섹파는 처음인데요Ⅱ
w.1억
"팀장님..?"
"내일 보자."
"아, 네. 조심히 들어가세요."
안보현이 쿨하게 가버리고, 김영대는 나와 안보현을 번갈아보았다.
아무래도.. 거절을 한 건 좀 아니었나.. 싶었다. 안 그래도 차인 주제에 거절을 하다니.. 나도 참.
영대랑 둘이서 밥을 먹으면 당연히 어색한 줄 알았다. 근데 말이 없는 영대가 생각보다 말을 많이 걸어줬다.
외동이냐, 취미가 뭐냐, 하고싶은 게 뭐냐.. 나지막히 질문을 많이 해주기에 나는 그저 대답만 하게 되었다.
그러다 정적이 흐르게 됐는데.
"팀장님이랑은 무슨 사이에요? 아는 사이라고 했잖아요."
마치 다 아는 것처럼 물어보니까. 괜히 찔려서 눈을 피해버렸다.
"그냥.. 예전에 우연히 만났는데. 막 친한 사이는 아니고.. 인사하는 정도.."
"…아."
"…왜?"
"그냥 궁금해서요."
"…그럴 수도 있지..ㅎㅎ.."
"혼자 살아요?"
"응! 자취하는데."
"저도 자취해요. 근데 집이 엄청 더러워요. 청소를 안 해서.."
"에? 진짜?? 엄청 깔끔 떨 것 같은데. 완전 의왼데?ㅋㅋㅋ"
"누나는요."
"사실 나도 엄청 더러워. 근데 난 네가 그 얼굴로 그런 말 하니까 왜 이렇게 웃기지."
별 것도 아닌데 빵 터져버렸다. 먼저 크게 웃어버렸다가.. 괜히 주변에 사람들이 다 나를 보는 것 같아서 급히 입을 가렸더니.
영대도 웃긴지 결국 웃음이 터져버린다. 아, 창피해 진짜.
"그대로네요."
"응?ㅋㅋㅋ뭐라고..?"
"웃으니까 고등학생 때 그대로라고요."
"아, 진짜?? 야아 아직 몇년 안 지났는데! 그대로여야지!!"
"그냥 있어도 예쁜데. 웃을 땐 더 예뻐보여요."
"솔직히 나 웃을 때 예쁘긴 해."
"ㅋㅋㅋ 진짜예요."
"응?ㅋㅋㅋ"
"항상 웃고있어서 더 눈에 띄었어요. 나랑은 너무 반대라서 그런가."
"그래? 아닌데! 너도 잘웃는데? 너도 웃을 때가 더 괜찮은 것 같아."
"ㅋㅋㅋㅋ."
"왜 그렇게 웃냐?? 비웃냐??"
"…아뇨."
"ㅋㅋㅋㅋ너도 참 개그캐인 것 같아. 별나.. 뭘 해도 웃겨."
영대와 은재가 밥을 다 먹고 소화 시킬 겸 걸었을까. 여자친구와 차를 타고 가던 보현은 잠시 차를 세웠다.
놀란 여자친구가 보현을 바라보며 소리친다.
"오빠 미쳤어..!? 뒤에 차가 없어서 망정이지..! 왜 그래."
"……."
"오빠?"
보현은 한참 동안이나 차를 멈추고선 지나가는 둘을 보았고, 뒤에서 차가 클락션을 울렸다.
보현의 시선은 계속해서 웃으며 장난도 치는 은재에게 향했다.
"데려다줘서 고마워...!"
"너무 주변이 어두운데요. 위험하게.."
"괜찮아. 위험해 보여도 엄청 안전해. 사람도 엄청 지나다니고!"
"한사람도 안 지나다니던데.."
"…어라라.. 어제까지는.. 그랬는데...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ㅏ!!"
"밤늦게 집에 오면 안 되겠어요."
"그래야지이.. 나 어차피 집순이라 퇴근하면 바로 집이야! ㅎㅎ"
"…그럼 다행이구요."
"택시 잡아줄게!"
"오늘 재밌었어요."
"응?"
영대를 올려다보았다. 참 안보현이랑 다르게 생겼네.. 그리고.. 성격도 이렇게 다르고 말이야.
심지어..
"영대야."
"…네."
"나 안 이상해?"
"……."
"안 더러워?"
돌려서 말했는데. 영대는 내 말을 이해라도 한 것처럼 바로 대답을 해주었다.
"안 더러워요."
"……."
"저런 게 더러운 거지."
저런 게- 하며 턱짓으로 어딘가를 가리키기에 그쪽을 보면 누군가 술을 마시고 토를 한 곳이기에 바로 고갤 돌려 영대를 보며 웃어버렸다.
"진짜 ㅋㅋㅋㅋㅋ."
"……."
별 것도 아닌 사이인데. 섹파가 있다는 말에도 저렇게 나를 평범하게 대해줄 수 있을까.
영대한테 고마우면서도 이런 사람이랑 친하게 지낼 수 있다는 게 신기했다. 내가 생각했던 영대의 이미지는 절대 이런 모습이 아니었는데.
내가 너무 멋대로 첫인상만 보고 판단을 했구나. 괜히 영대에게 미안해졌다.
"……."
내 하루 시작은 안보현 보기.
턱을 괸 채로 한참 안보현을 보다가도 빨리 정신을 차리고 업무를 본다.
내가 섹스를 거절해도 안보현은 아무일도 없다는 듯 있는데. 나 혼자만 걱정을 했다.
너무 당연했는데 말이지.. 여자친구도 있는 사람을 걱정하다니 나도 참.
점심시간에는 밥을 먹고 사무실에 들어오니, 영대가 잠깐 나와보라기에 휴게실에 오게 되었다.
"왜?"
"커피."
"오~ 커피~~~"
영대가 커피를 건네주기에 커피를 받기는 했다만..
"혹시 커피 안 좋아해요?"
"응? 아냐! 먹어!..."
"커피 말고.. 어떤 거 좋아하는데요?"
"음... 핫초코 좋아해."
"…귀엽다."
"…에???????????"
"핫초코 초등학생 때 먹어보고 안 먹어봤는데."
"완전 맛있는데.. 이건 할머니 돼도 먹을 수 있을 정도야 진짜."
"나중에 저도 한 번 먹어볼게요."
"콜. 꼭 그래라 진짜?"
"…ㅋㅋㅋ네."
"아, 맞아.. 나 어제 저녁 많이 먹었나봐. 오늘 아침까지 소화 안 됐다? 근데 점심에 소화 다 돼서 밥 두공기 먹었어."
"두공기요?"
"응! 왜? 돼지같냐?"
"ㅋㅋㅋㅋㅋㅋㅋㅋ아니요."
"웃으면서 아니라고 하면 누가 응~~ 이러냐.. 진짜.. 은근 재수없다 너?? 그렇게 웃는 거 처음봤어."
"누나랑 있으면 웃겨요."
"그래. 그렇게라도 좀 웃어라. 웃으니까 훈훈훈훈남인데? 원래 훈남이기는 한데."
휴게실 옆에 있는 흡연실에서 담배를 피며 둘을 보던 보현은 대리가 말을 걸자 차갑게 대리를 바라본다.
"유은재 저 친구가 원래 저래요. 아무한테나 웃어주고. 사람 오해하게 만든다니까요. 회식 때는 술에 취한 척 해가지고 집에 데려다주게 하지를 않나.."
"……."
"유은재가 저 좋아하는 줄 알았는데. 아니었나봐요. 헷갈리게 해놓고 아니라고 하면 다인가. 팀장님한테는 안 그래요? 막 웃고.. 말 걸고. 조심해요. 팀장님만 이상한 사람 된다니까."
"……."
"…ㅇㅔ?"
"담배 하나 빌립시다."
"…아이고.. 예.."
보현이 담배 하나를 더 피고선 대리를 지나쳐 흡연실에서 나가자, 대리는 담배를 하나 더 입에 물며 혼잣말을 한다.
"병신새끼.. 가오 잡기는. 내가 언제가 한 번 김영대 저 새끼랑 같이 묶어놓고 패던가 해야지."
그러다 보현과 눈이 마주친 대리가 어색하게 웃으며 목례를 하다가도 뒤돌아 한숨을 쉬며 욕을 한다. '시발..'
신입인지라 업무가 너무 많아서 지쳐서 어깨 스트레칭을 하고 있었을까.
회사 메세지가 오기에 보면
(화이팅)
영대에게서 온 메세지에 웃음이 나왔다. 그래. 너라도 있어서 다행이다..
안보현까지 있어서 집중 더 안 되려고 했는데.. 참..
회사가 끝나고 집에 갈 생각에 신나있었다. 사실은 안보현과 단둘이 있을 시간이 생기지 않을까 싶어서 기대를 하는 것도 있다.
집에 가서 기다리고 있으면 안보현에게 톡이 오고, 그럼 난 로봇처럼 안보현이 오라고 한 장소로 향하는 게 일상이었는데.
"은재씨랑 영대는 저녁에 시간 좀 되나."
이렇게 불러낼 줄은 꿈에도 몰랐다.
"…고마워."
영대가 의자를 꺼내주었고, 의자에 앉아서 맞은편에 앉은 안보현을 보았다.
왜 불러냈을까. 솔직히 둘을 불러낼 일이 회사 일이라는 건 알고있다. 그냥.. 다른 의미가 있을까. 궁금했던 거지.
"금요일까지 둘이서 우리 프로젝트 좀 해줘야 될 것 같다. 부장님이 둘 실력이 마음에 드나봐."
"……."
"싫어도 어쩔 수 없어. 야근 해서라도 금요일까지 마무리 해."
아... 신입 둘이서 프로젝트.... 그래서 밥을 사는 거구나.. 뭐 그건 그렇다치고..
안보현이랑 단둘이 있을 때 스테이크 먹은 건 있지만.. 셋이서 먹는 건 느낌이 달랐다.
영대가 있어서 그런가 좀 더 잘 넘어가는 것 같기도 하고..
셋이서 너무 어색했다. 고기를 썰고.. 먹는 것만 반복하는데.
"……."
벌써 물을 다 먹었는지 바닥이 보이는 잔에 영대가 잔을 가득 채워주었다.
'고마워'작게 말하고선 웃는데. 안보현과 눈이 마주쳤다.
아, 처음으로 제대로 눈 마주친 것 같은데. 얼굴이 다 붉어지는 걸 보니.. 난 진짜 안보현을 많이 좋아하나보다.
얼굴만 봐도 얼굴이 붉어질 정도면 진짜.. 어우...
밥을 다 먹고선 집에 가려는데. 나는 당연히 택시를 타고 집에 갈 생각을 했는데. 영대가 내게 조심스레 물었다.
"데려다줄게요. 그대신 회사에 가야 될 것 같은데."
"응??"
"회사에 차가 주차 돼 있어서."
"…아, 그래? 그래!.. 차 있었구나.. 운전 잘해?"
"그냥.. 사람들 하는 만큼 하죠. 누나 면허 땄어요?"
"땄는데 한 번도 안 해봤어...ㅎㅎ..."
"제 차로 나중에 연습해봐요."
"어우... 안 돼애..."
영대랑 대화를 하는데. 안보현이 핸드폰을 보다가 곧 나와 영대를 번갈아보며 말한다.
"둘 다 데려다줄게. 영대는 회사까지만 데려다주면 되지."
안보현의 말에 영대가 '네'하고선 고갤 끄덕였고, 나는 안보현을 한참 바라보다가 눈이 마주치면 급히 눈을 피했다.
조수석에 탔는데.. 너무 어색했다. 뒤에 영대까지 있으니까 더 어색했다.
영대가 내리고.. 무슨 얘기라도 오고 갈 줄 알았는데 전혀 아니었다. 아.. 딱 한마디.
"집 어디야."
"…여기서 그냥 내려주시면 돼요."
"어딘데."
"저 뒷편인데 걸어가면 금방이에요!.."
"어두운데 뭘 걸어가."
"…네?"
"여기로 들어가면 되지."
"…네에.."
어두운데 뭘 걸어가냐는 말이 걱정을 해주는 것 같아서 설렜지만.. 그냥 하는 소리인 걸 알고나니까 또 긴장이 풀렸다.
이런 걸로 기대하면 안 되지. 여자친구 있잖아.. 그냥 나는 파트너니까.
창밖만 보다가 집에 도착해서 '감사합니다..'하고선 내리는데. 안보현은 끝까지 내게 기대했던 말을 하지 않았다.
하자는 소리 한마디도 안 하네. 어제 오늘.. 다 안 했는데.
1층 문을 열고 들어가려는데 차 문 닫히는 소리와 함께 안보현의 목소리도 들렸다.
"아무한테나 웃고, 잘해주면 남자 새끼들은 오해 해."
"……."
"근데 회사에서 보니까 너 엄청 잘웃더라."
"…네?"
"들어가."
"…아, 네! 데려다주셔서 감사합니다...."
알 수 없는 말을 하고선 가버린 안보현에 나는 잠시 벙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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응~ 안보현 ~ 어쩔티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