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렘의 법칙_15] "어떡하지, 진짜 없어..." 정확히 발표시간 40분 전. 피피티 자료가 들어있던 USB가 사라졌다. "있을만한덴 다 찾아봤어?" "응. 다 봤는데 없어..." 마음이 조급해졌다. 아침부터 정신없이 보내다 이제 겨우 마지막으로 발표 연습 좀 해보려고 했던 건데. 어디서 잃어버린 거지. 발표 시간은 다가오는데 과잠 주머니를 아무리 뒤져보고 과방을 샅샅이 살펴봐도 없었다. 옆에서 공부하다 알바가기 전에 잠깐 쉬던 이창윤이 의자 사이사이마다를 살피며 한 번 더 묻는다. "마지막으로 어디까지 있었는지는 기억 안나고?" "아침에 확실히 가져오긴했는데 그 이후로 꺼낸 적이 없어서... 근데 너 곧 알바잖아. 가야하는 거 아니야? 얼른 가." "알았어. 오늘 따로 더 간 덴 없는거지?" 하필 또 중간대체라 비중도 큰 과제 자료를 잃어버리냐. 학점이 걱정된다기보단 이걸 위해 밤을 새 가며 투자했던 것에 대한 억울함이 컸다. 온전히 내 잘못인 걸 아는데도 바보같이 눈물이 비집고 나온다. 대답이 없으니까 이상하다 싶었는지 돌아본 창윤이가 조금 놀란다. "너... 울어?" "...아니. 빨리 알바나 가. 늦겠다." "야... 왜 울고 그러냐..." "안 운다니까." 생각해보면 남 앞에서 우는 건 죽도록 싫어하면서 이창윤 앞에서는 많이도 보였다. 별로 남이라고 생각 안해서 그런가. 그런데 이상하게 아직까지도 이창윤은 이런 모습에 약했다. 별 거 아닌 걸로 다퉜던 열여덟의 어느 날. 내가 더 잘못해놓고 집 앞 놀이터로 불러내서 사과하다 울음이 터졌었던 그 때처럼. 봐봐. ...됐어. 그네에 앉아 고개를 푹 숙이고 있던 내게 다가왔던 그 때와 같이, 손으로 얼른 훔쳐내기도 전에 창윤이가 따뜻한 손으로 닦아낸다. "뭐야 ...웃는 거야?" "아니 그런 게 아니고," 처음엔 심각하게 살피다가 우는 모습이 영 웃겼던 건지 슬쩍 입꼬리가 올라가고 눈꼬리가 접히는 게 보인다. 열심히 웃음을 참아내며 말한다. "울지마. 오빠가 꼭 찾아줄게." "...누가 오빠야. 생일도 내가 더 빠른데..." "이 상황에 그게 중요... 어, 너 웃었지 지금." "아니거든." "맞네, 웃은 거." "아니라니까." "울다가 웃으면 큰일나는데." "죽는다 진짜..." 장난기 어린 말에 결국 어이없는 웃음이 작게 터져나온다. 그 모습을 보고야 창윤이가 안심한 듯 마음놓고 웃는다. "장난이지." "......" "그러니까 울지말라고. 알았지?" 진심이 담겨있는 그 말에 난 또 한번 형용할 수 없는 감정을 느낀다. 단시간에 낸 최선의 판단은 찾아도 나오지 않을테니 그냥 다시 만들어보자 였다. 강의실로 들어오자마자 아예 그냥 새로 만들어가기 시작했다. 곧이어 도착한 민균이한테 제대로 인사도 못할 정도로 집중했다. 그러나 며칠을 내리 투자했던 게 몇 분만에 뚝딱 만들어질 리가 없었다. 손톱만 쥐어뜯었다. "어떡해, 곧 누나 차롄 것 같은데." 그 새 앞 순서가 끝이 났나보다. 정황을 파악하고 난 민균이는 손가락을 접어가며 발표자 순번을 세다 걱정스레 일러준다. "자. 그럼 다음은... 경영학과 김여주. 여주가 발표하자." 진짜로 내 차례가 와 버린 거다. 심장이 쿵쿵 뛰어온다. 어떡하지. 그냥 솔직히 말해버릴까? 지체할 시간이 없었기에 몰라 어떻게든 되겠지란 생각으로 자리에서 일어서려했다. 그런데 옆에서 순간 손을 번쩍 든 민균이가 좀 더 빨랐다. "교수님. 경영 박민균인데요." "그래, 민균학생. 왜?" "혹시 제가 먼저 발표해도 될까요?" "먼저?" "네. 이 쪽이 화장실이 급하대서..." 이 쪽은 나를 가리키는 거였다. 어색한 웃음으로 조심스레 여쭈며 나를 본다. 일어나려다가 영문도 모르고 멀뚱히 있었다. 그래? 교수님이 내게 되묻는다. 어, 네..! 좀 급해서... 죄송합니다. 빨리 다녀오겠습니다. 일제히 모든 시선이 내게로 향했다. 졸지에 생리현상때문에 발표를 미루려는 사람이 돼버렸다. "원랜 순서대로 해야하는게 맞는 거긴 한데... 그럼 이번만 그렇게 해. 여주 학생은 얼른 다녀오고." 잠깐 고민하던 교수님이 마지못해 승낙해주신다. 덕분에 살았다. 민균이가 자료를 챙겨 발표하러 앞으로 떠난다. 속으로 고맙다를 수백번 외치며 빠르게 남은 피피티를 만들어나가기 시작했다. 영 맘에 들진 않지만 어느정도 대충 마무리가 되어 저장버튼을 연타하고 민균이의 발표도 한창일 쯤이었다. "저기, 누가 부르시는 것 같은데..." 옆분단에 앉은 여자애가 부르길래 돌아봤다. 뒤쪽을 가리킨다. 무슨 일이지? 시선을 따라가니 뒷문이 약간 열린 틈 사이로 누군가가 보인다. 자세히 보니 이창윤이다. 알바 갔어야하는 애가 왜 여깄어. 놀라서 만들던 피피티를 잠시 접어두고 조용히 화장실가는 척하고 강의실을 나왔다. "너 알바 안 갔어?" "자." 대답도 않고 이창윤이 내게 내민 건 그렇게 열심히 찾던 USB였다. 보자마자 눈이 커졌다. "뭐야? ...어디서 찾았어?" "아침에 카페왔었다며. 까먹었어?" "...아 맞다. 정신이 없었다..." "아침에 커피마시면 속 쓰리다니까." "지금까지... 계속 찾았던 거야?" "꼭 찾아준다고 했잖아." 그러면서 창윤이가 웃는걸 보는데 가슴이 쿵쿵 뛰어온다. 이번에는 정확한 떨림이었다. "너 알바는 어쩌고..." "어차피 타임바뀌어서 괜찮아." "...진짜로?" "못 전해주면 어쩌나했는데 다행이네." "......" "야 박민균 발표 끝났다. 얼른 들어가." 그러더니 발표 잘하라면서 순식간에 강의실 안으로 나를 슝 밀어넣는다. 잘 하고 와. 그 말과 함께 창윤이가 돌아서며 인사를 한다. 덕분에 발표는 성공적으로 마쳤다. 민균이가 괜찮다곤 했지만 고마운 마음에 편의점으로 데려가 원하는 걸 고르라고 했다. 그런데 먹고싶은 걸 고르랬더니 학교 앞 길고양이가 신경쓰였다면서 츄르를 고른다. 너 먹고 싶은 거 고르라니까... 말하던 그 때, 정문으로 들어오던 재영이와 마주쳤다. 이렇게 학교에서 만난 건 거의 처음이었다. 어색하게 인사하고 지나가려는데 재영이가 한 번 더 말을 붙여 붙잡는다. "아 누나, 아까 그 USB 창윤이 형한테 잘 전달받았어요?" "어? ...그걸 어떻게," "아 사실 오늘 제가 오전 알바여서 청소하다가 주웠는데..." 물으니 재영이가 캡모자를 고쳐쓰곤 웃으며 아까의 일을 설명하기 시작한다. '늦어서 미안, 얼른 퇴근해.' '형 뛰어왔어?' '어... 뭐 좀 찾다가.' '아아. 전달할 거 딴 건 없고... 이거 청소하다 나온건데 버리기 좀 뭐해서 뒀는데... 어떻게 할까? 주인이 찾아오려나?' '...혹시 오늘 여주왔었어?' '어? 여주 누나? ...아, 아까 아침에 아아 사갔다. 근데 왜? 그거 여주 누나 거야?' '재영아 미안한데 30분만 더 맡아주면 안되냐. 내일 내가 한 시간 일찍 올게.' "그래서 알겠다고 하니까 창윤이 형이 고맙다면서 그거 들고 엄청 급하게 뛰어가더라고요." "......" "되게 중요한 것 같았는데, 잘 받았으면 다행이고요." 재영이가 가고 난 후. 사실 창윤이 형이 나한테도 연락 왔었는데. 시간 좀 벌어줄 수 있냐고 부탁하길래 왠가 했는데 그거 때문이었나보네? 졸졸 따라오는 민균이의 물음에도 제대로 답할 수가 없었다. 아무리 내 마음을 잘 모른다해도 고마움과는 확실히 구별할 수 있는 감정이었다. 어쩌면 애써 모른 척했던 마음이다. 하지만 난, 아직까지도 솔직하지가 못했다. 어영부영 중간고사 기간이 지나갔다. 시험을 핑계로 조금은 이창윤을 전보다 피해다녔지만 다행히 크게 눈치챈 것 같지는 않았다. 그나마 다행이다 싶은 건 시험이 끝나자마자 거의 바로 엠티여서 뭘 생각하고 그럴 새가 없다는 거였다. 엠티가는 버스 안은 시끌시끌했다. 잠을 청하기 쉽지 않았다. 옆자리에서 폰을 만지던 이창윤은 내가 신경쓰는 걸 느꼈는지 잔잔한 노래가 흘러나오는 에어팟 한 쪽을 귀에 꽂아준다. 엠티장소는 유독 공기맑은 곳에 위치해있었다. 내리자마자 들이마신 공기가 상쾌했다. 학생회 측에서 준비한 엠티 물품들을 저마다 한 두개씩 나누어 들고 간다. 정말로 먹고 죽기로 작정한 건지 각종 술들이 박스 채로 한 가득이었다. "여주야." 저걸 누가 다 먹어 하며 기겁하고 있을 때 뒤에서 누군가 부른다. 물이 담긴 박스를 옮기고있는, 오랜만에 보는 김효진이다. 오늘따라 더 훈훈한 모습이다. "조 편성된 거 봤어? 단톡에 올라왔던데." "아뇨 아직..." "우리 같은 조더라." "...정말요?" "응. 이따 잘해보자." 미소가 산뜻했다. 천천히 끄덕이자 싱긋 웃으며 학생회가 모여있는 곳으로 향한다. 지난번 엠티 사전회의에서 듣기로 엠티 조는 학생회나 재학생 두 명에 신입생들 여러명으로 이루어진댔다. 잘 모르는 사람과 하게 되면 어쩌나 내심 걱정했는데. ...다행이다. 근데 그럼, 이창윤은 누구랑 같은 조지. "아직도 끼고 있었어?" "깜짝이야, ...뭘?" "노래 꺼서 아무 것도 안 나올텐데." 제 생각을 했다는 거라도 알았는지 귀신같이 다가와 말을 붙이는 이창윤이었다. 그제야 에어팟 한 쪽을 아직 끼고 있었다는 걸 깨닫고 빼서 내밀었다. 이상하게 오래 눈을 맞추기가 힘들었다. "안 무거워? 줘." "됐어. 별로 안 무거워." "깨뜨릴까봐 그러지." "왜 깨뜨려. 내가 넌 줄 아냐?" "진짜 그래서겠냐. 그럼 이거랑 바꿔." 결국 이창윤이 들고 있던 것과 바꿔치기 당했다. 확실히 한결 가벼워졌다. 뒤를 돌아 숙소로 들어가려는데, 그 때 옆을 지나가던 누군가가 부르는 바람에 한 번 더 걸음을 멈추게됐다. 이번에는 내가 아니라 창윤이의 이름이 불렸다. "야 창윤아 오랜만이다?" "......" "엠티 온다는 거 들었는데 드디어 봤네. 학회실도 좀 오고 그래. 어떻게 전역하고 얼굴 한 번 안 비추냐? 안 그래 여주야? 개강파티도 안 오고..." 갖가지 말들을 쏟아내며 창윤이를 툭 치는 건 선발대로 먼저 와 있던 진경언니였다. 김효진과 고깃집에 갔을때 같이 갔던 학생회 두 선배 중 한 명이기도 했다. 내가 어색히 웃으며 안녕하세요, 인사하는데 이창윤은 도통 모르겠단 표정이다. "누구..." 그 말에 창윤이를 제외한 네 개의 눈이 동그래졌다. "너 설마 나 기억 안 나?" "야, 진경 선배잖아." 정말로 기억 안난다는 얼굴이라서 보다못한 내가 왼팔로 툭 치며 작게 일러주었다. "아. 혹시 1학년 때 엠티에서..." "어. 네 주량 알게 해 준 사람. 나다 왜." "......" "오늘도 우리 같은 조던데 각오해라." 잠깐 기억이 안 났던거라며 웃음으로 무마하는 창윤이를 보며 진경 언니는 기억못했으니 두고보잔 식으로 미소를 짓고 떠난다. 아무래도 오늘 엠티 역시 순탄치 않을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진경언니가 사라지고나자 창윤이가 조용히 나를 본다. 혹시 나 뭐 잘못했어? 라는 얼굴로. "그러게 뭐 몇 년 됐다고 까먹어." "엠티 때가 별로 좋은 기억은 아니긴 하잖아. 그런 건 원래 잘 잊어." "그런다고 잊어? 나 창피당한 거나 놀려먹을 일은 쓸데없이 기억 잘 하면서." "그건 너니까 기억하는 거고." "...아무튼. 넌 이제 큰일났다." 얘는 별 생각없이 장난 식으로 한 말이겠지만 그러니까 또 기분이 묘해졌다. 그래서 괜히 겁을 주며 얼버무리는데 무언가 생각난 듯한 이창윤이 날 보며 장난스러운 웃음을 짓는다. 불길함이 덮쳐온다. "맞다. 오늘 컨디션 좋아?" "갑자기? 그냥 그래. 왜?" "약속했잖아 저번에." "뭘." "내 몫까지 다 마셔주겠다며." "......" "그거 아직 유효한 거다." '이번엔 내가 다 대신 마셔줄게.' 그제야 그 때 그 발언이 떠오른 내가 짐을 들고 굳어져 있으니 기대할게, 장난스럽게 내 어깨를 톡톡 두드리며 떠난다. ...잘못 걸린 것 같다. "이 날씨에 밖에서요? 꼭 해야돼요?" 머리쓰는 것도 싫지만 몸 쓰는 건 더더욱 최악인데, 하필 첫 조별 게임이 짝피구였다. 게다가 진부하게 짝피구가 뭐야. 다 같이 밍기적댔더니 돌아오는건 게임 안하면 그게 엠티냐는 선배들의 일침 뿐이었다. 덥지, 그래도 이거 끝나면 나가는 건 더 이상 없대 다행히. 내 머리 위로 두 손을 겹쳐올려 내리쬐는 햇빛을 가려주는 김효진 덕분에 불만을 내뱉던 입을 꾹 닫았다. "내 뒤에만 숨어있어. 알았지?" 어쩌다보니 내 짝이 김효진이었다. 딱히 크게 믿음직스럽진 않았지만 그렇게 말하며 의기양양하게 앞에 서는 게 귀여워서 고개를 끄덕였다. 내 쪽은 승부욕이 있는 편이 아니었으나 의외로 승부욕이 좀 있는 건지 반짝이는 김효진의 눈을 보니까 꼭 우리편이 이겼으면 했다. "결승 시작할게!" 결승 상대편은 이창윤네 조였다. 게임이 진행되고 어느새 선 안에는 몇 명 남지 않았다. 1학년 여자애를 뒤에 두고 아직 이창윤도 경기선 안에 남아있었다. 그 둘을 포함해서 그 쪽은 네 명. 우리 쪽은 나랑 김효진 두 명. 상대편이 이기고 있는 상황이었다. 공이 던져졌다. 몇 번 패스가 오가고 선 바깥라인에서 수비를 맡고 있던 1학년이 공을 받는 순간, 눈이 마주치더니 내 쪽으로 세게 던진다. 김효진이 발목을 살짝 삐끗한 순간이었다. 빠르게 날아와서 막을 새도 없었다. 방향이 틀어져 날아오는 바람에 머리를 정통으로 맞았다. "아." 퍽 소리가 크게 났다. 이대로 탈락은 아니라 다행인데 아픈 것도 아픈 거지만 그보다 좀 창피했다. 던진 1학년이 놀랐는지 죄송해요 하며 입을 틀어막았다. 내 머리를 맞고 튕겨져나간 공은 이창윤이 받아냈다. "김여주!" "괜찮아 여주야?" 차례대로 이창윤과 김효진이었다. 김효진이 삐끗한 발목도 신경쓰지않고 바로 뒤를 돌아 놀란 눈으로 내 머리를 감쌌다. "창윤오빠, 선...!" 그 때 김효진의 어깨 너머로 당황한 창윤이의 얼굴이 보인다. 바로 내 쪽으로 다가오려 했던 건지 자신을 잡고있던 1학년 여자애의 말에 선 바로 앞에서 멈칫한다. "봐봐. 안 다쳤어?" 경기를 하다말고 계속해서 내 머리를 살피는 김효진의 반응에 민망해서 괜찮아요 하며 웃어보이는데 걱정스러운 표정을 감추지 못한다. 저 진짜 괜찮아요 다시 한 번 말하니까 경기가 재개된다. 김효진은 미안, 이번엔 꼭 지켜줄게 하며 다시 뒤를 돈다. 뒤에서 김효진 옷을 단단히 붙잡았다. "창윤 뭐해, 던져야지!" 그 때 수비 쪽에서 이창윤을 재촉하는 목소리가 들린다. 공격권이 우리 쪽으로 넘어와 패스해야 되는데 이창윤은 공을 들고 멍하니 서 있었던 거다. 그러고 나서야 이창윤의 시선이 이쪽에 한참이나 머물렀다는 걸 깨달았다. 걔가 어어 미안 하며 시선을 거두고 패스를 넘긴다. 그렇게 몇 번 공이 오간 후 우리 조는 역전승을 했다. "수고했어요 진짜!" "역전할 줄 몰랐는데... 대박." "여주가 잘해줘서 그렇지 뭐." 우리 팀 조원들이 화기애애한 분위기로 다 같이 좋아하고 있을 때 따라 웃던 내 시선은 잠깐동안 저 편의 이창윤에게로 향했다. 같은 조 1학년 여자애가 웃으며 창윤이에게 음료를 건넨다. 다음 게임은 그럼 창윤오빠가 캐리하는 거죠? 어 그럴게. 그 모습에 신경이 쓰이는 걸 부정할 수 없다. 그 때 애써 시선을 거두는 나를 보는 김효진과 눈이 딱 마주쳤다. "잘했어 여주야." 곧이어 김효진은 나긋한 목소리와 함께 나를 향해 예쁘게 웃어준다. 온 신경은 다른 쪽으로 가 있는 것 같았지만 김효진을 보며 고개를 끄덕였다. 오빠도요. 싱긋 웃으며 대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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