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븐틴 - 만.세
저녁 드셨어요? 저는 아직 안먹었는데.
W. 잘생긴 멍멍이
파란 하늘, 점점히 떠있는 구름, 따스히 내리쬐는 햇살, 기분좋게 불어오는 바람. 이 네가지 조화가 한데 어우러져있는 요즘이, 밖에 쏘다니기 최적의 날씨라고 나는 생각한다. 오늘도 끝나지 않은 시험에 찌들려 마음의 여유를 가지기 위해 밖으로 나왔다. 나와봤자 학교와 자취방 근처의 그저 그런 길들이지만, 이런 때에는 그냥 등굣길을 걸을때에도 기분이 좋아지거든. 등에 맨 백팩에는 내일 볼 시험으로 책이 가득가득하지만 이미 들뜬 마음은 집이 아닌 다른 곳으로 나를 이끌었다. 이를테면, 내가 근 한달간 매일 얼굴도장 찍고있는 카페라던가.
딸랑-.
벨이 가벼운 소리를 내며 울렸고, 그에 맞춰 고개를 드는 알바생은. 지져스. 언제봐도 감동스러울정도로 잘생겼다. 역시 나의 님.
차마 눈을 마주치고 주문할 깡이 안서서, 오늘도 미간과 코의 언저리 쯤에 시선을 놓았다. 볼이 화끈거리는것만 같다. 엄마야, 어떡해. 이게 뭐라고 떨려.
"어서오세요, 주문 도와드리겠습니다-."
"딸기…아니, 아니다. 아이스아메리카노 하나 주세요."
"…아이스아메리카노‥한 잔 맞으시죠? 2500원입니다."
"…? 네에."
덜덜 떨리는 손으로 진동벨을 건네받고 카운터가 잘 보이는 자리에 앉으면서 생각했다. 아메리카노시킨게 잘못된건가, 왜 표정이… 고개를 갸웃거리며 무심코 핸드폰 액정에 얼굴을 비춰보다가 불타는 고구마처럼 달아오른 볼에 깜짝놀라며 손부채질을 했다. 설마 내 얼굴보고 놀라서 그런건가?! 히잉… 절망하던것도 잠시, 이 아까운 시간을 버릴수 없다 생각하여 난 매일처럼 말 걸 용기조차 내보지못하고 얼굴만 요목조목 뜯어봤다. 히야, 콧대가 살아있네. 눈매 좀 봐봐. 눈썹조차 잘생겼어. 저 턱선으로는 종이도 베겠지…? 한 달 내내 생각하던것들을 다시 곱씹으며 말이다.
"주문하신 아이스아메리카노 한 잔 나왔습니다."
미친, 목소리 너무 섹시해. 감탄에 감탄을 더하며 시험공부 할때보다 더욱 집중해서 관찰하던걸 그만 두고 음료를 들고 자리로 돌아왔다. 떨리는 심장을 잡시 접어두면서, 내일이 마지막 시험이니까. 더이상의 쓰레기같은 점수를 받지 않기위해 이를 악물고 펜을 들었다. 그 전에 잠오지 말라고 아메리카노 한 입 마시고. 아으, 써… 시험 끝나면 당장 이 카페로 달려와서 딸기스무디 시켜놓고 죽치고 내 님만 본다, 내가. 조까튼 시험!!
***
찌뿌둥했던 고개를 들고 스트레칭을 했다. 어느새 시간은 저녁식사 시간으로 향해가고있었다.커피는 이미 바닥을 보인지 한참 되었고. 허전한 마음에 입을 쩝쩝 다시며 자리를 정리했다. 저녁먹을 시간이라 그런지, 사람이 없네. 두꺼운 책들도 열심히 필기하던 공책과 필통도 차곡차곡 매고온 가방에 넣어놓고는 화장실이라도 갈 요량으로 의자에서 일어났다. 스치듯 본 카운터에는 더이상 잘생긴 내 사랑은 없었다. 퇴근한건가… 나조차도 이 카페에 이렇게 늦게까지 있어본적은 처음이라 알바가 어떤타임에 일하는지를 알아야지. 항상 어정쩡한 공강시간에만 쫓기듯왔다 쫓기듯갔기 때문에 저녁의 카페는 모든게 낯설었다. 낮보다 한층 더 진해진 커피향도, 다 팔리고 텅텅 빈 디저트 쇼케이스도. 또, 알바생없는 카운터도. 종종걸음으로 카페 안에 구비된 화장실에서 볼 일도 보고, 손도 꼼꼼하게 씻고. 옷에 대충 물을 닦으며 화장실 밖으로 나오다가 순간 가려진 무언가에 얼굴을 쾅! 박았다. 뭐지 싶어 한걸음 물러나서 보니 다리가 보이길래 사람이랑 부딪혔구나. 죄송합니다-인사하며 고개를 들었는데,
"괜찮아요?"
"어, 어어…"
설레 죽게하는게 목표인것 같아보이는 표정으로 날 내려다보는 알바가 있었다. 아픈곳이 코였는지 이마였는지 잊어버린건 당연한 일이고, 당황스러움에 입만 뻐끔뻐끔 거렸다. 내가 드디어 알바랑 사무적인-주문하고 받는-말 말고 다른말도 했다! 사실 알바오빠 그대랑 있으면 에잇톤 트럭에 정통으로 부딪혀도 전혀 아플거같지 않아요, 정말루.
"코가 빨간데, 어디 봐봐요."
"아아-아뇨! 저 진짜루 괜찮아요!"
"그렇담 다행이고."
흐음, 하는 표정으로 날 쳐다보는 모습에 눈을 굴렸다. 나 지금 누가봐도 당황한 표정이겠지? 설상가상으로 얼굴은 다시 발갛게 익어가는 중이었다. 얼굴이 뜨거워지는게 느껴지자 눈을 꼭 감았다. 아, 제발. 왜 내 얼굴은 내 님을 볼때마다 경우없이 터질거같아지고 난리인거야, 난리가. 푸흡-! 낮게 들리는 웃음소리에 자포자기하며 눈을 살짝 떴다. 그러자 보이는 미소 가득한 얼굴. 세상 다살았다. 제 관 예약구매할게요. 관은 세봉틴의 부승관이 좋겠습니다. 어두운 조명때문인가 머릿속이 어지러워지는것 같아 고개를 흔들고는 다시 알바를 쳐다보았다. 역시나 시선은 마주치지못하고 코 끝을 향해있었다.
"제 눈 좀 봐주세요."
"네, 네에?"
"네-에-? 저한테 애교부리는건가."
"네에?! 아니에요!"
"맨날 나 볼때마다 얼굴 빨개지고. 눈 마주쳐달라니까 또 보지도 못하고. 어어, 봐봐. 방금 시선 또 피했네."
"아니이, 그건-"
"이거봐. 나한테 애교부리는거 맞죠? 말꼬리 늘리면서. 오늘도 딸기스무디말고 먹지도못하는 아메리카노 시키고."
"헐? 어떻게아셨어요??"
"저는요 김세봉씨, 생각보다 세봉씨한테 관심이 많은 사람이에요."
"어, 제 이름‥?"
"볼 생각은 없었는데, 미안해요."
알 수 없는 말들로 나를 다시금 어지럽게 하더니 이번에는 카드 하나를 나에게 넘겨주었다. △△고등학교 김세봉. 고등학교때 학생증이었다. 어디갔나, 잃어버렸나 했더니 여기에 있을줄이야. 믿지 못하는 눈빛으로 고개를 들어 눈을 맞췄다. 부끄러움이고 뭐고 지금 이 상황이 너무 비현실적이고 꿈 같아서. 내 앞에서 날 가만히 바라보다 낮은 웃음을 흘리는 모습조차 너무 믿기지 않아서.
"언제줄까, 했었는데 이렇게 주게 되네요."
"아아, 감사드립니다. 이거 진짜 잃어버린줄 알구있었는데."
"고마우면 밥사줘요."
"당연히, 네, 네에?!"
"방금 알았다고 한거죠?"
"아니, 저기, 그게 아니라요,"
"제 이름은 전원우에요."
"그니까 원우씨, 제가,"
"원우씨. 듣기 좋다."
당황스러운 마음에 되는대로 변명을 늘어놓던 입이 마법처럼 꾹 다물렸다. 봄 햇살 가득담은것같이 원우씨 얼굴에 미소가 가득해서, 짧은순간 새삼 더 반한것같았다. 이러니까 내 심장이 잠잠할 날이 없어요. 쿵쾅쿵쾅, 이번에는 가슴을 뚫고 나올것만 같아서 혹여나 심장뛰는 소리가 원우씨한테까지 들리지 않을까 걱정스러웠다. 그니까, 기분좋은 걱정.
"더 자세한건 같이 밥먹으면서 알아가요. 저는 그러고싶거든요."
"…"
"전 세봉씨에 대해 아는거라곤 어디 고등학교를 나왔는지, 이름이 무엇인지, 매일 딸기스무디를 마신다는거 밖에 모르잖아요. 세봉씨는 제가 여기서 일한다는거랑, 또 제 이름 밖에 모르고."
"그쵸 아무래도…"
"심지어 이름은 방금 내가 알려준건데. 그니까 같이 가요."
"아, 말이 너무 길어졌네. 그럼 다시 물어볼게요.
저녁 드셨어요? 저는 아직 안먹었는데.
괜찮으시다면 같이 먹을래요?"
솜사탕같이 몽글몽글한 말에, 나도모르게 홀린듯 고개를 끄덕였다. 사실 홀린거면 어떻고 아닌거면 어때, 하는 마음이 반 이상이었다. 내가 한달동안 사모하던 사람이 나한테 같이 밥먹자는데! 시험꺼져, 학점꺼져. 속으로 만세 삼창만 백 번 넘게 한거같다. 엄마, 엄마 딸 드디어 솔로탈출 할 수 있나봐요. 엉엉, 어떡해. 너무너무 달달해서 흐물흐물해진 심장에 더는 녹을수 없겠다 생각했는데, 이 남자는 날 죽이려고 작정했나보다. 마지막에 덧붙이는 말조차 완벽하게 내 남자스러우니.
"아 . 다음부터는 다시 딸기스무디 먹어요, 커피 말고. 내가 사줄게요."
"커피보다 그게 더 잘어울리니까."
저는요 평생 딸기스무디만 먹을 자신 있습니다. 모두 전원우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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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험기간임에도 글잡에 글 하나 올리고싶어서 단편하나 들고 나왔습니다!
개인적으로 아까부터 원우한테 치여서그런지 원우글이 나왔네요 사당해요 원우쨩
그러면 저는 이만 사라져보겠습니다 총총총총ㅊ옻옹.... 그리고 잘개는 더보기를 어떻게 쓰는지 아직도 깨우치지 못했다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