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탄소년단/전정국] 붉은 여왕 효과 11 | 인스티즈](http://file2.instiz.net/data/cached_img/upload/2016/02/27/16/93634feddc2584ca1720efef830a130c.gif)
설거지를 마치고 출근 준비를 하기위해 옷방으로 들어갈려는 찰나 초인종이 눌러졌다. 걸음을 멈추고선 인터폰을 켜 누군지를 확인하니 전정국이 꽤 매서운 눈빛으로 서 있었다. 화면 속에 너를 바라보다 시선을 돌려버렸다. 외면하자 했던 나의 다짐을 깨버리고 싶진 않았다.
옷을 갈아입는 동안 꾸준히 울려대는 초인종 소리는 곧 문을 두드리는 소리로 바뀌고 또 한번 그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문 열어. 단호한 목소리에 다시 한 번 현관문 쪽으로 눈길이 갔다. 또 한 번 외면하는 순간 소리가 더 거세졌다. 그의 다급함에 난방 단추를 급하게 닫으며 현관문 쪽으로 향했다.
"뭐야."
"얘기 좀 하자."
한층 날카로워진 목소리로 그를 대했지만 그에게는 내 표정이 딱히 중요한 요소가 아니었는지 기다렸다는 듯 말을 걸어왔다. 그리고선 허락도 없이 집 안으로 발을 디뎠고 의자에 앉아 고개를 까닥인다. 의자에 앉으라는 뜻이었는지 나를 빤히 올려다본다. 그런 막무가내 행동에 인상을 찌푸리며 자리를 피했다.
"내가 어제 하루종일 생각해봤는데. 도저히 믿어지지가 않아서."
너, 그가 먼저 운을 띄웠다. 어제를 너를 봤어. 호텔에서. 그의 말에 헛웃음을 터뜨렸다. 거울 앞에서 머리를 셋팅하기 시작했고 전정국은 딱히 신경쓰지 않는 듯 말을 이어갔다. 우연히 지나가다 너를 봤다는 것도 어떤 남자와 들어가는 것을 봤다는 것도 일을 하나하나 읊어내던 그는 잠시 말을 멈추었다. 그는 머리셋팅을 마치고 거실로 나가던 내 걸음을 멈추게 만들었다.
"잤어?"
잠잠했던 두통이 밀려왔다. 생각지도 못한 그의 말에 헛웃음까지 터져나왔다. 그리고 동시에 허탈함이 터져나왔다. 아, 내가 이랬구나. 그에게서 잠시 내 모습이 오버랩되어 보였을 때 나는 말문이 막혀버렸다. 겨우 이 정도였는데 도대체 나는 왜 그런건지 의문이 들었다.
자리에서 천천히 일어나 내 앞에 선 그가 이번에는 나를 내려다본다. 고개를 들어 그를 바라보았고 그대로 얼굴에 미소를 띠웠다.
"네가 알 필요는 없지."
"… …."
"아무런 사이도 아니잖아, 친구조차도."
그 말을 끝으로 미소가 걷혔다. 똑바로 마주한 눈이 슬퍼보이던 그는 메말라가던 입술을 겨우 축이곤 나를 다시 한 번 쳐다봤다. 그리고선 멋스럽게 풀려있던 난방의 제일 윗단추를 잠가주었고 그것을 끝으로 또 다시 눈을 마주했다.
"질투나."
붉은 여왕 효과
; 두 개의 시선
똑똑 울리는 볼펜소리가 귀에 거슬릴 쯤 내가 하는 행동에 대해 자각했다. 정신을 차리고선 내 반대편에 앉은 그와 마주했다. 나의 행동에 시선을 주던 그가 책상을 가볍게 두드리고 나서야 겨우 회의를 시작할 수 있었다.
"2차 회의는 수요일로 잡혔고 아마 그대로 진행할 것 같아요."
"회사에서는 이번 주 내로 S사에서 프로모션을 보내주기로 했는데 아직까진 무리인가봐요."
"저는 다음 주로 알고 있었는데?"
"아… 윤기씨네 회사니까 윤기씨 말이 맞겠죠."
끄적이던 수첩을 넘기던 손길을 멈추며 그의 말에 고개를 주억거렸다. 대략적인 회의가 끝이 나고 회의파일을 닫고선 자리에서 일어나려하자 그가 질문을 걸어왔다. 일할 때는 일에 집중하는게 어때요? 질문이라기보단 약간 비꼬는 식의 이야기였다. 딱히 애정어린 인물은 아니었다. 근데 저 사람과 때 아닌 스캔들이라니. 전정국때문에 또 한 번 머리가 어지러워졌다.
"주임님, 제출이요."
"아, 고마워요."
빨리 잊어버리자고 생각했다. 시야가 멀어지면 마음이 멀어진다고 겨우 멀어졌다 생각하던 그가 다시 한 걸음 다가왔다. 다가오는 그와 반대로 나는 멀어지면 되는 쉬운 일이 내 앞에 놓였는데 그의 한 마디가 이렇게 붙잡을 줄이야.
'질투나.'
이 말을 듣기위해 별 일을 다했었는데 이렇게 듣기 쉬운 문제였다니 과거의 모습이 참 안쓰러워 보이기까지 했다. 잊어버리자며 고개를 저어버렸지만 그의 목소리가 귀에 맴돌다 못해 사실적으로 들리기까지 했다.
"왜요. 뭐 할 말이라도 있어요?"
"아니요."
어쩌다 눈이 마주쳤을 뿐인데 괜히 찔리는 것이 있는 사람마냥 시선을 피해버렸다. 무려 한 달이라는 프로젝트를 같이 진행해야할 인물이지만 영 정이 안 가는 사람이다. 고개를 저으며 머그컵을 손에 쥐었는데 그새 다 마셔버린 것인지 컵 속은 텅 비어있었다. 아쉽다는 듯 입맛을 다시며 자리에서 일어나 휴게실로 발걸음을 옮겼다. 옹기종기 휴게실에 노닥거리기 위해 모여있는 직원들을 보며 인상을 찌푸렸던 나는 시간을 확인하고 나서야 표정을 풀 수 있었다. 벌써 점심시간이라니.
"나쁜 남자 스타일."
"진짜 계속 그러면 진짜 반하지, 반해."
"저번에 짐을 들고 가는데 무심하게 딱 들고 걸어가는데 진짜."
그들의 대화 속 나오는 인물은 안타깝게도 민윤기씨였다. 아직 일을 같이 해보지 못한 그들에겐 그 남자는 꽤 매력적인 남성이었는지 연신 '설렌다'는 말을 줄줄이 늘어놓았다. 나는 고개를 저으며 커피포트가 꺼지기를 기다렸다.
"주임님, 윤기씨랑 같이 작업하면 어떤 기분이에요?"
깐깐한 기분이요. 입 안에서 맴돌던 말을 삼키며 그저 웃어보이자 부럽다며 한숨을 내쉬는 사람들이었다. 커피포트의 전원이 꺼지고 머그컵에 물을 따르고선 그 쪽으로 몸을 돌려 본격적으로 이야기에 낄 준비가 되었다.
"민윤기씨 여자친구있어요. 고등학생때부터 쭉 만난 여자친구."
"진짜요?"
"그러니까 미련버리고 점심식사하고 오세요."
아쉬움이 잔뜩 남는 목소리를 하며 떠난 그들을 뒤로하고 사무실로 돌아왔다. 벌써 식사를 하러 떠난 것인지 텅 비어버린 사무실을 보며 의도치않게 허탈함을 느껴버리고 말았다.
일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 잠시 편의점으로 발걸음을 돌렸다. 오랜만에 손에 들어보는 삼각김밥과 탄산음료를 들고 계산대 앞에 섰다. 계산을 마치고 편의점을 나와 아파트 단지 속으로 들어가 발걸음을 따랐다. 9층에 도착한 엘레베이터의 문이 열리고 가방을 고쳐매며 고개를 들었을 때 또 다시 한 번 그 녀석을 보았다. 그 때 처음 이 곳을 온 이후로 꾸준히 방문을 해오는 녀석이었다.
"지금이 몇 시인데 아직까지 여기에 있어."
"… …."
"잘못한건 알고있네. 입을 꾹 다물고 있는거 보니까."
바닥으로 떨궈진 시선은 들어올려질 생각을 하지 않았고 녀석의 팔을 살짝 밀어 현관문을 열 수 있는 공간을 확보했다. 도어락을 풀고 현관문을 열고서 집 안으로 들어가던 중 뒤가 잠잠해 고개를 돌려 녀석을 바라봤다. 그 자리에서 망부석이라도 된 듯 가만히 서 있는 녀석을 손으로 잡아끌었다. 현관문을 닫고 녀석을 빤히 바라보자 내 시선을 피해버린다. 신발을 벗고 시선이 흐른 곳에 마주했던 조금 낡은 듯한 신발에 또 하나의 궁금증이 속에 자리잡았다.
0901. 내 목소리에 그제서야 나를 쳐다보던 녀석에게 또 다시 한 번 번호를 불러주었다.
"집 비밀번호. 앞으로는 들어와서 기다려. 미련하게 밖에서 기다리지말고."
"… 네."
그 말을 끝으로 둘 사이에 오가는 대화는 없었다. 딱히 하고 싶었던 말도 없었을 뿐만 아니라 대화의 중요성을 느끼지 못했다. 가만히 티비를 바라보다가 무심결에 돌린 시선에는 사랑이와 놀고 있는 녀석의 모습이었다. 시선이 자연스럽게 위로 올라가 시계를 보고선 자리에서 일어났다.
"늦었어. 가 봐."
"조금만 더 있으면 안돼요?"
"안돼."
"조금만…."
올려다 보는 얼굴이 꽤 애절하다. 팔짱을 낀 채로 그 녀석을 쳐다보니 여전히 애절하다. 하지만 늦은 시간이었기에 이곳에 더 있게 만들 수 없었다. 고개를 저으며 안된다고 단호하게 말하는 나를 바라보던 녀석은 한숨을 푹 내쉬곤 자리에서 일어났다. 축 쳐진 어깨로 등을 보이던 녀석이 발걸음을 떼는 순간 초인종이 크게 집을 울렸다.
인터폰을 확인하니 전정국의 얼굴이 보였고 그 순간 잠시 고민에 빠졌다. 이 녀석을 내보내면 현관문을 열어야하고 그러면 전정국이 들어올거고, 현관문을 계속 닫고 있으면 이 녀석이 나가지 못하는 상황이 발생한다. 이 때 나는 무슨 행동을 해야 오늘 하루가 굉장히 유익한 하루였구나 생각을 하게 될까 고민을 했다. 그리고 나의 선택은.
"너 몰래 나가."
"몰래요?"
"약간 집 주인 바뀐 것 처럼. 그렇게 나가."
어리둥절하게 나를 바라보던 녀석은 몇 번이나 고개를 갸우뚱거리더니 대충 고개를 끄덕였다. 녀석은 현관문에서 멀리 떨어져있던 나를 나가기전에 몇 번이고 다시 쳐다보았고 나는 그에게 빨리 나가라며 손짓을 했다. 마지막으로 인사를 하고 문을 나선 후 문이 닫힌 후 급히 현관문에 귀를 대었다.
"누구세요?"
"저… 이 집 주인이요."
"이 집 주인이 여자일텐데."
"아… 바뀌었어요."
"언제요? 이틀전까지만 해도 여기에서 나오는 걸 봤는데. 누구세요?"
"… 동생이요."
젠장. 저 놈을 믿는게 아니었는데. 온실 속 화초를 데리고 내가 무슨 거짓말을 하려고 한 걸까. 머리가 어지러워졌을 때 쯤 다시 초인종이 울렸다. 온 몸이 파르르 떨리고 나서야 상황이 실감나진 나는 헐레벌떡 인터폰을 확인했다. 인질마냥 전정국에게 붙잡힌 녀석이 인터폰 화면을 아까와 같이 애절하게 쳐다보았지만 유난히 얄밉게 느껴졌다. 문을 열지말고 가만히 있자라고 생각을 한 것도 잠시일 뿐 곧 초인종이 여러번 울린다.
소음에 못 이겨 결국 살짝 문을 열자 눈 앞에 대뜸 봉투를 내밀었다. 그 봉투에 깜짝 놀라니 곧 전정국이 얼굴을 들이민다.
"같이 먹자. 동생도."
본래 식탁의 의도와는 다르게 옹기종기 모여 식사를 하는 상황은 익숙치 않았다. 그리고 더군다나 이렇게 내 앞에서 허겁지겁 밥을 먹는 녀석과 전정국이 낯설었다. 그 두 모습을 보며 고개를 저었을 때 전정국과 눈이 마주쳤고 시선을 저 멀리로 보내버렸다. 전정국은 고기를 들어 내 앞접시에 올려놓고선 또 식사를 계속했다.
여차저차 식사를 마친 두 녀석은 배부르다며 만족한 표정으로 나를 쳐다봤다.
"이제 가."
꽤 순순히 자리에서 일어나는 모습에 표정을 찌푸리자 전정국이 입을 열었다. 아쉬워. 고개를 젓자 살짝 미소를 띠던 전정국은 식사를 정리하기 시작했고 그 모습을 보던 녀석도 정리를 도운다. 정리를 끝마친 그 둘은 순순히 집을 나설 준비를 하고 있었다. 언제 그렇게 친해진건지 어깨동무를 하며 떠나는 두 모습을 보며 낯설음을 느꼈다. 현관문을 닫고 집으로 들어가려는 순간 들려오는 둔탁한 소리는 나를 놀라게 만들었다.
"너 왜그래!"
엘레베이터 앞에 쓰러져있는 모습이 있었다. 나와 눈이 마주친 전정국은 동시에 그 아이에게로 뛰어갔고 그를 흔들어 깨웠지만 일어날 생각을 하지 않았다. 등에 엎힌 녀석은 여전히 정신을 잃은 듯 손에 힘을 풀고 있었다. 그 녀석이 쓰러졌다.
암호닉입니다! |
다홍님 비비빅님 망고빙수님 몽총이덜님 분홍빛님 우유님 빰빠님 노트북님 0103님 비림님 띠리띠리님 배고프다님 골드빈님 슈기님 암호닉을 받고 있지 않습니다! |
일주일동안 '모태솔로의 남사친'이 초록글에 잠시 올라갔습니다.
아주 잠깐이었지만 그래도 기분 좋았습니다.
(확인할 때 이미 내려져있더라고요. 그래서 캡쳐가 없어요...)
초록글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