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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타 방탄소년단 정해인 변우석 더보이즈 세븐틴
1323 전체글 (정상)ll조회 9682l 18
등장인물 이름 변경 적용


Note: 새로고침











D. 이면











김여주, 할 수 있어.”


……


“공부 못해도 괜찮아. 넌 지구 정복할 거니까.”





엿이나 먹일까 싶어서 일부러 떡볶이를 먹으러 갔던 건데 그때부터 이지훈과의 선이 되려 흐릿해져 버렸다. 상종 못 할 아메바라면서 돌려 깠으면서, 갑자기 떡볶이를 계산하더니, 끝내 멍청하다는 말까지 취소하고는 이젠 카메라가 없어도 열에 두 번은 말을 걸어준다. 


기승전지구정복으로 끝나긴 하지만 재수탱이가 먼저 말을 걸어준다니. 자기를 멋지다고 치켜세워줘서 뿌듯해진 건가? 그러니까 떡볶이값도 내주고 그런 거겠지? 근데 그거 갚으라고 날 빚쟁이 만들었잖아? 나쁜 놈이지 그럼!





“그 책 다 읽었으면 양보 좀 하지 그래.”


“대출 기간 일주일이나 남았는데 누구 좋으라고?”


“욕심이 그득그득하세요.”


“그래서 나중에 너보다 성공할 것 같아.”


“꿈은 크게 가질수록 정신 건강에 좋다고 듣긴 했어.”


“근데 전교 1등이 보충 안 가고 도서관에 박혀 있어도 돼요?”


“1등은 공부만 하는 기곈 줄 아나.”


“……대박, 아니야?”


“놀란 척하지 마. 딱 봐도 놀리고 싶어서 드릉드릉하잖아 지금.”


“은근 인간화가 잘됐네?”


“칭찬 고마워.”


“욕이야.”


“사회성 떨어지는 소리 여기까지 들려.”


“칭찬 고마워.”


“욕이야.”





차양에 뜨거운 여름이 닿는 오후, 카메라의 배경은 3층 학교 도서관이다. 천장 붙박이 에어컨이 묵은 책 먼지와 섞이는 공간에서 이지훈과 나는 덕담을 주고받는다. 겉으로는 고된 학업 속에서도 희망을 잃지 않는 열여덟의 청춘처럼 보이겠지만, 자세히 들어보면 서로 못 잡아먹어 안달 난 패기의 열여덟 두 마리다.


인내심 큰 이지훈은 내가 딴짓하는 틈을 타 책을 뺏었다. 왼손에 얇은 서적을 끼우고 한 장씩 넘겨 읽으며 집중하는 옆모습이 차양을 비껴간 빛에 반사된다. 에어컨 바람에 흔들리는 머리카락과 집중할 때 나오는 입술. 이해가 되지 않으면 그 문장만 바라보며 골똘히 생각에 잠기는 눈. 자잘자잘 돋아난 솜털. 얇은 귀. 얇은 목선. 아까보다 자주 움직이는 목젖.





“그만 좀 쳐다보지.”


“……누가 봤다고.”


“돈 내.”


“웃기네.”





어딘가 뻔뻔해졌다. 언짢은 표정도 가리지 않는다. 카메라 불이 꺼져도 불편해 보이지 않고 창백해 보이지도 않는다.





“너 같은 친구가 내 옆에 있어서 정말 다행이야.”


“그래, 나도 그렇게 생각해.”


“그러니까 이 책은 이제 내가 빌릴게.”


“어림없는 소리 하지 말고 놓아줘.”





자기계발서를 두고 은근한 신경전을 벌였다. 필름을 끊고 잠시 전화를 받은 피디가 환하게 웃으며 말했다.











“지훈 학생 아버님 오셨다는데요?”











국회의원 이정무는 청소년 보호법 개정 발의에 목숨을 거는 사람이다. 학교 안팎으로 발생하는 폭력으로부터 청소년들을 지켜야 한다는 모토로 젊은 부모 지지자들도 우후죽순 생겨났다. 현 학교 이사회를 이끌어가는 재정 담당이기도 했으며 이지훈의 아버지이기도 했다.


정장에 황금 배지를 달고 급식실에 입장한 남자는 따스한 미소로 배식을 도왔다. 위생 모자, 마스크, 앞치마를 두르고. 피디는 내심 이지훈과 남자의 대화를 영상에 넣고 싶은 눈치였다. 연락도 없이 나타난 남자는 입구에 서 있는 아들에게 손을 흔들었다. 남자가 데려온 카메라 기사가 그 장면을 포착했다.





“도망치기엔 늦은 거겠지.”





밤새 내린 하얀 서리를 맞은 사람처럼, 작게, 나약하게, 알 수 없는 말을 뱉은 이지훈은 반듯한 걸음으로, 상을 위해 단상에 걸어가던 그 보폭으로 남자에게 다가갔다. 카메라 프레임은 완벽했다. 전교 1등 아들이 자랑스러운 아버지와 유명한 아버지의 깜짝 등장에 쑥스럽고 기쁜 아들.


현대의 카메라는 모공까지 잡아내는 혁신적인 기술이었지만 한 사람의 속내까진 결코 잡아내지 못했다. 이지훈의 휘어진 눈꼬리가 슬퍼 보였던 이유를 알게 된 건 남자가 배식을 마치고 난 뒤였다.





“야이 새끼야, 감히 내 허락도 없이 방송을 나가?”





체육관 창고 뒤편에서 아들의 어깨에 주먹을 휘두른 남자는 분노에 찬 얼굴로 두꺼운 입술을 으깼다.





“네 얼굴 아는 놈들이 얼마나 많은데 고작 멍청한 기집애랑 시시덕거리면서 겁도 없이 면상을 팔아먹어? 선거 코앞인 네 애비 정치길 막히는 꼴 보고 싶어?”


“…….”


“사방이 적이라고! 네 말 한마디에! 네 행동 하나에! 사소한 것도 조작하고 부풀려서 내 발목 물고 뜯는 연놈들이 세상천지라고!”





남자로부터 카메라 테이프를 뺏긴 피디는 당혹스러움을 감추지 못하고 학교를 떠났다. 말로만 듣던 검열이었다. 정치하는 아버지를 존경하진 않는다고, 장래 희망은 없지만 추악한 돈을 좇는 직업은 가지지 않을 거라는 지훈의 속마음 인터뷰가 담긴 테이프를 구둣발로 짓이긴 남자는 지훈의 얼굴 가까이 손가락을 들이밀며 경고했다.





“앞으로 한 번만 더 이딴 일 벌이면 학교고 뭐고 네 인생 쥐뿔도 없을 줄 알아, 알겠어?”


“사과하세요.”


……뭐? 사과?”


“멍청한 기집애라고 한 거, 사과하시라고요.”





청소년보호에 앞장섰던 국회의원은, 학교 안팎으로 보호받아야 할 청소년들과 기념패를 들고 사진을 찍은 남자는, 카메라 앞에서 아들을 끔찍이 아꼈던 아버지는 높이 손을 치켜들었다. 쫘악—. 지훈의 뺨이 날카롭게 돌아갔다. 보호받아야 할 살결이 빨갛게 터졌다. 반대편 벽에 몸을 숨긴 채 입을 막았다. 지훈은 화를 억누르며 낮게 말했다.





“지금까지 아버지 얼굴 먹칠하지 않도록 열심히 살았어요. 기분 더러워도, 하기 싫어도, 사람들 앞에 나서기 죽기보다 두려워도 아버지 따라다니면서 웃었어요. 즐거웠습니다, 좋았습니다, 오늘 정말 행복했습니다. 아버지한테 배운 건 가식밖에 없었어요. 행사 끝나면 아버지 입에서 깔아뭉개는 더러운 말들, 저 그거 보면서 자랐고요, 나보다 못한 인간들 저러다 살다 뒤지는 게 당연하다고 생각하면서 지냈어요. 앞으로 또 얼만큼 병신같은 새끼들이 내 앞을 가로막을까, 친한 척할까, 겉으로는 웃으면서 속으론 비아냥대고 밤엔 얼마나 끔찍한 악플을 쏟아낼까…… 아버지가 멍청한 기집애라고 부른 그 애는요, 적어도 아버지 주변에 있는 인간 같지도 않은 쓰레기들처럼 속이 다르지 않아요. 싫으면 싫은 거고요, 좋으면 좋은 거예요. 가면도 없고, 가식도 없고, 멋지면 멋지다고, 인정하고 싶으면 인정하고, 상처를 숨기지 않고 말할 줄도 알고, 왜 떡볶이를 좋아하지 않는지 나한테 처음 물어본 애예요. 그 애 알지도 못하면서 함부로 말하지 마세요.”





창고 문이 거세게 열렸다. 실핏줄 터진 흰 뺨과 입술을 짓이기며 밖으로 나온 지훈은 체육관 입구가 아닌, 내가 숨어있던 곳으로 다가와 손목을 잡았다.





“없는 척하고 싶었으면 내가 맞을 때마다 놀란 소리 좀 내지 말든가.”


“……!”


“숨 막혀, 나가자.”





계절은 개인의 사정을 위해줄 겨를이 없었다. 이른 오후부터 시작된 장마에 회색빛 하늘은 굵은 빗방울을 내렸다. 인생 처음으로 무단 조퇴의 한 획을 그어버린 이지훈은 축축하게 젖은 하복을 털어내며 미끄럼틀 동굴에 앉았다. 어린이들의 격전지인 놀이터는 소나기 덕분에 몸만 자란 청소년 두 명이 장악했다.





“카페 가자니까.”


“너랑 나랑 무슨 카페야.”


“애견카페도 있는데.”


“목줄을 깜빡해서 안 돼.”


“나 복순이 아니라고.”


“화낼 때 똑같아. 볼이 부풀어.”





소나기는 거세졌고 놀이터 모랫바닥은 스며들지 못한 빗물이 넘쳐 금세 웅덩이가 됐다. 비 때문에 돋아난 내 닭살을 보며 지훈은 또 자신 때문이냐며 웃지 못할 농담을 했다. 지훈은 말했다.





“태어날 때부터 세상 전부가 카메라 같았어. 어딜 가든 사람들은 아버지와 날 쳐다보고 주시했거든. 그래서 말 한마디, 보여지는 행동 하나하나 조심했었는데 어느 순간부터 그 눈알들이 징그럽더라.”


……


“언제는 한번 아버지 따라서 카메라 앞에 서기 싫다고 말했었는데 그때 아버지 진짜 표정을 처음 봤어. 네 몸은 네 거지만, 네 의지는 네 거가 아니라고 내 얼굴에 침을 튀기면서 머리 아플 만큼 어깨를 흔들던 그 얼굴을.”





동경의 이지훈이, 부러움을 차고 넘치도록 받은 이지훈이 고백한다. 남보다 많은 걸 가졌지만 그건 전부 자신의 것이 아니라고. 남은 건 아무것도 없다고.





“되게 무섭더라. 이러다 아버지가 나까지 버리면 어떡하지. 가족이라도 쓸모가 없어지면 아버지는 내치는 사람이니까. 우리 엄마를 버린 것처럼.”


……


“어렸을 때 이혼하셨어 두 분. 엄마 부모님이 하셨던 사업이 쫄딱 망했거든. 자금줄이 없어져서 아빠는 날 데리고 새엄마한테 갔고, 우리 엄마는 한국 떠나기 전에 아빠 몰래 날 잠깐 만나기로 했었는데…… 결국은 못 봤어. 난 계속 기다렸는데 엄마가 안 왔어.”











지훈은 아프게 웃었다.











“그래서 내가 떡볶이를 못 먹어.”


……


“그때 기다렸던 곳이 분식집이었거든.”











누군가의 아픔을 알게 되면 그를 향한 미움도, 질투도, 작은 시기조차 할 수 없게 된다. 이지훈의 세상은 가장 높았고, 가장 낮았으며, 또 가장 젖어있었다.


붉게 타오르다 꺼져버린 담배 연기가 흩어진다. 까마득한 밤, 희끄무레한 불빛, 장마의 습한 바람과 이끼 젖은 냄새…… 그리고 새까만 두 눈. 그렇게 많은 얘기가 오고 가던 밤.











“이지훈.”


……


“……아니야.”











내 얼굴이 조금 붉어지던 그때.











E. A ∩ B











[세븐틴/지훈] OFF ON OFF _ 전교 1등 이지훈 x 전교 꼴등 나 (下) | 인스티즈


이지훈 / 18, 전교 1등

새로운 경험이었죠. 제가 언제 이런 걸 또 해보겠어요. 물론 9등급의 세계는 여전히 이해할 수 없지만 한 가지 부러운 점은 어떤 일이든 복잡하게 생각하지 않는다는 거예요. 펜싱을 할 때 생각이 너무 많으면 찌를 용기가 사라진다고 하잖아요. 인생도 그런 것 같아요. 행동하는 것보다 주저했던 시간이 많아서 그런지 무기력하게 떠나보낸 그 시간이 아깝긴 하지만, 뭐 지금이라도 알았으니 다행이라고 생각해요. 사전 인터뷰 때 상종 못 할 아메바들이 많다고 했는데, 저 친구는 그쪽이 아닌 것 같아서… 편집 혹시 되나요?






김여주 / 18, 전교 꼴등

이제 소름 안 돋냐구요? 비밀인데, 면역력 생겼어요. 관점이 달라졌단 얘기? 1등도 처음부터 1등이 아니라 그 사람도 피땀 흘려 이뤄낸 결과물이라는 걸 몸소 느끼게 됐죠! 이지훈이 잘 됐으면 좋겠어요. 어떤 옷을 입고, 어떤 직위를 달고, 또 어떤 사람이 될지 모르겠지만, 그래도 이젠 아이큐 101인 저랑 말도 잘하잖아요? 까칠할 뿐이지 착하긴 또 엄청 착하거든요.











[세븐틴/지훈] OFF ON OFF _ 전교 1등 이지훈 x 전교 꼴등 나 (下) | 인스티즈

이지훈 / 18, 전교 1등

??????101이라고???? 132 아니었어???






김여주 / 18, 전교 꼴등

응, 너 꼬시려고 조금 올린 거야.






이지훈 / 18, 전교 1등

……저게 조금이라고?






김여주 / 18, 전교 꼴등

아무튼 이지훈이 저 인정한 거 맞죠? 봐요, 꼴등한테서도 배울 점 많다니까요? 인생은 부석순도 아니고 성적순도 아니고 유우머순입니다. 복잡하게 생각하지 않고, 느긋하게, 편안하게, 내일 지구가 멸망해도 제주산 귤나무 한그루를 심을 수 있는 삶. 바로 저, 기호 2번 김여주를 꼭 기억해주세요.






이지훈 / 18, 전교 1등

편집이요.






김여주 / 18, 전교 꼴등

훈훈한 분위기 깨는 거 사회성 부족 맞죠?






이지훈 / 18, 전교 1등

미래의 꿈은… 글쎄요, 뭐가 됐든 제일 앞에 나서서 하고 있지 않을까요? 지시받는 것보다 하는 편을 좋아하고 잘하니까요.






김여주 / 18, 전교 꼴등

전 아직 없어요. 꼭 있어야 되는 것도 아니라고 생각하거든요. 모두가 이지훈처럼 열심히, 독하게, 무조건 앞으로만 버터 없는 식빵처럼 퍽퍽할 것 같아요. 저처럼 느긋한 애들도 있어야 세상의 균형이 잡히지 않을까요?






이지훈 / 18, 전교 1등

5년 뒤요? 쟤랑 다신 만날 일 없을 것 같은데.






김여주 / 18, 전교 꼴등

그래도 언젠가 다시 만날 수 있었으면 좋겠어요. 이것도 추억이잖아요.






이지훈 / 18, 전교 1등

각자 알아서 살고 있겠죠.






김여주 / 18, 전교 꼴등

꼭! 5년 뒤에 피디님도 다시 와주세요!






.


.


.






[세븐틴/지훈] OFF ON OFF _ 전교 1등 이지훈 x 전교 꼴등 나 (下) | 인스티즈

“……뭐, 저도요.”











촬영 마지막 날.


우리는 평소처럼 각자 끝을 맺었다. 총 3부작으로 편성된 프로그램은 시기와 분위기를 적절히 버무려 이목을 끌었고, 교육 방송 상위권을 휩쓸었으며, 이지훈과 나의 개인 인별은 한동안 비공개 처리되었다.


이지훈은 여름 방학식에서도 상을 받았다. 대외활동의 결과였는데 과학과 관련된 미래 산업 시스템…… 아무튼 열여덟이 받을 수 있는 결과 중 최고였다. 울트라 하이 테크 미래 사회에 이바지할 깔끔하고 단정한 인물은 태평고 교장 옆에서 미소를 띠며 플래시 속으로 사라졌다.


우리는 그날에 대해 한마디도 하지 않았다. 장마가 시작되던 그 저녁, 미끄럼틀 동굴에서 있었던 그 얘기들을. 한여름 밤의 꿈처럼 사라진 그 순간은 내 일기장에만 빼곡히 기록되어 있을 뿐, 축축한 흙냄새와 섞인 이지훈의 뜨거운 입술과 습한 온기는 나의 기억에조차 서서히 지워지고 있었다.


방학식 기념으로 가방을 가져오지 않았으니 손발이 가벼웠다. 여름 방학 보충 신청도 하지 않았으니 정말이지 단기 백수가 됐다. 아, 돈이 꼬박꼬박 들어오긴 하니까 경제적으로는 덜 불쌍한 돈 많은 백수다.


딴살림을 차린 엄마는 미안했는지 요즘 들어 평소보다 많은 금액을 이체한다. 나도 평소보다 많은 돈을 센터에 보냈다. 기댈 가족이 없고, 형제가 없고, 그래서 그림자가 남들보다 짙은 사람들을 위해.


그래도 괜찮다. 슬프진 않다. 집에서 가까운 놀이터엔 비밀스러운 추억이 있고, 지금처럼 마음이 배고플 때마다 꺼내먹을 수 있으니까.


동네 슈퍼에서 산 뽕따를 물고 놀이터에서 그네를 탔다. 전날 내린 비가 마르지 않아 엉덩이가 젖었고, 모래 장난하는 여섯 살 배기 애기들과 놀다가, 밥때를 맞춰 자식을 데려가는 엄마들 덕분에 다시 혼자가 되었다가, 점점 내려앉는 열대야 직전의 불빛을 보다가…… 마지막은 목적 없이 골목길을 배회했다.


전부가 아닌 걸 알면서도 이럴 때면 꼭 이런 것들이 내 전부 같다. 어둡고, 습하고, 꿉꿉한 여름 냄새를 훅, 들이마신다. 폐에 가득 찬 그것을 뱉는다. 같은 자리에서 연달아 세 번을 호흡했다. 이번엔 진짜 배가 고팠다.


지폐와 동전을 털었다. 들뜬 걸음은 푸짐한 왕토끼 분식집으로 향했다. 마감 시간 가까이 도착한 가게는 외벽 불이 꺼져있었다. 떡볶이 판도 텅 비었다. 나 같은 1인 1식 단골은 퍽 섭섭해서 괜히 내부를 기웃거려보는데, 실내에서 두 사람의 목소리가 들렸다. 하나는 패턴 두건을 쓴 분식집 주인이었다.






“학생, 나도 문 닫아야 한다니까?”


“5분만 더 기다려주시면 안 될까요.”


“벌써 몇 시간째야? 낮에 와서 밤까지 이러고 있는 게 어딨어?”






귀에 익은 목소리가 문턱을 넘었다. 그곳엔 이지훈이 있었다. 오늘 아침에 받은 상장을 초록색 테이블에 두고서.






“언제 오나 했다.”


“너…… 여기서 뭐 해?”


“오늘 방학식 했잖아.”


“…….”


“우리 떡볶이 먹으러 오는 날.”











‘태평고 2학년 1반 이지훈과 여름방학식날다시 떡복이먹 으러오겠슴. *_*’











식어 빠진 떡볶이와 어묵을 앞에 둔 이지훈. 오지 않는 사랑을 기다리며 끔찍했을 그 시간을 또다시 반복한 이지훈. 늦긴 했지만 어쨌든 왔으니 됐다며 자리를 권하는 이지훈. 그 불어터진 떡과 어묵을 씹는 이지훈. 이젠 떡볶이가 싫지 않은 이지훈.











‘태평고 2학년 1반 이지훈과 여름방학식날다시 떡복이먹 으러오겠슴. *_*’

0719 왔음.











엉망진창 틀린 맞춤법과 띄어쓰기 밑에, 그저 그 밑에 오늘 날짜를 적고 반듯한 온점을 찍는…… 열여덟 이지훈.


아무래도 똑똑한 이지훈은 내 취향이 아닌 것 같다. 나와 눈을 마주치지 못하고 다른 곳을 보며 떡볶이 그릇을 내미는 이지훈이, “아, 미안. 숟가락이네.” 하며 다시 포크를 건네는 뚝딱거리는 이지훈이, 그 멍청한 이지훈이 조금 더 내 취향이겠다.


말하지 않았는가. ‘멍청한 이지훈’이란 타이틀, 나름 잘 어울릴 것 같지 않냐고.





“……이거 다 먹으면 우리 만나나.”


“그럼 여기서 순대까지 먹으면 결혼하게?”


“나름 그것도 나쁘진 않은 것 같은데.”


“너 그때처럼 막 먼저 뽀뽀하려고 각 잡는 거지?”


“……야.”


“뭐!”


“그때 그거 뽀뽀 아니었어.”


“그럼?”











[세븐틴/지훈] OFF ON OFF _ 전교 1등 이지훈 x 전교 꼴등 나 (下) | 인스티즈

“……첫 키스였지, 나름.”











봐, 멍청이 이지훈이 더 자극적이라니까.





















Epilogu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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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뭐? 누구한테 연락이 왔다고?


— 예전에 그 정 피디님 있잖아. 요즘 우리 어떻게 지내는지 궁금하다고 한번 만나자는데? 5년 뒤 에필로그 찍고 싶다고.


— 아니, 그 사람은 아직도 퇴사를 안 했어?


— 방송국놈들이잖아.


— 어우, 지겨워.


— 그냥 오지 말라고 해?


— 일단은 만나자고 해. 찍을지 말지 결정은 나중에 한다고 일단 못부터 박고.


— 웅, 알쏘.


— 근데 너 언제 와.


— 나 이제 3차!


— 뭔 3차 같은 소릴 하고 있어. 지금 열한 시야. 너 때문에 이 장마에 비 뚫고 와인까지 사다 놨는데.


— 자기 먼저 마셔.


— 오늘 너 그냥 들어오지 마.


— 야, 자기야? 그게 무슨 소리야? 이제 와서 헤어져? 언제는 단순하게 살아서 좋다며? 반대라서 재밌다며? 내가 만만하지? 세상 꼴 잘 돌아간다?


— 몇 년이 지났는데 아직까지도 떡볶이 값 갚지도 않는 게 제일 웃겨.


— 와, 언제 적 얘길 하고 있어? 떡볶이 값으로 그때 네 고백 받아준 거야.


— 아, 좋아해서 그런 게 아니라?


— 아니, 내 말은 그게 아니고!


— 끊어.


— 아 잠깐잠깐잠깐!


— 뭐.


— 데리러 와조. 그럼 갈게.


— ……야.


— 모?











[세븐틴/지훈] OFF ON OFF _ 전교 1등 이지훈 x 전교 꼴등 나 (下) | 인스티즈

(이미 입꼬리 귀에 걸림)


— 아, 뭘 또 데리러 와달래. 기다려, 너 먹을 거 준비만 하고.


— 진심 올 거지? 기다린다?











[세븐틴/지훈] OFF ON OFF _ 전교 1등 이지훈 x 전교 꼴등 나 (下) | 인스티즈


— 야, 넌 진짜 나 없으면 어떻게 살려고 그러냐. 취하면 데리러 가, 안 취해도 데리러 가, 바다 보고 싶다고 하면 새벽에도 운전해 줘, 자격증 공부 지루하면 같이 밤도 새, 시험도 같이 봐, 먹고 싶은 것도 다 사줘, 오늘처럼 또 만들어줘, 포켓몬 빵도 구해다 줘…… 누가 봐도 열정페이 우렁각시야 이거는.


— 목소리 톤이 좀 높다? 좋아하는 것 같은데?


— 아니 뭐, 굳이 따지자면 내가 좋아서 하는 건 맞는데 나의 희생과 배려를 조금이라도 느낀다면 오늘 좀 늦게 자든가.


— 변태.


— 좋아, 너랑 할 때부터 들어온 단어야. 익숙해.










.


.


.











[세븐틴/지훈] OFF ON OFF _ 전교 1등 이지훈 x 전교 꼴등 나 (下) | 인스티즈

“예, 안녕하세요. mbc ‘나 혼자 산다’에 나오고 싶었지만 어떻게 뭐 하다 보니까 일이 이렇게 돼버린 김여주와 동거 5년 차 이지훈입니다. 저희는 여전히 잘살고 있습니다. ebs 놈들과 다시 만나 뵙게 되어 영광이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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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우지 악마 네, 그 수정 중이었던 글은 이걸로 대신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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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1
작가님 천재 ㅜㅜㅜ
2년 전
독자2
이마 팍팍 칩니다....
2년 전
독자3
자까님! 유자입니다 '◡' 오랜만에 왔더니 왜 또 예술을 하신건가요 이번 지훈이도 그 안에 어두움이 있는 아이였네요 작가님이 쓰시는 인물의 어두움은 막 설명하지 않아도 그 깊이가 느껴지는게 신기해요 작가님은 천재입니다...읽으면서 눈물 찔끔 나왔다가 결말보고 다시 들어갔어요 너무 행복해욕!!!! 이런 글을 보고 할 수 있는 어휘가 개쩐다 밖에 없어서 아쉬워요 작가님 좋은 하루 보내시구 다음 글에서 또 만나요..♡
2년 전
독자4
작가님 너무 재밌게 보고 갑니당:)
2년 전
독자5
천재….
2년 전
비회원도 댓글을 달 수 있어요 (You can write a comment)
작품을 읽은 후 댓글을 꼭 남겨주세요, 작가에게 큰 힘이 돼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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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탄소년단 [방탄소년단] 경성블루스 一 10.31 11:18
기타[실패의꼴] 최종 면접에서 탈락하셨습니다 한도윤10.26 16:18
기타 [김재욱] 아저씨! 나 좀 봐요! -03 유쏘10.25 14: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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