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분을 이 모양으로 있다.
"...대답 듣기 싫어하는 것 같길래 내가 했더니. 대답 하기도 싫은 거였어?"
"아, 아니 그게 아니라... 정말?"
"뭐가?"
"아니 방금 너 나한테 고백한 거 맞아? ...사귀자고?"
"응. 혹시, 거절하려는 거면 빨리 해줄래? 나 지금 떨려 미치겠거든."
"말해 뭐해..."
"그게 무슨 뜻인데. 나 말해야 아는 사람이야."
"좋지. 당연히 좋지. 만나. 만나, 나랑."
"응, 나도 좋아."
"이름아... 나 이거 보여? 눈물 약간 고인 것 같은데?"
"...완전 건조해 보이는데."
"그럴리가. 나 지금 너무 막, 뭉클해. 감동 받아서. 그럼 나 이제 명분 생긴 거네?"
"무슨 명분?"
진정 좀 하려고 라떼로 목 축이기 바쁜데 김선호가 빨대 잡고있던 내 손을 잡아 깍지 꼈다.
"이래도,"
"..."
이번엔 깍찌 낀 손을 풀고 근엄한 얼굴로다가,
"이름아, 사랑해."
"..."
냅다 사랑 고백을 날려버린다. 야 어떡해. 누가 내 마음에 어퍼컷 날리고 갔어.
"이래도. 이상하지 않을 명분. 생긴 거네, 나?"
"생긴, 생기긴 했는데... 자제 해줄래? 나 방금 좀 많이 놀랐...거든."
하다하다 딸꾹질까지 나온다. 손 잡고 사랑한단 소리 들었다고 딸꾹질이 웬 말이냐...
"싫어. 그럼 너 익숙해질 때까지 더 자주, 많이 할게."
"...끅."
"나 진짜 잘 할 자신 있어. 그동안 너 맘 고생시킨 거 배로 잘할게."
"어, 어..."
"많이 좋아해, 이름아."
얘랑 연애하는동안 제 마음 보호 좀 해주실 분을 구합니다. 오늘만 해도 벌써 너덜너덜해진 것 같거든요. 연속되는 애정 표현에 정신을 못 차리겠거든요... 좋은데... 좋긴한데... 좋네. 응. 좋아.
*
그 날은 김선호가 내 대답 피하겠다고 이것 저것 해대는 바람에 시간이 많이 늦어졌기도 했고, 둘 다 긴장이 풀려서인지 피곤함이 몰려와서 얌전히 집으로 돌아갔다.
전화를 밤새 하긴 했는데 너무 졸렸어서 뭐라고 했는지 기억도 안 나...
그렇게 연애하기로 한 첫 날을 통으로 날려버렸으니 오늘은 기필코 뭐라도 건져야겠다. 다짐하고 옷장을 확 열었다. 많은 옷가지들 중에서김선호 만날 때 입고 싶었던 옷들을 하나씩 꺼내 입기 시작했다. 전에는 힘 주고 가면 괜히 신경 쓴 티 날까봐 못 했는데. 이젠 맘껏 티 내도 되잖아. 누가봐도 그래요, 저 데이트 합니다. 싶은 옷을 챙겨입고 머리에 힘 주고 나갔다. 이제 티 내도 되니까. 티 내야 되니까. 열심히 힘 준 모습이 꽤나 흐뭇했다. 나 김선호 좋아한다아악!!!
"뭐해, 성이름?"
"아 깜, 깜짝아..."
주먹 불끈 쥐고 화이팅 자세를 취하고 있다가 딱 들켰다. 아 민망해. 완전 민망해...
어색하게 헛기침하고 주먹을 내렸다. 이 꼴 보고도 귀엽다면서 웃는 김선호 반칙.....
"오늘 뭐 할까? 하고 싶은 거 있어?"
"... 딱히 없는데. 아, 하나 있다."
아 요거를 생각 못 했네.
*
편의점에서 나온 선호가 검정 봉지 안을 내다보더니 웃었다.
"하고 싶다던 게 이거야? 술?"
"응. 나는 너랑 단 둘이서는 맘 편히 마신 적이 없거든."
"정말? 왜?"
"말할까봐. 너한테. 술김에 좋아한다고 그럴까봐, 내가."
나는 나름 귀 붉어지는 이유라 고심 끝에 말 한 건데 이 자식은 입꼬리가 씰룩거린다. 웃음 터지기 오초 전 뭐... 그런 것처럼.
"지금은 왜 같이 마시고 싶은데? 왜애?"
"... 말 안 해."
"아, 해줘~"
"흐드 드느끄..."
"뭐라고? 안 들렿ㅎㅎ"
"해도 되니까! 이제 좋아한다고 해도 되니까! 됐냐?"
웃음 참던 김선호가 결국 빵 터져버렸다. 짜증나네...? 왜 사귀면서도 놀림 당하는 기분이 드냐.
얘 지금 나 놀리는 거 맞지.
편의점 파라솔 자리가 지저분해서 다른 곳에서 까고 마시자고 했더니 온 곳이, 김선호가 차일 때마다 날 불렀던 그 공원이다.
"왜이렇게 뚱한 얼굴이야?"
"내가? 글쎄."
"귀엽긴한데, 이유 좀 알려주라. 내가 뭐 실수한 거 있어?"
이걸 말 해 말아... 해? 말아? 해? 아 해. 해 그냥.
"너가... 차일 때마다 나 불렀던 곳이잖아. 개자식아..."
"아, 그런, 아..."
"됐어. 나 그런 거 별로 신경 안 쓰여. 진짜로."
"딴 데로 갈까?"
"됐다니까. 나 진짜 쿨한, 아니다. 쿨한 편은 아니긴한데. 괜찮아. 다 지난 일이고. 이제 네가 차였다고 나 부를 일도 없을 거니까."
"내가 안 괜찮은데."
"네가 왜."
"네 신경 쓰일만한 거리 만들기 싫어. 딴 데 가자."
"그러든가, 그럼... 어디로 갈 건데?"
"집으로 갈까?"
..... 저 얘랑 순탄히 연애할 수 있나요...? 진짜? 정말?
산 넘어 산이라더니... 앞으로 연애가 걱정이다 정말.
*
사족 |
연애 시작해따 연재 끝나따... 죄송합니다..... 무슨 사귀자마자 완결이냐... 변명 좀 해보자면 제목이 제목인만큼 어떤 방식이든 친구만 그만두면 끝마치려고 했긴 했었는데 어쩌다보니 이렇게 급작스레 완결을 내버렸네용... 또 외전이 올라가긴 할 거예요 많진 않지만 외전에서 이 둘 연애하는 모습 살짝 보실 수 있으십니다... 짧은 글이었지만 너무 감사드렸고, 궁금하신 점이 있으시다면 댓글 남겨주세요! 건강 조심! 또 조심하시고, 오늘 글도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