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 골목길
오랜만에 여고 동창 친구들과 한 잔 거나하게 걸쳤더니 간만에 비틀거리며 길을 걷는다.
여자들끼리의 대화도 별 거 없었다. 남자로 시작해서 남자로 끝났다.
우리에게는 어째서 봄이 찾아오지 않는 거냐며-거의 울부짖었다-코가 삐뚤어져라 마셔대는데,
살짝 위험한데...? 하다가도 분위기에 휩쓸려 흥이 난 나는 누구보다 빠르게 남들과는 다르게 잔을 기울였다.
역시 친구들과 마시는 술이 제일 달다. 캬.
헤헤, 망할 세상...
-아, 취한다...히끅.
우리 집을 가는 길은 으슥한 편이여서 해가 지면 가기가 꺼려지는 곳인데,
아저씨처럼 딸꾹질을 하며 걷다가도 새벽에 들어가려니 괜히 무서워졌다.
하지만 속으로 마인드 컨트롤을 해가며 씩씩하게 걸었다.
또각-또각-
내 구두 소리만 골목길에 울리는데 오싹하다.
아씨, 무서워..얼른 가야겠다.
그 때.
자박-
내 뒤를 따라오는 발소리가 있다는 것을 눈치챘다.
시, 시발...엄마야...ㅠㅠㅠㅠ
내가 걸음을 빨리하자 뒤따르는 발소리도 덩달아 빨라진다.
뛰어야겠다는 생각에 입술을 앙다물었는데, 대뜸 내 어깨가 덥석 붙잡혔다.
-꺄아아악!!! 이거 놔, 이거 안 놔아아ㅏ!!!
"야, 야! 나야, 나!"
다리에 힘이 풀려 주저앉는 나를 잡아준 것은 다름이 아닌 김남준이었다.
표정을 보니 얘도 엄청 놀랐는지 가슴을 부여잡고 있는데,
내가 더 놀랐다고!!!!!
김남준이란 것을 확인하자 안심이 되어 울음이 퍽 터졌다. 술에 취해 감정적으로 조절이 안 되는 이유도 있었다.
쪽팔리다는 생각을 할 새도 없이 김남준을 퍽퍽 때렸다.
-아, 진짜 놀랐다고ㅜㅠㅠ망할 놈아ㅠㅠ!!!!
김남준도 당황했는지 안절부절못했다. 아예 손에 얼굴을 묻고 우는 나를 달래느라 정신이 없다.
김남준은 나를 벤치로 데려가 진정시켰다.
"미안, 미안해. 진짜 놀라게 하려고 한 거 아니야."
-훌쩍.
"이제 진정됐어? 미안해..."
-훌쩍. 아니, 킁. 너 이 시간에 거긴 왜 있었던 건데....하아...
김남준은 조금 머뭇거리더니 샐쭉 웃는다. 이게 뭘 잘 했다고 웃어.
얄미움에 아프지 않게 팔을 툭치며 째려보았다.
"아니...난 그냥. 네가 하도 안 들어오길래. 카톡도 안 보고. 그래서 데리러 온 거지."
눈을 껌뻑거리다 팟 떠오른 사실에 입을 열었다.
김남준이 사는 동네는 우리 집과 거리가 좀 있었다.
-너희 집 옆동네잖아...?
"그래서 밤 산책이라 생각하고 왔는데."
"그니까 일찍 다니자, 좀. 사람 잠 못 자게 하지 말고."
그리곤 내 머리에 손을 턱 올렸다 떼는데, 살포시 웃는 모습에 히끅, 딸꾹질이 나왔다.
....얘가 갑자기 왜 이래?
너 이렇게 훅 들어오면 반칙이야.
*2시간 전*
"아이씨...얜 왜 이렇게 연락이 안 돼. 술 먹는다더니 길가에 뻗었나? 아니, 아니겠지..여자애들이랑 술 마신댔나? 혹시 남자도 섞였나? 아오-!"
물을 마시러 나오다 거실에서 안절부절못하는 오빠의 모습을 측은하게 보던 여동생이 말했다.
"...그렇게 걱정 되면 오빠 네가 나가보든가, 좀."
그에 남준은 여동생에게 넌 정말 천재라는 말을 남기곤 곧장 외투를 챙겨입고 집 밖을 나섰다.
여동생은 은근히 연서복 오빠인 남준을 보며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남준은 제법 오래, 그녀가 자주 밟는 골목길 어귀에 서서 그녀를 기다렸다.
-
대학 생활도 졸업과 동시에 끝이 난다.
군대를 갔다온 남준이는 학교를 조금 더 다녀야해서, 학사모를 쓴 건 나뿐이었다.
감회가 새로워 캠퍼스를 둘러보고 있는데, 누군가에게 연락이 왔다.
우연히 안면을 트게 된 계기로 좀 친해진 후배였는데, 잠깐 만나고 싶다고 한다.
뭐, 거리낄 것도 없어서 알았다 답장했다.
.
.
.
"야. 어디 갔었냐? 한참 찾았잖아."
-아, 그냥 좀...
"표정이 왜 그래? 무슨 일 있어?"
-아니..그게...이런 게 처음이라서.
나는 잠깐 만나자는 후배에게 고백을 받았다.
인생에서 처음으로.
내가 좋다며 수줍게 말하는데, 고맙긴 했지만 미안한 마음이 더 컸다.
후배에게 다른 마음이 없어서이기도 했고,
괜히 떠오르는 녀석이 하나 있어서.
뒤엣말은 제외하고 대강 남준이에게 말했더니 잠깐 고민하는 얼굴을 하다 나에게 물었다.
김남준은 아주 조심스러웠다.
"왜...거절했는데?"
[선택5]
1. 나 좋아하는 사람 있어 |
-내가 좋아하는 사람이 있는 것 같아서...
그 말을 하며 힐끔 남준이의 눈치를 보았다. 표정을 읽을 수가 없었다. 그저 입을 꾹 다문 채 뭔가를 생각하는 듯 보이던 남준이가 고개를 끄덕였다.
"짜식. 어른이네. 잘 거절했어. 거절할 줄도 알아야 하는 거야. 괜히 희망고문 하는 건 나쁜 거지."
내가 고개를 끄덕이자 남준이는 왠지 쓸쓸한 얼굴을 했다. 그러더니 주머니에 한 손을 찔러넣곤 미간을 긁적인다.
-그렇지? 확실하게 말하길 잘했지.
"근데 참...그건 그거대로 기운 빠지는 거 같아. 확인 사살."
[-30]
|
2. 친한 사람이라 그런가.. |
-너무 친해서 그런가?
"얘가 뭐래. 처음부터 사귀다 쫑나는 커플이 얼마나 많은 줄 알아?"
-그래도, 너무 친하게 지내면 연애 감정이 안 생기지 않을까.
내 말에 남준이는 눈을 깜빡였다.
"난 안 그렇던데."
[+15] |
3. 아직 연애할 준비가 안 됐나봐 |
-내가 아직 마음의 준비가 안 된 거 같다...ㅎㅎ
그러자 남준이는 시큰둥하게 대꾸했다.
"나 참...그러니까 네가 안 생기는 거야. 나이가 몇 갠데."
-시끄러...나이가 왜 나와?
그럼 그렇지, 맨날 놀리기 바쁘다. 이 녀석은. 부들부들...
-너도 별 다를 거 없잖아, 뭐!
김남준의 솔로인 사실을 건드렸더니 녀석이 움찔거렸다. 헹. 너도 똑같단 말씀이시지. 남준이는 나를 힐끔보더니, 이젠 아예 턱을 괴고 나를 바라본다. 고개를 갸웃거렸더니 픽 웃었다.
"네가 준비가 안 되니까...나도 안 생기는가보지."
[+30] |
[엔딩]
총점 70점 이상 |
-무, 무슨 말이야. 그게?
놀리는 말인줄 알고 물었더니, 남준이는 괴었던 턱을 풀며 말했다.
"야. 너 준비 될 때까지 몇 년을 기다려준 줄 알아?"
나를 빤히 바라보는 시선에 어쩔 줄 몰라 우왕좌왕했다.
얼굴이 슬슬 화끈거리기 시작한다. 워낙에 눈치가 없다는 소리를 듣는 나지만서도 지금 남준이가 하는 말들의 의미를 모를 정도로 멍청이는 아니었다.
-뭐, 뭐라는 거야. 너 지금....
민망함에 말을 돌려보려했지만 김남준의 말에 딱 막혀버렸다.
"대체 얼마나 시간을 더 줘야 돼."
벙찐 내 뺨을 손가락으로 콕 건드린 남준이가 말을 이었다.
"그동안은 매번 넘어갔는데, 이제 안 넘어간다."
난 제법 비장한 녀석의 말에 침을 꿀꺽 삼켰다. 으, 은연 중에 의심을 한 적은 있어도...정말일 줄은..!
"김아미. 농담하는 거 아니니까 진지하게 들어라. 나, 너 좋아한 지 엄청 오래됐거든."
-.....
"몰랐어? 그래도 티가 안 나진 않았다고 생각했는데...그래서 말인데, 넌 나 어떻게 생각하냐."
-아, 그게...
단도직입적인 말에 뇌에 과부하라도 걸린 듯 머리속이 새하얗게 변했다. 예상했던 반응이라는 듯 남준이가 씁쓸하게 웃으며 볼을 긁적인다.
"역시...무리였나."
-아, 아냐!! 그런 게 아니라....
내가 고개까지 내저으며 부정하니 이번에는 남준이의 표정이 벙쪘다. 그러다 이내 점점 웃는 낯으로 변하더니, 남준이는 내게 한 발 더 다가왔다.
"이왕 이렇게 된 거. 우리 친구는 여기서 그만할까?"
-Happy Ending-
. . .
Congratulation!!! 남준이와의 연애에 성공하셨습니다^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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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점 70점 미만 |
아무래도 신경이 쓰였다. 이제껏 봐왔던 남준이의 행동들이 뒤늦게 신경이 쓰이는 건 무슨 경우람.... 여동생 신경 써주는 느낌이 아닐까? 하고 태형이에게 말했더니, 태형이가 기겁을 하고 달려든다.
'나도 여동생 있거든? 전혀 아니거든?'
그래서 남준이와 있을 때,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
-저 김남준...있잖아.
"어, 왜."
얘가 진짜...나를? 하지만 저 막역한 모습에서 약간의 의문이 들었다.
-우린 어떤 사이냐?
나름 긴장하고 한 말인데, 김남준은 아무렇지 않게 햄버거를 삼키며 말한다.
"우리? 모태친구?"
-어?
"엄마 뱃속부터 친구였으니까, 모태 친구지, 뭐. 그건 왜. 너 설마....나한테 관심있냐?"
-뭐...?!
화들짝 놀란 내가 말을 더듬자 남준이는 장난이라며 키득거린다.
"이상하잖아, 그런 거. 너랑 내가 무슨ㅋㅋㅋ"
-웃기셔ㅋㅋㅋ김칫국 마시고 있네. 넌 나한테 동성 친구 급이야. 짜식아.
말은 호탕하게 했지만 씁쓸한 기분이 드는 것을 막을 수는 없었다. 그렇지..? 역시 내가 착각했던 거였겠지?
-Bad Ending-
. . .
So Sad... 남준이와의 연애에 실패하셨습니다.
처음으로 돌아가시겠습니까? |
물뿌 |
와아아 남준이까지 엔딩을 봤습니다(감격) 역시 선택지가 제일 힘들어요ㅜㅠㅠㅠ 그러나 봐주시는 분들 덕에 힘내서 씁니다^^ 아아...미리보기로 보니 선택지 스포가 되네요ㅠㅠㅠㅠ이걸 어쩐다..
다음은 또 누구와 연애를 하게 될지~~ |
암호닉 |
퓨어 / 룬 / 빨강 / 민윤기
I LOVE YOU ^ㅁ^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