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5 |
by.팊 두사람이 그렇게 합의하에(?) 친구를 맺은지 한달이라는 시간이 지났다. 첫 일주일 정도는 태환은 문자가 오는것도, 전화가 오는것도, 그가 편의점에 평소와 같이 오는거도 어색했다. 떨떠름하기도 했다. 쑨양은 끈질기고, 또 계획적이였다. 매일 같은 시간에 문자나 전화를 했고, 편의점에 찾아왔다. 오죽하면 태환은 아침 10시쯤에 전화를 해달라고 했고, 쑨양은 순순히 그 시간에 문자를 하거나 전화를 했다. 후에 쑨양이 왜 그때 연락을 하라고 했는지 물었고, 태환은 알람. 이라고 대답을 했다. 쑨양은 지루했던 강의가 끝나고 기지개를 쭈욱 켰다. 저마다 삼삼오오 모여서 학식을 먹으러 가거나, 맛있는 것을 먹자며 대학로로 몰려 나갔다. 우두커니 빈 강의실에 앉아있다가 폰을 꺼내들었다. 쑨양의 휴대폰은 스마트하지 못했다. 본인이 그렇게 필요성을 못 느꼈을뿐더러, 그렇게 기계에 애정이 없었기 때문이라고 하지만 쑨양은 기계치였다. 폴더를 열고 문자함을 멀뚱히 보다가 태환에게 문자를 하기로 결정했다. [어디?] 쑨양은 한국어를 말 하는데에는 문제가 없었지만, 쓰거나 읽는데에는 조금 힘겨워했다. 그래서 문자가 짧아서 처음에는 태환에게 왜 단답을 하느냐며 잔소리 아닌 잔소리를 들었지만, 한국어가 어렵다. 그러면 중국어로 답을 해도 되겠느냐. 라고 말을 하자 태환은 군소리 하지않고 짧게 문자를 보내도 답장을 보내주었다. 지난일을 떠올리며 웃다가 왠지 답이 늦어져서 초조하게 기다리고 있는데 띠링하고 폰이 울렸다. [강습 끝났어 여기 수영장] 태환은 몇일 전부터 말을 편하게 했다. 어색한 느낌은 시간이 지날수록 많이 줄었지만, 한동안 둘다 존대를 썼었다. 갑작스레 태환이 말을 편하게 하게 된데에는 둘을 친구로 만들어줬던 그 술주정이 또 한 몫을 했다. 그 후 태환은 쑨양과 약속을 했다. 술은 절대 취할때까지 마시지않기로 말이다. [밥먹어] [먹어가 아니라 먹자고 하는거라니까?] [아무튼 먹어] 이내 곧 벨소리가 울렸고, 쑨양은 통화버튼을 눌러 전화를 받았다. 쑨양의 여보세요?라는 말이 끝나기도 전에 태환은 빽 소리쳤다. 쑨양은 익숙하다는 듯 귓가에서 폰을 살짝 떼었다. “ [먹자라니까!] ” “ ‥그거 때문에 전화했습니까? ” “ [에이씨! 먹자라고 먹자라고 먹자먹자먹자먹자먹자!] ” “ 알았습니다. 밥 먹읍시다. ” “ [‥뭐? 니가 먹자고 했잖아!] ” “ 거참 왜 매일 쓸데없는데 신경을 씁니까? ” “ [한국어 잘못한다며! 그래서 가르쳐주는거잖아!] ” “ 태환씨가 나를요? ” “ [형이라고! 내가 형이라고!] ” “ 아, 예예. ” “ [아, 너 싫어.] ” “ 그렇습니까? ” “ [예, 그렇습니다.] ” “ 수영장 앞으로 가겠습니다. ” “ [오지마.] ” “ 선풍기 앞에서 전화하지마십쇼. ” 쑨양은 폴더를 닫아 전화를 끊었다. 그리고 폰을 내려다보며 감히 형 전화를 먼저 끊냐며, 유교사상에 어긋나는 짓이라며 펄펄 날뛰고 있을 태환이 눈 앞에 보이는 듯 했다. 전공서적을 가방안에 구겨넣고 어깨에 묵직한 가방을 짊어지었다. 태환은 쑨양의 예상대로 단순무식했다. 작은 일에 굉장히 신경을 쓰고 열을 냈으며, 또 큰 일은 의외로 대범하게 넘어갔다. 빠른걸음으로 강의실을 벗어나는데 수영장 근처에서 학과 여학생들과 마주쳤다. “ 어디가, 쑨양? ” “ 어‥ 밥 먹으러갑니다. ” “ 또 혼자 먹는거야? ” “ 혼자는 아‥ ” “ 우리랑 먹자, 혼자 먹지말고! ” “ 아닙니다. ” “ 에이, 걱정마지말고! 니가 안사도 돼! 같이 가자! ” 자신의 말을 자꾸만 끊어먹고 계속 식사를 하자는 여학생들을 보던 쑨양은 한숨을 푹 쉬었다. 말이 조금 느린편인 쑨양은 항상 한국 친구들과 이야기를 나누면 말이 끊겼다. 결국 그들의 말이 끝날때까지 기다리던 쑨양은 고개를 가로저으며 다시 거절했다. “ 나 혼자서 안먹습니다. 약속있어서 가보겠습니다. ” “ 누군데? 혹시‥ 애인 생긴거야?! ” “ 그런거 아닌‥ ” “ 맞네! 누군데? 어느 과야? 우리 과야? ” 도대체 왜 한국인들은 말을 끝까지 듣지않는 것인가. 하고 쑨양은 멘탈붕괴에 빠졌다. 계속 자신의 말은 듣지않은채 질문공세를 퍼붓는 여학생들에게 속수무책으로 당하고 있던 쑨양은 문득 저 멀리서 들리는 목소리에 고개를 번쩍 들었다. 물론 여학생들도 고개를 돌려 그 목소리의 주인을 바라봤다. “ 쑨양! ” 엄청난 속도로 태환이 달려오고 있었다. 그런 태환을 멍하게 보던 여학생들은 뒤이어 엄청난 기세로 쫓아오는 아줌마들을 보며 기겁을 했다. 쑨양은 익숙하다는 듯 아줌마 무리에 쫓기는 태환을 보며 고개를 절레였다. “ 뛰어, 쑨양! ” “ 왜 또 꼬리를 달고옵니까? ” “ 아, 내가 따라오라고 했냐? ” “ 박태환씨 정말‥ ” “ 아, 형이라고! ” 태환은 힐끗 뒤를 돌아봤다가 어느새 가까워진 아줌마들을 보며 으악! 하고 소리를 지르며 쑨양의 손목을 잡고 달렸다. 쑨양은 그렇게 여학생들의 틈에서 거의 강제로 구제됐고, 태환은 아줌마들에게서 겨우 도망칠 수 있었다. 학교를 거의 빙돌아서 어느 학관앞에 멈춰선 두사람은 벽에 등을 기대고 상체를 숙인채 헥헥 거렸다. “ 이게 뭡니까. ” “ 나도 궁금하다‥ ” “ 뭘 어쩌고 다니면 아줌마들이 저렇게 좋아합니까? ” “ 나도 궁금하다고‥ 근데 아까 누구였어? ” “ 과친구들입니다. ” “ 여자애들이던데‥ 혹시 내가 방해했나? ” 태환은 어깨를 늘어뜨리며 숨을 길게 내쉬었고, 고개를 들어 쑨양을 바라봤다. 쑨양도 숨을 고르고는 고개를 살짝 기우린채 태환을 내려보다가 팔을 슥 뻗었다. 순간 움찔거리는 태환을 보고 미간을 찌푸렸다. 대체 왜 이 사람은 내가 움직이면 항상 저렇게 쪼는(?) 것인가. 하고 쑨양은 생각했다. “ 누가 보면 내가 맨날 때리는줄 알겠습니다. ” “ 니가 너무 위협적이게 크다고. ” 쑨양은 그런 그를 보다가 말 없이 손을 들어서 손바닥으로 땀방울이 맺힌 이마를 슥 쓸어주었다. 눈을 꾹 감았다 뜬 태환은 눈썹을 꿈틀거리며 쑨양을 바라보았다. 손을 거둔 쑨양은 그 시선을 피하려는 듯 돌아서서 먼저 걸어갔다. “ 뭐야? ” “ 땀닦아 준겁니다. ” “ 내가 애냐. 아, 같이가! ” 쑨양을 누구보다 어색해했던 태환은 원래 단순한 남자였고, 낯을 엄청 가리지만 한번 말이 트이면 금새 친해지는 스타일이였다. 어느새 태환은 쑨양의 옆에서 쫑알쫑알 말을 잘도해댔다. 쑨양도 태환의 생각보다 말이 많은 남자였고, 어떤 때는 너무 시끄러워서 입을 다물게 하도록 해야했다. 그리고 쑨양은 눈물이 많았다. 한번은 점심을 먹으러 가다가 길가에 버려진 강아지를 보고는 불쌍하다며 징징거리길래 더럽다고 그냥 두라고 한 태환을 보며 냉정하다고 눈물을 뚝뚝 흘렸었다. 결국 그 강아지는 현재 쑨양의 집에서 아주 잘자라고 있다. 하얀색과 누런색이 섞인 그 강아지의 이름은 ‘태양’이라고 쑨양과 태환이 서로 이름을 따서 지어주었다. 물론 태환은 애기도 아닌데 왜 이름을 따서 지어주냐며 투덜거렸지만 함께 있을 때 데려온 아이니까. 라고 쑨양은 대답하고 입을 다물었다. “ 뭐 먹고 싶습니까? ” “ 어어, 아 나 라면 먹고싶은데. ” “ 라면이요? ” “ 어어. 우리 엄마는 그거 몸에 안좋다고 못 먹게 하거든. ” “ 나 라면 잘 끓입니다. ” “ 그거밖에 할 줄 모르는거겠지. ” 쑨양은 조용히 시선만 굴려서 태환을 노려봤다. 태환은 그 시선에 뜨끔하고는 헛기침을 하며 하하하, 하고 어색하게 웃었다. 그러다가 눈을 동그랗게 뜨더니 박수를 짝하고 쳤다. “ 그럼 태양이도 볼겸 너네집가서 라면이나 먹을까? 강의 남았어? ” “ 오늘은 끝났습니다. ” “ 그럼 너네 집가자. ” 쑨양은 흔쾌히 고개를 끄덕였고, 태환은 편하게 두다리 뻗고 밥 먹을 수 있겠다며 신나했다. 두사람은 마트에 들려서 라면 몇 개와 계란을 사고 검은 봉지를 흔들며 쑨양이 살고 있는 아파트로 향했다. 예상대로 태환이 일하는 편의점 근처에 있는 아파트 였고, 방이 두 개에 거실은 작은 강아지가 뛰어놀 정도가 되는 작지는 않지만 아담한 집이였다. 문이 열리자 쑨양이 주워온 태양이의 소리가 들렸고, 도도도 뛰어오더니 잠깐 두사람 앞에 멈춰섰다가 망설임 없이 태환의 품에 안겼다. “ 너 못 본 사이에 많이 컸다! ” 강아지는 태환의 품에 안겨 헥헥 거리며 여기저기 뽀뽀를 하느라 바빴다. 쑨양은 그런 둘을 보다가 어깨를 으쓱이고 검은봉지를 들고서 부엌으로 먼저 들어갔다. 라면을 끓이는 사이에 태환은 강아지를 품에 안고 집 구경 할게~! 라고 말 한뒤 방문을 열어봤다. 첫 번째 방은 그냥 빈방이였다. 여기저기 짐꾸러기들만 덩그러니 놓여있었다. 아무래도 혼자 사는 쑨양은 방 두칸을 다 쓰지 않는 듯 했다. 발걸음을 틀어서 다른 방 문을 열었고, 그 방은 따뜻한 아이보리 색감으로 깔끔하게 잘 꾸며져있었다. 침대는 아무래도 쑨양에게 맞춘 듯 보통 사이즈보다 커보였고, 책꽂이에는 전공서적들과 스포츠 관련 서적들이 꽂혀있었다. 간간히 만화책도 보이는 듯 했다. 책상 위에는 몇 개의 액자들과 노트북이 놓여있었다. “ 우와, 맥북이다. ” “ 라면 다 됐습니다. ” “ 쑨양, 너 맥북써? ” “ 유학 올 때 받았습니다. ” “ 부럽다‥ ” “ 빨리, 라면. ” 쑨양은 강아지를 품에서 뺏어 내려놓고 태환의 팔을 잡아서 부엌으로 끌고 갔다. 식탁 앞에 앉은 태환은 잘먹겠습니다-. 라고 말 한뒤 조용히 라면을 먹었다. 잠깐동안 태환이 먹던걸 보던 쑨양은 왜 안먹냐는 태환의 질문에 고개를 가로 저으며 젓가락을 들었다. “ 근데 김치도 없어? ” “ 음‥ ” “ 우리 엄마 김장 했던데, 좀 갖다줄까? ” “ 주면 좋죠. ” “ 불쌍한 것‥, 우리 엄마가 고향을 떠나면 제일 생각나는게 밥이랬어. ” “ 그건 맞는 말 같습니다. ” “ 근데 쑨양, 너 언제까지 존댓말 할 거야? 군대도 아니고‥ ” “ 이렇게 한국말을 배워서 이게 편합니다. ” “ 이상한 놈이야. ” 태환은 입술을 삐죽 내밀었다가 다시 라면에 집중했다. 발밑에서 태양이가 계속 낑낑 거리며 저도 달라고 매달렸다. 쑨양의 시선이 한없이 흔들리며 라면을 집은 손이 덜덜 떨렸다. 그런 그를 본 태환은 강아지가 아닌 쑨양에게 안돼. 라고 하며 제지했고 쑨양은 입술 양 끝을 삐죽내린채 한입만. 이라고 했다. 물론 태환은 절대 안된다며 쑨양의 손을 탁하고 때렸다. 그 바람에 놀란 태양이는 저만치 떨어져서 두 사람의 식사를 지켜만보았다. “ 아, 배불러. 나 좀 쉬다가 가도 되지? ‘ “ 응. ” 소파에 풀썩 앉은 태환은 강아지 앞 발을 잡고 이리저리 흔들며 베시시 웃었다. 쑨양은 그릇들을 치우며 힐끗 그런 태환을 봤고, 괜시리 헛기침이 나와서 고개를 다시 숙였다. “ 쑨양, 근데 넌 왜 혼자 살면서 이런데 사는거야? 원룸을 잡지‥ ” “ 엄마가 구해준 집입니다. ” “ ‥너 부자야? ” “ 예? ” “ 아니, 너 편의점에서도 맨날 만원짜리 냈었고‥ 그리고 집도 혼자 사는 주제에 방 두칸짜리 아파트에 살고‥ 그리고 맥북까지! ” “ 부족한 집은 아닙니다. ” “ 너 혹시 차도 있어? ” “ 중국에 있습니다. ” 태환은 눈을 가늘게 떴다가 태양이를 품에 꼬옥 안고 작게 쑨양이 못 들을 정도로 중얼거렸다. 부자네. 라고 말이다. 쑨양이 뭐라구요? 라며 되물었을 때 고개를 가로저으며 그저 웃었다. “ 좋겠다, 너는 알바 안해도 돼서. ” “ 알바 하기 싫습니까? ” “ 당연하지. ” “ 근데 왜 합니까? ” “ 집에서 놀고만 있으면 눈치도 보이고‥ 갖고 싶은거도 많고‥ ” “ 뭐가 갖고싶습니까? ” “ 으음‥, 아이폰? ” “ 아이폰? ” “ 엉, 그거 짱 갖고싶어. 엄마가 자꾸 쓸데없이 폰 좋은거 써서 뭐하냐면서 안바꿔준단 말이야. ” 태환은 입술을 잔뜩 내민채 투덜거렸고, 그런 태환을 쑨양은 가만히 바라만 봤다. 태환은 소파에 앉은채 강아지와 놀다가 배도 부르고, 등도 따뜻하니 잠이 자꾸만 쏟아졌다. 결국 쑨양에게 삼십분 뒤에 깨워달라고 한 뒤 편하게 누워 눈을 감았다. 끝자리에 앉아있던 쑨양은 쪼그려 누운 태환에게 편히 누우라고 한뒤 자리에서 일어나 바닥에 앉았다. 쑨양의 품에서 꼼지락 거리던 태양이 또한 폴짝 소파위로 올라가더니 태환의 머리맡에 또아리를 틀 듯 동그랗게 몸을 말더니 이내 새근거리며 함께 잠이 들었다. “ 잡니까? ” 쑨양은 나지막히 말을 했고, 태환은 답이 없었다. 그 성격에 걸맞게 잠도 정말 빠르게 들었다. 쑨양은 무릎을 끌어안아 앉은채 물끄럼히 태환을 바라봤다. 시끄러운 소음에 잠을 설칠까봐 TV 전원도 OFF 시켰다. 가만히 태환을 바라보던 쑨양은 시선을 떨궜다. 그리고 혹시라도 태환이 잠결에 들을까봐 중국어로 중얼거리기 시작했다. “ -곰곰히 생각해봤는데 말이지, 나는 진짜 게이가 아닌거같아. ” “ … ” “ -근데 왜 자꾸 태환이 눈에 밟히고, 생각나고, 보고싶은지 모르겠어. ” “ … ” “ -형이라고 부를 수 있는데, 형이라고 불러달라고 투덜대는게 너무 좋고‥ 밥 먹자는 소리 듣고 싶어서 일부러 말도 틀리게 하고‥, 난 진짜 게이는 아니거든? ” “ … ” “ -근데 이 느낌은 정말 누군가를 사랑할 때 느끼는 감정인데, 내가 잘 못 된걸까, 태환? ” “ … ” “ -이렇게 고민하는 내 앞에서 얄밉게 쿨쿨 잘도자냐 어떻게‥ ” 쑨양은 괜시리 태환이 미워져서 미간을 찌푸렸다가 펴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방에 들어가서 가방에 넣어뒀던 전공서적들을 꺼내 과제를 체크하며 30분이 지나길 기다렸다. 그리고 정확히 30분이 지났을 때 방에서 나와 곤히 자고 있는 태환의 앞에 섰다. “ 태환, 박태환씨. ” “ 음‥ ” “ 30분 지났습니다. ” “ 5분만 더, 엄마‥ ” 쑨양은 눈썹을 꿈틀이며 뒤척거리는 태환을 내려다보았다. 어깨를 잡아 살살 흔들며 다시 한번 그를 깨웠고, 그는 또 5분만 거리며 엄마타령을 했다. “ 엄마 아닙니다. 박태환씨. ” “ ‥형이라고 하라니까. ” “ 깼으면 일어나십쇼. ” “ 형이라고 하면 일어날게. ” “ 왜 그거에 그렇게 집착합니까? ” “ 너는 왜 내 이름에 그렇게 집착을 허냐. ” “ 내가 언제요. ” “ 맨날맨날 박태환씨- 태환씨- 라고 하면서 딱딱허게 부르잖냐. ” “ 왠 이상한 사투리를 씁니까. ” “ 형이라고 불러봐 어서. ” 태환은 눈을 감은채 잠긴 목소리로 중얼거리며 말을 했다. 쑨양은 그런 태환을 못 마땅하게 보다가 팔짱을 끼고 버텼지만, 계속해서 형이라고해~ 라는 그의 말에 못 이겨 결국 입을 열었다. “ 태환형, 일어나요. ” “ 흐흐흐. ” 태환은 이상한 웃음소리를 내며 슬며시 눈을 떴다. 눈을 뜨자 보이는 쑨양의 뾰루퉁한 얼굴에 또 베시시 웃었다. 뭐가 그렇게 좋냐는 쑨양의 말에 태환은 그저 웃음으로 대답하며 옆에 누운 태양이를 끌어당겨 품안에 안고 상체를 일으켜 앉았다. “ 너 강아지 닮은거 같아. ” “ 예? ” “ 얘 닮은거 같다고. ” 그렇게 말을한 태환은 강아지를 쑨양의 눈 앞에 들어보였다. 쑨양은 무슨 소릴 하냐며 그의 손에서 강아지를 뺏어 들어 안았다. 강아지는 쑨양의 품에 포옥 안겨서 아직 잠이 덜깬 듯 비몽사몽 헤롱거렸다. “ 너 엄청 큰 강아지 같아. ” “ 내가 개같다는 겁니까? ” “ 뭐 어디서 그런 말만 배워왔냐, 너는. ” “ 그게 그 소리 아닙니까? ” “ 귀엽게 생겼다고, 디~게 큰게 귀여운 강아지 같다고. ” 태환은 그렇게 말을 하며 일어나서 기지개를 쭈욱 켜고 화장실 좀 쓸게. 라며 머리를 긁적인채 화장실로 쏙 들어갔다. 쑨양은 그런 그의 뒷모습을 멍하니 보다가 품안에 태양이를 작게 쓸어주었다. 그리고 시선을 도로록 굴리며 그의 말을 되새겼다. 강아지 같다고? 큰 강아지? 귀엽다고? 이 큰 내가 귀엽다고? 어쩌면 태환은 엄청 특이한 취향일지도 모른다고 쑨양은 생각했다. 두 사람은 급속도로 친해졌다. 태환은 평소에 운동외에는 크게 관심이 없는 사람이였고, 쑨양은 생활스포츠학과 학생인지라 배우고 듣는게 모두 운동에 관련된 내용이였다. 그런 두 사람은 썩 쿵짝이 잘 맞았고, 쑨양과 친해진지 두달이 되었을 무렵 태환은 왜 처음에 권해준 수영 수업을 듣지 않냐고 물었다. 그 질문에 이미 대회에서 금메달 경력이 있는 쑨양을 센터측에서 강습에 넣어주지 않았다고 했다. 태환은 어느 대회에서 메달을 땄냐고 물었고, 그는 아시안게임이라고 했다. 그 말에 태환은 수영장에 절대 오지말라고 못을 박았다. “ 태환형. ” “ 어? ” “ 내일 생일이네. ” “ 어떻게 알았어? ” “ 예전에 지갑 주웠을 때 봤습니다. ” “ 내 지갑 열어봤어? ” “ 돌려주려면 주인을 알아야하니까. ” “ 주인 나 인거 알고 있었으면서. ” “ 궁금하면 봐야하는게 사람심리죠. ” “ 그건 그렇지. ” 이제 라면을 사갈 필요가 없어진 쑨양은 편의점에 찾아와서 종종 카운터 옆 태환의 옆에 앉아 조잘조잘 떠들어대며 수다의 시간을 가졌다. 가끔은 노트북을 들고와 일을 하고 있는 그 옆에서 과제를 하기도 했다. 처음에 태환은 조금 어색해했지만 손님이 없으면 할 일 없이 따분한 편의점이였기에 가끔 쑨양이 오지 않으면 전화를 해서 놀러오라고 하기도 했다. “ 내일도 일합니까? ” “ 당연하지. 알바한테 쉬는 날이 어딨어. ” “ 음‥, 나는 내일 바쁜데. ” “ 너 아니여도 놀아줄 친구들 많거든. ” “ 좋겠습니다. ” “ 그동안 너도 친구들 꽤 만들었다며? ” “ 그래도 형이 제일 좋습니다. ” “ 새끼, 내가 너한테 해준게 얼만데 당연하지. ” “ 내가 맨날 밥 사준거 같습니다만. ” “ 어허, 같이 먹어줬잖아. ” 쑨양은 그게 뭐냐며 작게 웃었고, 카운터 정리를 하던 태환 역시 키득거리며 웃었다. 쑨양은 삐로로 하고 벨소리가 울려서 시선을 내리며 주머니에서 폰을 꺼내 들고 통화버튼을 눌러 전화를 받았다. 이제는 조금 어색해진 중국어가 들려왔다. 쑨양은 힐끗 태환의 눈치를 봤다가 고개를 돌리며 중국어로 통화를 했다. 그 모습을 보던 태환은 아, 그렇지. 쟤는 중국인이였지 참. 하고 문득 깨달았다. 꽤 통화가 길게 이어졌고, 쑨양의 얼굴은 사뭇 진지했다. 태환은 조용히 손가락을 꼼지락 거리며 통화가 끝나길 기다렸다. 멍하게 편의점 안을 둘러보고 있었는데 큰 한숨 소리와 함께 폴더 폰이 닫히는 소리가 들렸다. “ 표정이 안좋네. ” “ 어? ” “ 중국에 무슨 일 있어? ” “ 아니, 아니. ” “ 으음‥, 그나저나 늦었다. 들어가서 자. ” “ 괜찮은데‥ ” “ 너 내일 강의 있지않아? 나 내일은 알바 없으니까 점심에 맛있는거 먹으러 가자. ” “ 맛있는거? 그리고 일한다고 하지않았습니까? ” “ 내 생일이잖아. 당연히 일 미리 뺐지. 멍충아, 기대할게? ” 태환은 작게 웃으며 쑨양의 옆구리를 쿡쿡 찔렀고, 쑨양은 그런 태환을 보다가 픽하고 따라서 웃었다. 가방을 챙겨서 일어난 쑨양은 집에 갈 때 조심해서 가라고 신신당부하며 편의점에서 나왔다. 천천히 집으로 걸어가며 주머니에 든 휴대폰을 만지작 거리던 쑨양은 한숨을 푸욱 쉬었다. 다음날 쑨양은 평소보다 옷에 나름 더 신경을 썼다. 그래 봤자 셔츠의 색상을 핑크빛으로 맞추고 바지를 좀 더 반듯하게 다린거 뿐이지만 나름, 정말 나름 신경쓴 옷이였다. 머리에도 힘을 주고 시계도 평소에 차던 것 보다 더 비싼 시계로 맞춰 꼈다. 강의를 듣고, 문자를 하려는데 태환의 문자가 먼저 왔다. 교문 앞에서 기다리고 있다는 내용이였고, 쑨양은 서둘러 전공서적을 챙겨서 뛰어가듯 나갔다. 교문에 서있던 태환은 저멀리서 뛰어오다가 갑자기 휑하고 부는 바람에 머리가 날려서 미간을 찌푸린채 울상을 짓는 쑨양을 발견하고 작게 미소지었다. 정말 어린애 같은 녀석이라고 서로가 그렇게 생각했다. “ 너 표정 진짜 신기해. ” “ 놀리지마. 머리 망가져서 기분 나쁩니다. ” “ 그런거에도 신경썼어? ” 태환은 푸흐흐 웃으며 나란히 서서 걸어갔다. 그날 쑨양은 비싼 고급레스토랑으로 태환을 안내했고, 이렇게 무리하지 않아도 된다며 태환은 고개를 가로저었지만 쑨양의 손에 이끌려 들어가 앉았다. 한동안 그 안의 분위기가 어색해서 불편해하던 그는 어느새 와인잔을 잡으며 우아한척을 한다며 와인향을 맡는 시늉을 하다가 와인을 흘려서 쑨양의 비웃음을 샀다. “ 검은 옷이라 다행이네 진짜. ” “ 바보. ” “ 뭐? 아니거든? ” “ 하여간 태환은 칠칠치 못한거 같습니다. ” “ 이게? 형이라니까? ” “ 참 근성 있습니다, 태환형. ” “ 의지의 한국인이거든. ” 그렇게 두사람은 첫 식사때와는 달리 도란도란 이야기를 나누며 즐거운 식사를 끝냈다. 쑨양은 태양이도 볼겸 자신의 집으로 가자고 했다. 태환은 어차피 뒷 스케줄이 없는 터라 흔쾌히 고개를 끄덕였고, 쑨양의 집에 도착해 편하게 거실바닥에 누워서 강아지와 뒹구르르 굴러다녔다. 쑨양은 잠시 방안에 들어가 뭘 하는지 계속 부스럭거렸다. “ 쑨양, 이거봐. 태양이 이제 기다려도 할 줄 알아. ” “ 잠깐만. ” 대체 뭘하는 거냐며 태환이 투덜거릴때까지 쑨양은 나오지 않았다. 한참 강아지와 둥기둥기 거리며 놀고 있던 태환의 눈 앞에 뭔가 불쑥 튀어나왔다. 깜짝 놀란 태환은 흠칫하며 몸을 뒤로 뺏고, 자신의 뒤에 서있던 쑨양의 다리에 툭 부딪혔다. “ 뭐, 뭐야. ” “ 생일 축하합니다. ” “ 어, 어? 선물이야? ” 하얀 종이가방이였다. 받아든 태환은 앉은채 종이가방 속의 내용물을 확인했다. 종이가방 안에는 검은 박스가 하나 더 들어있었다. 이건 뭐지? 하고 꺼내들고 이리저리 보다가 뚜껑을 열었다. 태환은 눈을 깜빡이다가 우와! 하며 외마디 비명을 질렀다. 그리고 뒤에서 서 있던 쑨양은 그대로 바닥에 앉으며 태환의 등뒤로 그를 끌어안았다. 태환은 선물에 놀라고, 쑨양의 행동에 또 놀래서 멍하게 있다가 이내 딸꾹질까지 했다. “ 할 말이 있습니다, 박태환씨. ” 선물에 포옹까지는 좋았지만, 가라앉은 쑨양의 목소리가 마냥 좋은 이야기가 흘러나올거같지는 않았다. |
팊.
완결로 넘기기 위해 마지막에 좀 어색하리만치 확 시간을 땡기긴했는데..
이..이해해주세요 ㅇ<-< ......... 제 필력으론 이게 한계인가봐요 ㅋㅋㅋㅋ
오타 같은 부분도 그냥 이해해주세요ㅠㅜㅜ 원체 오타가 많은 사람인지라
올리고 나서도 제가 수시로 확인하면서 고치고 있습니다 죄송합니다...☞☜..
이제 즐거운 연휴도 끝나고 일상으로 돌아갈 일만 남았네요! 아..안돼... ㅇ<-<
이번 그,그 는 번외편이 없습니다. 다음편은 여지껏 그랬던 오픈엔딩이 아닌
완전한 엔딩으로 끝을 냅니다! 번외는 없어요! 바로 내바보로 넘어갑니다ㅎㅎㅎ
이번편도 읽어주셔서 너무 감사합니다 ㅠㅜ 리댓글은 엄청 늦어지고 있지만
수시로 확인하면서 댓글을 달고 있어요 ㅠㅜㅜㅜ 스릉흡느드 독자님들S2
+ㅇㅈ에서 저를 보신 독자님들 쉿 ㅋㅋㅋ 부끄럽네요 제가 이렇게 잉여롭습니다
* 암호닉 독자님들 행쇼!!! +더이상 암호닉 받지않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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