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 또 졌네"
평화로운 밤, 레오와 별빛이는 식탁을 사이에 두고 마주보고 앉아 체스를 두고 있었다. 투명한 유리로 만들어진 체스판과 말들은 오랜 시간을 함께 해 왔다고
온 몸에 새겨진 기스들이 보여주고 있었다. 그리고 레오는 항상 별빛이에게 속수무책으로 당하기만 했다. 한 번만 봐달라고 애원해도
게임판 위 그녀는 가차없었다.
"아저씨 너무 못해. 재미없어."
"너가 잘하는거야"
"그럼 약속대로 코코아 타줘요. 진하게"
"네네"
레오가 부엌으로 코코아를 타러 간 사이에 별빛이는 자신이 딴 레오의 말들의 갯수를 세며 행복해하는 얼굴로 정리를 했다.
깨지지 않게 조심스레 체스판을 들고 제자리에 가져다 놓았다.
의자에 앉아 코코아를 기다리며 발을 동동 구르던 별빛이 발소리가 들리자 휙 뒤를 돌아 봤지만 코코아를 들고있는 레오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그리고 다시 턱을 괘며 앞을 돌아봤는데
"안녕 별빛아."
"어? 화가아저씨!"
이재환이 그림을 든채 서있었다.
"다행이네요. 마침 올 줄 알고 세 잔 가져 왔는데"
*
"너무 늦게 왔죠"
"찾아준것 만으로도 저는 괜찮다고 생각해요"
"그 쪽이랑 별빛이한테 줄 그림을 생각하는데 오래걸렸어요. 뭘 그리면 좋을까...뭘 그리면 내 마음이 전해질까 하고."
너무 고마워서 뭘 그려도 보답이 되진 못할꺼 같네요.
"그래서 찾았나요?"
네, 찾았어요
그리고 앞으로도 계속 찾아다녀야 할 것 같아요.
잘됐네요, 레오는 재환이를 보며 이제서야 맘편하게 웃음이 나온다는 걸 알았다.
행복해 하고 있다는 걸, 몸소 느낄 수 있었다.
뭐 이럴 줄 알았다는 듯이 레오는 일부러 무덤덤한 표정을 드러내 보였다.
"그림 보여줘요"
재환이는 옆에 내려뒀던 그림을 들어 포장한 신문지들을 뜯었다. 자기의 키에 반만한 큰 그림을 준비해 왔다.
재환이는 수줍게 그림을 돌려 들어서 앉아있던 레오에게 보여주었다.
그의 그림 속에는 한 남자의 뒷모습이 그려져 있었다.
그것만 봐서는 누군지 알 수 없었지만, 시계들 사이로 들어가는 발걸음이 모든걸 알려줬다.
그림 속 하늘에 펼쳐진 별들이 너무 아름다웠다.
그 길이 너무 아름다웠다.
보는 사람이 다 설렐정도로
아름다웠다.
"혼자 보기 너무 아깝네요"
"하하 고마워요. 아까우면 파시던가요"
"벽에 걸어놔야겠어요. 누군진 모르겠지만 잘생겼네"
"뒷모습만 그렸는데..."
둘은 가벼운 농담을 하며 작은 잔을 비워갔다.
짧지만 그들은 많은 이야기를 한 것 처럼 시간은 빨리 갔다.
"이 시계 돌려드릴께요. 제가 가지고 있어야 할 물건이 아닌거 같아요."
"고마워요"
재환이는 레오에게 시계를 건네주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슬슬 가지 않으면 그림 그릴 시간이 부족하다면서 힘든 표정을 지었지만 말투는 전혀 힘들어 보이지 않았다.
레오는 상점 문 앞까지 그를 데려다 주었다.
레오는 마지막 인사를 하기 전 그에게 저번에 두고 갔던 모자를 건네주었다.
재환이는 모자를 쓰고 레오에게 말했다.
"다시 와도 되나요?"
"당신이 힘들면 우린 항상 여기에 있을거에요."
"그런가요? 그럼 다음을 기약하지는 못하겠네요."
"소식은 신문이나 그림으로 들려줘요."
"그래요. 고마웠습니다."
악수를 하며 인사를 했다.
다음을 기약하지는 못했지만, 마지막이라 생각하지 않았다.
언제나 그러듯 레오는 이별에 무덤덤해 했다.
이재환이 상점을 나가고 한참을 밖을 내다보며 서있었다. 그리고 자신의 자켓 속 주머니에서 회중시계를 꺼내 보았다.
느리게 가던 시곗바늘 하나가 없어져있었다.
그걸 확인하고는 그는 다시 회중시계를 덮고 시계들 사이로 걸어 들어가 다음을 준비했다.
안녕하세요 장미빛 고래 입니다.
재환이 에피소드가 끝났어요. 자신의 꿈에 대해 갈팡질팡하던 재환이가 드디어 자신의 길을 나아가기 시작했네요.
넘나 좋은것
다음 에피소드는 누가 될지 ..ㅎ 저도 아직 못정했어요
아 그리고 단편 스토리 내용 추천 받아요 좋은 소재 있으면 써주세요!!@
항상 읽어주시고 길게 답해주시는 별빛들 고마워요ㅠ
더 좋은 글로 찾아뵐께요.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