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재욱] 쟤 13살 차이 나는 아저씨랑 연애한대
w.1억
"회사 앞에서 그 남자는 누구야?"
"…에?"
잠시 신호 대기 시간에 커피 한잔 마시면서 무심하게 저렇게 물어보는데
왜일까 왜 말을 해주기가 싫은지ㅋㅋㅋㅋ 장난치고 싶어서 웃참하면서 아저씨를 한참 바라보다가 결국엔 참지 못하고 웃으면서 말했다.
"회사 사람인데요! 남녀노소 인기 많은 분.. 엄청 친절하거든요."
"그래?"
"왜요? 질투 나요~~~?"
"에이 무슨 질투야. 그냥 같이 있는 거 봤으니까 궁금해서 물어보는 거지."
"에~이~~~~하네~~~"
그냥 그런 게 있다.
아저씨 놀리는 게 너무 재밌어서 자꾸 장난치게 돼 ㅋㅋㅋㅋㅋ
"질투~나요? 질투~~하네~~맞네~~~"
"……."
"질투 한대요~~ 엘렐렐~~엘렐레렐~~~?"
"……."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아 웃곀ㅋㅋㅋㅋㅋ."
난 아저씨의 저 표정이 너무 웃기다.
평소에는 차분한 사람이 내가 괴롭히거나 이상한 짓을 할 때마다 '왜 저래..으..'하는 표정으로 날 보는데 ㅋㅋㅋㅋ
저거 보기 위해서 괴롭히는 것도 있다 ㅋㅋㅋㅋㅋ
3년 전에 나였다면 이런 상황에 질투를 하지 않고 차분한 아저씨를 보면서 서운해했을 건데
지금은 내가 많이 바뀌었다.
그때는 내가 자존감이 너무 너무 너무 낮아서 항상 아저씨가 나를 덜 사랑할까봐 불안해했었는데
지금은 오히려 이런 아저씨를 이해한다.
근데 아직까지 내가 철이 못 든 게 있다면.. 아저씨한테 들러붙는 여자들은 용납을 못하겠다는 거? ㅡㅡ
아저씨랑 저녁 먹으러 왔는데 이게 웬!!!!
"진짜!!!! 스테이크 먹고싶은 거 어떻게 알고!! 진짜! 아저씨!!! 와 진짜 아저씨는 진짜..하.."
"……."
"왜요 ㅡㅡ 왜 그렇게 봐요???"
"일주일 내내 먹고싶다고 해놓고."
"아, 맞다."
"ㅋㅋㅋㅋ바보야."
"내가 바보면 아저씨는 더 바본데."
"아닌데?"
"맞는데??"
"아닌데."
"맞는데맞는데."
"아닌데아닌데."
13살이나 차이 나는 사람과 서로 바보다 아니다 하면서 싸우는 게 왜 이렇게 웃긴지 ㅋㅋㅋㅋ
결국엔 아저씨가 스테이크 썰어서 내 입에 넣어주는 걸로 싸우는 건 마무리가 됐다.
"회사는 어땠어? 거슬리는 사람 있는 거 말고는 별 거 없어? 엄청 기대하고 갔잖아."
"제가 신입이라 심부름 시키더라고요.."
"오히려 엄청 좋아했을 것 같은데."
"맞아요. 중요한 거 시키지 말고 계속 심부름만 시켰으면 좋겠다아..허우.. 나 실수 엄청 많이하잖아요. 실수했다가 난리날까봐ㅜㅜㅜ."
"다 경험하는 거지. 실수해도 괜찮아."
"실수해도 예쁘니까 봐주겠지."
"……."
"에?"
"……."
"응????????"
"……."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본인이 말해놓고 민망하지."
"리를...?"
"ㅋㅋㅋㅋㅋㅋㅋ."
"왜 웃어욬ㅋㅋㅋㅋ."
"먹어 얼른. 배고프다며."
"맞다 맞다."
"뭘 맞다 맞다야 ㅋㅋㅋㅋㅋㅋ."
"ㅎ헤헤헤헿.."
"ㅋㅋㅋㅋ."
아저씨는 늘 내가 말 할 때마다 웃는다.
그래도 나름 3년 전에 비하면 엄청 차분해진 건데..
오죽했으면 아저씨가 늘 나한테 놀림 받으면 현타 온 듯이 '깝죽아'이랬었는데.. 요즘엔 덜 듣네..우후...
아저씨랑 밥을 다 먹고선 나왔는데 카페가 있길래
아저씨는 민트초코 나는 아메리카노! 딱 들고선 걸었을까.
내가 헬스 다닌다고 얘기한 게 생각났는지 아저씨가 운동복 사준다며 내 손을 잡아 끌었다.
"안 사줘도 되는데."
"……."
"진짠데."
"안 사주면 안 할 거잖아."
"……."
"사줄게."
"눈치 빠르네 진쫘...."
아저씨는 눈치가 너무 빠르다 ^^.....
운동복 사면 헬스 다닌다고 했는데.......저걸 또.. 어우...
난 여전히 엄마랑 그렇게 사이가 막 좋지는 않다.
"또 외박했어??? 아주 여기가 여관이지???"
"…또 뭐뤠..."
"남자친구 집에서 외박 그렇게 할 거면 그냥 결혼을 해!"
"남자친구 집에서 잔 거 아니라고.. 예주 집에서 잔 거야."
엄마도 눈치껏 내가 남친 집에서 자는 걸 알고있다.
근데 또 대놓고 그렇다고 하면 좀 그러니까..
솔직히 엄마가 저렇게 결혼하라고 하면 현타가 오긴 한다.
"결혼하면 좋기는 할 텐데."
이미 이 문제로 연애 초기 때 많이 싸웠었다.
아직 준비 된 것도 없이 결혼을 하자고 하는 것도 좀 아니고..
이제와서 또 결혼 언제 하냐고 물어보기도 뭐하고..
근데 또 아저씨 나이가 마흔인데 다시 꺼내볼까? 싶기도 하다가도..
그때 싸운 거 생각하면 머리가 다 아프다.
안 싸우는 게 최고니까.
[아저씨 오늘 고기 맛있게 먹었어욥!!!!!!!]
- ㅋㅋㅋ
- 맛있게 먹었어욥?
[꾸르잠 잘 수 있을 듯 우헤헤헤헤ㅔ]
- 얼른 씻고 누워~ 피곤하겠다
[시로시로]
- 왜 시로시로
아저씨랑 카톡 하면서 너무 귀여워서 웃는데
엄마가 문틈 사이로 나를 보더니 쯧쯧 혀를 찼다.
아니 왜애 ㅡ.ㅡ
씻고 나왔는데 예주한테 전화가 오길래 전화를 받았고
3시간 정도 통화를 하다가 잠들었다.
아침에 일어나자마자 습관처럼 핸드폰을 봤다.
어제 예주랑 통화 하다가 잠들어서
아저씨한테 카톡 답장을 못했는데 아저씨는 그런 내가 익숙한 지
내게 카톡을 보내놨다. 아 귀여워.
[잘자~~~(이모티콘)]
근데 출근 안 귀여워ㅠㅠㅠㅠㅠ퇴사 하고싶다...
그냥 맘스터치 알바 했을 때가 낫다고오오오오오
"석류 씨~ 쓰레기 좀 버려줄래요?"
근데 심부름이라고 해도
쓰레기 버리라는 건 왜 이렇게 슬픈 걸까.
"네에..'
쓰레기 버리려고 일어나서 쓰레기 봉투를 들었는데..
누군가가 내 앞에 서서 쓰레기봉투를 그냥 냅다 가져가는 것이다.
놀래서 고갤 들어보면..
"점심에 저랑 현장 가야 돼요."
"아, 네!"
"앉아서 기다릴래요? 쓰레기 버리고 올 테니까."
"네? 아, 제가 버리..."
"쉬고있어요. 밖에 바람 많이 불어요."
"…엇..저!..."
그냥 저러고 나가버리는 덕분에 나에게 심부름 시킨 사람이 무안한 듯 나를 바라보았다.
아니...내가 하려고 했는데...
쓰레기를 버리고 온 이준호가 내 뒤에 서서 프로그램 열심히 알려주는데..
너무 가깝다... 향수 냄새까지 씨게 난다...
아저씨 이후로 나한테 이렇게 가깝게 다가온 사람이 있었나..
어색해서 몸이 다 굳어버렸다.. 킁카킁카... 되게.. 본인이랑 어울리는 향수 쓰네......
아저씨는 진짜 딱 어른!! 섹시!! 따!!!악!! 이런 향수 쓰는데...
"이해 됐어요?"
"네? 네에!!!"
나도 모르게 아저씨 생각하면서 침흘리느라 집중 못할 뻔...우후후...
"석류는?"
"석류 출근했지. 어제 첫출근 했어."
"아, 그래? 석류 어제 첫출근 했구나. 몰랐네.. 나중에 밥 한 번 사줘야겠다."
"오늘 저녁에 같이 먹을까? 안 그래도 석류도 너 찾던데."
"나 왜 찾아."
"그때 네가 보내준 치킨 기프티콘 아직 안 썼다고 같이 먹고싶다고."
"아, 그래? ㅋㅋㅋ 그때 웃겼는데. 알바 힘들다고 한 거 생각나서 치킨 보내줬는데 카톡 한 60개 정도 왔었잖아."
"ㅋㅋㅋ그래?"
"전화 온다 너."
"스피커폰으로 해줘."
동욱은 재욱의 집에서 점심을 먹으러 왔고, 전화오는 핸드폰을 챙겨 식탁 위에 올려놓고선 스피커폰으로 한 동욱이 식탁 의자에 앉는다.
요리를 하던 재욱이 '여보세요'하고 낮은 소리를 내면, 석류가 하이톤으로 말한다.
- 이이잉 목소리 섹시해앵.
"ㅋㅋㅋ점심시간이야?'
- 녜...하...
"왜 죽어가."
- 나 주거어....집 가고싶어ㅠㅠㅠㅠ살려줘요...
"오늘 몇시에 끝나."
- 6시 고정!!!
"데리러 갈게. 6시까지. 동욱이도 있거든. 저녁 같이 먹자."
- 헐 너무 좋쥐!!! 동욱 삼촌 옆에 있어요?
"응."
- 삼촌 하이!! 안녕하세요!!!!
동욱이 어색하게 '안녕'하고 인사를 하니, 석류가 이잉- 기여워- 했고.. 재욱은 익숙한 듯 웃으며 고개를 젓는다.
- 전 일단 저한테 일 알려주는 분 있거든요.. 그 사람이랑 오늘 오후에 계속 현장에 가있을 것 같아요.. 어제 그 회사 앞에 그 사람이랑!
오늘 하루종일 일만 배웠어요.. 이 사람한테...어후...
"그래? 심부름만 시킨다더니 일 시키나보네."
- 그러니까요.. 밥 먹자마자 바로 현장 가재요.. 나 지금 휴게실에 와서 간신히 시간 내서 전화하는 거예요ㅠㅠㅠㅠ으어..
"오구 잘했어. 시간 간신히~ 내서 전화해줘서 고마워."
- 당연히 고마워해야지!!!!!!
(석류 씨 지금 갈까요?〈- 준호)
- 아, 넵..!!
- 끝나고 전화할게요...
"응. 알겠어."
전화를 끊자마자 동욱이 웃으면서 재욱에게 말한다.
"아, 네엡.. 하면서 목소리 너무 달라지는데?"
"그래?"
"남자 직원이랑 같이 현장 가나보다."
"응."
"신경 안 쓰여?"
"뭘 신경쓰여. 일 때문에 어쩔 수 없잖아."
"그래? 그래도 하루종일 같이 있으면 신경은 쓰일 것 같은데."
재욱이 대충 웃어보이자, 동욱이 턱을 괸 채로 재욱을 바라보며 장난스레 말한다.
"석류 예쁘잖아. 반해서 말 더 걸고 잘해주는 거 아닌가 몰라."
"……."
"끝나고 집에 데려다준다고 그러고 막."
"…야."
"…어?"
"나가."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이야.. 제수씨도 직장을 다 다니고 이제 으른이네. 처음에 제수씨 봤을 때 대학생이었는데. 근데 제수씨 1년만에 보는 것 같은데? 엄청 예뻐졌네."
"성숙해졌지. 3년 지났다고."
"근데 웬 운동복이야. 저러고 출근한 거야???"
"아까 통화 하는 거 들어보니까 뭐 묻었다고 재욱이가 운동복 챙겨왔거든."
"아하.. 근데 쟤네 뭐하는 거냐...?"
차에 기대서 재욱과 석류가 오기만을 기다리던 남길에 어이없다는 듯 둘을 보았다.
"……."
누구보다 열심히 몸까지 던져서 사진 찍어주는 재욱에 남길이 '와..'하며 고개를 저었고.. 고갤 돌려 동욱을 본다.
"넌 뭐야?"
"귀엽잖아."
"…허... 무슨 저 둘 엄마냐?.."
"ㅎㅎ."
"열심히 몸 던져서 찍어주는 김재욱이나.. 저걸 찍는 너나... 어쩌다 김재욱이 저렇게 됐냐..."
"……."
"내 말 들리긴 하니?"
"……."
"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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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