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치도 의심하지 않고 네가 내 사람이라고 여겼던 날이 후회가 되지 않는 걸 보면 말야.
나 너 진짜 많이 좋아하는 거, 맞는 거 같아서.
후회는 커녕, 지금도 내 세상에서 가장 내 사람이었다고.
네 세상에서 가장 널 아꼈던 사람이라고.
지금 역시도, 널 너무 아껴 기꺼이 즐겁게 추억하겠다고.
봄바람 타고 날아간 편지가 겨울이 되어 도착한대도, 그토록 순진하게 사랑했던 날을 떠올리기만 해도 내게는 봄이 될 테니.
봄 온기가 식지 않게 잘 안았다 문득 너 시린 날에 네게 보낼게.
두 손 꼭 잡아 펼쳐 읽으며, 한 글자 씩 세상 누구보다도 널 어여뻐했던 사람이 있었음을 떠올려.
이걸 무엇이라고 칭해야 하지.
이거, 사랑 편지인 거 같아.
널 향한 내 감정이 그때 그 날 고스란히 담긴 종이 한 장.
소녀, 이거 사랑 편지야.
너만 보고, 너한테만 따뜻할 그런 편지야.
소년, 권순영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