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이지만 후덥지근한 날씨에 맞춰 천장에서 요란한 소리를 내며 돌아가는 선풍기 몇 대, 따분한 수학 공식을 중얼거리는 선생님의 목소리, 고뇌하는 타이밍에 맞춰 칠판에 탁탁 부딪히는 분필 소리. 를 비집고 핸드폰 진동 소리가 울렸다. 하필이면 그 진동음이 내 거라, 괜히 헛기침을 하고 목을 가다듬었다. 다행히 선생님은 별 말씀 없으셨다. 까다로운 문제를 신경 쓰느라 그런 건지 알면서도 말씀 없으신 건지는 모르겠지만 뭐. 나야 다행이지.
하마터면 내게 벌점 5점을 안겨줄 뻔한 카톡의 당사자만 찾으면 됐다. 서랍 밖으로 슬그머니 핸드폰을 꺼내 진동 주인공을 찾았다.
송강 [ 어제 왜 안 나왔어? ]엥 얘가 왜?
알림창 위로 드러나는 이름에 미간이 절로 구겨졌다. 답장은 커녕 의도도 파악하지 못하고 있을 때 알림이 하나 더 쌓였다.
송강 [ 미안 진동으로 해놓은 줄 몰랐어 ]아마 아까의 그 진동 사태를 말하는 거 같은데... 중요한 건 그게 아니었다. 굳이 왜 나한테 카톡을. 그것도 어제 내가 학교를 나오지 않은 것에 대해 왜 묻고 있는지?? 온통 물음표인 머리와 따로노는 듯한 손가락은 이미 적절한 답변을 치고 있었다.
[ 됐어 근데 그건 왜 물어? ]
[ 그리고 너 왜 폰 안 냄?? ]
아 이건 괜히 보냈나. 이 망할 머리는 전남친이 왜 문자를 보냈는가보다 그 송강이 왜 폰을 안 냈는가가 더 궁금한가보다. 그건 그렇고,
송강 [ 너도 안 냈잖아 ]얘 진심 왜 이래?
*
송강이 먼저 연락을 한 게 -것도 시덥잖은 이유로- 의문인 이유는 딱 한가지다. 걔랑 나는 연애란 걸 좀 하다 헤어졌거든. 3년 전에, 중졸을 앞두고 있는 나이에 거의 1년을 꽉 채워 만났다가 별 거 아닌 이유로 깨졌다. 지금도 충분히 어린 나이지만 그때는 더 어렸으니까 그 나잇대 애들이 으레 그렇듯 그냥 평범한 연애였고 평범한 헤어짐이었다. 중학교에 이어 같은 고등학교에 진학하게 되고는 철저하게 날 무시하길래 그런가보다 했는데. 3학년에 같은 반에 붙게 된 후부터는 무시하긴 커녕 내가 무시하기 힘들 정도로 눈빛을 쏘아댔다. 나랑 한 연애가 흑역사인가? 그래서 그런가? 혼자 며칠동안 고민도 해보았지만 딱히 답은 안 나오길래 생각을 관뒀다. 그랬더니 하다하다 카톡을 보내? 미친 건가.
그래. 솔직히 대면으로 물어봐도 의문스러울 법한 질문을 핸드폰으로 해서 더 의문이었다. 이 학교가 이래봬도 핸드폰 제출 안 하면 벌점을 5점이나 쌓아주거든. 송강은 그런 애를 잡는 전교회장이고. 왜 저러나 싶은 게 당연한 거 아닌가.
"그래서, 왜 안 나왔는데?"
카톡을 읽씹하는 걸로 일단락 된 줄 알았건만. 교과서에 수행평가에 쓸 리코더까지 바리바리 챙겨든 내 앞을 떡 막아선 송강은 또 같은 질문을 했다. 그게 그렇게 중요한가...? 그냥 배탈 나서 안 나간 건데. 전남친한테 그걸 어떻게, 왜 말하니...
"진짜 왜그래...? 나와 좀."
"네가 까먹었나본데. 너 임시 부반장이야. 네가 어제 안 나올동안 내가 회의며 유인물 분배며 다 했고."
아 맞다. 그랬다. 새학기 날, 담임 선생님은 임시로 반장 부반장을 맡아줄 착한 학생을 찾으셨고 소해는 두 팔 번쩍 들어 날 추천했다. 요즘도 그런 게 먹히냐고... 나 말고도 추천 받아 어거지로 나온 애들이 꽤 됐지만 내 반 번호가 제일 빠르다는 단순한 이유로 내가 맡게 되었다. 그래도 반장은 송강이 자원해서 다행이지. 어쨌든간에 송강이 그렇게 내가 어제 안 나온 이유에 대해 캐물었던 것은, 다 혼자 일을 해서였다. 상당히 억울했나본데... 정말 어쩌라고다. 내가 하고 싶어서 하는 일도 아니고. 진심, 진심 까먹었거든. 그냥 어 미안~! 하고 넘어가면 되는 일 아니냐구.
"오늘까지 동의서 제출해야 되거든. 그거 걷어서 번호별로 나눠서 교무실에 내면 돼."
"어... 음... 나 혼자 하라는 거지?"
"그럴래? 그래 뭐, 너 혼자 하면 되겠네."
하면서 유유히 반을 빠져나가는 그 뒷통수를 보고 있자면 드는 생각이 있다. 애들은 대체 쟬 왜 좋아하지?
*
"어, 최윤성! 너 빼고 다 냈다. 빨리 좀 내."
차곡차곡 쌓아둔 동의서들을 정리하며 앞자리에 소리 치면 윤성이 말고 다른 손길이 왔다.
"너 내 거도 안 걷었어."
아니 이게 화낼 일이니 응...? 네가 안 내놓고 왜 화는 또 네가 내니... 하도 기가막혀서 송강은 이미 지나간 자리에 내 입술만 달싹거렸다.
우리 학교 홈페이지에는 고민 게시판이 있는데, 거기에 내가 글을 쓴다면 이런 제목이겠다. 〈아무래도 전교회장 전남친한테 밉보인 거 같은데 내 잘못이 대체 뭐란 말임?> 그래... 난 지금 뭔진 몰라도 송강한테 단단히 밉보인 게 분명하다.
"넥타이 미착용, 명찰 분실. 너 이래서 맨날 늦게 오는 거지?"
아니고서야 나 하나 잡아 벌점 주겠다고 기다릴리가 없잖아. 나 대체 뭔 실수를 한 걸까 친구들아...? 답변 기다린다...
오랜만입니다,,, |
안녕하세요 회원입니다^_^,,, 이게 얼마만이죠... 갑자기 새 글을 들고 나타나 놀라셨을지도, 누군지 까먹으셨을지도 모르겠네요. 친관프 연재를 마치고 새 글을 구상하며 현생을 살다보 1년이 훌쩍 지나갔어요ㅠㅠ 염치 Xx 오랜만에 들고 온 이번 글은 학생! 학원물! 입니당... 부제는 나 오ㅐ 전남친한테 찍힘? 정도겠네여,,, 아마도 이번 연재 텀은 조금 길 거 같아요ㅠ0ㅠ 그래도 열심히 써보겠습니다! 이번 글도 여러분 입맛에 맞으시길 바라면서 말 줄일게용 건강 유의하시고 좋은 하루 보내세요! 하투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