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 동물병원
오늘도 어김없이 동물 병원으로 출근하려다 공부 한다는 애가 어딜 맨날 싸돌아다니냐고 한 소리를 들어버렸다.
내가 생각해도 많이 들락거리긴 했는데...쌤은 안 불편하신가.
혹시, 불편한데 티를 못 내고 계신 건가?;;;;
문득 그런 생각이 들자 우울해졌다.
내가 너무 눈치 없이 굴었나...
그러나 윙 울리는 진동 소리에 핸드폰을 보곤 그런 생각이 싹 날아갔다.
헐....선생님 이런 잔망은 대체 어디서(왈칵)
입을 틀어막고 끙끙대고 있으니, 엄마가 이상한 눈초리로 쳐다보는 것이 느껴졌다.
괜히 민망해져서 후다닥 현관으로 도망쳤다. 엄마, 나 나갔다 올게!
앞에서 꼬리를 살랑살랑 흔들며 재롱 부리는 지니와 놀아주는데, 석진 선생님이 슬그머니 앞으로 다가오는 게 느껴졌다.
"지니야, 엄마 오니까 좋아?"
-아하, 하하...
또 혼자 이상해지는 것 같아 고개를 흔들었다.
정신 차려, 김아미! 석진 선생님은 아무 의도도 없다고! 혼자 착각하는 게 제일 창피한 거 알지?
그렇게 마인드 컨트롤을 하고 있는데, 돌연 지니를 안아든 석진 선생님이 나를 보며 살짝 웃으신다.
"오늘 아기들 검진하는 날이라서요. 그니까 이제 그만 놀고, 아빠랑 가자."
그렇게 말하시면...제 자가 최면이 물거품이 된다구요 선생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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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랑 다신 술 안 마신다고 했는데, 왜 나왔지 내가 휴.
"왜긴? 너 존나 친구 나 뿐이잖음ㅎ"
-남 말하네ㅅㅂ
석진 선생님께 못볼 꼴을 보인 이후로 절대 이 놈과는 술을 마시지 않겠다 다짐했건만, 그래도 제일 잘 맞는 녀석이라고 녀석과 소주를 까고 있었다.
전정국은 새로운 여자가 생겼는지 싱글벙글 웃으며 썸녀 얘기를 했고, 나 역시도 한 두 잔 넘기다 보니 석진 선생님 이야기가 나왔다.
"와, 그 정도면 거의 사랑 고백 아니야?"
-아니야! 무슨!
"하긴, 상대는 김아미인데. 아무렴. 그냥 성격이 그런 사람일 수도 있지."
-시발...전정국 너는 시발..
"왜? 너도 아니라며;; 존나 억울."
니가 왜 연애를 못 하는지 모르는 게 용하다 이 자식아. 눈치를 얻다 말아드셨는지.
서로에게 연애 고자라 욕하면서도 이대로 헤어지기가 아쉬워 편의점에서 맥주를 하나씩 집어들고 길거리를 거니는 중이었다.
아, 슬슬 취기가 오르는데....뭐, 괜찮겠지?
어디 벤치에라도 앉아서 이야기나 더 할 심산이었다. 얘가 이렇게 눈치가 없어도, 은근히 이야기는 잘 통한다.
-아, 밤이라 그런가 춥다.
"춥냐?"
-어. 나 추위 잘 타잖아
"생긴 건 맘모스도 씹어먹을 거 같구만."
-맘모스 발에 밟혀봤냐.
"아니. 사양할래."
그러면서도 전정국은 입고 있던 후드 집업을 주섬주섬 벗는다.
뭐야, 벗어주게?ㅎ짜식ㅋ 하며 자연스럽게 손을 뻗는데, 전정국은 실실 웃으면서 손을 홱 피한다.
-뭐야.
"야, 맡겨놨어?ㅋㅋㅋㅋㅋ겁나 웃겨 김아미."
-나 주려던 거 아니었어?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착각보소."
-아오...
쪽팔림에 팔짱을 껴고 구시렁거리고 있는데, 머리 위로 후드 집업을 휙 던지는 전정국이 있었다.
봐...씨...줄 거면서.
-아씨, 전정국...
"야, 걸치지 말고 제대로 입어. 진짜 좀 쌀쌀하네."
-알겠어. 고마워.
그래도 술이 더 들어가니 몸이 따뜻해지는 것도 같고...눈이 서서히 풀리는 기분인데. 딱 이 정도가 알딸딸하니 좋지...허허.
그 때 내 눈에 들어온 것은 동물 병원 문을 닫고 있는 석진 선생님이었다. 나도 모르게 손이 올라가더니, 손가락 하나를 척 들어 가리켰다.
-어? 쌤이다.
"쌤? 어디, 어디."
-쩌어어기.
내 말에 정국이는 석진 쌤을 찾으려 두리번거렸다.
저번에는 거의 인사불성이었으니, 자신을 데려다 준 은인의 얼굴이 궁금할 만도 하다.
-석찌 성생니이임!!
"...??"
석진 선생님은 자신을 부르는 소리에 내 쪽을 돌아보았다.
난 반가움에 격하게 팔을 흔들며 촐랑촐랑 다가갔다. 평소라면 절대 하지 못했을 짓이었으나 술기운이 오른 나는 거침없었다.
-선새님! 아녀하세여!!
"...아미씨? 술 마신....?"
-네! 쪼금! 쫌만 마셔써여! 야, 정정국! 맞지! 조금 마셨찌?!
"아....저번에 그."
"네, 네. 김아미 친구인 전정국입니다. 저번에 저까지 데려다주셨죠. 죄송해요. 인사도 못 드렸네요."
"아니에요. 괜찮아요."
"오늘은 제가 아니라, 김아미가 엄청 취해서...ㅎ...아, 물론 제 의지는 아니고요."
정정국이 머라고 구러는 거지? 하나도 안 들리네. 흠냐....
"아미 씨, 아미 씨. 제대로 걸을 수 있겠어요?"
눈을 끔뻑거리니 석진 선생님 얼굴이 보인다.
아, 우리 선생님 왜 이렇게 멋지신 건지....지금 나 걱정해주는 거야? 흐흐흐흐.
그렇다면 쌤의 기대에 부응해야지! 하는 마음으로 발을 힘차게 내딛었다.
-네, 네. 당연하져!
"아미 씨!"
그러나 현실은 참담했다. 뻗어나간 발은 아쉽게도 삐긋거렸고, 아미는 휘청였다. 아마 잽싸게 받아주는 석진이 아니었다면 최소 손바닥은 찧었을 것.
"휴, 큰일날 뻔했다."
자신의 팔에 걸려 잠들 기세인 아미를 깨우는 석진을 보며 정국은 생각했다.
저거 언제 저렇게 취했어;; 연기하는 거 아냐?
그러나 아미의 헛소리가 끊이질 않는 걸 보며 그 가설은 접어두었다.
그리고 친구의 사랑을 위해 제가 희생하기로 했다. 저런 추한 몰골은 보여주고 싶지 않겠지, 김아미도.
"얘는 제가 데려다 줄게요. 이리 주세요."
"아뇨. 같이 가죠, 뭐."
정국은 눈을 깜빡였다. 음...? 지금 뭔가 좀...무서웠..?
.
.
.
"으억! 좀 똑바로 걸어, 김아미! 뭔 남자 둘이서 드는 데도 이렇게 힘들어."
"안 되겠다. 제가 업을게요. 도와줘요, 정국 씨."
"네?;"
"이러다간 날 샐 것 같아서."
-쌔애애앰! 지니는요~지니~
"네, 네. 지니는 자고 있어요."
-지짜여?ㅎㅎㅎ...지니...쌤도 석찌닌데ㅎㅎ하핳ㅎ....지니지니!
"...."
석진의 등에 얌전히 업힌 아미는 헛소리를 반복하다 이내 석진의 목을 끌어안고 조용해졌다.
그리고 그것을 지켜보던 정국은 애도했다. 친구의 외사랑이 이렇게 끝나는구나...
#10. 공원
-그래서 나 어디서 뛰어내리면 되냐.
"요즘 한강 물 차대. 자제해."
-진짜....죽고 싶어.....어떡해, 정국아...?
"뭘 어떡해. 알아서 해...난 이따가 나가야 해서."
-이 배신자...
아침에 일어나니 엄마의 잔소리가 기관총처럼 귓전을 때렸다.
다 큰 기지배가 남자 등에 업혀 들어오질 않나, 아빠 계셨으면 넌 쫓겨났다 등등. 그러면서 하나 둘 잔상이 떠오르기 시작한 것.
-쌔애애앰! 지니는요~지니~
"네, 네. 지니는 자고 있어요."
-지짜여?ㅎㅎㅎ...지니...쌤도 석찌닌데ㅎㅎ하핳ㅎ....지니지니!
"...."
와, 진짜 어떡하지 나...?
일어나자마자 전정국 번호를 찾아서 전화를 걸었다.
그리고 기대에 무색하게도 나는 진상이었고, 전정국은 혀를 찼다.
그러고는 자기 옷이나 가져오라는데....아, 살기 싫다....증말ㅎ
그치만 계속 모른 척 할 수도 없는 노릇이다.
또, 엄마가 계속 석진 선생님 이야기를 하는데, 왜 이렇게 관심을 가지신대?;;; 무섭게시리.
참 잘생겼다부터 예의도 발랐다며 말하시는데.
엄마, 옆에 정국이도 있지 않았어요? 투명인간인줄.
[아미 씨, 일어났어요? 몸은 괜찮나요?]
아...선생님...
카톡 팝업창을 보며 눈물을 삼키는데, 이번에는 문자가 왔다.
[일어나면 연락해요]
어떻게 어떻게 용기내어 연락을 하니, 선생님은 병원 일이 바쁘신지 이따 저녁에 볼 수 있냐 물으시는데 당연히 그럴 수 있다 말했다.
평소 같았으면 와, 석진 쌤과 저녁 데이트~라며 기뻐했을지도 모를 노릇이지만
지금의 나는 죄인이었기에 핸드폰을 침대에 던짐과 동시에 나도 드러누워 베개를 팡팡 때렸다. 멍청이, 멍청이. 김아미ㅠ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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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아미 씨! 미안해요. 이렇게 불러내서. 조금 걸을까요?"
-네에...
내가 시무룩하게 대답하고 공원을 걷는 데도 아무런 말도 하지 않으니, 석진 선생님이 안절부절못하시는 게 느껴졌다.
그래서 내가 선수치기로 했다. 매도 먼저 맞는 게 낫다고!
-선생님. 정말 죄송해요...제가 민폐를...
"네?"
-저 업어주시기까지 했다고...정말 정말 죄송합니다...
"그거라면 신경 쓰지 마요. 전 진짜 괜찮아요. 아미 씨가 너무 반가워해주니까 오히려 기분 좋던데."
-제가 술이 많이 취해서....
"아미 씨가 오늘 병원도 못 왔으니까, 그냥 이야기나 하고 싶어서 부른 건데. 오히려 귀찮게 한 거 아닌지 걱정이네요..."
-절대 아니죠!
석진 선생님의 배려로 다행히 분위기는 풀어졌다. 나도 불편했던 마음이 어느 정도 덜어진 상태였고.
평소처럼 선생님과 대화할 수 있었다. 바람도 선선하고 좋다.
"저는 그 이야기 자주 들어요. 너무 일만 하는 거 아니냐. 공부만 하다가 나이 들겠다면서. 친구들이 맨날 연애 좀 하라고ㅋㅋ"
-엥, 진짜요?
"네. 연애를 길게 한 적이 없어요. 바빠서 신경을 잘 못 써줬거든요."
-아...
"아미 씨가 보기에는 저 어떤 거 같아요? 궁금하다."
[선택5]
1. 여자에 대해 잘 아실 것 같은데..? |
"그렇게 보여요?"
-네...그냥 느낌...?ㅎㅎㅎ
내 말에 흐음-하고 턱 끝을 매만지던 석진 선생님이 싱긋 웃었다.
"근데..."
"관심 있는 여자는 잘 알게 될 수밖에 없는 거 같아요."
[+30] |
2. 그래도 인기 많으실 거 같아요! |
"왜 그렇게 생각했어요?"
-그냥...어디 하나 빠지는데가 없으신데...
"제가요?"
-네. 그래서 가끔씩은 선생님이 다른 세계 사람 같기도 해요ㅎㅎ
"...음, 우리 많이 친해졌다고 생각했는데."
[-30] |
3, 여자는 나쁜 남자 싫어하는데.. |
-선생님, 보기랑 다르게 나쁜 남자 스타일이신가봐요ㅋㅋㅋ위험해, 위험해!
"아니에요! 제가 얼마나 착한데."
-그래도 여자 친구한테 신경 안 써주는 남자는 나쁜 남자죠!
"그건 다 옛날 얘기예요. 지금은 진짜 잘 해줄 수 있어요."
[+15] |
[엔딩]
총점 70점 이상 |
"정국이란 친구 옷은 잘 갖다줬어요?"
-엇, 선생님이 그걸 어떻게...
"제가 아미 씨 업고 갈 때, 옆에서 계속 말하더라고요. 김아미, 내 옷 꼭 내놔야 돼! 하면서."
-아...제가 옷을 좀 빌려입었어요. 추위를 좀 타서.
"지금도 그래요?"
-네? 아, 아뇨. 지금은 별로 안 추운...
"자, 여기. 걸치고 있어요."
-아, 안 이러셔도 되는...
"저 엄청 부러웠거든요. 정국 씨랑 아미 씨랑 무지 친해보여서."
-아...그냥 친구라서..
"그리고, 또 하나 더 있어요."
-뭐, 뭔데요?
석진 선생님의 말투가 단호해서 나도 모르게 말을 더듬어버렸다. 그 와중에 가슴은 콩닥콩닥 뛰는 게, 어깨에 걸린 석진 선생님의 자켓을 꼭 쥐었다.
"남준이랑 말 편하게 하는 것도 너무 부러웠어요."
-아! 저 그냥 편하게 부르셔도 돼요!
"진짜요?"
-네, 네. 그럼요.
"그럼 이제 아미 너도 편하게 오빠라고 불러줘."
큽- 갑작스럽게 들어온 석진 쌤의 반말 어택에 심장이 펄쩍 뛰었다. 그러나 간신히 멘탈을 잡아본다.
-석진이...오, 오빠...
"선생님보다 훨씬 듣기 좋네. 그리고 사실, 꼭 물어보고 싶은 게 있었거든."
"6살 차이, 애인으로 별로야?"
-Happy Ending-
. . .
Congratulation!!! 석진이와의 연애에 성공하셨습니다^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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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점 70점 미만 |
-어, 선생님! 그렇게 입고 어디 다녀오시는 길이에요?
동물 병원에 들렀다 한껏 차려입으신 선생님을 향해 밝게 물었다. 그러자 선생님은 살짝 웃으며 내게 인사하고는 대답했다.
"오늘 선 자리가 있어서요. 뵙고 오는 길이었어요."
-서, 선이요?
"네. 저도 나이가 나이인지라, 부모님께서 소개해주시네요."
-만나본 여자 분은 괜찮으셨어요...?
"네. 다행히도 이야기가 잘 통하더라고요. 나이가 비슷하니 관심대도 맞고."
-아...
"아미 씨는 아직 어리니까, 저처럼 선 보러 다니기 전에 좋은 남자 만나요."
-Bad Ending-
. . .
So Sad... 석진이와의 연애에 실패하셨습니다.
처음으로 돌아가시겠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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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뿌 |
석진 센세도 무사히 끝이 났습니다! 이제 호시기 짐니 태태가 남았네요! 다음은 누구로 찾아올지~^^ |
암호닉 |
퓨어 / 룬 / 빨강 / 민윤기 / 녹차라떼 / 정꾸야♥ / 열렬히 / 정꾸기냥 / 유루 / 꾸야꾸야
모두 감사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