯 주임님을 바라보다 무심하게 말했다.
"네. 그냥 뭐.. 회사 앞에 있는 식당 갔습니다. 주임님은요."
"저도 맛있는 거 먹었죠~~ 은재씨가 돈까스 좋아해서 돈까스 먹으러 갔어요. 나중에 같이 먹으러 가요~~ 은재씨가 돈까스 귀신이거든요 ㅋㅋ~~"
"아, 그래요?"
"네^^~ 꼭 같이 먹으러 가요~~"
"그러죠."
안보현이 '그러죠'하면서 나를 보는데. 너무 표정이 없어서 무슨 생각을 하는지 알 수가 없었다.
어제 일이 자꾸만 떠올라서 얼굴이 붉어졌다.
엘레베이터에 탔는데 겨우 5층까지 가는데 왜 이렇게 시간이 오래 걸리는 것 같은지.
엘레베이터에서 내려서 안보현은 먼저 앞장서 갔고, 영대가 내게 조용히 물었다.
"누나 돈까스 좋아해요?"
"응? 응! 돈까스 좋아해!"
"저도 좋아해요."
"응?"
순간 좋아해요-라는 말을 듣고 놀라버렸다. 분명히 돈까스가 좋다는 건데 왜 이래.. 나도 참 사랑에 눈이 멀었나.
"다음에 같이 먹으러 가요."
"그래. 혹시..오늘 저녁에 시간 돼? 저녁 먹을래?"
"점심에 먹었는데 또 먹어도 돼요?"
"응! 나 엄청 좋아한다니까. 맛집 있거든! 거기 가자. 안 그래도 가고싶었는데.. 혼자 가기 좀 그래서 못갔거든..."
"그래요."
아싸.. 돈까스 또 먹는다. 안보현이랑 대화 한 번 못한 건 속상하지만.. 이건 좋네.
그래도 아는 사람 있어서 돈까스나 먹으러 가고.
저번주에 갔던 보고서 제출을 했는데. 하필 또 팀장이 안보현이라니.
"……."
내 글씨를 빤히 보고있다. 내 글씨에 집중을 한다고.. 글씨 엄청 못쓰는데 어떡해 진짜.
안보현 앞에서 옷 입고 이렇게 오랫동안 앞에 서있는 것도 처음이라 긴장이 됐다.
"자꾸 쳐다보지 마라."
"…네?"
"사람들 다 있는데 티내지 말라고."
"…아,네에.."
"집으로."
"…에?"
갑작스런 말에 당황스러워서 주변을 둘러보지만, 모두 우리에게 관심도 없고.. 들리지도 않았을 거다.
영대와 약속이 있어서 안 된다고 말을 하려고 하는데..
"엉망이야. 다시 써."
턱을 괸 채로 잘했다고 가보라는데 할말이 없다.
가만히 서서 가만히 안보현을 보고 있자니.. '뭐'하는 표정으로 나를 보는데... 쫄아서 말을 할 수가 있어야지.
그래.. 지금은 회사니까.. 끝나고 말하지 뭐.
그나저나... 엉망이라니. 엄청 잘 썼는데.. 뭐가 엉망이야 진짜.. 주임님도 감격할 정도였는데..!
6시가 되어서 회사가 끝났다. 끝나자마자 보고서를 제출하러 안보현에게 향했을까.
안보현의 핸드폰이 보였다. 아, 여자친구한테 전화 오네.. 이름은 어떻게 아냐면.. 인스타그램 찾아서 염탐한 적이 있었다.
이렇게 보니까 좀 스토커같나.. 아니야! 번호 저장했더니 떴는데 어떡해.
전화는 왜 안 받지...
"왜."
"아! 보고서 다시 썼습니다."
"줘봐."
"…여기요."
"……."
"저기.."
"팀장님 내일 뵙겠습니다~~^^"〈- 사원들
내 말은 무시해놓고, 사원들의 인사는 고개짓으로 받아주는 안보현에 솔직히 조금 서운했다.
아니.. 서운하면 안 되는데 말이지.
"저.. 선약이 있어서요.. 오늘 말고 내일.. 아니, 오늘 밤에 가면 안 될까요?"
"다시 써."
"네?"
"다시 쓰라고."
안보현은 너무 완벽한 걸까. 내가 열심히 쓴 보고서를 또 다시 쓰라고 했다.
이거 또 다시 쓰면.. 몇신데.. 보고서를 다시 받아 들고선 뒤돌아 영대를 보았다.
시무룩하게 자리로 가서는 나를 기다리고 있던 영대에게 말했다.
"오늘 밥 못 먹겠다.. 보고서 다시 써야될 것 같아. 내일 저녁에 먹자..!"
"…아, 그래요? 늦게 퇴근하겠네요."
"괜찮아. 내가 못쓴 건데 뭐..ㅎㅎ..내일 보자!.."
"…도와줄까요."
"어? 아냐! 아냐! 절대 아냐! 얼른 가봐! 내일 보자아~~"
영대의 등을 마구 떠밀자, 영대가 겨우 떠밀렸다. 아, 이거 또 언제 다 쓰냐구..
1시간이나 지났다. 다시 처음부터 쓰느라 이제 중간 정도 썼을까..
너무 피곤해서 기지개를 쭉- 피면 퇴근한 줄 알았던 안보현이 커피를 들고선 들어온다.
아, 가방이 그대로 있었구나.. 간 게 아니었네..
일단 신경끄고.. 보고서나 쓰자..
"……!!"
순간 내 뒤에 선 안보현이 내 가슴을 움켜쥐고선 허릴 숙여 내 귀에 속삭였다.
"일어나."
"…….!!"
화들짝 놀라 고갤 들어보면, 잘생긴 안보현이 나를 내려다본다.
"집 가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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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늙ㄱ기 실훈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