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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 사이트에서 동시 연재되는 글입니다.

조직물로 범죄, 약물, 성적 취향 등 별의별 이야기가 다 나올 수 있으니 픽션만으로 봐주시길 미리 부탁드립니다.

배역에 어울리는 이미지만 생각하다 보니 온갖 그룹이 다 포함되게 되었으며, 이 글을 구상했던 시기가 3~4년 전이라 그때 알고 있던 그룹 위주로 선정했습니다.



[오세훈/김태형/박지민/정재현/나재민/강다니엘/박우진/박지훈] SCOUT : 스카우트 51~60 | 인스티즈


51.

세훈의 이동 경로는 거의 일정한 편이었음. 사무실, 숙소, 식당, 헬스장. 가끔 특정 훈련이 필요할 때는 해당 훈련장으로 가서 운동을 하기도 했음. 원래 규칙적인 사람에게서 틈을 찾기가 가장 힘든 법임, 지훈은 어떻게든 틈을 노리려고 세훈을 주시했음. 혼자서는 당연히 무리인 걸 알았으니 태형이 짠 작전은 본부에서 세훈을 호출하는 것. 호출로 인해 자리를 비웠을 때 세훈의 사무실에 지훈이 몰래 들어가는 게 첫 번째 작전이었음.


52.

무슨 파일인지도 모르지만 일단 USB에 들어있는 파일을 세훈의 컴퓨터로 옮기면 된다는 태형의 말을 곱씹으며 잠입에 성공한 지훈이 세훈의 컴퓨터 앞에 앉았음. 비밀번호야 이미 받았으니 쉽게 바탕화면을 마주한 지훈은 불만에 가득차 중얼거렸음. 이럴 거면 원격으로 제어를 하든가, 존나 병신도 아니고.


53.

뜬금없는 호출에 세훈은 뭔가 이상하다고 생각했음. 본인이 본부에 불려갈 일은 딱히 없다고 생각하다가도, 팀에 관련된 일인가 생각하면 떳떳한 건 없으니 일단 걸음을 옮겼음. 본부 호출이라길래 보스라도 만나는 건가 싶었지만 정작 사무실에서 마주한 건 보스도 간부도 아닌 태형이었으니 세훈은 문도 닫지 않고 가만히 서 있었음. 거기서 뭐 하냐며 와서 앉으라는 태형의 말에 세훈이 입꼬리를 올림. 똑똑한 줄 알았는데 작전을 되게 멍청하게 짜네, 태형아.


54.

무슨 파일이기에 이렇게 오래 걸리나 싶어 다리까지 떨며 초조해하던 지훈이 겨우 끝난 로딩에 급하게 USB를 챙겨 의자에서 일어남. 아무도 들어오지 않은 것처럼 처음 그대로의 모습으로 정리를 마치곤 문으로 향하는데 갑자기 벌컥 열리는 문에 지훈이 그 자리에 그대로 굳음. 절대 마주쳐서는 안 될, 세훈이었음.


55.

만약에 첫 번째 작전이 실패하면 두 번째 작전은 뭔데요. 지훈의 질문에 태형은 어깨를 으쓱거렸음. 그거야 뭐, 알아서 하는 거지. 그랬음, 여긴 조직이었고, 딱히 조직원들의 목숨을 그리 귀하게 여기진 않았음. '죽어도 돼' 이건 아니지만 '절대 죽어서는 안돼' 이런 목숨이란 건 없었으니까. 지훈의 존재도 딱 거기까지였음. 자신의 위치를 단번에 깨달은 지훈은 첫 번째 작전을 실패한다는 가정 자체를 버림. 모든 조직원들이 그렇듯이, 자신에게 내려진 명령을 지키기 위해 목숨을 걸 수밖에 없었음.


56.

꽤 몇 년 동안 귀하게 대접받다 현실을 자각한 지훈은, 그리 나이가 많지 않은 지훈은, 겉으론 어땠을지 몰라도 속으로는 평정심을 유지하기가 힘들었음. 당장 누구에게라도 달려가 안기고 싶었음, 다만 그 대상이 생각나지 않았을 뿐임. 여태 살면서 자신이 진심으로 마음을 나눈 사람이 단 한 명도 없었음. 좆같았던 태형과 지민의 관계가 갑자기 부럽기도 했음.


57.

성공한다는 생각만 가득했던 일이었는데 세훈을 마주하고 나니 아무것도 할 수가 없었음. 몸이 굳을 때 혀도 같이 굳은 건지 아무런 말도 나오지 않았음. 뭐라고 떠들어야 목숨은 가져갈 수 있을까, 아직 살 날이 많은데, 받을 돈도 많고, 여태 열심히 살았는데, 나 진짜 하라는 거 다 했는데, 씨발 어떻게 나한테 이딴 걸 시킬 수가 있냐고. 분노에 찬 지훈은 주먹만 꽉 쥔 채로 겨우 입을 열었음. 드릴 말씀이 있어서 왔다가 안 계시길래 지금 나가려고 했는데, 오셨네요.


58.

세훈이 말도 없이 지훈을 빤히 내려다봤음. 지훈아. 세훈의 목소리에서 이미 좆됐음을 감지한 지훈이었음. 조직의 쉴드는 애초에 기대도 안 했고, 이 사무실을 들어오는 순간부터 믿을 건 본인 하나였던 지훈이 겨우 무표정으로 세훈을 올려다봄. 뭘 보고만 있어, 할 말 있어서 온 거라며.


59.

지훈은 정말이지, 속된 말로 지릴 것 같았음. 세훈이 또라이로 소문이 난 건 소문이 아니었음, 현실이었음. 지훈은 그 소문을 친히 입증했다며 소리라도 치고 싶었음. 조직 모두가, 아니 세상이 이 미친 사람의 존재를 알아야 했음. 하지만 여태 그러지 않았다는 건 이렇게 깨달은 모든 사람들이 이 세상에 없기 때문이었을 거임.


60.

소파에 앉으라며 문을 닫고 아예 사무실로 들어와 편하게 상석에 앉는 세훈에 지훈은 무작정 세훈의 옆으로 가 무릎을 꿇었음. 세훈이 어이가 없다는 듯이 헛웃음을 치면 지훈이 입술만 씹어대며 붉어진 얼굴로 눈물을 떨궜음. 그건 지훈의 의지와는 상관없이 자연적으로 그냥 나오는 눈물이었음. 누구든 세훈의 앞이라면 그랬을 거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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