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이 뭐예요?"
"좋아하는 여자애랑 결혼하는 거."
학주의 협박으로 강제로 윤기 선배와 친해졌다. 솔직히 반절은 윤기 선배가 다가왔다. 어쨋든 이번에도 학주의 협박아닌 협박으로 장래희망을 알아오라는 미션을 받게 되서 밥 먹다가 자연스럽게 얘기한 건데 의외의 대답에 윤기 선배를 쳐다봤다. 좋아하는 사람도 있어요? 내 말에 고개를 끄덕이더니 자신의 고기 하나를 내게 건네는 윤기 선배였다. 어째 내가 맨날 받는 것 같네. 밥을 입에 넣고 윤기 선배가 준 고기를 입 안에 넣은 뒤 입을 열었다.
"그애서 조아하는 사람이 누군데요?"
밥 때문에 발음이 다 뭉개졌음에도 불구하고 다 알아들은 건지 귀가 빨개지더니 새침하게
"몰라."
하고는 식판에 얼굴을 묻을 기세로 고개를 푹 숙이는 선배였다. 어째 나보다 더 순수한 것 같단 말이야.
22살 고딩 민윤기 02
"임무다. 윤기군의 머리를 검정색으로 염색시키거라!"
"그게 가능하다고 생각해요?"
"탄소양이라면 할 수 있다네!"
내 어깨에 손을 올려 크게 웃으며 말하더니 갑자기 바쁜 일이 생겼다며 내게서 멀어졌다. 항상 저렇게 할 말이 없을 때면 바쁜 일이 생겼다며 자리를 피하는 학주였다. 검정색이라. 안 바꿀 것 같은데. 벌써부터 밀려오는 피곤함에 한숨을 한 번 쉬었다. 교실에 들어와 자리에 앉았다. 옆에서 엎드려 자고 있는 윤기 선배의 머리카락을 바라봤다. 열린 창틈 사이로 바람이 들어와 분홍색 머리카락이 살랑였다. 어디서 했는진 몰라도 머리 염색 하나는 끝내주게 잘 됐다. 머리를 만지고 있는데 윤기 선배가 고개를 들었다. 놀래서 손을 바로 뗐다.
"..."
"..."
"그냥, 머리 색이 이쁘길래."
친하긴 했지만 아직 좀 어색한 게 남아 있었다. 민망함에 머리를 긁적이며 어색하게 웃어보이자 윤기 선배가 자신의 머리를 매만졌다. 아무 말 없이 서로를 바라보다 내가 먼저 시선을 피했다. 어후, 민망해. 얼굴이 화끈 거렸다. 하필이면 거기서 깨냐. 괜히 창 밖을 바라봤다. 머리 염색하라고 말 해야 하는데. 좀 이따 쉬는시간에 말 해야 겠다 하고 고개를 돌리자 언제부터 만지고 있었던 건지 내 머리카락을 만지고 있는 선배가 보였다. 뭐 해요? 나를 보더니 살짝, 아주 살짝 웃으며 입을 열었다.
"이뻐서."
아무리 무서운 선배로 내 머릿속에 각인 되었다지만 저렇게 웃으면서 말하면 설렐 수 밖에 없단 말이다. 게다가 내 이상형이 입동굴 가진 남자인데 저 입동굴. 연예인들 것만 봤지 실제로 보긴 또 처음이네. 너무 예쁘잖아! 귀여워! 심장을 부여잡으며 책상에 엎드리자 선배가 어디 아프냐며 질문을 던졌다. 아무 것도 아니라며 고개를 들어 선배를 바라봤다.
"선배."
"응."
"머리 검은색으로 염색하고 와요. 내일 주말이니깐 월요일까지."
"검은색으로?"
"네. 안 그러면 벌점 받아요."
솔직히 조금 무서웠다. 니가 뭔데 나한테 명령질이냐며 혹시라도 맞을까봐 두 손을 마주잡고 있는데 선배의 입에서 나온 대답은 정말 의외의 대답이였다.
"같이 가."
***
"아, 죄, 죄송해요. 늦잠 자는 바람에."
"괜찮아. 가자."
코 끝이 빨간 걸 보아 오래 기다린 것 같았다. 아직 3월이라 추웠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화 한 번 내지 않는 윤기 선배에게 다시 한 번 죄송하다며 허리를 숙였다. 족히 30분은 여기 서서 기다렸을 윤기 선배를 생각하니 미안함이 배로 밀려왔다. 가방에서 핫팩을 하나 꺼내 조금 흔든 뒤 윤기 선배에게 건냈다. 이거 주머니에 넣어 두시면 따뜻해질 거예요.
"손 잡아 줘."
"네?"
"추워."
"이거, 핫팩 있는, 데."
정말 너무 당황해서 말까지 더듬었다. 얼굴이 화끈거렸다. 이 선배 가끔 이렇게 남의 심장을 때려 부수는 데 정말 그때마다 나만 죽을 지경이다. 게다가 사귀는 것도 아닌데 손을 잡는 것 부터가 이상했다. 우리가 그정도로 친한 것도 아니고. 멍하니 선배를 바라보다 그냥 핫팩을 주머니에 넣고 앞장 서 걷는데 뒤에서 윤기 선배가 오더니 내 손을 잡았다.
"그쪽 아닌데."
또다. 이상하게 요즘들어 심장이, 그래. 오글거려서 말을 못 하겠다. 그래도 다 알아들었을 거라 믿는다. 내가 이렇게 금사빠였나. 한 번도 누굴 좋아한 적이 없는 나로썬 이 감정이 낯설기만 했다. 그냥 내가 어디가 아파서 그런 거라고 끝까지 부정하며 선배와 함께 미용실로 향했다.
안 좋아한다. 절대로.
***
의자에 앉아 주구장창 물만 마시다 화장실을 갔다 오자 다 끝난 건지 어색하게 웃으며 내게 걸어오는 선배가 보였다. 안 그래도 하얀데 검은색으로 염색하니깐 더 하얗다. 물기가 묻은 손을 바지에 대충 닦으며 박수를 치며 예쁘다고 말했다. 무슨 반응을 해야 할지 몰라서 박수를 치며 이쁘다 한 거였는데 그게 또 좋았는지 웃으며 진짜? 하고 묻는 윤기 선배의 행동에 고개를 끄덕였다. 어린 애 같아.
"그래도 아직 어색하다."
계속 웃으면서 말하는데 자꾸 보이는 입동굴에 자꾸만 입에 시선이 갔다. 혹시라도 변태라고 생각할까봐 고개를 획 돌렸다.
"화 났어?"
"아뇨."
"미안. 내가 너무 오래 기다리게 했지."
"아니, 정말 화 안 났는데."
풀 죽은 강아지마냥 입술은 툭 나와 눈꼬리를 축 내린 체 나를 쳐다보는데 거기서 또 심장이 벌렁거려서 코피가 터질 뻔 했다. 처음 볼 땐 잘 몰랐는데.
보면 볼 수록 매력 있는 사람이다.
***
"야 나 위에 이거 빌린다."
"어? 그래. 근데 너한테 안 맞을 걸."
"내가 얼마나 날씬한데."
"근육이 많잖아. 돼지새끼야."
"야, 근데 저기 뒤에 저 선배 왜 자꾸 쳐다 봐?"
"나도 몰라."
전정국이 국어책을 주며 잘 썼다고 말하더니 내 어깨에 걸쳐져 있던 채육복을 가져갔다. 나보다 한참이나 큰 애가. 얘도 참 생각이 없다. 근데 자꾸만 뒤에서 따가운 시선이 느껴진다. 내가 뭐 잘못했나?
"야."
"..."
"남자애가 무슨 여자애한테 체육복을 빌려."
"제 맘인데요."
"내거 빌려."
자신의 체육복을 던져주더니 내 체육복을 자신의 어깨 위에 걸치는 선배의 행동에 괜히 웃음이 나왔다.
"개 같아."
"그러게. 성격 진짜 개같네."
"성격 말고 생긴 게 개 닮았다고."
".. 눈이 맛이 갔네."
전정국 말대로 눈이 맛이 갔나 보다. 요즘 자꾸 잘생겨 보이는 걸 보면 아무래도 내가 단단히
"미쳤나 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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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동이에요. 반응이 이렇게 뜨거울 줄 몰랐어요. 되도록이면 꾸준히 오도록 노력할게요.
암호닉 신청을 많이 해주셨더라구요. 고마워요.
윤기 짝꿍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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