샤이니-Black Hole
그애에게서 처음으로 미묘함을 느낀건, 그애와 짝이 된지 얼마 안되서였다.
친구가 저의 아는 오빠라며 소개시켜준 그 오빠와 한창 카톡을 하고있던 난 칠판 앞에서 열변을 토하고 있는 선생님의 눈에 띄지 않게 휴대폰을 책상 밑에 숨긴 채 손으로 가려가며 조심에 또 조심을 하고 있었고, 한창 대화가 진지한 분위기에 도달할 때 즈음 누군가의 손에 의해 휴대폰이 가려졌다. 그에 화난 얼굴을 하고 고개를 들어보이면, 그곳엔 앞을 바라보는 채로 한손으론 필기를 하고, 또 한손으론 내 휴대폰을 가리고 있는 최한솔이 있었다. 내 따가운 눈초리에도 아랑곳 않은 채로 필기만 하고 있는 최한솔에게 뭐라고 하려던 찰나, 최한솔은 내쪽으로 고개를 돌리더니 작은 목소리로 말했다.
"선생님이 이쪽으로 와서 네 자리 검사하기까지 딱 20초."
너무도 뜬금없는 그의 말에 얼이 빠진 채로 가만히 있기를 잠시, 제정신을 차린 난 뭐에 홀렸는지는 몰라도 내 휴대폰을 가만히 최한솔에게 넘긴 채 앞을 바라봤다. 그로부터 정말 얼마 지나지 않아, 선생님은 내 자리쪽으로 성큼성큼 다가와선 책상 밑과 서랍쪽을 찡그린 눈으로 훑었다. 선생님이 다시 교실 앞쪽으로 향하자 마자 울리는 종소리에 아직은 얼떨떨한 기분으로 최한솔을 바라보면, 그는 내 휴대폰을 느슨한 손놀림으로 돌려주더니 말했다.
"그리고, 생각하는게 뭣같은 애들한테는 관심도 안주는게 좋을텐데."
알수없는 그말에 그의 시선이 향한 쪽으로 고개를 돌리면, 우리 교실쪽으로 와선 내게 손을 흔들고 있는 오빠가 보였다. 그에 교실 밖으로 향하는 내 팔을 조금은 세게 잡은 한솔은 나른한 표정으로 말해왔다.
"방금 내가 한말, 진심이야."
그리고 몇일 후, 그 오빠는 마치 나와 아무일도 없었다는 양, 다른 언니와 사귀기 시작했다.
도무지 생각해도 설명되지 않는 그 일이 있고 난 후, 난 최한솔을 알게모르게 멀리하기 시작했다. 변명을 하자면, 그날 내게 일어난 모든 일이 최한솔의 말 때문에 일어났다고 생각했달까. 말이 씨가 된다는 속담이 있듯이, 최한솔의 말이 어떠한 원인작용을 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그날은, 야자에 청소당번까지 겹친 말도 안되는 날이었다. 가뜩이나 요즘따라 하교길에 누가 계속 뒤에서 따라오는 듯한 느낌이 들어 불안한데. 어두워진 창밖을 불만어린 표정으로 바라보는 채로 한숨을 쉬자, 이내 최한솔을 내게 고개를 돌리더니 내 얼굴 가까이 제 얼굴을 들이밀고선 물었다.
"너, 지금 무슨 생각하고있어?"
꽤나 당황스러운 그 질문에 난 그의 얼굴을 가만히 밀어내고선 대답했다. 아무생각도 안하는데. 내 대답에 이내 최한솔은 제 고개를 연신 갸우뚱거리며 중얼거렸다.
"그래서 그런건가, 아닐텐데..."
그 광경을 옆에서 보고있는 내 머릿속에 들어오는 생각은 단한가지, 진짜 미친놈인가. 그렇게 설명할 수 없는 최한솔의 물음과 함께 마침내 학교가 끝나고, 교문 밖으로 나서는 내 옆으로 최한솔이 다가왔다. 그에 신경쓰지 않으려고 가만히 앞만보고 걸음을 재촉하면, 최한솔도 제 걸음을 빨리하기 시작하며 내 옆으로 가까이 붙어왔다. 그렇게 걸은지 얼마 지나지 않아 내가 이내 최한솔쪽으로 고개를 홱 돌려선 왜 따라와, 하고 쏘아붙이자, 최한솔은 제 어깨를 들썩이며 대답했다.
"우리집도 이쪽인데."
오히려 다행이라 생각했다. 줄곧 무서워하던 하교길을 혼자가 아닌 누군가와 같이 걸을 수 있다니. 그의 대답에 머쓱해져 다시 고개를 돌린 후 어색하게 걷자하니, 무슨 말이라도 해야겠다 싶어 최한솔에게 물었다. 너, 그때 그거 어떻게 알았어? 내 말에 한참을 생각하던 최한솔은 아 그거? 하며 말문을 열더니 대답했다.
"그사람들이 무슨 생각을 하는지 알겠으니까."
말을 잠시 멈춘 최한솔은 갑자기 우뚝 멈춰서더니, 이내 한번도 보지 못한 매서운 표정을 지어보이며 갑작스레 뒤돌아선 말을 이었다.
"지금 저새끼가 하는 생각을 내가 빤히 아는것처럼."
최한솔의 행동에 놀라 뒤를 돌아보면, 그곳엔 이미 종종걸음으로 반대편을 향해 달음박질하는 누군가가 보였다. 다시 뒤돌아서 내 경악스런 표정을 본 최한솔은, 고개를 푹 떨군 후 다시 내 눈을 맞춰오고선 제 교복 넥타이를 두어번 매만지더니 입을 열었다.
"들려, 그리고 보여. 다른 사람들의 생각이."
최한솔의 그 말에 잠시 벙쪄서 가만히 서있던 난, 이내 한숨을 쉬며 날 골목 안쪽으로 이끄는 그의 손길에 가만히 그를 따라 벽에 기대어 섰다. 그리고 나선, 한숨을 깊게 한번 들이쉬고선 물었다. 그럼, 너 지금 내가 무슨생각하는지도 알아? 내 물음에 최한솔의 표정이 갑작스레 굳어지더니, 이내 한숨을 한번 쉬고선 대답했다. 아니, 너는 달라, 다른 사람들이랑.
"네가 무슨생각하는지, 아무리 애써도 모르겠어."
한솔의 대답에 얼굴에 미소를 띄우고선 그래? 하고 되묻는 내 말에 한솔은 장난스레 제 미간을 좁히더니 대답했다.
"그렇다고 이상한 생각은 하지마."
그의 말에 고개를 끄덕이자, 한솔은 어서 가자며 내 소매를 끌어당기곤 다시 집으로 향했다. 집 앞에서 한솔에게 잘 들어가라며 손을 흔들고 현관에 다다르자 느껴지는 인기척에 뒤를 돌아보면, 한솔은 제 집게손가락을 입술에 갖다대고선 말했다.
"오늘일은, 비밀."
다음날 학교에서, 한솔은 줄곧 무언가를 고민하는 듯, 짐짓 심각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그에 이상하다고 느껴 엉거주춤 앉아 어색하게 앞을 바라보고 있으면, 한솔은 갑작스레 몸을 내자리쪽으로 틀더니, 교과서 위에 빠르게 무언갈 써내려갔다. 나, 안이상해? 그에 의아해져 뭐가? 하고 귓속말하면 한솔은 다시 내 교과서 위에 글씨를 쓰기 시작했다. 어제 말한거. 안이상해? 그 말에 아, 하고 고개를 젓자 한솔은 왜, 하며 살짝 격앙된 목소리톤으로 물었다. 뭐가 이상해, 부럽지. 나의 대답에 그제서야 한솔은 아, 하고 고개를 끄덕이고선 갑자기 작게 웃음을 터트렸다. 그리곤 턱을 괴어 날 바라본 후, 낮게 말했다.
"좋다, 그런 생각."
정말 그 대답대로, 난 그애의 능력이 전혀 이상하지 않았다. 오히려 부러워 죽을 지경이었다. 그런 내 반응이 마음에 들었던건지, 한솔은 그 이후로 나와 더 가까이 지내며, 종종 지나가는 사람들의 생각을 몰래 귀띔해주었다. 한솔의 말로는, 다른 사람들이 저와 어느정도 가까운 거리상에 있으면, 무슨 생각을 하는지 다 보인다고 했다. 그리고 가끔 그 생각이 엄청 강하면 들리기까지도한다고. 그와 가까이 지낼수록 문득 더 궁금해졌다. 정말 왜, 그 많은 사람들 중에서 내 생각만 안들릴까.
그와 같이 있을 때 한솔이 내게 제일 많이하는 질문은, 무슨 생각해? 였다. 그러면 난 짖궂은 표정을 지어보이며 아무생각 안하는데? 로 일관했고, 그럴때마다 한솔은 답답해죽겠다는 표정을 지어보였다. 그 표정을 보는 재미로 일부러 더 짖궂게 대답했다고 하면 너무 못되보이려나. 그리고 그날도, 수업 중에 요란스레 다리를 떨던 한솔은, 날가만히 응시하다가 턱을 괴고선 물었다.
"너, 지금 무슨생각해?"
그에 이번엔 나도 최한솔쪽으로 고개를 돌려 턱을 괴고선 물었다. 너는, 무슨생각하는데? 내 물음에 한솔은 몇초 생각하는 듯, 가만히 눈을 굴리더니 이내 날 보며 눈이 휘어져라 웃어보이며 대답했다.
"음, 나는 여주 니 생각하고있었지."
그 대답에 얼굴이 빠르게 달아오르는게 느껴졌다. 그제서야 한솔은 내 두볼에 제 손등을 대보더니 피식 웃고선 말했다.
"적어도 지금은 너 무슨 생각하는지 알겠는데."
비록 그 후의 말들은 내 다급한 손에 의해 멈춰지고 말았지만.
한솔은 불공평하다 했다. 내 생각만 읽지 못하는게. 꽤나 날씨가 풀려 따뜻한 날 밤에 집 앞까지 데려다준다며 걷던 한솔은, 지나가는 듯 가벼운 말투로 말했다.
"너무 답답해, 니가 나랑 다른생각일까봐."
그말에 내가 빙긋 웃어보이며 왜, 하고 되묻자, 한솔은 약간 울상을 지어보이더니 고개를 힘없이 저었다. 그런 한솔의 반응에 점점 더 재미들려선 내가 왜, 왜! 하고 묻자 한솔은 갑작스레 걸음을 멈추더니 내 얼굴을 올려다보고선 말했다.
"너 지금 무슨생각하는데."
항상 하던 질문이긴 했지만, 평소와는 사뭇 다른 말투와 분위기에 놀란 내가 아무말도 않고 그저 서있기만 하자, 한숨을 쉬고선 제 머리를 헝클이던 한솔은 고개를 숙여 내 눈높이에 맞춰 날 지긋이 응시하더니, 이내 내 두팔을 제 손으로 꽉 쥔 채로 날 가로등에 기대게 만들었다.
"나는 지금 무슨 생각 하냐면,"
"여주 네가 참 예쁘다는 생각, 여주 너만 보면 설레 죽겠다는 생각, 그런데도 네 생각 하나만 몰라서 답답해 죽겠다는 생각."
그 말을 마친 한솔은 제 얼굴을 내 얼굴 가까이로 들이밀더니, 빙그레 웃었다. 가로등 불에 밝게 상기된 한솔의 얼굴 탓인지, 닿을 듯 말듯 가까워지는 그애의 입술 탓인지, 평소보다 더 빠르게 심장이 뛰는 듯, 쿵쾅거리는 느낌이 들었다. 그런 내 얼굴을 보고 낮게 한번 웃어보이던 한솔은 이내 제 고개를 한번 틀더니, 내 눈을 마주보며 간질거리는 목소리로 속삭였다.
"지금 내가 여기서 여주 너한테 입맞추면,"
"네가 무슨 생각하는지 알 것 같기도 한데."
"여주 너도 나랑 같은 마음인지 아닌지"
"지금 확인해도 돼?"
꽃봉오리 |
만개에요... 연애사 쓰다가 날려서 울부짖다... 울 꽃님들 실망시킬 수 없어서.... 이렇게 뭐라도 대령해봅니다.... 내용이 영.... 하아..... 앞으로는 여러분께 소재를 받았던 모든 글과 여러분이 보고싶어하셨던 주제의 글들, 그리고 나머지 연애사 시리즈와 번외편들을 모두 완결낸 후 다음 기획물로 넘어갈거 같아요! 오래걸리진 않을테니 여러분들 만개를 너그러이 용서해주소서... 사랑해요 오늘두 내일두 매일매일! |
꽃님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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