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 오랜만이다 그치? 사실 어제 지훈이랑 데이트를 하다가 폭풍 엄마미소 나올만한 일이 있었거든ㅎ
내가 한동안 조별 과제를 하느라 바빠서 지훈이랑 몇일째 못만났던 날이였어. 과제는 힘들고 내 옆에는 아무도 없고...하니까 지훈이가 너무너무 보고싶은거야ㅠㅠ
그래서 있는 시간 없는시간 짜내가면서 주말에 지훈이를 만나기로 했어. 일주일 내내 밤새서 레포트 작성하고 발표자료 찾아서 만들고하느라 몸이 남아나려하질 않더라...그래도 토요일에는 지훈이 얼굴 볼거니까!! 하면서 힘들어도 티 안내고 한주동안 열심히 살았던 것 같아ㅋㅋ
그리고 그제 겨우 한주를 마치고나서 이젠 좀 안심이 됬나봐. 샤워를 하고 나오는데 평소엔 보지도 않던 거울에 눈이 가더라고. 아니 근데 진짜 이게 사람 몰골인지 과제 때문에 밥도 재때 못챙겨 먹고 여기저기 뛰어다니면서 자료 구해내느라많이 고생했나봐...꼴이 말이 아니더라...나도 여자인지라 내일 오랜만에 지훈이 얼굴 보는건데 그래도 예쁘게 보이고 싶더라고. 그래서 평소엔 하지도 않던 오이팩에 마스크팩에 양파즙까지 한팩 드링킹하고 나서야 안심이 가더라. 아 이제 좀 사람같다 싶으니까 말도안되게 졸린거 있지 ㅋㅋㅋㅋ
그래서 그대로 기절하듯이 잔 것 같다..ㅋㅋ
다음날 아침에 일어났을때는 이미 해가 쨍쨍하게 떠있더라고..? 눈을 딱 떴는데 따뜻한 햇빛이 스며드는게 그렇게 좋을수가 없더라. 졸음을 다 깰 때까지 그러고 누워있다보니까 핸드폰이 울리더라고. 토요일에 왠 전화가.......아...순간 장난안치고 소리지른것 같아...하
지훈이 전화더라고. 잠긴 목소리를 안들키려고 한참 목소리를 가다듬다가 거의 벨소리가 끊길 때 쯤에 전화를 받았어.
"여보세요..?"
"누나 어디예요?"
"응...? 넌 어딘데...?"
"어디긴요, 우리 만나기로 했던 영화관이죠. 영화 시작시간 얼마 안남았는데 언제쯤 도착할 것 같아요?"
하고 묻길래 벽에 걸린 시계를 봤는데
10시 40분이더라.
영화시작 15분전이였어.
"어 지훈아 버스 탔는데 차가 좀 막히네? ㅎㅎ 빨리 갈게 나 늦으면 먼저 들어가 앉아있어!"
"ㄴ..."
뚝
지훈이 대답을 들을 여유가 없었어. 어제 밤에 샤워한걸 다행이라고 생각하면서 옷장 문을 여는데
왠걸 입을 옷이 없네..?ㅎ
멍청한 나레기...어제 씼으면서 옷까지 챙겨놨으면 얼마나 좋아...
급한대로 흰티에 청바지만 입고 화장대 위에 있던 화장품을 가방에 쓸어담은채로 밖으로 뛰쳐나갔어.
지하철역까지 달려가면서 온갖 생각을 다 했어. 아 늦었으면 어쩌지
지하철역세권이라더니 걸어서 5분이 아니라 뛰어서 5분이였어
립스틱 무슨색 바르지
지금 몇시지 얼마나 늦었지
.
.
.
지하철 역에 도착해서 가쁜 숨을 고르자 마자 지하철 도착하는 소리에 뛰어내려갔어. 정말 운동회때 달리기 대표주자로 나갔을 때도 이렇게 열정적으로 달려본 적은 없었는데 내 자신이 정말 대견하게 느껴지더라..ㅎㅎ 지하철을 타서 자리에 앉자마자 화장을 시작했어. (내릴땐 다른 사람이 된건 함정) 주변사람들이 신기하듯이 쳐다보더라고헣ㅎ
지하철이 영화관이 있는 역에 도착하자마자 다시 뛰기 시작했어. 머리따위는 상관엄서. 영화따위도 상관없어 그저 우리 지훈이가 기다리게 해서만은 안되
영화관에 도착해서 지훈이를 딱 만났을땐 들숨날숨이 그렇게 힘든 활동인지 처음 알게된 순간이였어. 지훈이가 토끼눈으로 나를 쳐다보더라고.
"누나 뛰어왔어요?"
동공이 심하게 떨리는 지훈이에 차마 그렇다고 할 수 없었어...
"아니 엘리베이터가 고장나서 계단으로 오느라고 ㅎㅎ..(들숨날숨)"
지훈이는 의심스러운 눈초리를 거두지 않았지만 이내 들고있던 콜라 하나를 나한테 건내주고는 극장 안에 들어가서 앉았어. 다행히 광고시간이 꽤 길더라고.ㅎㅎ
(나도 참 대단하다...20분만에 챙겨서 거기까지 가다니)
사실 영화는 하나도 집중이 안됬어. 배가 너무 고팠거든..ㅎㅎㅎㅎ
결국 콜라 한통 팝콘 한통을 다 먹어치우고 난 뒤에야 영화에 집중을 할 수 있었ㄸr...(그래봤자 내용 까먹음)
뭐 하여튼 재미는 없었지만 지훈이가 좋아하는 취향이니 내가 존중하기로 하고 점심을 먹으러 식당으로 향했어. 돈까스를 시켜놓고 지훈이랑 이런 저런 이야기하다보니까 앞자리에서 자꾸 시선이 느껴지는거야. 그래서 지훈이 너머 앞 테이블을 봤는데 세상에나
승철이가 거기서 나를 쳐다보고 있더라고...?
내가 눈마주치니까 승철이는 뭐가 웃긴지 피식피식 웃더라
내가 승철이를 보면서 멍때리고 있었는데 지훈이가 방금 봤던 영화이야길 하다가 그걸 느꼈다봐. 이상한지 뒤를 쳐다보더라고.
지훈이가 뒤 돌아서 승철이랑 눈을 마주치니까 승철이가 지훈이한테 웃으면서 인사를 하더라..? 웃으면서 인사를...인사를...
지훈이도 얼떨결에 승철이한테 고갯짓으로 인사하고는 고개를 나한테 돌려서 묻더라고
"왜 저깄어 저사람"
예상치 못한 인물+예상치 못한 상황+지훈이의 반말에 심하게 당황했던 나는 아무말도 못하고 어버버거리기만 했어. 그랬더니 승철이가 먹고있던 음식 쟁반을 가지고 우리 테이블로 오더라고.
왜오는거지
왜
왤까
승철아...?
우리쪽 테이블로 다가와서 지훈이 옆에 자연스럽게 앉은 승철이가 지훈이한테 인사를 하더라고.
"반가워요! 여주가 친구예요. 듣던대로 정말 귀여우시네요 ㅎㅎ"
지훈이가 귀엽다는 말 싫어하는 줄은 어떻게 알고...ㅎ
이때부터 직감적으로 느꼈어
'아 오늘 나의 행복한 데이트는 끝이 났구나'
"아...뭐 네. 반갑습니다."
지훈이도 언짢은 표정으로 마지못해 인사하더라...ㅎ 지훈아 미안
"여주가 너 나랑 헤어진 이유가 이 분 때문이였잖아ㅋㅋ 아 그때 그 너 울린 그 남자 찾아가서 한대 때리려고 했었는데ㅋㅋㅋㅋㅋ."
지훈이도 물론 내가 유명한 cc였다는건 알고 있었어. 나랑 승철이가 사겼던 것도 알고는 있었지, 다시 사귀고 초반에 그거 때문에 삐진적도 있었고...뭐 하여튼 일단 지훈이는 내가 어떤 애랑 어떻게 얼마나 사겼는지도 정확하겐 모르고 있었거든. 승철이가 저 이야기 하자마자 지훈이 눈에 당황한 기색이 역력하더라. 분명히 승철이는 자기랑 나랑 친하게 지낸다는걸 지훈이가 알거라 생각한거지...
"전에 사겼던 분이시라고요? 근데 생각보다 친해보이시네요"
그 이야기를 하면서 내 눈을 딱 마주치는데 딱히 뭘 잘못한건 아니지만 괜히 눈을 피하게 되더라고.
지훈이가 화난 듯이 되물으니까 승철이도 그제서야 상황을 약간 파악했는지 당황하더라고.
"아...? 음...좀 친하게 지내죠 저희가...? 하하하..."
지훈이가 뭐라도 설명을 하라는 듯이 나를 쳐다보는데 등에서 식은땀이 다나더라...ㅎ
마침 식당 직원분이 음식을 가져다주시네? 하하 (고마웠어요 정말)
급하게 음식으로 화제를 돌리고 음식을 입에 집어넣으려고 애썼어. 그러다가 돈까스 소스를 티에다 흘렸는데 지훈이가 티슈를 뽑기도 전에 승철이가 자기 가방에서 물티슈를 꺼내서 닦아주더라고. 애가 원래 매너가 몸에 베여있어서 그 행동이 되게 자연스러웠는데 지훈이가 그걸 보고 표정이 점점 굳는거야. 그 순간 지훈이 표정을 봤는데
뭐...상상에 맡길게
승철이도 뒤늦게 지훈이가 있다는걸 깨달았나봐. 내 어깻자락에 묻은 소스를 닦다가 나한테 티슈를 넘기더니 자기 음식을 허겁지겁 먹고 자기는 일이 있다면서 먼저 가더라...ㅎ
아 물론 자리를 비켜준건 좋은데 지훈이가 화난 상태에서 이러는건 반칙 아닙니까...?
승철이는 다 좋은데 눈치가 부족해...ㅎㅎㅎㅎㅎ....ㅠㅠㅠ아 진짜 이지훈이랑 단 둘이 남은 그 순간이 너무 무서웠다ㅠㅠㅠㅠㅠㅠ
승철이가 가고 한동안 말이 없다가 나한테 묻더라고
"왜 저형이 저렇게 와서 친한척 하는거야. 누나가 말해줄래요?"
"어...ㅎㅎ...너랑 잠깐 헤어졌을때 사겼던 애인건 알지...? 지금은 그냥 서로 친한 친구로 지내! 진짜 지금은 별 마음 없어!"
아직 친하게 지내고 있다니까 지훈이 미간이 급격히 찡그려지더라고?ㅎ
"누나는 전남친이랑 친하게지내는게 말이 된다고 생각해요? 내가 그걸 어떻게 받아들여야되는데요?"
당황해서 진짜 손바닥이 축축해지더라.
"아니 니가 더 능력있고 멋있는데 내가 왜 승철이한테 사심이 있겠어"
하고 앙탈부리듯이 말하니까 지훈이 입꼬리가 살짝 올라갔다 내려가더라고?
그래서 좀 더 칭찬 해봤어
"그리고 내눈엔 니가 더 잘생기고 멋있고 사랑스럽구만!"
지훈이가 고개를 푹 숙이더니 귀가 빨개지더라고
(귀여워...)
그리곤 되게 아무렇지도 않은 척 먹던 걸 다시 입에 집어넣는데 우동 가락을 하나씩 삼킬 때 마다 입꼬리가 씰룩씰룩거리더라고...ㅋㅋㅋㅋㅋ
혼자 우동을 입에 넣어서 우걱우걱 먹는데 볼에다가 도토리 저장해놓은 다람쥐처럼 너무나 모찌모찌한거야ㅠㅠㅠㅠ
순간 저 하얀 볼따구를 탐하고 싶단 생각이 들더라고?(음흉한 미소)
"지훈아 뽀뽀해줄까?"
하고 속삭였더니 지훈이가 먹던 우동가락을 컵에다가 다 뱉어내더니 기침을 심하게 하더라곸ㅋㅋㅋㅋㅋㅋ사례들림ㅋㅋㅋㅋㅋㅋㅋㅋㅋ
귀여워서 어쩌지 우리 지훈이...?
급하게 물을 마시는데 물컵에 우동을 뱉어놔서 내 물컵을 가져가더라고 근데 내 물컵은 빈 물컵(찡긋)
너무 다급하게 물을 찾길래 내가 지훈이한테 물통을 건내주는데 지훈이가 나랑 눈을 마주치자마자 더 심하게 기침을 하더라곸ㅋㅋ
뭐 하여튼 물을 주고 조금 진정이 된 후에 지훈이가 밥먹는걸 지켜봤어. 난 아까 영화관에서 너무 많은것을 섭취해버렸어...
내가 계속 자기 밥 먹는거만 쳐다보니까 좀 부담스러웠나봐
"누나 안먹어요?"
"난 아까 영화관에서 팝콘 많이 먹어서 배불러. 내꺼 더먹어"
"괜찮아요"
그렇게 한동안 지훈이는 다시 밥만 먹다가 나를 째려보면서 이야기 하더라
"나 삐진거 아니고 화난거예요. 아직 화 안풀렸으니까 나 화 풀리게 노력해요."
ㄱ..귀여워..
그렇게 그날 하루 내가 지훈이 화(다른말로 삐짐) 풀어주려고 별짓을다했다...ㅎ 이 나이먹고 동생한테 애교도 부려보고 ㅎ
뭐 하여튼 아직도 지훈이는 승철이를 싫어하지만(싫어한다기보단 질투하는게 아닐까 함) 이젠 나를 이해해주려고 노력하더라 ㅋㅋㅋ
귀여운놈...
오랜만에 와서 반가웠고 다음에 또 와볼게! 그때까지 잘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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으아 너무너무 반가워요! 한동안 바빠서 글을 못썼는데 사실 저도 이렇게 오래 못 쓸줄은 몰랐어요...ㅎㅎ 늦게 와서 너무너무 죄송해요! 그래도 재미있게 읽어주세요! 감사합니다!
+수정. 죄송합니다!! 빨리 글을 쓰려고 하다 보니 지훈이가 승철이랑 여주랑 사겼던걸 알고 있다는 걸 잊고있었어요. 혼란을 드려 너무 죄송합니다 ㅠㅠ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