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예인 윤기 × 스폰서 여주 中 K. "예능에서 랩을 했는데." "어." "……막 정적이 되는 거야. 그래서 아니다 싶었어." "그랬어?" "응." "그럼 콘서트 열자." "어?" "무대 위에서 랩하면 정적 아니잖아." "……이렇게 갑자기?" "뭐 어때. 나 네 랩 듣고 싶어." L. 너랑 나의 관계는 언제까지 지속될 수 있을까. 문득 든 생각이었다. 계약서로 묶여진 사이인 지금을, 사랑하는 사이라고 정의할 수 있나. 그게 옳바른가. 내가 너에게 보여 주는 감정의 형태는 무엇이지? 또 너는 나에게 무슨 감정의 형태를 보여 주고 있는 거지? 네가 사라지면? 혹여나 너와 내 사이가 들키기라도 한다면? 사랑하는 사이라고 할 수 있을까? 당당하게 그렇게 말할 수 있나? 그 얇은 계약서를 찢어 버려도, 우리 관계는 지속될까. 과연 계약서는 한낱 종이쪼가리일 뿐일까, 아니면 우리의 방향을 좌지우지할 나침반인가. 너와 내가, 사랑하고 있는 게 맞아? 우리에게 확신이라는 게, 신뢰라는 게 있는 건가? 만일 네가 나에게서 손을 뗀다면, 나는? 나는 어떻게 되는 거지? 내 능력은 어디까지이고, 너의 능력은 어디까지일까. "민윤기." "……." "무슨 생각을 그렇게 해." "……아. 아무것도." "……속일 걸 속이지?" 묻고 싶어. 너한테 나는 뭐야? "……키스해 줘." "뭐야, 갑자기. 무슨 일 있어?" 내 세계는 전부 너야. 그러니까. "아니다. 키스할래." 너도 그래 줬으면 좋겠다. M. "덥다." "더워?" "어. 민윤기 너는 좋겠네, 정장 같은 거 안 입어도 되고." "뭐, 그렇지. 아, 내가 시원해지는 방법 알려 줄까." "응. 말해 봐." "벗어." "……뭐라고?" "아님 내가 벗겨 줄 수도 있는데." N. 흰 목덜미에 촉촉 입을 맞추었다. 자국을 새기려다가 자제하라는 말에 흠칫. 000이 곤란해지는 건 또 싫어서 이번에는 허리 부근을 공략했다. 골반 바로 윗부분부터 옆구리, 척추 뼈를 차례대로 흝었다. 뼈 마디를 어루만지다가 살며시 위로 더 올라가서. "거기까지 하지?" "……아, 왜." "일하는 중인 거 안 보이나 보지, 넌?" 날 버리고 노트북이랑 사랑하겠다고 하시겠네, 아주. 입술을 삐죽였다. 뭔가 괘씸해서 허리를 바짝 끌어당겨 꽉 안았다. 000이 놀라 엄마야, 하고 귀여운 소리를 냈다. 아. "언제까지 할 거야." "다 끝낼 때까지." "……뽀뽀해도 돼?" 뽀뽀하고 싶어. 너랑 어디 한 곳이라도 떨어져 있기 싫단 말이야. 내 말에 000이 킥킥대더니 말했다. "언제는 허락 맡고 했어?" "……." "귀여운 짓 할래." 나는 000의 말이 끝나기 무섭게 000의 고개를 돌려 입 맞췄다. O. "호칭 정리가 필요할 것 같아." "……갑자기 뭔." "자기, 여보, 허니, 달링. 골라 봐." "퍽이나 고르기 쉽겠다. 그것보다 왜 누나가 없어. 나 너보다 2살이나 누나인데." "역시 그냥 이름 부르는 게 가장 담백하려나?" "야." "아니면 우리만의 애칭을 만들래?" "또라이라고 부르면 되는 건가?" "근데 나는 그냥 너한테 윤기야, 하고 불리는 게 가장 좋은 것 같아." "네, 이 매니저님. 잘 지내셨어요? 다름이 아니라 민윤기 얘가……." 아, 무슨 여자애가 무드가 없어. "너 또 여자애가 무드 없다고 생각하고 있었지." "……." "너 그거 성차별적인 발언인 건 알아?" "……내가 사랑한다고 말했던가?" "안 받아 줘." 아, 자기야. R. "000 어디 갔어." "……네, 석진 씨. 아, 아뇨. 무슨 일 있는 게 아니라, 네. 괜찮아요. 계속 말씀하세요." 머리를 잔뜩 헤집었다. 자다 깨 몽롱한 정신이 '석진'이라는 이름 하나에 올곧아졌다. 아, 석진. 이름이 낯익은 새끼인데. 아마 지난번에 000한테 추근덕대던 자식일 거다. 같잖은 젠틀한 눈웃음이나 실실 치던. 마음에 들진 않지만 어쩔 수 없었다. 000이 곤란한 건 싫으니까. 000이 원하는 게 저 석진이라는 사람에게 있다고 들었다. 그러면 어쩔 수 없지. 내가 참아야지……. "그럼 그때 뵐게요." 통화가 끝났는데도 못된 000은 나를 볼 생각을 않는다. 그래도 내가 참아야지. 저건 비즈니스니까……. 석진이 성이 김이었구나. 김석진. 공일공 일이삼오……. "석진 씨 전화번호 외우기만 해 봐." "……내가? 전혀?" "너 지난번에도 전화번호 외워서 깽판 쳤잖아. 내가 모를 거라는 착각을 하고 있나, 설마?" "……아. 들켰네." 그래서 김석진 그 새끼 뒷자리 번호가 뭔데. S. "집에서 반대 안 해?" "뭘?" "너 자유롭게 사는 거. 네 친구들만 봐도 꽤 각 잡혀 사는데 너는 아니잖아." 가끔 그럴 때가 있다. 000의 존재와 영향력이란 너무나 커서, 나와 어울리는지에 대해 생각해 보게 되는. 내가 000의 손을 잡고 있을 위치인가? 000의 집에서 이 사실을 알게 된다면 어떻게 될까. 이렇게 쉽게 행복해도 되나? 과연 이 행복을 깨지 않고 잘 살 수 있을까? 집안, 학력, 외모 조건 등을 따져 합의해 하는 연애과 결혼은 000에게는 익숙해져 있고, 나는 전혀 아니었다. 간간이 해 주는 000의 친구 이야기는 거의 다 그런 식의 연애와 결혼이 주였다. 그런데 000은 아니니까. 말은 빙빙 돌려 했지만 000은 내 말 뜻을 알아차렸을 거다. 괜한 부끄러움에 입술을 짓이겼다. "잘은 모르겠는데." "……." "네가 나랑 마주 볼 위치까지 올라오면 그때는 아무 말 안 하겠지." 아. 언제쯤 나는 너를. "잘해, 그러니까." 이래서 나는 너를 사랑할 수밖에 없다. T. "요즘 스케줄 너무 많지 않아?" "엄청. 잠 딱 두 시간 잤어. 조금만 덜 잡아 주면 안 돼? 예능 같은 거는 솔직히 너무 힘들어." "그거 내가 잡은 거 아니야." "어?" "그거 네가 해 낸 거지, 내가 잡은 거 아니라고." "……." "대단하네, 민윤기." "……." "어, 귀 빨개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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