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버논이 나 먼저 좋아해서 날 꼬셨음 좋겠어 근데 이제 막… 이상하게 꼬시는 그런 거 되게 노력했는데 결국은 이상한 그런 거 있잖아…
뭐지 얘 진짜?… 카톡! 알람 소리에 휴대폰을 들어봤더니 최한솔이 셀카를 보내놨다 대뜸 왜?… 무슨 이유에서일까 자세히 들여다 보면 손 모양이 또 하트 모양이올시다 뭐지 진짜… 과제 중이던 노트북을 덮어버리고 아메리카노 한 모금 들이켰다 이 친구의 의도를 파악하기 위해서 과제보다 이게 더 중요한 것처럼 느껴졌거든 워낙에 자유로운 영혼이라는 건 전부터 알고 있었다 최한솔이랑 친한 건 아니어도 느껴지는 분위기 자체가 그랬다 음… 뭐랄까 좋게 말해서 자유로운 영혼? 그래도 애가 착해서 나쁜 짓은 안 한다 의도치 않은 나쁜 짓을 하긴 하지만 예컨대 과 동기들이랑 같이 영화를 보러 갔을 때 다들 A 영화를 보러 간 거여서 그걸 예매했다면 혼자 그 영화가 보기 싫다며 B를 보는 그런… 뭐 나쁜 짓은 아니니 정정하겠다 엉뚱한 면이 좀 많은 친구다 말수가 많지 않고 그럼에 헛소리 비중이 떨어지는 친구라 싫은 적은 없었다 그런데 이렇게 대뜸 손가락 하트 셀카라니 얘는 정말 나를 당황 시키기에 도가 튼 것 같다 뭐라고 답장을 할지… 세번 정도 적었다 지웠다를 반복하니 정말 할 말이 없길래 씹을까도 생각했다 근데 또 그건 아닌 것 같잖아 ‘ㅋㅋ 하트 셀카 뭔데’ 겨우 머리를 쥐어 찌내서 한 답장이었다 아무렇지 않아 보이는 답장이지만 내게는 아주 어려운 선택지였다 꼭 국어 시험에서 상황에 맞지 않는 접속사를 골라내는 것만큼 말하고 나면 다 같은 의미인 것 같은데 뜻이 조금씩 달라지는 뭐 그럼 거?… 얘가 진짜 웃긴 건 그렇게 셀카 한장 덜렁 보내놓고 답장을 하지 않는다는 거다 내가 확인 후 5분 정도 뒤에 보냈다고 해도 꽤 빨리 보낸 편이 아닌가? 진짜 이상한 애다 조금 숨돌릴 겸으로 접었던 노트북인데 이상하게 쉰 것 같지가 않다 다시 노트북을 펼쳤다 과제나 하자… 집에 들어오자마자 햇반부터 전자레인지에 돌렸다 가방은 아무데나 휙 던져버리고 바닥에 널부러졌다 머리가 지끈지끈 울려댄다 그도 그럴 게 오늘 강의가 끝난 후에 노트북을 들여다 본 시간이 자그마치 8시간이다 관자놀이를 꾹 눌러따 뭉친 근육이 얼얼하다 휴대폰을 꺼내 들었다 알람을 꺼두니 여려 연락들이 잔뜩 쌓여있었다 전부 답장하긴 귀찮으니 스크롤만 내려 확인만 했다 그중 눈에 띄는 건 당연… 최한솔의 연락이었다 -‘뭐함?’ 원래 연락을 자주 주고 받는 사이는 아니었다 종종 과제를 물어보거나 이찬이랑 같이 있냐고 물어보는 연락이 다였으니까 이렇게 일상을 물어보는 연락은 너무 당황스러웠다 찬이랑 같이 있는 줄 아는 건가? 아까 카페에서 과제할 때 이찬이랑 같이 있긴 했는데… ‘방금 집 왔음’ 이찬이 아니라 날 물어보는 게 맞겠지? 방금 집에 들어온 사실을 최한솔에게 알렸다 채팅방을 나가기도 전에 곧바로 1이 사라졌다 그 거북이 최한솔이 이렇게 카톡을 빨리 읽다니 놀란 마음에 다급하게 채팅방을 나가바렸다 그리고 도착한 답장 -‘심심해’ 진짜 뭐지 얘?… 답장을 눌러 채팅방에 들어갔다 뭐하냐고 물어본 연락도 생각보다 답장이 빨리 와있었다 내가 카톡을 보내고 13분 후쯤 지나 답장을 했더라 근데 지 심심한 걸 나더러 어쩌라고 ‘과제나 하셈’ 답장을 보내자마자 전자레인지가 울렸다 얼른 전지레인지로 튀어갔다 오늘의 첫끼였다… 이렇게 고달프려고 대학교를 갔던 건 아닌데… 눈물이 앞을 가려 나도 모르게 간장게장을 꺼내들었다 간장게장은 언제 먹어도 맛있다 집 앞 카페로 나오라는 이찬의 연락을 보고 나갈지 말지 한참을 고민하다가 외투를 집었다 집앞이기도 하고 이찬이면 굳이 머리를 감을 수고로울 일은 하지 않아도 될 것 같아서 날씨가 별로 안 추운 날이기도 했고 공동 현관을 나서 담배를 입에 물었다 바람이 한번 불자 온몸에 소름이 돋았다 으 아까 안 춥다고 알려준 시리 새끼 나가 죽어라 바람에 꺼질까 왼손으로 벽을 만들어 불을 붙였다 잔뜩 들어오는 니코틴에 약간 현기증이 돌았다 하루 중 처음 피는 담배에 이렇게 현기증이 온다는 건 내 몸상태가 썩었다는 거다 대충 담배불을 지져 끄고 상가 안으로 들어갔다 제일 큰 소파 자리에 이찬이 보였다 그리고 그 옆에 앉은 누군가는… 어 최한솔?…
둘이 뭐가 그렇게 좋은지 히히덕대고 있었다 이찬 쟤는 최한솔이 있으면 있다고 말이라도 해주든가… 주머니에 손을 찔러넣은 채 소파에 앉았다 “어 왔냐?” “최한솔도 같이 있었어?” “엉 한솔이도 요 앞에서 혼자 라멘 먹고 있다길래 불렀어” “여주 하이” 이찬의 저런 인싸 기질이 문제였다 쟤는 mbti도 그 뭐더라… 하여튼 E로 시작하는 거였는데 그놈의 인싸들은 왜 이렇게 여러명끼리 만나는 걸 좋아하는 건지 나 머리도 안 감았는데……… “근데 최한솔은 왜 혼자 라멘 먹고 있었대?” “여동생이랑 산책 하려고 나왔다가 여동생 친구 만나서 둘이 카페 갔대” “그런다고 넌 혼자 라멘 먹고 있던 거야?” “근데 정정할게 라멘 아니야 우육면이었어” 그거나 그거나… 되게 진지하게 정정하는 모습이 웃겨서 픽 웃음이 나왔다 이찬은 눈이 똥그랗게 커지더니 우육면 맛있냐고 물어보고 있다 “야 나 아직 안 먹어봤는데 아 여자친구한테 이따 우육면 먹으러 가자고 해야겠다” “ㅇㅇ 그러셈 먹을만 하던데?” “어, 잠깐만 나 여자친구한테 전화 왔다” 이찬은 휴대폰을 들고 밖으로 나가버렸다 최한솔이랑 둘만 남아버렸다 공기가 어색해져가는데 대뜸… “너 루미큐브 해?” “루미큐브? 할 줄은 아는데 잘 몰라” “오목은?” “할 줄은 알지…?” “오목 할래?” 그 자리에서 오목 얘기라니… 최한솔은 휴대폰을 집어들었다 오목 이거 초록색깔 다운 받으면 돼 친절하게 설명해주면서 나를 기다렸다 근데 생각해보면 최한솔이 강의 중일 때도 오목 하는 걸 여러번 봤던 것 같다 보통 최한솔은 전필 강의 들을 때 내 앞의 왼쪽 자리에 자주 앉았는데 보통 오목을 했던 것 같다 “너 오목 자주 하지” “오목? 좀 자주 하는 듯” “다운 완료다” 최한솔이랑 대뜸 오목 씨름을 두게 됐다 승부는 나의 2연패로 빨리 끝났다 물론… 나의 2패였다 아니 뭔 얘는 밥 먹고 오목만 했나 ; 싶을 정도로 오목을 너무 잘했다 괜한 승부욕이 발돈됐다 “아…! 못 봤어 못 봤어…” “좀 봐줄까” 최한솔이 잔뜩 미소 지었다 평소에 얘가 얄밉다는 생각을 해본 적 없는데 오늘은 지금은 진짜 너무 얄미웠다 꿀밤 한대만 때리고 싶을 정도로 최한솔은 이찬이 떠난 옆자리를 손바닥으로 통통 쳤다 이리와 보면서 하자 어차피 화면 다 보이면서 뭘 보겠다는 거지?… 이런 생각이 들면서도 최한솔 옆자리로 가고 있었다 뭐지… 나 얘한테 홀린 건가 오목 때문에?… 이상한 생각이 들기도 전에 왜 최한솔이 옆자리에 앉으라고 한 건지 깨달았다 “아~ 그걸 거기다 둬~?” “… …” “이번 한번은 내가 봐줬다?” “… 하…” 진짜 내 화면 열심히 보면서 오목하더라 진짜 개열받았다 “김여주 개못해 너가 나 이기면 내가 밥 사줄게” “와 진짜 너 그말 후회하게 될걸? 넌 내가 3일이면 걍 이겨” “3일? 가능해?” “어 무조건이지 너 진짜 두고 봐” “3일 안에 나 한 판이라도 이기면 밥 사줄게 세판 이기면 밥 세번 사주고 커피 두번 사줌” 최한솔이 어깨를 으쓱해 보였다 열받아
“사장님 여기 물 좀 주세요” 결국 왔다 최한솔이랑. 같이. 밥을 먹으러 이틀 동안 시간이 남은 과제들은 제쳐두고 진짜 오목만 했다 최한솔이랑은 11시가 되면 같이 오목 했다 첫날은 9연패 이틀째는 11연패했다 그리고 대망의 3일째 되는 날 1승 5패를 잡아냈다 그렇게 얻어내게 된 최총무가 쏜다가 시작된 것이다 최한솔은 내 교양이 끝나는 시간까지 학교에서 날 기다렸다 저녁을 쏘려고 한참 메뉴를 고민하다 온 곳은 양꼬치 집이었다 3일 동안 오목 할 때마다 보이스톡을 켜놓고 해서 그래도 할 말이 꽤 있을 줄 알았는데 그렇지만은 않았다 전화할 때 한번 봇물 터지듯 이야기를 시작하면 새벽 1시까지 이어가기도 했었는데… “사장님 여기 테라도 한병 주세요!!” 당차게 외쳤다 이 기쁜 날에 술이 빠지면 안되지 최한솔이 얼빠진 모습으로 날 쳐다봤다 뭘 봐, 확씨 “너 술도 먹게?” “어 내가 술도 너보다 잘 먹을 거야” “술을? 여주? 너가?” “그래 내가 너보다 더 많이 먹어” 그렇게 시작된 2차전이었다 최한솔이랑 둘이 술을 마셔본 적이 없어서 주량도 모르고 내뱉은 말이었다 난 맥주 두병 정도 먹는 인간인데 또 무슨 승부욕인지… 갑자기 확확 타올랐다 그리고 술을 하도 오랜만에 먹어서 그런지 한병 반이 지나갈쯤부터 머리가 무거워지기 시작했다 “여주야 괜찮아? 너 취한 거 아니야?” “뭐래 내가 왜 취해 넌 아무렇지도 않아?” “나야 뭐… 괜찮지 양꼬치 더 시켜?” “어 ㅡㅡ 무조건이지 시켜 시켜” 최한솔은 다 구워진 양꼬치를 자꾸만 내 접시에 올려두었다 그래도 정신은 아직 남아있다고 생각했는데 이상한 말들이 생각을 거치지도 않고 입 밖으로 튀어나갔다 “근데 너 하트 셀카 그거 뭐야?” 켁, 최한솔이 물 마시다 사래가 걸렸는지 기침을 해댔다 다급하게 내 물컵을 내밀자 최한솔은 한 잔을 바로 다 마셔버렸다 “진짜 뭐야?” “아 그거… 이찬이 시켜서” “이찬이??? 그 미친놈…” 최한솔이 내 컵에 물을 따라 다시 내 쪽에 올려두었다 컨디션 좋을 땐 두병도 더 먹는데… 머리가 너무 무거워진 나머지 테이블에 볼을 기댄 채로 최한솔을 올려다 봤다 귀가 살짝 빨개진 것 같기도… 근데 최한솔이 진짜 잘생기긴 했다 후배들한테도 인기 많고 막 입학했을 때 선배들은 얘 보러 오기까지 했었다 근데 셀카는 왜 그딴식으로 찍는 건지… “한솔아” “왜?” “너 얼굴 그렇게 쓸 거면 나 주라” “뭐래 너 취했지” “취한 건 맞는데 근데 너 진짜 잘생겼는데……” “음?” 최한솔이 눈썹을 치켜 올렸다 내 말을 잘 못 들은 건지 미간을 찌푸리며 고개를 내쪽으로 가깝게 내밀었다 그러면서 흘러내려온 앞머리를 오른손으로 쓸어넘기는데… 와… 극락이다 매일 비니만 쓰고 다니는 주제에 오늘은 왜 머리를 저렇게 늘어뜨리고 왔는지… 최한솔은 다시 얼굴을 뒤로 쭉 뺐다 제자리로 돌아간 셈이다 그리고 테니블 위에 올려놨던 내 오른손 위에 왼손을 포개 올려놓는 게 아닌가 놀란 눈으로 쳐다보면 고개를 휙 돌려버린다 “사장님 여기 계산할게요” 최한솔이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리곤 가자며 내 오른손을 다시 잡는다 얘 뭐 하는 거지 취한김에 에라 모르겠다 심보로 잡힌 손을 빼지 않고 따라 나섰다 아직은 봄이라 밤은 좀 쌀쌀했다 못 걸을 정도로 취한 건 아닌데… 양심 없이 너무 손잡고 있나 고등학생 때 이후로 제대로 된 썸을 탄 적도 없어서 손잡은 거 하나 뿌리치기가 싫은걸까 나도 내 속을 모르겠다 “여주야 내일 뭐해” “내일 나 학교 가…” “몇시에 수업 끝나는데?” “내일 목요일이지? 나 그럼 두시쯤엔 끝나” “그럼… 수업 끝나고…” 루미큐브 할래? 그 말을 하며 잡은 손을 지 외투 속에 쓱 넣어버린다 다정한 행동과 그렇지 못한 언행,,, 진짜 얘 뭐지?… 그렇게 최한솔이랑 오목이랑 루미큐브 하다 연애 했음 좋겠다 알고 보니까 최한솔한테는 오목 하자고 했던 순간부터 썸타던 거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