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집왔습니다
written by. 블랙쿠키
'저 오빠한테 시집왔어요!'
제 1화
군인인 아빠 때문에 이 지역 저 지역 이사를 다녔다, 초등학교 때는 서울에 살다 5학년 때 대구로 이사를 갔다. 사실상 처음으로 친구들과 이별이 익숙하지 않아 하루 종일 울었던 거 같다. 그러다 익숙해지고 항상 다른 지역으로 이사를 가면 며칠은 울고불고 그날들이 지나면 익숙해지고.
첫사랑에 대해 정의를 내려보자면, 처음 하는 사랑. 내게 딱 그런 사람이 있었다. 대구에 살던 집 바로 옆집 오빠였다. 내가 초5였는데 아마 그때 오빠의 나이는 고1이었을거다. 5살 차이, 나이 차이가 크다면 크고 작다면 작은 그런 나이 차이였다. 하루 종일 울고 있는 내가 시끄러웠던 건지 아님 신경 쓰였던 건지 그건 잘 모르겠지만, 첫사랑 오빠의 첫 만남은 내가 방에 박혀 하루 종일 울고 있을 때 그때였다.
"여주야, 밥 먹어야지 내일 학교 가면 친구 잘 사귈 수 있어!"
"뭐래!!! 이게 다 아빠 때문이잖아!!! 나가!!"
"……."
친구들이랑 떨어진 것도 서러워 죽겠는데 불난 집에 부채질하는 것도 아니고! 하루 종일 내 방에 들어와서 '여주야 밥 먹자~' 그러고 있고, 심통이 제대로 났다 이거야. 유치원 때부터 초등학교 때까지 친했던 친구들이랑 헤어졌는데 누가 눈물이 안 나겠느냐고!
괜히 또 울컥해서 베개에 얼굴을 묻고 펑펑 울었다. 수정이도 지은이도 모두 보고 싶어! 아빠 때문이야, 이건 다 아빠 때문이야. 하면서 훌쩍였다. 언제 잠이 든 건지 눈을 떠보니 바른 자세로 자고 있다. 치- 이렇게 해 주면 내가 다시 서울로 갈수 있는 것도 아니면서, 또 슬퍼져서 촉촉해진 눈가를 비비고 화장실로 가서 학교 갈 준비를 했다.
머리도 말리고 옷까지 다 입고 엄마가 차려주고 나간 밥상에 앉아 밥을 먹고 있음 '최승철!!! 제발 일어나!! 눈깔이 있음 시계를 봐!!!!!' 하며 큰 목청이 옆집에서 들리던 게 아닌가. 헐… 대구라서 그런가 방음도 그렇고 말투 무섭다. 설거지통에 그릇을 담가놓고 이를 닦고 가방을 메고 냉장고에 학교 가는 길을 적어둔 메모지를 때고 신발을 대충 구겨 신고 문을 열었다.
"꼬맹, 너 어제 엄청 울던 애 맞지?"
"……아닌데요"
"아니긴 너희 집에 꼬맹이는 너밖에 없다고 하던데."
"…그게 왜요"
"뭐 그냥 너무 서럽게 울길래, 근데 이름이 뭐야?"
"김여주에요"
"오빠는 최승철, 어디서 이사 왔어?"
"서울에서 왔어요"
엘리베이터에 타는 순간에도 계속 질문을 하는 최승철이라는 옆집 오빠 때문에 내가 지금 뭘 하고 있는 건지 모르겠지만 그냥 다 대답 해 줬다. 왜 그렇게 울었냐 부터 시작해 우리 엄마는 잔소리 대마왕이라며 별별 소리를 17층에서 내려가면서 다 해 줬다. 솔직히 조금 지루했다.
그럼 안녕히 가세요. 라고 하고 난 학교를 가려고 하는데 내 가방을 잡아 나는 앞으로 가지를 못 했다. 뒤로 돌아보니 활짝 웃으며 '너 만세 초등학교 가는 거아니야?' 라며 묻길 고개를 끄덕였다. 사실 저 활짝 웃는 미소가 내 첫사랑의 시발점이었다.
그렇게 오빠와는 진짜 많이 친해졌다. 모르는 문제가 있으면 옆집으로 달려가서 물어보고 (생긴 것과 하는 짓과는 다르게 공부는 좀 하더라) 기쁜 일 있음 서로 기뻐해 주고 슬픈 일 있음 서로 슬퍼해줬다. 어린 나이지만 고등학생 오빠랑 뭐 통하는 게 있나 하겠지만, 나를 많이 배려해주는 오빠 덕에 서로 통하는 것도 정말 많았다. 물론 오빠가 내 첫사랑이라는 건 진작 말해 줬다. 중학교 올라와서 무슨 감정인 줄 알게 되고 솔직하게 얘기했다.
"난 오빠가 내 첫사랑이니까 내가 20살 되면 오빠한테 시집갈거야."
"음 그럼 난 꼬맹이 20살 될 때만 기다리면 되겠네."
물론 내 고백에 오빠도 허락했고 말이지, 중 2가 되던 해 그니까 오빠가 대학교 새내기가 되던 해. 아빠가 승진을 하는 덕분에 서울로 다시 이사를 가게 됐다.물론 난 대구에 있겠다고 난리 쳤지만 절대 안되다는 부모님 덕에 끌려가듯 서울로 가게 됐고, 한마디로 오빠랑 헤어지게 된 거다.
서울로 가면서 많은 게 바뀌면서 오빠 전화번호도 내 전화번호도 바뀌어 연락은 당연하게 끊겼다. 알고 있는 거라고는 오빠의 대학교 밖에, 연락을 하고 지내는 엄마와 승철 오빠 엄마 즉 내 시어머니 덕분에 겨우 얻어낸 정보다. 이젠 오빠 얼굴조차 까먹게 생겼으니…
어느 날은 오빠가 너무 보고 싶어 주말에 친구들 약속을 모두 취소하고 그 대학교 앞에서 하루 종일 기다려봤는데 최승철처럼 생긴 남자는 한 명도 없었다. 혹시 성형을 했나 아님 이 학교가 아닌가 별별 생각까지 다 들었다.
친구들이 남소 해 준다고 해도 난 첫사랑과의 기적인 만남을 믿어 하며 거절을 했는데 가끔은 모솔 이라고, 첫사랑은 절대 사랑이 안 이뤄진다며 놀리는 친구들 때문에 내가 속상한 적이 한두 번이 아니었다. 엄마는 승철 오빠 전화번호까지 물어볼 정도로 승철 오빠 엄마랑 친하진 않다며 내 소원을 거절하곤 했다. 사실 그게 뭐 그렇게 물어보기 어려운 질문인가!!
오빠랑 같은 대학교에 들어가서 꼭 오빠한테 시집가는 게 내 큰 목표이기 때문에 무조건 공부였다. 말했듯 오빠는 생긴 것과 행동하는 것과는 다르게 공부를 잘했다. 그래서 명문대에 입학했다고 들었기에 그 학교가 내 학교이길 바라면서 정말 열심히 공부했다.
그리고 여기까지 공부한 보람 있게 아슬아슬하게도 아니다 확실하게 붙었다. 승철 오빠 학교에, 이제 CC 하는 일만 남았구나 아냐 결혼이 먼저잖아. 몰라 모르겠다. 학교 도서관에서 확인하고 그 자리에서 친구들을 모두 끌어안았다. 비속어가 남발하면서 말이다
"야 나 이제 모솔 탈출이야 미쳤나 봐 진짜 정말 행복해."
세상에서 학교 입학 날만 기다리는 애는 나밖에 없을 거다. 달력만 보며 대학교 입학만 기다렸다, 머리 염색도 부드러운 개열로 하고 파마도 하고 화장품도 원래 많았지만 더 많이 사고 옷도 새내기인데 엄마 카드로 한 번에 쑥쑥 긁었다. 물론 엄마는 명문대 입학한 게 기특해서 모두 다 허락한 사항이다.
하루를 하루를 지루하게 보내다 드디어 입학 날이다. 같이 붙은 친한 친구는 없지만 상관없다. 그깟 친구 사귀면 되고 난 승철 오빠랑 붙어 다닐 거니까 뭐!! 그 전날부터 너무 설레서 잠을 못 잤다. 다크서클 내려오면 안 되는데걱정도 하면서 오빠를 볼 생각에 너무 떨려서 도저히 잠이 안 와 밤을 결국 세고 8시부터 좋은 향으로 샤워도 하고 고데기도 하고 팩도 하고 화장도 평소 하는 것보다 훨씬 예쁘게 하려고 했다. 옷도 며칠 전부터 골라둔 옷을 입고 가방을 챙겼다.
설레는 마음으로 학교로 갔다. 조금 일찍 온 면이 없지 않아 있지만 뭐 이 정도는 괜찮지! 하며 신입생 입학식이라고 푯말에 적혀있길래 심호흡을 하고선 강당에 들어갔다. 학과별로 푯말이 있길래 국어교육과 앞에 나열된 의자에 앉았다. 아 오빠는 무슨 과 일까. 운동도 잘했으니 체육 관련 일 수도 있고 수학도 잘 했는데. 대구에서 친하게 지낸 주현이랑 몇 번 문자를 주고받다 보니 어느새강당이 꽉 찼고 내 옆에 앉은 엄청 예쁜 친구를 쳐다보다 눈이 딱 마주쳤다.
"…! 안녕 이름이 뭐야?"
"안희연 넌?"
"난 김여주 같은 과인데 친하게 지내자!"
"응 나 혼자 와서 되게 그랬는데 친해져서 다행이다."
"나도 혼자 왔어 어디 고등학교 나왔어?"
사실상 친구 사귀는 건 어려웠지 않았다. 새로 사귄 희연이랑 얘기하다 입학식을 시작하겠다며 멍하니 승철 오빠만 생각하다 보니 연설을 끝났는지 과대가 나와서 여러 가지 설명을 해 주더라. 내가 너무 빤히 쳐다봤던 탓인지 나를 쳐다보며 눈이 마주쳐 갸우뚱하더니 다시 열심히 설명을 하신다. 아 뭐지 나 못생겨서 찍힌 건가. 과대한테 찍히면 안 되는데! 그런 생각을 하다 12시 반 안돼서맞힌 시간에 친해진 희연이랑 간단하게 점심을 먹으러 갔다.
"근데 넌 왜 이학교 왔어?"
"난 첫사랑 때문에."
"헐 첫사랑?"
"응 첫사랑 오빠가 이 학교 다닌다고 그래서 왔지"
"로맨틱… 크 난 그냥 집에서 가까워서 왔는데."
아 승철 오빠 찾아야 되는데 누구한테 물어봐야 되나, 희연이랑 밥을 먹고 다시 학교로 들어와 제일 친근하게 생긴 사람을 찾았다. 무섭게 생기면 말 걸기가 조금 그래서…. 사실 조금 민망하긴 했는데 그래도 승철 오빠 찾아야지!라는 생각으로 제일 만만하게 물어보기 쉽게 생긴 사람을 찾았다.
"아니 이제 점심시간이 끝나잖아 너는 이제 수업이 없겠지만 난 있어! 그리고 난 지금 배가 고파!"
"아니 형 정한이형 기다려야죠. 승철이형도 온다고 햇어요"
그나마 부드럽게 생긴 남자 둘이서 투닥 거리고 있길래 뒷말을 듣지도 못 한 체무작정 돌진해서 '저기…' 하며 말을 걸었다. 나를 쳐다보는 시선이 매우 부담스럽고 부끄럽지만 승철 오빠! 하면 힘을 돋아나는 것 같아 눈을 질끈 감고 물어봤다.
"혹시 최승철이라고 아세요…?"
"……누구세요?"
"아 저 그… 이번에 입학했는데 승철 오빠 찾고 있는데 모르세요…?"
"승철이 형 저기 오는데?"
"……."
손가락으로 내 뒤를 가리키며 손을 흔들길래 휙 도니까 진짜 최승철이 있던게 아닌가. 비속어 나올뻔한 걸 꾹 참고 달라진 건 없는지 쳐다봤다. 변한 게 많이 없구나, 근데 문젠 나를 알아보냐인데 초등학생 때는 통통했는데 지금은 살을 빼서 날씬하고 뿔테 동글이 안경은 고등학교 올라와서 버리고 렌즈를 꼈는데, 나를 알아보려나?
"뭐야 부승관 이 분은 누구?"
"어 쟤 우리 과 신입생인데."
"……! 안녕하세요."
아까 입학식에서 봤던 우리 과대였다. 아 맙소사 찍혔는데 승철 오빠랑 친하다니… 울고 싶어라.
"근데 너 여기 왜 있어? 부승관이랑 친해?"
"아, 아니 아니에요!"
"얘 승철이형 찾던데?"
"엥? 나?"
"……."
"……."
역시 모른다, 나를 누구냐는 눈빛으로 쳐다보길래 고개를 푹 숙였다. 아 씨 조금만 뒤에 찾을 걸 그랬다. '야 고개 들어봐 봐' 하는 익숙한 목소리에 힐끔 쳐다보며 고개를 드니까 헐 하는 표정이다.
"헐 꼬맹이? 너 여기 왜 있어? 이제 스무 살이야? 너 우리학교야?! 오빠 찾은거야?!!"
그 소리에 그 자리에 있던 모든 사람들이 나랑 승철 오빠를 쳐다봤지만 나는 날 알아본다는 기쁨에 활짝 웃으며 고개를 끄덕이자 나를 당겨 품속에 안기게 하는 게 아닌가? 현실로 헉했다.
"어마낫 이게 무슨 상황이람…"
"아 씨 배고파 뒤지겠구먼"
"역시 최승철 지갑 속에 있던 애가 맞았네."
"꼬맹이 언제 이렇게 컸어 완전 몰라볼 뻔 했잖아."
"저 오빠한테 시집왔어요!"
내 말에 뻥 진건 오빠 뿐만이 아니라 배고프다고 칭얼거리던 키 작은 남자도, 승철오빠가 뒤에 있다고 알려준 남자도 그리고 과대도 모두 뻥 졌다. 헐 하는 소리 말곤 아무말도 하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