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미한테 방탄소년단 멤버 얼굴과 사진 매치 및 인적사항 암기시험을 보았을 때. 이 얼굴을 보았다. 근데 실물이 이렇다면 왜 카메라를 부셔야했는지 알겠는 걸....
각설하고, 내 앞에서 엉엉 우는 이 분은 내 기억에 맞다면 방탄소년단의 첫 째, 진이라는 예명을 가지신 김석진님이셨다. 아미는 나한테 석진이 석진이 했는데 실물 비슷하게 보고 있자니 존대가 나왔다. 그나저나 다 큰 남자가 내 앞에서 엉엉 우니 주위의 사람들이 쳐다보는 느낌에 일단 손을 잡아 끌어 테라스로 나갔다. 근데 왜 울지? 김치찌개 먹고 싶다고 밖에 안했는데. 혹시.... 이름이 김치찌개인가...? 말도 안되는 별의 별 생각이 들기 시작했다.
***
방탄 진을 닮은 울던 남자는 (이하 남자) 테라스에 왔어도 감정을 추스릴 수 없는지 엉엉 울었다. 밤은 쌀쌀해서 저렇게 눈 비비면서 눈물 닦으면 얼굴이 다 틀텐데...싶어서 울지말라고 양 손 엄지로 가만히 맺혀서 뚝뚝 흐르는 눈물을 닦아주었다.
"뚝."
"...뚝."
뭐야, 왜 따라해 귀엽게. 근데 더 펑펑 울었다. 손수건도 없는데... 지나가는 시종을 잡아 얼굴 닦을거라도 가져오려고 나서려는데 나를 잡고 놔주지 않는다. 소문 낼까봐 그런가.
"다 큰 남자가 울었다고 소문 안낼게요. 그냥 얼굴 닦을 거 가져가려는 거예요."
"...가지마요..."
잘생긴 남자가 우는 얼굴로 가지말라면....가지 말아야지. 그치. 그래서 남자가 울음을 그칠 때까지 기다렸다. 엉엉 울던 남자는 숨을 고르더니 울음을 그쳤다. 그러더니 귀랑 목까지 얼굴이 빨개졌다. 이제야 제 정신으로 돌아왔나보다.
"왜 울었어요?"
"김, 김치찌개라고 해서...."
헉, 진짜 이름이 김치찌개....
"김치찌개가 왜요....? 혹시..."
"네, 맞아요."
헐...진짜 이름인가.
" 진짜 김치찌개가 이름이예요?"
"네?? 아니, 그게 아니라 먹고싶어서 운 거예요!"
아. 쪽팔려... 이번엔 내 얼굴이 붉어졌다. 창피해서 눈 길을 돌려 보름이었나싶게 동그랗게 뜬 달도 보고, 달이 밝아서 보이는 황궁의 정원 형태도 보고, 상아빛 대리석 난간에 장식 되어있는 사자상도 보았다. 내가 갑자기 말이 없자 이번엔 남자가 먼저 입을 열었다.
"...한국, 분이시죠?"
" 헉, 한국 아세요?"
"네. 저도 한국사람이거든요. 갑자기 깨어났더니 이 곳이지만..."
" 와, 저두요! 전 죽어서 오긴 했는데 한국사람이었어요!"
앗 죽었단 말을 너무 상큼하게 했나...머쓱해져서 검지로 볼을 긁었다. 대화를 돌리자.
"그래서 김치찌개라는 말에 우신 거구나."
"네, 한국 사람을 만났단 동질감에. 그런데 혹시, 저 보고 뭐 떠오르는 것 없으세요? 이상한 질문일지도 모르지만...좋아했던 사람이라거나..."
남자는 이런 질문이 민망한지 우물쭈물하며 물어보았다.
"아, 방탄소년단이요! 저는 아니고 제 친구가 팬이였어요."
"....친구가요?"
남자는 내 대답이 조금 실망스러운 눈치인것 같았다...아니, 의아해 하는 것 같기도 하고. 착각인가? 뉴스에도 막 나오고 그랬으니까, 이왕이면 팬을 만나는게 좋으니까 그런건가?
아니면 이 장르 정말 로판 아니고 로판을 첨가한 빙의글인가? 아미가 가끔 로판 처돌이니까 한번 읽어보라고 빙의글 보여주긴 했는데 남주가 진은 아니었던 것 같은데! 아니 그리고 어떤 빙의글 남주가 로판 속 북쪽 공작 직위를 가지고 있으면서 눈바람을 날리지 못할지언정 우냐고요... 대체 뭐지 이 장르?
"그, 그런데 저도 친구한테 노래 추천도 많이 받아서 노래도 잘 듣고, 무대도 가끔 봤어요. 이렇게 말하시는 거면 진짜 방탄 진님 맞으시죠?"
" ...네. 맞아요... 하하. "
하하 웃는 것이 어색했다. 나도 하하 웃으니 급 대화거리가 사라져 정적이 찾아왔다. 무슨 말을 해야하지? 아니, 근데 방탄 진이 여기 있으면 실제 방탄 진은 어떻게 된거지? 물어보기엔 너무 실례인 질문 같은데... 내가 환생트럭에 여기 온 것 처럼 읽었던 빙의글에선 스케줄 끝나고 사고가 나거나 하던데.... 절대 언급하지 말자. 아이고 김아미 어떡해. 울 일만 있네...
머릿속에서 생각들이 쏟아져서 정리 하기에 바빴다. 그러다 뇌를 너무 굴렸나 내 뱃 속에서 꼬르륵 소리가 들렸다.
"앗, 제가 요즘 한식이 너무 먹고싶은 나머지 잘 안먹어서... 아까도 뇨끼 조금 먹다가 말았거든요. 저는 그럼 이만 식사를,"
"저, 여주양. 이렇게 만났는데 저희 친구로 지내면 안될까요? "
네? 제가 월드스타 월드 와이드 핸섬님과 친구로요? ....근데, 잠깐.
"제 이름 어떻게 아세요?"
난 내 이름 알려준 적 없는데. 의심의 눈초리로 쳐다보니 눈에 띄게 당황을 한다. 뭐야, 더 의심스러워.
" 이상한게 아니라, 백작가의 외동딸로 유명하시잖아요. 저도 막 이상한 사람은 아니예요. 오랜만에 사교계에 나서서 그렇지 신분은 확실해요. 이곳에서 이름은 진이고, 북쪽의 공작이 저예요."
마지막은 좀 부끄러웠는지 얼굴이 다시 붉어졌다. 소문의 공작이 방탄 진이라니 놀라웠다. 그래도 의심스럽긴 했다. 아니 그럼 더 완벽한 유명인이 왜 나를?
"그리고, 한식 드시고싶으시면 대접해드릴게요. 저는 식재료 찾아서 비슷하게 가끔 해먹거든요."
"저희 오늘부터 베스트 프랜드 해요. 아니, 메가 베스트 프랜드 합시다."
"....여주양은 조금, 단순하네요."
하하. 제가 쫌.
***
결국 황녀 생일 기념 황궁 무도회에서 황녀 얼굴은 보지도 못했다. 북쪽의 공작인 진님이 너무 유명인인지라 그가 나를 보고 울었던 것, 그를 끌고 테라스로 갔던 것이 궁금해서 진을 치고 기다렸던 귀족들 탓에 급히 자리를 떠야했기 때문이다. 그리고 의심스러웠던 로판 북쪽 공작의 모먼트는 궁금해서 달라붙던 다른 귀족들을 상대하며 발휘 되었다.
'방해 되니까 좀, 비켜주었으면 하는데.'
워후. 아미가 있었다면 냉석진 개쩐다고 했을 것 같은 모습이었다.
아무튼, 그렇게 마차 앞까지 에스코트를 받고 집에 되돌아오니 어떻게 소식을 들었는지 모를 부모님이 북쪽 공작이랑 어떻게 아는 사이냐 물으셨다.
아까 마차 앞에서 물어보길 잘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
'만일, 사람들이 어떻게 아는 사이냐고 물으면 어떡하죠? 우린 접점이 없잖아요.'
'음, 제가 여주씨한테 매달렸다고 하는 건 어때요?'
'귀족사회에서 그러면 우리 결혼해야 돼요.'
'하죠, 뭐.'
'아, 농담하지 말구요! '
'...빙의하기 전에, 죽은 여동생이 있어요. 닮았다고 하죠.'
공작가에서 누가 죽었으면 책으로 적히는 마당에 알았어야 하는 정보지만 처음 듣는 정보였다.
'아는 사람이 소수라 모를 수도 있어요. 그리고 이걸 가져가요.'
그가 내게 준 것은 반지 형태의 통신석이었다. 이 세계의 1:1 영통 가능한 마법석! 돌려주려고 했는데 친구면 받아달래서 메가 베스트 프렌드 입장으로써 받아왔다. 친구비가 과하시네요 공작님.
"많이 알려지지 않았는데, 어렸을 적 죽은 여동생과 제가 닮았대요. 그래서 슬퍼하시는 걸 조금 달래드린 거예요."
"그래? ...그런 소리를 들었던 것도 같구나."
"저는 너무 피곤해서...이제 그만 쉬고싶어요. 메리, 나 좀 도와줘."
대충 마무리하고 올라가서 메리의 도움으로 씻고 옷을 갈아입었다. 씻는 것 마저 하녀 언니들의 손길에 길들여져서 이제 머리조차 내가 못 감을 것 같은 이 삶....너무 좋아. 혼자만의 시간이 되자 침대에 다이빙 하듯 뛰어들었는데 손가락에 끼어있던 통신석이 빛이 나고 있었다. 뭐야 눈부셔. 반지로 된 통신석은 다 이런가 . 나는 마녀의 수정구슬 같은 통신석 밖에 못 써봤는데 그것들은 이렇게 훤하게 빛이 나지 않았다.
어쨌든 반지에 박힌 보석을 비비니 홀로그램 마냥 진님의 얼굴이 떴다. 오, 너무 잘생겨서 부담스러운데... 음성만 해주세요. 스마트폰이 필요해지는 시점이었다.
" 집에 무사히 잘 도착하셨나보군요."
" 네.... 근데 아무래도 친구여도 이건 좀 부담스러운 것 같은데요...."
"베스트 프렌드라고 하셨잖아요. "
그렇게 말하면 내가 또 할 말이 없다.
"그렇긴한데요....그런데 왜 연락 하셨어요?"
"아, 드시고싶은 한식 물어보려고요."
"헉, 저 김치찌개요!"
"김치 재료는 북쪽 영지에 있어서 어려울 것 같아요."
"뭐야...그럼 뭐가 되는데요?"
" 치킨이요. 아니면 삼계탕이나 닭볶음탕?"
와. 공작님 우리 평친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