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몽이라는 말을 사전에서 찾아보면 전체적으로 두가지가 나온다.
첫번째는 말그대로 악몽, 불길하고 무섭고 두려운 꿈. 두번째는 이순간이 차라리 악몽이였으면 하는 상황을 일컫는 말, 즉 현실에서의 악몽.
현실에서든 꿈에서든 악몽은 존재한다,
눈을 떠보니 나는 아주 깊고 깊은 심해에 있었다.
빛 한줄기 들어오지 않았다. 난 앞을 보고 있었지만 눈을 감은 것과 다름이 없다고 느꼈다.
내가 숨을 쉬면 공기 방울들이 끝없이 물살을 타고 위로 올라갔다.
처음에는 숨을 참았지만 곧 들이쉬고 내쉬어도 괜찮다는 것을 알았다. 지금 이 상황이 현실인지 꿈인지 구분이 안갈 정도였지만, 나는 그냥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는게 빠르다고 판단을 했다. 안그러면 여기서 평생 나갈 수 없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그렇게 결단을 내렸던 것 같다.
내가 떠 있는 곳은 차갑고 어두웠지만 왠지 낯설지는 않았다. 왔었던 것 같은 느낌.
내가 느끼는게 맞을꺼라 직감하고 두 손으로 앞을 휘저으며 걸어갔다. 물살때문에 잘 나아가지는 않았지만 그래도 어디로 이동하고 있다는 걸 알 수 있었다.
주변엔 물고기 한 마리 보이지 않았다. 너무 깊어서 그런가. 하긴 이런 깊은 곳에 누가 살고 싶어하겠는가?
조금씩 앞으로 나가니 내 앞에 거대한 실루엣이 보이기 시작했다. 아직까지 뭔지는 잘 모르겠다.
그 실루엣은 반원 모양이였다. 검고 아주 컸다.
나는 좀 더 가까이 다가가 보기로 했다. 여기서 겁내고 자시고 할 것도 없는거 같았다. 최소 여기보단 낫겠지. 이왕 이렇게 된거
끝까지 가보자고.
얼른 확인해보고 싶은 마음에 걸어가는 걸 그만두고 발장구를 치기 시작했다. 아무리 휘저어도 소리는 나지 않으니까.
그 실루엣에 가다갈수록 내 몸이 압박감에 무거워지는거 같다.
점점 윤곽이 드러났다. 지금 여기서 바라보면 그건
뒤집어진 유령선과 같았다.
오래된건지 아님 물살이 단시간에 이렇게 배를 깎아먹은건지는 모르겠지만 겉이 많이 부식되어 있었다.
살짝 기울어져있는 배의 주변에는 상자들이 떨어져있었다. 모래가 깔려있는 바닥에 쓰레기처럼 나부러져있었다.
아마 배가 뒤집어질때 먼저 바닥에 가라앉았겠지. 그 아래까지는 가보고 싶지 않았다.
그저 밑바닥까지 가고싶은 생각은 없었다.
뒤집어진 배는 엄청 컸다. 유람선이나 화물을 나르는 배일 것이라 추측한다. 왜 이렇게 참담한 모습으로 이곳에 가라앉아버린건지 너무 불쌍해 보였다.
내가 손을 뻗어서 겉표면을 만지면 겉을 씌우고있던 것들이 으스스 떨어졌다.
깨진 창문에 내가 비추고 있었다.
나는 흰색 옷을 입고 있었고 오른쪽 귀에 금색 피어싱을 한개 하고 있었다. 추워서 그런지 입술색이 없어진 듯 했다.
창문에 비춰진 나는 많이 힘들어보였다.
그리고 그 옆으로 계속가니 문이 없는 입구가 있었다. 그 안쪽은 밖보다 어두워서 그저 입구라는 것 밖에 알지 못했다. 움츠러든 손을 용기내서 앞으로 뻗었는데
마치 하울의 움직이는 성에서 전쟁이 난 후 소피가 하울의 어린시절을 만나러 들어갔던 마법의 문처럼, 경계가 있었고
그 너머는 다른 감촉이 느껴졌다.
나는 마음은 망설였지만 행동은 똑부러지게 했다.
눈을 감고 안으로 걸어들어갔다. 한 세발짝 안으로 들어온 다음에야 슬며시 한쪽 눈부터 떴다.
나는 천장에 서있었다. 밖과는 다르게 여기는 물 속이 아니였다. 제대로 걸을 수 있었다. 이게 가능한건지 모르겠지만 그냥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기로 했다.
나쁜건 아니니까.
내 앞으로는 꺼진 전등들이 줄지어져 있었다. 그리고 왼쪽 벽에는 빨간 불빛이 켜져있는 비상벨이 있었다. 그게 내가 처음 본 불빛이였다.
그 앞으로는 계속 문이 닫혀있는 방들이 있었다. 301호부터 있었는데 아마 3층인가보다. 난 전등을 기준삼아 걸어갔다. 맨발로 걷는데 가끔 발에 거미줄이 걸리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문들을 보면 전부 창이 없어서 안을 들여다 볼 수가 없었다. 열어보려고 했지만 밀리지도 않고 손잡이는 손을 뻗으면 손가락 끝에 겨우 닿아서 돌릴 수가 없었다.
키가 큰데 괜히 자존심이 상한다.
코너를 돌자 또 차가운 복도가 나온다. 이렇게 넓구나.
위를 보니 원래 내가 서있어야 할 복도가 보였다. 그 복도에는 조명조끼와 튜브가 널부러져 있었다. 마치 미련이라도 남은 것 처럼
그것들은 그 복도에서 떨어지지 않았다.
안으로 걸어들어갈수록 점점더 배의 내부로 들어가는 것 같았다. 어느샌가 한쪽 벽을 채웠던 창들이 보이지 않았다. 중심쯤 되려나
또 한번의 코너를 돌자 층을 전부 볼 수 있게 원형태로 된 구조가 보였다.
한쪽엔 방들, 반대쪽엔 난간, 난간에 서면 같은 구조들이 몇몇층이 있었다.
저 반대쪽에 방에서 불빛이 새어나온다.
여태 방안에 불이 켜진지 안켜진지 티가 안났었는데 사방이 어두우니 티나 나는구나.
나는 한치의 망설임도 없이 그 문 앞에 섰다.
내가 키가 잘 안닿는걸 알고 있었는지 감사하게도 문은 밀면 열릴 것 같았다. 너무 흥분한 나머지 전등에 걸려 넘어질 뻔 했다.
먼저 눈 한쪽으로 염탐을 해보려 했지만 보이는건 유리로 된 샹들리에 반쪽이 전부였다.
나는 손끝으로 살살 문을 열었다.
"잘 찾아왔네?"
안녕하세요 장미빛 고래입니다
이 소재는 암호닉[방가방가햄찌]님께서 제공해주셨는데
약간 몽환적이고 어두운 분위기를 연출해보려고 했는데 맘에 드시나요 ㅎ 그렇다면 에헤라디야입니다.
더쓰려고 했는데 길어질꺼 같아서 반으로 나눕니당
이 스토리가 끝나면 다시 본직으로 돌아가 [시계 상점]의 다음 에피소드를 이어가겠습니다!
읽어주시고 댓달아주시는 모든 분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